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412화 (412/500)

제 5장

간 보기 (3)

“……단주님!”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아 주 기특하네.”

정우의 갑작스러운 난입에 다들 마른 침을 삼켰다.

혹금단은 자기들끼리 떠들고 놀 때도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기감은 항상 열 어놓고 있었으며, 공조를 한다. 절대고 수도 반경 안에 접근한다면 알아차릴 능력이 된다. 하지만 단주 앞에선 언제 든 자동문이다. 경험하면 할수록 같은 인간으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난 욕은 안 했으니까, 괜찮겠지?’

‘험담은 아닌데, 설마?’

‘악당이 욕은 아니잖아. 어쩌지?’

흔들리는 동공의 촉수와 연결된 대뇌 의 전두엽이 위험을 경고했다.

죽지는 않겠지만, 그보다 더 악랄한

짓을 서슴없이 벌일 수 있는 단주였다. 언제나 상상한 범위 밖에서 행동을 하 기에 적응도 되지 않았다. 어디서 그런 기발하고, 창의적인 고문을 배웠는지, 그야말로 창조고문이었다.

솔직히 전직이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 다. 도저히 평범한 가정에서 나올 수 없 는 돌연변이였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 스는 어린애 장난과 같았다. 그런 정신 병자도 단주와 함께 있으면 정상적으로 보일 것이다.

“왜들 그래? 내가 설마 사소한 것 가 지고 너희들을 닦달하겠어. 알잖아, 대 해보다 넓은 내 마음을.”

“알지요, 알고말고요. 단주님 마음은 태평양이십니다!”

“난 솔직한 사람이 좋은데.”

“저희들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이보다 더 솔직하기도 힘듭니다!”

살고 싶은 욕망은 없는데, 고문당하기 는 싫은 혹금단의 발악이었다. 전후사 방 갈 곳이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보다, 단주의 앞이 더 떨린다. 어디 가서 쫄보 란 소리 듣지 않았지만, 단주는 예외사 항이었다.

“걱정하지 마, 나 죽을 때 같이 묻어

달라고 할 테니까.”

“..2”

혹금단은 순장에 반발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단주의 죽음이 그려지지 않 는다. 지구가 멸망하고, 은하계가 폭발 해도 단주는 혼자서 잘 살 것 같았다. 보통 사람들과는 마인드가 달라지고 있 는 혹금단이다. 삶과 죽음을 초월했다 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어쨌든 점차 이상해지고 있었다.

“이제부터 월급을 제외하고 용돈으로 30만원을 주마.”

“……정말이십니까‘?”

진짜 죽나?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180도로 달라 진다고 하는데.

“내가 헛소리나 하는 사람으로 보이 냐?”

“그럴 리가요, 감사합니다!”

30만 원에도 행복해진 혹금단은 전의 를 불태웠다.

화화활!

열의가 대단하다. 고작 30만 원임에 도.

정우는 그런 혹금단의 변화를 보며 입맛이 썼다. 데리고 다니면서 이상한 놈들이란 소릴 듣고 싶지는 않았다. 조 금은 색다른 시도를 해볼 때가 되었다 는 판단이 서게 했다.

어찌 되었든 흑금단의 전투력이 다른 무력단보다는 우위에 있었다. 고지식한 실드에 비해 유연한 편이고.

비유를 하자면 실드는 장미칼, 혹금단 은 다용도만능칼로 보면 된다.

“쉴 만큼 쉬었지?”

“배려해주신 덕분에 편하게 쉬었습니

다.”

“그럼 일하자.”

“최선을 다해 단주님의 뜻을 받들겠

습니다.”

“암암, 그래야지.”

정우가 그리는 그림의 틀이 완성되었 다. 슬슬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기 다. 당문도 언제까지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테고.

‘정해진 틀이 무너져야, 빈틈을 노리 는 자들이 일어서는 법이지.’

안휘성을 차지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 다.

팽우경을 통해 얻어낸 정보를 규합하 면 단순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고여 있 던 백도 무림의 견고한 틀을 혼들어놓 으려는 자들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 면 흑룡성이 그토록 베른 시간 안에 일 어나서 분탕질을 벌이진 못했을 것이다. 배후 세력이 분명 존재한다.

‘간만 보는 것에 만족하진 않을 테고.’

오후에 당명희가 연락을 해 왔다.

본격적으로 안휘성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혹금단이 도착하기 며칠 전 당문의 장로와 주력 이 당도했었다. 당문에서도 동선 노출 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경로를 분산시켰 었다.

작전회의에는 당문의 장로들이 자리 하고 있었다.

혈독수(血毒手), 당화운.

창백한 인상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니 고 있는 자로, 중년으로 보이지만 실제 로는 환갑이 넘었다. 당문이 자랑하는 당문십수(唐門十手)의 일인이다.

“당화운이오.”

“전호경이다.”

정우의 무례한 태도에도 당화운은 동 요하지 않았다.

총관이 자초지종을 설명했기에 가능 한 반응이었다. 굳이 전략 회의에서 분 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기에 당화운도 별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진면모 를 아는 자일수록 함부로 대하지 않았 다. 작은 원한도 항상 열 배로 돌려주는 지독한 성향이었다.

“현재 제갈세가와 황보세가는 합비를 중심으로 세력을 양분하고 있어요. 각 각 주력 부대를 대동하고 있으며 절대 급의 고수가 최소 한 명 이상은 포진하 고 있다고 봐야 해요.”

당명희는 반드시 요점을 짚고 넘어갔 다.

작전만 잘 짜는 게 아니라, 말도 상당

히 논리정연하고 일목요연했다. 다들 귀를 기울이며 신중히 듣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듣고 있나요?”

“뭘 그렇게 사설이 많아. 대충 양분해 서 공격하면 되는 거잖아.”

전략적으로 협약을 맺은 것치곤, 전력 을 일치시키지 않고 있었다. 굳이 힘을 합치지 않아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의 발론이었다.

물론 당명희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 간단치가 않아요.”

“간단해, 비서나 비동 중 어디를 갈지

결정하면 끝나는 일이야. 장소는 네가 알아서 정해. 어차피 내 앞에선 쓰레기 나 마찬가지니까.”

정우의 호언장담에 당문의 장로들은 기가 찼다.

총관이 언질을 주기는 했어도, 오만함 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기색이다. 회의에 새로 참석한 자들일수록.

한 가지는 확실했다.

하는 말마다 속을 뒤집어놓고 있었다. 황보세가와 제갈세가를 시정잡배처럼 대할수록, 오대세가의 일원인 당문까지 싸잡아서 비아냥거리는 것 같았다.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대륙에 와서 적수다운 적수는 만난 적이 없거든.”

“이번에는 다를지 몰라요.”

“그랬으면 좋겠군.”

정우의 오만함과 망언은 극한에 달했 다. 황보세가와 제갈세가 중 어느 쪽이 와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대범함을 더해 서.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가 천지분간 못 하고 날뛰는구나.’

당화운은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대륙의 진정한 힘을 겪어보지 않았으

니 저리 오만할 수 있는 것이다. 곧 현 실의 냉혹한 장벽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을 터. 그때 놈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후륵!

정우는 놓인 차를 마시고, 한 잔 더 시켰다.

또르르!

대기하고 있던 여인이 찻주전자를 가 지고 와서 찻잔을 채웠다. 대호법의 전 속 시녀로 움직일 때마다 뒤를 따랐다. 단순히 시중만 드는 게 아니라 감시 역 할을 하고 있었다.

정우는 딱히 여인을 내치지 않았다.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방치하며 당명 희의 의도를 받아주었다.

“어디로 할 거야?”

“본가는 비동으로 하겠어요.”

“그럼 내가 비서를 책임지지.”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할 거예요.”

“그건 당문도 마찬가지지.”

당문과 팽가의 협상에서 작전 수행에 따른 책임을 지기로 약속을 했다. 특히 재량권을 행사했을 때는 책임이 더 커 진다.

“지원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딴 놈들 상대하는 데는 나 하나로 족해.”

당명희는 일정 부분 당가의 무력을 내놓을 의향이 있었다. 비서의 제갈세 가를 온전히 책임지지 않으면 양방향으 로 공격받을 위험이 상존한다. 예상을 했다고는 해도, 대호법의 자신감과 자 부심이 상당했다.

“그러시다면 무운을 빌죠.”

“너도.”

전략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는 정우 의 태도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 관 유지되었다. 듣는 둥 마는 둥, 시큰 둥했다.

그때.

부르르.

정우의 왼손이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원래대로 돌아왔다.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도 모르게 손을 풀어보며 급히 운 기를 통해 내부를 관조했다.

후륵!

아무런 이상이 없자, 차를 한 잔 더 마셨다.

‘호호, 역시.’

다들 시선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 었지만 당명희만은 목도했다.

회의는 끝이 났다.

정우는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는 표정을 짓 기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색해봤자, 약점을 내비춘다는 느낌이었다.

대호법이 나가고, 당명희와 장로들은 좀 더 대화를 나누었다.

“놈의 오만이 하늘을 찌르더군.”

“젊은 나이에 절대고수가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통제할수 있겠소?”

“그는 이미 족쇄에 걸렸어요.”

“속단은 금물일세.”

절대고수는 항상 예측을 벗어났다. 방 심하는 순간, 변수가 되어 일을 망칠 수 도 있다. 세가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결정이니만큼 변수는 용납 못 한다.

“그가 검왕을 이겼다는 소문을 내세 요.”

“과연.”

“이제 합비를 장악할 일만 남았네요.” 당화운은 총관의 철두철미한 심기에 소름이 돋았다. 비록 나이는 자신보다 어려도, 그녀를 인정하고 있었다.

“예상대로군.”

“깜찍한 짓을 벌였어.”

“이번에야말로 매운맛을 보여줄 때 네.”

“울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세련된 방 안에 앉아 있는 자들, 차림 은 평범한 듯 보이나 기운이 상당하다. 호방하고 강인한 기세와 정련되고 예리 한 기세가 양분했다.

그들은 소문을 듣고 난 후, 조심스러 운 행보를 보였다. 당장의 소강상태는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 간이었다. 처음에는 현재의 구도를 흔 들어보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았으나, 정 황과 증거가 사실로 판명되었다.

“어찌하겠나?”

“물어보나마나 아닌가.”

소문이 사실이라면 이쪽에서는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줘야 공평했다. 이번 기회에 기세를 완전히 꺾어놔, 탐욕을 부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분수에 맞지 않은 걸 탐하면 욕을 보 는 법이지.”

“맞는 말일세.”

“그놈도 손을 봐줘야 하지 않나.”

“검왕을 이겼다고 하더군.”

“수작을 부렸겠지.”

검왕을 진짜로 이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검왕은 죽었고, 남궁세 가는 무너졌다. 검왕이 방심을 했다손 치더라도, 그의 검은 진짜였다. 어중간 한 힘으로 시험을 했다가는 낭패를 면 치 못하게 된다.

“일단 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오랑캐가 안방에서 설치도록 놔두잔 말인가. 후일 두고두고 비웃음거리가 될 걸세!”

“정히 그렇다면 알겠네.”

“단숨에 끝내는 편이 여러모로 좋지

않나.”

딱히 틀린 말은 아니나, 효율적이진 않다.

굳이 전력을 분산해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하나 효율성과 명분은 비례하 지 않았다. 중화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 쳐진 그들이다. 검왕을 검객 나부랭이 로 저급하게 표현한 것도 기분이 나빴 다.

“세상은중화의 것이니까.”

“당연한소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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