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물밑작업 ⑵
드륵.
정우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산서성의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였으 니 회포를 푸는 자리를 마련했다. 연회 는 후계자인 팽세기를 명목상 앞에 내 세웠다.
다른 이들은 모르지만 이 안에 있는 이들은 안다. 팽세기가 혹금단주의 꼭 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에 대해 팽가의 무사로서 불만을 표출해야 마땅 하나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표정들이 왜 그래? 혹시 연회가 맘에 들지 않은 거야?”
“……그럴 리가요.”
“싫으면 언제든 말해, 산서성으로 보 내줄 테니까. 알다시피 산서성은 기회 의 땅이잖아. 누가 알아, 팽세운이 다시 돌아올지.”
“……아주 맘에 듭니다. 천직으로 여 기겠습니다!”
팽세기, 이극, 하북삼도는 헛소리하지 않았다.
혹여나, 설마? 라고 생각을 했다간 오 산이다. 허튼소리를 하는 순간, 실제가 되는 수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흑금단 주는 내뱉은 말은 반드시 실행했다. 그 것이 허황된 일일지라도.
“농담이니까, 담아두진 마.”
“담아두기는요, 바로 잊었습니다.”
담아두란 말보다 더 무섭게 다가왔다.
산서성이 당장은 평온해 보이지만, 언
제 어떻게 변할지 알기 어려운 화약고 였다. 돌아가는 정세가 급박해지고 있 었다. 오대세가의 한 축인 남궁세가가 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고, 세가도 현재는 피해를 복구하는 데만도 여력이 없었다.
혼란한 정세다.
제갈세가, 황보세가, 사천당가가 움직 이고 있으며, 슬슬 구파일방도 본격적 으로 나설 기미가 보였다. 대륙 전체가 큰 흐름에 휘말리고 있었다.
‘그 모든 게 이 한 사람 때문이라니.’
그 점이 무섭게 다가왔다.
대륙을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만든 장본인이 흑금단주다. 잠잠했던 평온한 호수에 거대한 폭풍을 일으켰다. 그럼 에도 세상은 흑금단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남궁세가를 끝장내고, 팽가를 먹어치운 흉포한 포식자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으니, 최 선을 다해보자고.”
“예, 대호법!”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소름이 돋는다.
흑금단주는 팽가의 역사에도 없는 대 호법의 직책을 만들었다. 가주와 동등 한 권한을 가지고, 공백 시 세가의 운명 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무 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겠다는 선포나 다름이 없었다.
술자리에서 한 언행에 뼈가 실려 있 었다. 가주는 현재 내상 치료 중이라고 알려졌다. 세가의 모든 권한은 대호법 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세운 공자를 산서성으로 보낸 이유 가 무엇입니까?”
“신경이 쓰이나?”
“세운 공자를 지지하는 자들까지 보 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이극은 팽세운과 그를 따르는 세력을 산서성으로 보낸 것이 마음에 걸렸다. 비록 떨거지들이라 폄하하지만, 언제든 가문의 행사에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자고로 위협이 될 요소는 싹을 자르지 않을 거면, 멀리 두기보다는 가까이서 지켜보는 편이 나았다.
훗.
정우는 이극의 질의를 환영했다.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 다. 가문의 대소사를 관장하는 총관이 라면 응당 만약의 사태를 염두에 두어 야 한다. 그것이 총관의 의무다. 확실히 팽가를 장악하는 데, 팽자겸을 가장 먼 저 제거한 것이 옳았다. 팽자겸이 있었 다면 팽우경이 그처럼 간단히 걸려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 총관 말대로 저들은 내 명에 순순 히 복종하지 않을 거야. 다들 겪어봐서 알잖아.”
뜨끔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산서성으로 좌천되며 느낀 박탈감이 상당했었다. 남궁세가를 무너뜨리기 위 한 희생양에 불과했으니, 어쩌면 당연 한 일이었다. 절박함 속에 동지애가 피 어난다고 했다. 이극, 팽세기, 하북삼도 는 끈끈한 동지애로 뭉치게 되었다. 같 은 시련을 겪으면서 의지하게 된 것이 다.
이는 산서성으로 보낸 팽세운과 지지 세력이라고 다르지 않을 거다. 그것이 이극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2공자는 야욕을 버리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대호법의 치세에 위험요소가 될 겁 니다.”
“팽세운은 그럴 만한 그릇이 못돼.”
대호법의 얘기대로 세운 공자와 일부 지지 세력으론 가문의 행사를 방해하긴 어렵다. 하나 이극은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대호 법은 빈틈을 허용할 만큼 허술하지 않 았다.
‘그릇이 안 되니, 외부 세력을 끌어들 이겠지.’
이극은 산서 지부와 남궁세가의 영역 을 안정적으로 흡수하는 방법을 모색했 을 것이다. 하지만 정우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산서성은 현재 주인이 있으나 무주공 산이나 마찬가지다. 팽세운과 지지 세 력은 곧 어림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될 터.
역대로 무능한 정권의 지배자는 외세에 의존하며 자기 잇속만 챙겨왔었다. 본 인은 아니라고 반박하나, 위태로울수록 어리석은 선택을 하곤 한다.
왜 그렇게 확신을 하냐고?
‘사람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거든.’
팽세운은 팽세기가 산서성에서 남궁 세가의 검에 쓰러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산서성이 사지임을 모르지 않았으니, 자신들도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할 수밖 에 없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본인이 한 행위를 다른 이도 하리라 믿는다.
‘약을좀 뿌려놨으니, 더하겠지.’
산서성으로 쫓겨나기 전 팽세운은 정 우를 찾아왔다.
그것이 우연일까? 절대 그렇지 않았 다. 대호법에 앉으면서 가장 먼저 행한 일이기에 정해진 수순이었다. 팽가의 직계혈통으로 중화에 대한 자부심이 넘 치는 성향이니 찾아올 걸 예상하고 자 근자근 밟아주었다. 지금쯤 가는 내내 열이 받아서 독기를 좔좔 뿌리고 있을 것이다.
‘남은 자리마저 위태롭다 여기면, 아 름다운 결말이겠어. 크크크크!’
정우는 팽가의 내정(內情)에 적극적으
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총관과 장로 원의 결정에 따르는 척할 셈이다. 정석 을 따르면서 차근차근 팽세기의 공적을 대내외적으로 알려 후계를 공고히 할 것이다.
그런 다음 팽우경이 주화입마에 걸려 죽었다고 하면, 게임은 끝난다.
그나마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믿고 있 었던 팽우경이 사라지면 팽세운은 극단 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가만 히나 있으면 무탈할 수도 있을 텐데, 아 쉽게도 팽세운은 그럴 깜냥이 되지 않 는다. 조바심을 낼 테고, 내쳐질지 모른 다는 불안감에 헛된 짓을 하게 될 것이 다.
“그렇다면 안전장치를 해놓는 편이 어떻습니까?”
“안심이 되지 않으면 그렇게 해. 참고 로 난 팽세운을 내치진 않을 거야.”
대호법으로서 팽세운을 산서로 보냈 으니, 그 와중에 죽기라도 하는 날엔 여 러모로 골치 아플 거란 판단이 선 이극 과 하북삼도다. 되도록 2공자의 안전을 살피면서도, 허튼짓을 못 하도록 감시 할 필요는 있었다.
“현재는 산서성보다 안휘성이 문제긴
합니다. 남궁세가가 무너지면서 다른 세가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는 수없지, 피해가크니.”
이극이 이해 못 하는 다른 한 가지가 안휘성을 대하는 대호법의 관점이다. 남궁세가를 무너뜨리려는 이유가 단순 히 오대세가의 수장이 되려는 것분이겠 는가. 남궁세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이 권을 빼앗아 오는 게 실질적인 목적이 었다.
현재까진 막대한 피해만 양산하고 남 궁세가의 빈껍데기조차 얻지 못했다. 실리를 추구하는 대호법이 안휘성을 방 치하다니 이상했다. 차후 다른 세가가 안휘성을 차지한다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다.
“이대로 있다간 이권을 모조리 다 빼 앗기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세가의 무력 단으론 어림도 없잖아.”
“그거야……
“나와 혹금단은 할 만큼 했다고 보는 데.”
말끝을 흐리는 이극을 대신하는 정우 다.
혹금단이 나설 여지를 사전에 차단했
다. 실상 하북팽가는 내부를 단속하기 도 벅찬 형국이다. 안휘성에 무력단을 파견하면 본가는 무주공산이 된다. 혹 금단이 버티고 있으니까, 그나마 안정 을 찾고 있었다. 톡 까놓고 말해 흑금단 이 나서지 않으면 안휘성을 수복하기는 어렵다.
“나중에는 더 찾기가 어렵습니다.”
“굳이 찾을 필요7} 있을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주인은 따로 있잖아.”
정우는 팽가를 기습한 남궁세가의 직 계혈족을 남겨두었다.
다 죽인다고 했지만, 실상 빼돌렸다고 봐야 했다. 남궁세가가 비록 주 전력을 잃어버리기는 했어도, 수백 년을 안휘 성의 터줏대감으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하루아침에 모든 세력이 무너져 버리진 않았다.
실제로도 그렇다.
남궁세가가 숨겨놓은 자금의 절반 이 상을 정우가 날름하는 바람에 늦어지곤 있지만, 은밀하게 세력을 규합하고 있 을 것이다. 그러나 세력 규합에서 중요 한 요소는 구심점이다. 남궁세가는 직 계혈통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공산O] 크다.
왜냐고?
하오문을 통해 살아 있다는 소문을 은밀하게 홀려놓았다.
‘근 시간 내에 혼란은 더 커질지도 모 르지.’
정우는 전자와 후자로 계략을 나누었 다.
팽우경을 강시로 만들면서 흑룡성주 와 관련된 사안을 찾아냈다. 그의 말대 로 마기가 맞는다면 혹룡성주는 숨어 있는 더 큰 세력의 일부일 가능성이 다 분했다. 은막의 세력은 본격적으로 움 직일 시기를 재고 있을 터. 시간이 늦어 진다면 안휘성과 산서성을 먹어치우고, 그 전이라면 기다려보는 편이 나았다.
“구파일빙의 동향은?”
“당장은 조용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네. 당분간은 세가의 정비에 최선을 다하도록 해. 지금은 안 휘성을 세가의 영역에 둔다 해도 지킬 힘이 없잖아.”
“예, 대호법.”
안휘성과 산서성이 아깝기는 해도 현 실적으론 가장 합당한 처사다.
이극과 하북삼도는 두말하지 않고 따
랐다. 욕심을 낸다 해도 지킬 여력이 없 다면 더욱 비참한 꼴을 당할 수 있었다. 그것이 현실이다.
정우는 팽세기를 보며 말했다.
“후계자 수업을 해야겠지.”
“저요?”
“후계자라면 마땅히 가문의 절기를 최소 9성 이상은 익혀야 하잖아.”
“최소 9성이라고요?”
무공이 하루아침에 뚝딱 완성되는 인 스턴트식품인가, 최소한 9성에 이르려 면 절기의 오의를 대부분 깨우쳐야 했 다.
팽세기는 그럴 만한 역량^ 되지 않 음을 일치감치 깨닫고 있었다. 가문 내 에서도 절기를 9성 이상 익힌 무인은 흔치 않았다.
“어렵지 않아, 나도 며칠 봤더니 10성 에 도달했다고.”
“..2”
이극과 하북삼도도 깜짝 놀랐다.
팽가의 절기는 오랜 시간 각고의 노 력으로 완성된 최상승의 무공이다. 형 을 익히는 데만도 최소 1년의 시간이 필요하며 오의를 깨닫는 데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린다. 하물며 대성을 하려 면 평생을 연마해도 범인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고작 며칠 만에 10성에 도달했 다. 이건 상식과 비상식마저 넘어서는 안드로메다 급 헛소리였다.
“잘봐.”
정우는 못 믿겠다는 표정들을 하고 있는 이극과 하북삼도를 의식하지 않았 다. 그저 며칠 동안 익힌 걸 보여줄 뿐 이다. 대호법이 되면서 가문의 절기를 볼 권한이 생겼다. 역사가 긴 만큼 팽가 의 서고에는 상당량의 무공서가 있었다. 대부분은 알고 있는 내용이라 식상하긴 해도, 몇 가지는 그런대로 쓸 만했다.
휘릭!
도법의 형이 완성되고, 오의가 실린다. 형태가 공간을 채우며 의미를 되새겼다. 그러자 무공에 실린 형과 의가 조화를 이루어 극성에 도달한다.
“?설마?”
“오호단문도!”
오호단문도가 비록 가문의 절대도법 보다는 아래에 있다고는 해도 아무나 익힐 수 없다. 더욱이 저토록 완벽한 오 호단문도를 펼쳐낼 수 있는 무인은 가 문 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장로급에 이 르지 않은 자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
휘휙!
정우의 손짓은 멈추지 않았다.
비록 도를 들고 있지는 않지만, 병기 의 선택은 큰 의미가 없었다. 하고자 하 면 완성이 된다. 능히 심도(心刀)의 영역 이었다.
“……왕사자도!”
“건곤연환팔식!”
“……혼원벽력도!”
가문의 절기 중에 절기, 직계만이 허 락된 건곤 연환팔식과 혼원 벽력도까지 이어졌다. 하늘과 땅을 잇는 연환된 도 법이 순식간에 변화하여 뇌전을 머금는 다. 전혀 다른 형태의 도법이 마치 한 호흡으로 완성이 되었다.
허억!
그 변화에 하북삼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건곤연환팔식을 이런 식으로 완성할 수 있다니!”
“……모든 도법을 연결할 수가 있었 어!”
기가 차다. 가문의 누구도 알지 못했 던 영역이다. 이건 10성이 아니라 대성 을 했다고 해도 믿어질 지경이었다. 각 각의 도법에 맞는 심법의 운용이 기가 막히게 조절되고 있었다. 도법마다 초 식에 할애하는 흐름, 공력의 강약이 있 다. 비슷한 수준의 도법이라도 강약의 조절까지 완벽하기는 쉽지 않았다. 막 힘이 없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 소리였 다.
이분인가.
권법과 장법, 퇴법, 신법에 보법까지.
하북팽가의 절기가 눈앞에서 완벽하 게 펼쳐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팽가의 무공만을 수련해온 무인처럼 능숙해진 다.
“시간이 부족해선가, 미진하지?”
어디가?
이걸 두고 부족하다면, 평생을 연마한 자신들은?
칼 물고 자결해야 할 재능의 격차다.
절대고수의 영역에 들어가면 보는 것 만으로도 형과 오의를 깨닫기도 한다지 만, 가문의 절기는 녹록하지 않았다. 난 해하고 지난한 과정이 수반되어야 겨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만큼 복잡했다. 하지만 절대고수의 영역마저 넘어선 괴 물에게는 삼류무공에 지나지 않았다.
‘대호법은 인간이 아니다!’
‘재능의 차이가 이렇게나 엄청나다
니!’
‘너무하지 않은가!’
이극, 하북삼도, 팽세기는 대호법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의 일면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무 서웠다. 인간의 범주로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그건 엄청난 실례다. 어쩌면 신 의 영역을 넘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런 자와 대적하려고 했다니, 모공이 열 리면서 전신의 털이란 털이 모조리 다 곤두선다.
“어째서입니까?”
“뭐가?”
“대호법의 무공은 인간의 영역이 아 닙니다.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지 않았습니 까!”
이극은 깨닫고 있었다.
하북팽가는 대호법의 상대가 되지 않 았다. 가주의 역량으로는 대호법의 발 꿈치도 쫓지 못한다. 마음만 먹었으면 협상을 하지 않고 하북팽가를 장악할 힘이 있었다. 굳이 번거롭게 거래를 하 고, 선택의 기회를 줄 필요가 없었다.
“내가도둑이냐?”
“예‘?”
“남의 것을 함부로 탐하는 도둑이냐 고.”
“그런 뜻이 아니오라.”
“난 남의 것을 이유 없이 탐하지 않아. 그건 옳지 못한 행위이며, 불의거든.”
이극, 하북삼도, 팽세기는 해머로 머 리를 강하게 처맞은 기분이 들었다.
둥둥둥!
좀 전에 봤었던 굉장한 무력시위보다 더한 충격이 밀려왔다. 전혀 상상도 하 지 못했던 대호법의 속내였다.
서서히 그들은 깨닫고 있었다. 그간 지내왔던 과거의 이력들이 상기되자, 더할 나위 없는 소름이 끼쳤다.
‘그러고 보니.’
‘대호법은 단 한 번도 까닭 없이 탐하 지 않았어!’
‘우리가 우리 발등을 찍었구나!’
대호법의 정의는 가장 무인다웠다.
선의(善意)에는 선의로, 불의(不義)에 는 불의로.
먼저 신의를 위반한 쪽은 언제나 하 북팽가였다. 반도의 무인이라고 폄하하 며 이용하려고 했을 때부터 대호법은 현재를 계산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정의롭지 않지.”
정의롭지 않기에 정의를 지키려 하면 할수록 트러블이 생긴다. 실로 아이러 니한 현실이었다.
그들은 절감했다.
대호법의 정의는 세상의 흐름과 역행 하고 있었다. 순리를 따르지만, 역행하 는 현실이 가로막는다.
‘세가는 디딤돌에 불과해!’
‘대륙 전체…… 아니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