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엇갈림 ⑴
밤이 깊어지는 시각.
날씨도 흐릿하다, 고비사막에서 불어 온 황사와 미세먼지에 뒤섞이며 빛조차 새어 나가지 않는다. 이런 무지막지한 기후가 생성되고 있음에도, 공장을 서 슴없이 돌리는 걸 보면 환경은 중요하 지 않은 모양이다.
어둠 속에 무리가 있었다. 산개하였다 곤 하나, 족히 2천에 달하는 무인이 암 흑의 장막에 가려져 명을 기다렸다.
“잘 참았다.”
“가문의 일원으로서 명을 따를 분입 니다.”
“제법이구나.”
“감사합니다.”
미세먼지로 들어찬 공간. 바로 앞의 시야도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들은 범인의 경지를 벗어난 무인이었 다.
선이 굵은 인상의 사내, 팽우경이었 다.
그동안 부상을 입어 폐관 수련을 하 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거늘, 멀쩡했 다. 오히려 더 강해진 듯 강력한 기도를 홀렸다. 오랜 시간 절치부심을 한 결과 다.
“오늘 이후로 남궁세가는 없다.”
“조며 ”
1? O*
명이 떨어지자 노도와 같은 기세가 불같이 일어나며 강렬한 기운을 형성했 다.
이제부터 시간과의 싸움이다. 지체해 선 안 된다. 세가의 정예 무인들은 남궁 세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검왕이 없다면 승부는 뻔하다.’
남궁세가의 가주가 움직였다는 보고 를 받고, 몇 차례나 확인을 했다. 안휘 성에 검왕이 없는 이상, 남궁세가는 결 코 오늘 밤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오늘 을 위해서 남겨둔 최후의 병기를 10기 나 대동했다. 남궁세가의 주요전력이 남아 있다 한들 끝장낼 전력이었다.
슈아。}아앙!
이제까지 전장에 나서지 않았던 팽우
경이 앞장섰다.
그는 팽가의 모든 절기를 대성했다. 완연한 절대의 경지에 들어선 팽우경의 기세가 도에 뭉쳐져 무형의 도강을 이 룬다.
합
기합과 함께 무형도강을 부렸다.
꽈아아아앙!
폭발과 함께 남궁세가의 정문이 산산 이 부서지며 내부가 보인다.
팽우경의 신형이 공간을 관통했다. 그 를 따라 2천의 무인이 밀물처럼 남궁세 가로 진입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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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했던 남궁세가가 혼란에 빠졌다.
-적이닷!
-팽가가 왔다!
살의를 머금은 팽우경의 도는 무정했 다. 막아서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본연 의 의미가 담긴 병기는 남궁세가의 생 명을 앗아갔다.
스왁!
도의 궤적에 따라 선혈이 난무한다.
크아아악!
혼란과 비명이 뒤섞이며 어둠을 뒤흔 들었다.
우연일까? 같은 시각.
어둠을 감싸고 있는 일대의 무리, 족 히 3천이 넘어간다. 놀랍게도 정체를 드러내기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 다. 주변에 동화되어 완벽한 어둠이 되 었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이 없었다 면 인식하기도 어려웠다.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깜짝 놀라겠군.”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지 요.”
“그만큼 우리의 희생도 크다.”
계획대로 되었음에도 남궁천의 표정 은 좋지 않았다.
플랜 B는 사용하고 싶지 않은 계책이 었다. 이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현 상황에 대한 분노가 컸다. 반드시 그 모 든 상실감을 상쇄할 만한 성과를 거두 어야 했다.
“오늘 이후로 팽가는 없다.”
“존명.”
팽우경의 오마주처럼 남궁천이 앞장 을 섰다. 대성을 이룬 천뢰제왕신공의 막대한 공력이 검신을 타고 유형화되어 정면을 베어내었다.
푸아아앙!
팽가의 정문이 속절없이 부서진다. 제 왕의 검을 막아서는 자, 용납하지 않았 다. 선혈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허탈함이 묻어 나왔다.
“……이럴 수가!”
팽자겸은 망연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 다. 모든 상황이 순조롭게 홀러가고 았 었다. 검왕이 태원의 지부로 공격을 간 사이, 세가의 모든 전력을 남궁세가에 투입했다. 안휘성이 안방이라고는 하나 가주와 주 전력이 빠져나간 남궁세가라 면 승산은 9할 이상이었다.
한데 산서성에 있어야 할 남궁세가의 검왕이 나타났다. 이뿐이 아니다. 남궁 세가의 주 전력인 제왕검대와 폭풍단, 검협단까지 함께했다.
“어째서?!”
팽자겸의 고함이 현실을 대변하고 있 었다. 가문의 주요 전력이 빠져나간 상 태다. 남아 있는 전력으로는 막기는 고 사하고, 전멸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 었다.
“총관님! 피하셔야 합니다!”
“가문을 버리라는 말인가!”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도 없습니다!”
“이런 제기랄!”
팽자겸의 똑똑한 머리로도 현재의 위 기를 타개할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있어선 안 되었다. 최대한 많 은 인원을 대피시켜야 했다. 삶의 터전 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살고 봐야 했다.
크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이 울린다.
팽자겸은 피가 마르는 기분이다. 보지 않아도 누구의 비명인지 알 수 있었다. 세가의 무인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실상 저항은 무의미했다. 시간 이라도 끌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 다.
“어서 비밀통로로 가셔야 합니다!”
“세경이는?”
“먼저 움직였습니다.”
“알았으니, 가자.”
만약을 대비해 만들어놓은 비밀통로 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절 체절명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거라고 는 예상하지 못했다.
‘철저히 속았구나!’
남궁세가의 전략에 꼼짝없이 당한 꼴 이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 전력이 여기로 왔다면 남궁세가는 무주 공산이 된다. 다른 방비라도 있다는 것 인가?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서둘러야 하기에 해결책은 찾지도 못했다.
비밀통로로 빠져나가려고 할 때였다.
꽈아아앙!
굉음과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세가 전체가 흔들리며 부서져 나갔다. 파장이 번지는 방향을 확인한 팽자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세가의 비밀통로로 가는 길목에서 벌어진 일이다.
“……세가의 비밀통로까지 알고 있었
구나!’
공간이 조여 왔다.
시간이 정지된 후 무겁게 가라앉았다. 불길한 기운이 전체를 뒤덮으며 포위를 한 후, 팽자겸과 맹호십도, 팽가의 직계 는 궁지로 몰렸다. 세가를 빠져나갈 다 른 방법을 모색했지만, 그 앞을 남궁세 가의 무인이 가로막았다. 세가 전체가 어느새 남궁세가의 영역으로 바뀌어버 린 것이다.
전면에 선 자가 낯설지 않았다.
“귀성!”
“오랜만이네. 팽 총관.”
남궁세가의 두뇌, 귀성 혁리무군.
책사가 직접 전장에 나타나다니, 그것 만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 기에 작금의 현실이 이해가 되었다.
“태원으로 가지 않았구나!”
“지부 하나를 얻는다 하여 흐름이 바 뀌진 않지 않나.”
태원 지부에 대한 공략은 꾸준히 쌓 아 올린 정보의 금자탑이 이루어낸 성 과다. 모든 시선을 태원 지부로 돌려놓 은 완벽한 전략이었다.
“지금쯤 가주께서 도착했을 테니, 남 궁세가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자네의 말대로 이번 작전은 우리로
서도 만만치 않은 출혈이 필요했네. 아, 비아냥거림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게. 총관의 전략으로 인해 나도 꽤나 난처 했었으니까.”
팽자겸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불길 한 감정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본가를 버리고도 저리 태연하기란 어렵다. 그 렇다면 미리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설마?”
“이러지 말게.”
플랜 日는 혁리무군이 오랜 세월에 걸 쳐 완성한 전략이다. 오대세가 내 힘의 균형을 하나로 융합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남궁세가로서도 모험을 결행해야 한다. 세가를 버려야, 오대세 가의 중추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렇기 에 최후의 수단이었다.
태원으로 간 권패와 무력대가 무너지 지만 않았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전력 손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전 력을 잃게 된다면 팽가를 제압한다 해 도 오대세가를 하나로 묶지 못한다. 남 은 세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전력을 잃 은 남궁세가를 인정하진 않을 테니.
“가문까지 버리다니, 제정신이 아니구
나!”
“그렇다면 자넨 어째서 도망을 치려 했나?”
가문의 터전이 중요했다면, 여기서 결 사항전을 해야 했었다.
팽자겸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비 밀통로를 찾았다. 가문의 터전이 상징 성이 있기는 해도, 사람이 없다면 무용 지물이었다. 남궁세가는 그 점을 간파 하고 승부를 결정지을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이런 수를 쓸 줄이야!’
전력을 잃기는 했어도 남궁세가가 유
리하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다. 그럼에 도 결정을 보다 더 빨리 내렸다. 팽자겸 은 세가가 남궁세가를 넘어서지 못한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남궁세가 의 결단력이 훨씬 뛰어났다. 승부처를 아는 승부사다.
빠드득!
팽자겸은 이가 부서져라 악물었다. 이 자리가 자신의 무덤이 되리란 건 부정 하기 힘들다. 구차하게 삶을 연명하기 보단 세가의 직계로서 당당해야 했다. 하물며 오늘의 일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을 거다.
“가주께서 오늘을 기억하실 것이다!”
“그건 살아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겠 지, 설령 살아 온다 해도 온전하진 않을 테지만. 후후후후!”
“혹시?”
“대파멸진을 팽가만 알고 있는 거라 고 보나, 우리도 기관진법을 꾸준히 연 구했네. 하물며 가문의 터전을 내주는 데 공짜로 줄 수 있나. 성대한 잔치가 될 테니, 기대하게.”
“……안 된다! 이 찢어 죽일 놈들!”
팽자겸의 평정심이 완전히 무너져 버 리고 말았다. 귀성의 뜻대로 된다면 팽 가는 모든 걸 잃어버린다. 남아 있는 거 라고는 태원에 보낸 전력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어째서!”
“가십시오. 저희들이 막겠습니다!”
맹호십도가 귀성과 남궁세가의 무인 을 가로막았다. 이렇게 된 이상 총관만 이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뜨금!
섬광이 번뜩였다.
팽자겸을 보호하고 선 맹호십도의 일 호, 장경의 동공이 흐릿해진다. 이어서 목 부위에 붉은 실선이 수평으로 그어 졌다.
스륵, 데구르르르르!
단면의 마찰력이 제로가 되듯, 장경의 수급이 미끄러지듯 떨어져 내려 바닥을 허무하게 구른다. 채 감지 못한 장경의 두 눈은 죽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 다.
부르르!
팽자겸은 장경의 죽음보다 그 앞에 나타난 자를 보고 몸을 떨었다.
“?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