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90화 (390/500)

제 6장

포식자 (1)

말끔하게 정리된 장원, 밤사이에 전투 가 벌어졌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아 름다운 장원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평온함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아!

이극과 하북삼도는 망연히 지켜보고 있었다. 해가 중천으로 떠올라 장원을 비추어 아름다움을 발산하지만 밤사이 벌어진 참상은 잊히지 않았다.

‘우리가 대체 뭘 본 거야?’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야 마땅하거늘!’ 남궁세가의 정예를 상대하고도 희생 자는 한 명도 없다. 눈 뜨고 차마 보기 힘든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이 자행되 었다.

‘권패를 가지고 놀았어!’

‘우리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구나!’

하북삼도는 느끼고 있었다. 남궁민은

자신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강했다. 그 런 권패를 흑금단주는 가지고 놀다시피 우롱한 후 망설이지 않고 죽여버렸다. 가주조차 그럴 수 있다 장담하기 어려 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우리가 무엇을 불러들인 거지?’

하북삼도도 복잡한 심정이지만, 이극 은 더했다.

그들보다 많이 겪어봤다고 여겼거늘,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만큼 흑 금단주는 파격적인 존재였다. 하물며 그가 데리고 온 흑금단과 마녀까지 범 상치 않았다.

“다들 여기서 뭐해, 점심 안 먹어?”

≪..2”

습격한 남궁세 가를 도륙해버렸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정우의 평온함에 하북삼 도와 이극은 소름이 돋았다. 그에게 있 어 남궁세가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한 줌도 되지 않는 명성에만 의존한 버 러지가 되어버렸다. 같은 중화인으로서 울컥해야 마땅한데, 그러기에는 상대가 지나치게 위험하다.

“당신의 정체가 뭡니까?”

“뜬금없이 웬개소리야. 날 몰라?”

내가 그럼 투명인간이었어?

여태 함께했으면서 정체를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 거야. 답을 얻길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참고 로 지금까지 말 안 했으면 앞으루.두 하 지 않을 확률이 컸다. 은막 속에 감추어 진 실세로 봐주면 고맙겠다.

“그 무력은 정상이 아닙니다!”

“그게 뭐가 중요해, 언제부터 세상이 정상이었다고. 격변 이후로 모든 게 다 정상은 아니잖아. 헛소리 그만하고 밥 이나 처먹어.”

장원의 식당으로 가는 정우를 조심스 럽게 뒤따라오는 하북삼도와 이극이었 다. 반감이 강했던 하북삼도는 더 이상 흑금단주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되었 다. 만일 그가 없었다면 아침에 떠오르 는 여명을 다시 볼 수 있었을까? 회의 적이다. 그것을 알기에 돌이키지 못한 다.

‘가주는 우릴 버렸다!’

남궁세가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정예 를 보낼 거란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럼 에도 이렇게까지 막강한 화력을 쏟아 부을 줄은 몰랐다. 살아 돌아오지 못할 사지로 보낸 가주의 결정에 치가 떨린 다. 차라리 가문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이제 와 가주를 따르기도 어렵게 되 었다. 3공자를 선택했고, 세가에 연락했 다. 후일 연락한 내용과 다르다는 걸 가 주가 안다면, 무사하기 힘들었다.

“웬일이야, 날씨 참 좋네.”

날씨 타령을 하면서도 까는 소리를 하는 정우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까 는 재주 하나는 일품이었다. 장점을 보 기보다 단점부터 보기에 껄끄러운 존재 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비관적이라고 욕해도 할 말은 없다.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노는구나!’

이극은 흑금단주의 한량 같은 모습마 저도 위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깊이 실감했다. 저 모습만 보고 판단을 해선 안 되는 위험 인물이다.

“아, 그리고 연락은 했겠지?”

“그렇습니다.”

“그녀에 대해서도?”

“지시하신 대로 전했습니다.”

“같은 편이라서 안심이야.”

“감사합니다.”

하북삼도는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정 우의 명대로 세가에 연락을 보냈다. 대 부분은 사실에 근접했고, 약간만 비틀 어주었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다. 세 가는 그들의 전부다. 작금의 선택이 과 연 올바른 것인지, 살기 위한 궁여지책 이란 죄책감이 들었다.

“걱정 마, 가문은 남겨둘 테니까.”

“진심이십니까?”

여기서 그딴 걸 왜 묻지?

참 할 짓 더럽게 없다. 국가도 다르고, 문파도 다르고. 성질도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신뢰가 될까? 설령 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편이야, 이런 나한테 확답을 받고 싶어?”

“그래도 해주십시오!”

“알았어.”

하북삼도는 안심이 되었다.

별거 아니었고, 신뢰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안도감이 먼저 든다. 밤사이 벌 어진 충격적인 장면이 신뢰를 강요하고 있었다.

“잡부 하나가 빠져나갈 거야, 내버려 둬.”

“알겠습니다.”

이극과 하북삼도는 흘려듣지 않는다. 별거 아닌 것도, 시간이 지나면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버리곤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지?’

‘감을 잡기도 어렵구나.’

태원 지부에서 연락이 왔다.

팽가에서는 긴급하게 회의가 열렸다. 가주는 여전히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다. 총관의 주도하에 열렸다.

“사실이오?”

“영상과 함께 보내왔습니다.”

팽자겸의 확답에 장로와 원주들은 놀 람을 감추지 못했다.

권패와 적백검만 해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거늘, 귀창대와 전검대까지 격멸 하다니. 세가의 역사에 기록될 쾌거였 다. 이로써 남궁세가가 받을 타격이 상 당할 수밖에 없다. 전력대결에 많이 밀 린다는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킬 기회가 찾아왔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희망적이다.

“과연 가주께서는 심기가 깊으시오. 우리가 미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했소 이다.”

“총관이 왜 그렇게 반도의 오랑캐를 포섭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는구려.”

금강문과의 협상은 가주와 총관의 주

도로 이루어졌다.

인정을 하면서도 장로들은 그것을 탐 탁지 않게 여겼었다. 반도의 오랑캐를 끌어들일 필요까지 있는지에 대해서 물 음표였던 것이다. 하지만 태원 지부에 서 남궁세가를 격퇴한 이상, 완벽한 협 상이었다.

“한데 무슨 수로 침입을 막은 거요?”

“금강문은 기간트를 보유하고 있었습 니다. 그것도 열 대나.”

“호오, 기간트를!”

무인으로서 신병이기에 기대는 행위 를 좋게 보진 않지만, 최종병기로 평가 를 받은 기간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간트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막강한 화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세가 로서도 기간트를 보유할 필요가 더더욱 강해졌다.

“전검대와 귀창대를 격멸할 전력이라 면, 금강문과 재차 협상을 해서라도 기 간트를 얻어내야 합니다.”

“맞습니다. 시대에 뒤처져선 안 됩니 다.”

“최소한 기간트의 설계공법이라도 배 워야 합니다.”

팽자겸은 드러내지 못했지만 속이 편

치 않았다.

금강문이 기간트를 가지고 있을 거라 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명백한 변수였 다. 후일을 대비하려면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는 지나치게 좋았다.

“이렇게만 된다면 총관의 전략은 반 드시 통할 겁니다.”

“제아무리 남궁세가라고 해도 이번에 는 속을 수밖에 없을 거요.”

“검이 우위에 있다고 떠벌리는 놈들 에게 도의 무서움을 각인시켜 줄 때요.”

“도야말로 만병지왕이지요.”

도쟁이와 검쟁이의 설전은 탄생 이후 로 계속되어 왔다. 외날과 양날의 투쟁 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 중국, 일본이 각자 우위에 있다고 설치고 있는 맥락 과 비슷하다.

‘절호의 기회이거늘, 왜 이렇게 불안 하지.’

팽자겸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쨌든 전략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 세가의 전력을 분산하고, 우회하여 목 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를 대비해 서 만들어놓은 안가汝家)에 도착하면 곧장 전략을 실행할 것이다. 2공자는 이 미 세가에서 나온 상태다. 아직은 3공 자에 대해서 모르지만, 알게 된다면 조 급해할수있었다.

“한데 가주께서는 괜찮으신 거요?”

“곧 연공실에서 나오실 겁니다.”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목을 분 산시켜야 한다. 태원 지부는 그 일을 아 주 잘 실행하고 있었다. 더 지원이 필요 하지 않았다. 만약을 위해서 세가에 남 겨둔 무력을 안휘성으로 보낼 여력이 생겼다.

“우린 계획대로 움직이겠소.”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이 났다.

모두가 나가고 총관만이 회의실에 남 았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 달 리 그는 심각해 보였다.

“권패를 제압할 만큼 강할 줄이야.”

혹금단주가 최소한의 전력으로 남궁 세가의 힘을 소모시켜 주기를 바랐다. 힘에 부치면 어느 정도 지원을 해줄 요 량이었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세 가의 희생도 불가피했다. 그만큼 남궁 세가와의 싸움은 힘든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전력의 소모 없이 태원 지부를 지켜냈고, 남구세가의 핵심 전력 중 일 부를 무너뜨렸다.

“너무 강해.”

태원 지부는 적당한 선에서 무너져야 한다. 그래야 명분도 생기고, 빈틈을 요 격할 수 있다. 그런데 태원 지부가 지나 치게 굳건했다. 흑금단주는 보기와 다 르게 영악한 자다. 그가 돌아가는 사태 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계획을 알고서 응했다면 확신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전쟁이 끝난 이후의 상황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나,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마련이 지.”

본인의 힘을 지나치게 믿고 있다는 걸, 팽자겸은 파악했다. 그것이 부메랑 이 되어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 해서는 혹금단주와 혹금단을 따로 떼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단, 사냥은 마저 끝을 내야 했다.

태원 지부에서 일어난 사태를 전달받 은 남궁세가는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다.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 보를 파악했을 때만 해도 믿음은 가지 않았다. 거짓 정보라고 치부해도 이상 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 기도 안차는군.”

태원 지부의 공격에 찬성했던 수뇌부 는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참상이기 때문이다. 격전을 벌여 서로 피해를 봤다면 납득이라도 가지, 일방적으로 당하고 말았다. 세가 의 전력 3분지 1을 쓰고도 이렇다면 전 략의 완벽한 실패였다.

“제대로 한 방 먹었군.”

남궁천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오싹 한 한기가 회의장 안을 감돌았다. 평소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그조차 심 적인 타격이 컸다.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부터 팽가는 이런 상황을 예측 하고, 허허실실의 계책을 쓴 게 분명합 니다. 이는 제대로 예측해내지 못한 저 의 책임입니다.”

보고에 의하면 알려진 정보보다 흑금 단이 강했고, 팽가의 주요전력이 포함 되었다고 한다. 세가의 전력이 안휘성 에 집중하도록 만든 후, 산서성을 완벽 히 장악하려는 것이다. 처음부터 세가 를 습격하려던 계획은 없었을 수도 있 었다.

“우리가 팽가의 심장을 요격한다면?”

“쉽지 않습니다. 대비하고 있을 공산 이 큽니다.”

팽가의 전력이 세가보다 아래에 있다 고는 하나, 하북성은 팽가의 전장이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물며 태원 지부는 정보를 통제하고 있었다. 정보가 새어 나간 정황을 모르 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란 말 인가?”

“아닙니다.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야합니다.”

“이용하라고?”

“가주께서 움직이는 겁니다.”

“플랜 日를 말하는 것인가?”

“전력손실이 큰 만큼, 최소한의 희생 으로 끝을 내야 합니다.”

“그런 것치고는 크지 않나?”

“이때를 위해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 까.”

귀성의 계책에 남궁천의 미간이 좁혀 졌다. 자신은 남궁세가의 핵심이다. 가 문을 나서는 즉시 팽가는 세가를 노릴 것이다. 실상 플랜 日는 오래전부터 계 획되어 왔고, 꾸준히 준비해 왔다. 하지 만 결행을 하려면 남궁세가의 상징을 내놓아야 했다.

그 점이 마음에 걸리는 남궁천이었다. 하나 이대로 전쟁을 지속하면 피해는 피해대로 늘어나기만 한다. 결단을 내 려야 할 때다. 팽가보다 우위에 있다고 는 해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 자신하기 어렵다.

“시간 싸움이 되겠군.”

“그렇습니다.”

권패를 보내고도 패배했으니, 전력 손 실을 뛰어넘어 명성에 치명타였다. 현 재의 흐름을 뒤집기 위해서는 승부를 띄워야 한다.

“좋다, 결행하라.”

“예, 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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