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금강문의 위엄 (2)
맹호십도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었 다. 극도로 조심스러웠으며, 흑금단주가 다가오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를 바라보는 흑금단의 누구도 이상
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극히 당연한 태도였다. 단주 앞에서 멋무5-.고 설친 대가치고는 싸게 먹힌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맹호십도를 대하는 혹금단의 태 도가 오히 려 싸늘하다.
‘저놈들이!’
‘ 어쭈!’
맹호십도도 자신들을 탐탁지 않게 바 라보는 혹금단의 분위기를 읽었다.
흑금단주에게 호되게 당해 체면손상 이 이만저만이 아니기는 해도, 일개 단 원들까지 무시하자 화가 치밀었다. 당 연히 곱지 않은 시선의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뭘 꼬나봐.”
“말?이면 단 줄 아느냐!”
“병든 닭처럼 골골거렸던 놈들이 그 새 기가살았네.”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지껄이면 어쩔 건데.”
흑금단이 기세를 드러내자 맹호십도 의 안색이 바뀌었다. 결계를 칠 때의 움 직임이 보통이 아니기는 했지만, 예상 치 못한 기도였다. 그뿐이랴, 대가리 수 도 많다. 어느새 흑금단은 100명이 되 어 있었다.
두둥!
개개인의 기도도 만만치 않은데, 기세 가 응집되자 공간 전체를 장악해버리는 혹금단이었다. 단주를 제외하고는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움찔!
맹호십도는 혹금단의 범상치 않은 기 세에 위축되고 말았다. 패기만으로 어 찌하기에는 압박이 상당했다. 일개 단 원이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는. 단순히 주인만 믿고 설치는 놈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알다시피 우린 한 몸이라서, 크크
크!”
웃고 있는 흑금단의 눈빛이 사악했다.
다구리에 최적화를 이룬, 양학전문가 는 항상 약자한테 최강이었다. 자신들 보다 약하면 더더욱 최적화를 이룬다. 언제든 합공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혼 자서 설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 다가 죽기라도 하는 날엔, 배 아파서 일 상이 괴롭다.
크윽!
짓누르는 거대한 압박에 맹호십도의 육신은 땀으로 번들거렸다. 장난이 아 님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맹호십도는 무력은 물론 수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 는다는 걸 깨달았다. 열 명이 한 몸처럼 움직여봤자, 흑금단은 100명이 한 덩어 리가 되어 압박하고 있었다.
“그만……
“병신.”
맹호십도는 모멸감과 수치심에 치를 떨었다. 그럼에도 싸우자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혹금단의 눈빛이 정상적 이지 않았다. 미친놈들이 분명했다. 건 드렸다가는 험한 꼴은 따 놓은 당상이 었다.
혹금단이 물러서고 얼마 뒤.
맹호십도가 분노를 다스리고 있을 때 였다. 그 앞으로 색색의 쫄쫄이를 입은 자들이 다가왔다. 금강문의 문도들과는 생김새부터 달랐다. 양아치처럼 생긴 흑금단하곤 또 다른 부류였다. 솔직히 금강문에 왜 이런 자들이 있는지 의구 심부터 들었다.
“저.”
“뭐냐?”
“하북팽가의 비밀병기라면서요.”
이건 뭐, 동네방네 다 떠들고 다니나.
비밀병기가 왜 비밀병기이겠는가. 겉 으로 드러나지 않았기에 비밀병기라 불 리는 것이다. 한데 지나가는 개나 소나 다 알고 있으면 그게 비밀병기라고 할 수 있나. 그냥 병기지.
이런 병기 같은 일이!
이제 와서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도 우습게 된 현실이다. 흑금단의 기세에 압도되어 싸워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마당이다.
금강문에 와서 되는 일이 없는 현실 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게 너희들과 무슨 상관이지?”
“저희들은 흑금단주님의 비밀병기거
든요.”
응?
헐!
맹호십도의 표정이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금단주는 괴물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절대무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이 놈들을 봐라, 평생 방에서 나오지 않고 홀로 살아갈 게임페인들처럼 생겨 가지 고, 흑금단주의 비밀병기라고 태연히 지껄이고 있었다. 사람의 외양만으로 전부를 평가해선 안 된다고는 해도, 색 색의 쫄쫄이는 정말 아니지 않은가.
‘흐한판 뜨시죠.”
“..2”
이 망할 놈의 문파는 한판 뜨자는 게 유행어인가!
동네방네 소문이 났다고, 이젠 동네북 이 되어가고 있는 맹호십도였다. 아무 나 와서 막 두드리고 있었다. 팽가에서 라면 상상도 못 할 경험을 하고 있는 그 들이다.
존재감 제로의 캥거루족처럼 생긴 놈 들에게까지 무시당하고 가만있을 그들 이 아니기는 했다. 가급적 흑금단주가 약속한 대로 내일 조용히 가려고 했는 데, 사고 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후회할 텐데, 괜찮겠느냐?”
“주군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해서 요. 우리 같이 병기로서 최선을 다해보 자고요. 헤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을 것 같지, 주 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귀엽게 생 긴 소녀라도 참지 못할 만행이다.
“좋다,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해 주마!”
“고마워요, 참 좋은 분들이시네요. 흑 금단 아저씨들은 까칠 하신데.”
실드는 진정으로 고마워했다.
대결이 시작되고, 30분.
누군가에겐 영원히 기억되는 순간이 되었다.
하악, 하악!
숨이 차서 말조차도 하기 힘들었다. 내외공을 이렇게까지 끌어다 쓴 적이 있었을까? 자칫 본원진기마저 모조리 다 발산해버릴 뻔했다. 아무리 공격을 해도 무너지지 않았다. 이토록 완벽한 방어가 있을 수 있을까? 저놈들은 방어 의 천재가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놈 들은 숨조차 헐떡이지 않고, 땀 한 방울 홀리지 않았다.
“……이럴 수가!”
“기분 좋은 대련이었어요. 헤헤.”
상큼하게 웃으면서 돌아서는 실드의 뒷모습을 맹호십도는 망연히 지켜봐야 했다. 대수롭지 않아 하는 실드의 태도 는 명백한 부조리를 나타내었다.
“역시 혹금단 아저씨들밖에 없다니 까.”
“100명으로 하자.”
“이번엔 150명 어때?”
“힘들 것 같은데.”
“해보면 알겠지.”
듣고 싶지 않은 대화였다. 맹호십도는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저놈들이 대 체 뭔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만약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면 저들 다섯이 100명의 흑금단과 맞먹 는다는 소리가 아닌가. 대결을 하기 전 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로 치부하겠지 만, 저놈들의 비정상적인 방어력을 상 기하면 될 것 같기도 해 환장하시겠다. 금강문에 소속된 무인들은 하나같이 정 상적이지가 않았다.
허탈한 그들은 깨달았다.
‘강해!’
진짜 강하다.
금강문의 저력에 소름이 돋았다. 이만 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니, 세가를 대하 는 태도가 오히려 이해가 되었다. 반도 의 오랑캐라고 폄하했던 지난 시간들이 무겁게 다가온다. 저들은 결코 그리 대 해선 안 되는 자들이었다.
금강문과 협상을 한 이상, 반드시 우 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자칫 돌 아서서 적이 되어버린다면 세가는 남궁 세가보다 더한 최악의 적을 만드는 꼴 이다.
‘세경 아가씨를 줘서라도.’
맹호십도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자신 들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륙의 무인이라는 자부심은 사라져 버렸다. 신성, 그딴 게 대체 무슨 소용 이란 말인가. 세상은 넓고, 대륙도 그 안에 포함된 일부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맹호십도는 인정하면서도 비참한 현 실에 자괴감을 느꼈다. 이럴 줄 알았으 면 금강문에 절대 오지 않았다.
“애들 기를 죽이고 그러냐?”
“죽여 달라잖아■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팽가의 총관이 의도적으로 보낸 게 분명해요.”
팽가의 총관은 정우의 전투력을 확인 했다. 팽우진을 일방적으로 이긴 정우 에게 신성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설득 력이 떨어진다. 무력 검증을 위해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팽가에 흐르고 있는 반도 무림에 대한 편협함을 깨려는 의 도가 다분했다.
젊은 층은 패기가 강한 만큼, 분위기 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 석가장 의 사업에 금강문과 협조하면서 남궁세 가가 개입할 명문을 제공했다는 반감이 컸다. 이를 억누르기 위해서 금강문의 힘을 직접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거, 우리 총관보다 똑똑한데.”
“김 총관님도 훌륭한 분이세요.”
“어째, 더 고생하라는 말처럼 들린 다.”
“저는 아직 부족해요.”
“네가 부족하면 세상 사람 전부 자괴 감 느낄걸.”
이호극은 정우가 협상 후 즉시 떠날 줄 알았다. 웬걸! 자기 할 거 다 하고, 늦장 제대로 부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역시도 팽가의 속을 태우기 위한 일 환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자신의 속도 까맣게 타고 있다는 거다.
“이러다가 카드 정지되는 거 아니냐.”
“아시면서, 제 정보력을.”
“알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하 잖아.”
“협상도 전략이 필요해요. 무조건적인 신뢰는 이 세상에 없거든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서는 전략적인 선택도 해야 한다. 이는 문파를 넘어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 국의 정확한 목적을 파악할 필요가 있 다. 이를 모르고 단순히 우방국이기에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건 멍청함을 과시 하는 꼴이다.
과거와 달리 현대는 정부의 사탕발림 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한발 앞선 준비를 해야 마땅하다. 한데 현실은 통수는 통수대로 다 맞고, 이득 은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중립 외교는커녕, 차라리 한쪽에 힘을 실어 주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무게를 좀 실어줄 필요도 있고요.”
“팽가가 불쌍하구나, 너의 이런 속셈 을 무.己고 있으니.”
“전 본문을 위해 최선을 다할 분, 팽 가는 알 바 아니거든요.”
“그렇더라도, 내 카드는 신경 써라.”
“아무렴요.”
맹호십도는 팽가의 2공자를 지지하고 있었다.
대공자가 죽어 다음 수순은 2공자가 나서야 한다고 보았다. 물론 장자승계 를 목적으로 하진 않았다. 그간 3공자 는 금강문에 호의적이었고, 앞으로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금강문 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2공자는 이 를 발목 잡고 3공자를 견제해왔다. 맹 호십도는 그런 팽가의 젊은 무인들 사 이에 흐르는 감정적인 대립을 대표했 다.
“흔들어놓겠다는 심보구나.”
“전면에 나서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분란은 악화되겠죠.”
“온전한 모습을 보여야겠지.”
“일어설 수 있으면요.”
정우는 이극을 통해 팽가의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확실히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는 사
람은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었다. 궁지 에 몰릴수록 자기 살길 하나는 확실하 게 열어놓았다. 팽가의 총관이 정부를 틀어쥐고 있다 해도, 이극의 눈과 귀를 속이기는 어려우니 더더욱.
이유는 또 있다.
남궁세가가 산서성에 확실히 개입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빠져나갈 구 실이 사라진다. 사전 포석을 깔아놨으 니, 후일 써먹을 감정싸움의 명분도 사 라지게 될 테니까.
“준다고 아무거나 막 먹으면 토해낼 때 괴롭지요.”
“대체수를 얼마나 쓰는거냐?”
“많다고 해도 결국에는 하나로 귀결 이 될 겁니다.”
“그야 그렇지만, 체하겠다.”
정우는 굳이 °1심을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지 않았다. 누구의 야심이 더 큰 지를 이번 전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 다.
“대륙은 제게 맡기고, 문주님은 하시 던 거나 마저 하세요.”
“숨통이 막히는구나.”
이호극은 A4용지를 찢어발기고 싶지 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했다. 이 걸 어느 세월에 외울지 벌써부터 짜증 이 밀려온다.
“백금단의 훈련 강도를 높여야겠다.”
“원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