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75화 (375/500)

제1 장

창당 (1)

우리나라의 정당 수는 30개 안팎에서 왔다 갔다 한다. 작은 나라에서 꽤나 많 은 당이 난립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는 숫자에 불과하다. 진보, 보수, 중도 로 구성되는 주요 당은 3개를 넘지 않 는다. 2개의 거대 여야로 구성이 되며, 국회의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남은 20개 이상의 정당은 구색만 갖추 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이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일반 사 람들은 거의 모른다. 거대 정당 2개만 남고, 그 안에서만 경쟁을 한다. 그들만 의 리그라고 해도 틀리진 않다.

거대 정당의 입장에서 신당이 생긴다 고 해서 신경이나 쓸까? 실상 관심의 대상과도 거리가 멀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돈만 쓰다 사라져 버릴 거라고 본다.

이는 대중의 시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얼 마나 있을까? 후보의 공약을 세세히 파 악하고, 정확히 검증을 한 후 봅는 경우 는 흔치 않다. 당장의 인기와 추세, 감 정적 호소, 지역 간 대립, 정당의 규모 에 의해서 결정이 나곤 했다. 속된 말로 저 사람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뽑는 경우도 많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해다.

구태의연했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 운 기치를 내세우는 건 정치의 기본 정 석이다. 나라와 당의 쇄신을 목표로 하 여 표심을 끌어오려고 한다.

최선의 민주주의는 후보 본인의 신념 과 정치철학, 개혁방안을 설명하며 치 열한 토론으로 완성되어야 하나, 현실 은 네거티브를 통해 상대방을 검증으로 박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하면 정당하고, 남이 하면 불의. 이런 부정적 인 네거티브가 선거의 좋지 않은 선례 라는 걸 사람들도 안다.

그러나 알면 뭐하나, 대부분은 팔랑 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선동이란 참으로 무섭다. 확고했던 마

음도 지속적으로 듣다 보면 나도 모르 게 빠져드니. 이래서 북한 사람들을 멍 청하다고 욕만 해선 안 되는 거다. 그들 이라고 그러고 싶겠나. 당장의 선동에 도 흔들리는데,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 다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건 당연했다.

그렇다 해도 북한이 주적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총선과 대선으로 한 해가 시끄럽다.

지난 정부의 잘못을 바로 세우기 위 해 새 정부를 새워야 한다는 국민의 목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두 거대 정당은 민심을 판단하는 데

역풍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정치 이외에는 뛰어난 사람도 정치구단 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정치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한 다. 그러나 현대의 정치는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옳고 그름이 아닌, 정당의 정치와 맞물린다.

-금강문주가 당을 만들었네.

-금강무적당? 이거 당 맞아! 무림명 아냐?

-자기 이름 그대로 썼네, 딱 맞잖아!

-와, 반전 쩐다!

-크고 단단한? 난 아니네.

-후후!

?웃지 마, 새꺄. 너도 아니니까!

-정치가 장난이야, 좀 유명해졌다고 별짓 다 하네

■좀이냐? 금강문주를 모르는 사람 있 으면 나와보라고 해!

-나, 모른다!

-병신!

여론은 갑론을박으로 뜨겁게 달아올 랐다.

거대 정당은 총선과 대선 후보 선정

으로 판을 키우고 있던 와중, 쏙 들어갔 다. 모든 인터넷 실검에 금강문주의 신 당창당에 대해서만 올라왔다.

기존 정당은 관심도를 비껴가도록 여 론을 조작하려고 하지만, 어림도 없는 짓이다. 금강문주가 해온 과거의 이력 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실검 졸라 깨끗하다, 이럴 수도 있는 거냐?

-너 같으면 금강문주에 대해 헛소문 을 날리고 싶냐!

-깝죽거리다가 뒈지는 수가 있지!

-하긴, 우리 금강문주님에게 홈집은 없으니까, 진심!

-잘못 건드리면 패망한다는 걸 모르 지 않지!

언론에서도 금강문주는 건드리질 못 했다.

자칫 거짓 뉴스를 만들었다가 금강문 주가 찾아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 질까? 사실을 근거한 내용으로 뉴스를 만들어야 했다.

알력도 무섭지만, 금강문주의 죽빵도 무서웠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 실은 금강문이 여태까지 벌여온 이력이 있었다. 도해문을 박살내고, 사방신 길 드를 무너뜨렸다. 그들과 연관된 모든 자료가 금강문에 있었다.

만일 금강문주를 이유 없이 모함하거 나, 거짓 소문을 양산해낸다면 과연 남 아날 세력이 있겠는가? 지금도 금강문 이 폭탄을 날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 고 있는데. 그 안에서 자유로운 사람과 세력만이 금강문주에 대한 온전한 평가 가 가능했다.

-이건 뭐, 미담의 왕자신데!

실은 금강문이 여태까지 벌여온 이력이 있었다. 도해문을 박살내고, 사방신 길 드를 무너뜨렸다. 그들과 연관된 모든 자료가 금강문에 있었다.

만일 금강문주를 이유 없이 모함하거 나, 거짓 소문을 양산해낸다면 과연 남 아날 세력이 있겠는가? 지금도 금강문 이 폭탄을 날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 고 있는데. 그 안에서 자유로운 사람과 세력만이 금강문주에 대한 온전한 평가 가 가능했다.

-이건 뭐, 미담의 왕자신데!

-왕자라니, 황제라고!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분이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 이건 조작이라고!

-너 큰일 났다. 아마 오늘 찾아올걸. 다시 지껄여봐!

...?

-병신 같은 키보드 워리어들, 부모님 은 안녕하시냐!

-부모님은 건드리지 마라!

-와, 그 와중에 효자야!

금강문주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지만,

홈을 잡기 어려웠다. 잡으려고 해도 청 정지역처럼 깨끗하기만 했다. 그간 해 왔던 전력이 부각되면서 금강문주의 인 기는 더더욱 높아졌다.

시기적절한 방송 출연으로 금강문주 는 친근함까지 갖추게 되었다. 신당의 이념도 단순하지만, 호쾌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당원 모집이 시행되었다.

몰려든 인파가 상상을 초월했다. 당원 가입은 5개의 시도에서 천 명씩, 5천 명 이면 된다. 한데 모집 기간 동안 삼백만 이 몰렸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이었다.

홍보라고 해봤자 날짜와 시간, 장소만 통보했을 분인데, 인파로 북적였다. 혹 시 사람을 쓰거나, 차떼기를 한 게 아니 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모인 사람들 의 입이 진실을 밝혔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이이? 보수와 진 보의 거대 정당도 아니고!

-민심이 누굴 원하는지 극명하게 나 온 거지

-월차 내고 온 사람도 있다던데, 장난 아니다!

-기존의 정치가 얼마나 무능했는지를 보여주는 선례지!

-한때의 유행이야, 저게 얼마나 갈 거 같아

-금강문주도 어차피 기득권이라고, 우리 같은 서민을 대표하진 않아!

금강무적당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당의 창립과 동시에 각 시도의 총선 후 보자를 냈다. 이어서 금강문주는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고 발언했다.

정계는 커다란 파장을 예고했다.

원인은 금강문주가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다.

-정치는 언변도, 계산도 아닌 신념이 다.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희생정신이 필요할 때다. 해서 앞으로는 책임을 엄 중히 묻겠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경 우가 없다지만, 그 먼지에 대한 책임을 깨닫게 해주지.

정중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그간 많 이 해 처먹었으니까, 이제 그만 작작 해 라, 아니면 털어서 나오는 먼지 수만큼 처맞을 거라는.

명백한 협박이었다.

이처럼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여태 보지를 못했다. 본인도 먼지가 묻을 수 있기에 이리저리 빙빙 돌렸던 정치인의 언변에 질렸던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 비였다.

정당의 수뇌부가 비밀리에 회합을 가 졌다.

그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되었다. 자신들만의 싸움인 줄 알았는 데, 전혀 생뚱맞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졸지에 각 정당들은 낙동강에 서 부활 실패한 오리 알이 되어버렸다.

“이러다가 자리 싹 다 날아가는 거 아 니오.”

“설마 그러기야하겠습니까.”

“어허, 이 사람! 금강문주를 보통 사 람으로 봐선 안 되네!”

“어차피 똑같은 사람입니다. 지금은 그런 척을 할 분이지요. 속내를 어찌 다 알겠습니까!”

자신들은 아닌 척하지만, 다들 속으로 는 뜨끔했다. 지금의 열기가 단순하지 않음을 모르지 않았다. 자칫 가지고 있 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답답했다.

당장 뭘 하려고 할수록 난관의 연속 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상대는 유니크 의 최강자 불패금강이다. 법적인 잣대 를 들이대기도 쉽지 않은 불문율과 같 은 존재다. 국력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 는 최종병기거늘. 솔직히 법적으로 처 벌이 가능하기는 한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럼 이대로 뻔히 눈 뜨고 지켜보자 는거요!”

“아니면 그쪽에서 한번 나서보시지

요.”

입 잘못 놀리면 삼대가 망한다고 했 다. 하물며 금강문주는 삭초제근을 언 급했다. 그 앞에서 큰소리 낼 사람이 얼 마나 될까. 쌍방과실도 산다는 보장이 깔려야 하지, 죽는다는 걸 알고 달려들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 뜻이 아니지 않소, 다 같이 살아보자는데 꼭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 야 합니까!”

“뾰족한 수가 없으니 그렇지요.”

금강문주를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역풍을 맞기 딱 좋았다.

한마디로 고양기 목에 방울은 달아야

하는데, 달 사람이 없었다. 명분이라도 있으면 그림을 만들어보기라도 하겠지 만, 금강문주의 뒷조사를 하면 할수록 암담했다. 이토록 깨끗한 인간이 있나 싶을 지경이다.

“권력을 이용해 청탁이나 자리를 알 아봐 줬다면 모를까.”

“사업체도 없고, 연관된 업체들도 털 기가 힘듭니다.”

“먹는 것 빼고, 아무것도 없으니 이걸 대체 어떻게 하지.”

“그렇더라도 식비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이 처먹는다고 타박하게

요!”

무문의 경비처리에 들어가지 않는 항 목이기는 한데, 회계처리가 지나치게 완벽했다. 국세청에서도 올해의 우수 납세자와 납세문파로 금강문을 선정했 었다.

주변에서 유혹을 해도 단칼에 거절해, 찔러볼 거리를 만들지 않았다. 인간관 계도 굉장히 협소한 축에 속해서 연줄 을 만들기도 어렵다. 약점을 잡기는 불 가능하다. 막말로 금강문주와 척을 지 고 싶은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다.

“우리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힘든 험

로요, 그러니 다들 신중히 해야 합니 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는 거요. 그러 다 그가‘ 대통령이라도 되면, 그땐 어쩌 시려고요.”

“설마요, 우리의 변하지 않는 텃밭이 있는데.”

“모르는 소리 하지 마시오. 이게 한순 간의 인기로 보입니까!”

사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말 을 못했다.

설마 하는 일이나, 가능할지도 모른다. 총선에서 승리하고, 의석수를 바탕으로 대선까지 쭉쭉! 밀고 나간다면 정치 역 사에 길이 남을 진기명기가 펼쳐질 것 이다.

대한민국의 정당정치가 시작되고 최 악의 위기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간 나눠 먹고, 돌아 먹고, 에둘러 먹 었던 단물이 모조리 다 빠지게 생겼다. 나랏돈이 우리 돈이거늘, 참으로 암울 하다.

‘망할, 우리 당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 도 데려왔어야 했어!’

‘뒤통수 제대로 맞았구나!’

‘태풍이 지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단

말인가!’

표정들이 좋지는 않지만,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자들이다.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정치인들을 안 주 삼아 물고 뜯지만, 실제로 그 앞에 있으면 암말도 못 한다. 그들은 그런 존 재다.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 최 후를 위해서라도 대비를 해놔야 했다.

“무문은 어려우니, 길드를 포섭해야 합니다.”

“당장은 그것이 최선이겠군요.”

금강문주는 무문연합의 수장이며, 막 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 창설한 무력단의 지휘도 그 아 들들이 맡았다. 아들을 무력단의 단주 로 꽂아 넣은 것에 태클을 걸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모두가 공개된 자리에 서 실력을 드러냈다.

유니크 연합을 움직이기도 힘들다.

정부에 소속된 유니크 연합을 움직였 다가 잘못되면 더 복잡해진다. 무엇보 다 유니크 연합은 금강문에 관해서는 나서기 껄끄러워하고 있었다. 켕기는 게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결국 남 은 두 개의 길드를 포섭해 최후의 방어 선을 구축해야 했다.

“그렇게나 많이 몰려올 줄 몰랐는데.”

“이게 다 문주님의 인덕이 아니겠어 요.”

“커험, 틀린 말은 아니니 인정하마.”

“항상 솔직하셔서 맘에 든다니까요.” 성황리에 정당을 창설하고, 후보자까 지 선별해놓았다.

남은 일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설립 하는 것이다. 흑막을 동원해서 사전작 업은 5년에 걸쳐 닦아놓았다. 필요한 장소를 섭외해놓았다.

금강문주의 인기가 높다고는 해도 민

심은 언제든 변한다. 굳건한 지지층을 만들어 놓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선전 할 필요성이 있다.

“한데, 말이야.”

“말씀하세요.”

“내가 토론에 약하잖아.”

“해서 제가 그 자리에 있겠습니다.”

대선 기간이 되면 TV토론이 시작된 다.

이호극은 토론에 대한 기반 지식이 현격히 부족했다. 말은 시원하게 할지 몰라도, 토론은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해야 한다. 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씨불 인다고 토론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도 보는 눈과 귀가 있다. 지나치게 공격적 으로만 가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든 일은 맞물리는 톱니바퀴와 같다. 정책이 바로 그와 같아야 한다. 한 곳을 메우기 위해 다른 한 곳을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 모든 정책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어쩌려고?”

“우리에겐 심어가 있지 않습니까.”

“하하, 단순한 걸 몰랐네.”

“심어는 속성이 아니니, 감시도 안 되

고요.”

거리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 우의 의념은 반경을 무시한다. 굳이 같 은 있지 않아도 천리지청술〈千里地聽術) 로 듣고 대답을 하면 그만이었다.

정우와 금강문주만이 할 수 있는 속 임수다. 하나 누구도 그 사실을 밝혀내 진 못할 거다. TV토론으로 방영이 되는 이상, 감지 자체가 불가능했다.

물론 억울한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럼 심어를 할 줄 알면 된다. 아주 간단한 논리다. 심어가 속임수라고 칭하기도 어려운 점은 본인의 능력이기 때문이 다.

“그래도 최소한은 알고 계셔야 할 거 같아서 가기 전에 준비했습니다.”

아공간에 넣어두었던 인쇄한 서류 뭉 텅이를 이호극에게 건넸다.

A4용지, 포인트 10으로 빼곡하게 작 성해놓은 2천 페이지 분량의 서류였다. 일거리라고 하면 전문 사무원도 숨이 턱 막힐 분량3]기는 하다.

“?…"이게 뭐냐?”

“기본적인 사항을 작성해놓은 겁니 다.”

“기본적이라며, 왜 이렇게 많아?”

“원래는 2만 페이지입니다.”

정우가 내놓은 서류에 이호극은 눈만 껌벅껌벅거렸다.

간단하다 해도 엄청난 분량이다. 그뿐 이랴, 배려한답시고 일부러 프린트를 해놨단다. 서류가 소실될 우려가 있기 에 휴대폰에 저장까지 해놓는 꼼꼼함을 보였다. 알다시피 서류에는 보존마법과 복구마법이 걸려 있다. 초극의 삼매진 화가 아니면 소실될 우려는 거의 없다 고 보면 된다.

보기만 해도 답답한 이호극이다.

“내가 이걸 외울 거 깉?으냐!”

“카드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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