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장
협상 ⑵
정우는 팽자겸과 팽우진을 연무장으 로 안내했다.
연무장은 훈련 시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마법으로 압축 강화를 해놓았다. 8
륜의 강화마법을 사용했고, 공간의 흐 름을 비틀어놓아서 충격을 방지했다. 소음 마법은 9륜이니 외부에는 들리지 않는다. 층간 소음으로 고통받는 다가 구 주택에 사는 분들은 필히 궁극의 소 음마법을 익혀야 한다.
“무기를 들어라.”
“그럴 만한 능력이 된다면.”
“알량한 재주를 믿고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내 오늘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뼛속 깊이 새겨주마.”
“그러시든지.”
상투적인 대사에 정우는 식상해했다.
흑금단주의 시큰둥한 반응에 화가 날 만도 하거늘, 팽우진은 침착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상대의 도발을 충분 히 예상했다. 절명사신은 무력과 더불 어 심계가 깊다고 알려졌다. 특히 상대 를 도발하는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고 한다. 어쩌면 자신의 심기를 흔 들기 위한 위장계일 수도 있었다.
우웅!
건공신공을 운용해 육신을 건곤기갑 (乾博氣甲)으로 두르고, 도를 빼어 들었 다. 팽우진은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어 떤 식으로 기습을 가해도 막아낼 수 있 다.
후우우
호흡을 조절한 팽우진은 혹금단주를 보았다.
“오너라.”
“그러지.”
팽우진은 반격기를 숨기고 있었다.
건곤신행(乾博神行)으로 거리를 확보 한 후, 건곤연환신도(乾博連環神刀)의 절 초, 건곤파천(乾W天)으로 승부를 볼 심산이다. 단 일합일도로 확실하게 우 위를 보여야 했다. 이는 그의 자존심이 자, 팽가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자리다.
파앙!
총알이 공기를 꿰뚫는 파공성이 들렸 다.
7미터의 거리가 압축되어 코앞으로 다가온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그야말 로 보이지도 않는 극속의 신형. 밀려드 는 풍압에 내디딘 발이 밀린다. 그뿐이 랴, 풍압에 실린 기세가 공간을 장악해 왔다. 반격기를 준비하고 있던 팽우진 으로서는 예상보다 더 강력한 무형기에 놀라고만 있을 수 없었다. 이대로는 반 격은커녕 일도를 겨루어보지도 못하고 낭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크윽!
준비를 했음에도 절명사신의 무력은 예상을 훨씬 상회했다. 팽우진은 활성 화된 공력이 방향을 잃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안간힘을 썼다.
푸아앙!
공기를 쳤음에도 쇠를 부수는 굉음이 울렸다.
허공을 쳐버린 정우는 방향을 직각으 로 틀며, 궤적을 벗어난 팽우진을 추격 했다. 마치 GPS< 달아놓은 것처럼 정 확하게 방향을 찾는다. 목표지점에 대 한 추적이 끝났을 때 주저하지 않고 무 형권강을 발출했다.
슈아앙
대포처럼 쏘아져 나간 권경이 목표지 점에 도달하기 전 폭발한다.
꽈아앙!
부딪치기 직전 폭발한 권경이 궤적을 장악하며 거세게 흔들어놓았다.
크
고통 섞인 신음이 토해지며 팽우진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그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의 폭발이다. 공간을 왜 곡시키는 속성을 발휘하고, 환영속성을 운용했다. 단번에 두 가지의 속성을 펼 쳤거늘, 절명사신에겐 통하지 않았다. 미리 폭발을 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왜 곡된 공간을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이대로는 안 돼!’
단 두 합의 겨룸, 팽우진의 전신은 땀 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내공과 체력 을 극한으로 쏟아냈다는 반증이다. 한 편으로 경악스러웠다. 절명사신의 강함 은 또 달라졌다. 과장된 소문이 아닌 과 소평가되었음을 실감했다.
‘오너라.’
팽우진은 살을 내주고, 뼈를 부수기로 했다. 제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공력은 세월의 힘을 나타낸 다. 극성으로 운용된 건공신공이 육신 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환영과 왜곡 속^을 발동했다.
쌔애행!
정우는 주저하지 않고 돌진했다. 기회 를 포착한 맹수의 흉포함을 번뜩였다. 살기 충만한 기세가 연무장 안을 흉험 하게 달구었다.
연무장의 안전구역에 위치한 팽자겸 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비록 무공 을 배우지 못하는 몸일지라도, 무공을 보는 안목은 있었다. 또한 속성 7급에 달하는 동체시력을 갖추었다. 보는 것 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부한 다.
‘강하다!’
혹금단주의 강함이 온몸에 새겨졌다. 하물며 저 살기는 진심을 담고 있었다. 파악한 실체보다 더 포악하다. 하지만 팽 장로도 비장의 수를 숨기고 있었다.
꽈아아앙!
연무장 전체를 흔들어놓는 파장이 일 어났다. 정점에서 만난 정우와 팽우진 의 희비가 교차했다. 정우의 주먹이 팽 우진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 막아섰던 그의 애병은 반 토막이 되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도를 감싸던 강기가 맥 없이 부러져 버렸고, 일격을 허용했다. 충격은 보나마나다.
“……이럴 수가!”
“그딴 수작이 통할 것 같냐.”
뻔히 보이는 반격기다. 환영과 왜곡을 이용해 궤적을 비틀어놓고, 호신기공으 로 막아낸 후 반격을 하려고 했다. 하지 만 정우의 현천안은 모든 걸 꿰뚫고 있 었다. 사실 보지 않아도 훤히 보였다. 첫 공격에 당하고 흔들림을 감추려고 했으나, 팽우진은 당황했다. 그로서는 예상 못 한 범위였던 것이다.
“?이대로 당하지…… 쿨럭!”
“멍청하긴.”
단순한 공격으로 보다니, 날 그렇게 허술하게 보면 곤란하지.
정우는 외경과 내경을 동시에 운용했 다. 권경으로 팽우진의 도를 깨부수고 난 후, 전사경을 썼다. 마음 같아서는 전폭경을 운용해 공력 낭비를 일으켰겠 지만, 후유증이 크니 보류했다. 그렇다 해도 정우의 전사경은 날카로우며 파괴 적이었다. 전신의 혈맥이 찢기고, 붕괴 하는 증격을 받을 것이다.
주르르!
팽우진의 입에서 선혈이 토해졌다. 그 럼에도 이를 악물며 버티고 있었다. 단 일격으로 쓰러지기에는 자존심이 용납 하지 않았다. 이러려고 무공을 배우지 않았다. 팽가의 당당한 무인으로서 반 도의 오랑캐에게 보여주어야 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호오, 그러셔.”
끝나지 않았으면 끝내주면 된다.
퍽, 우드득!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 버틴다고 정
신력을 칭찬해줄 줄 알았다면 명백한 오산이다. 정우는 차기 좋은 위치에 있 는 팽우진의 턱을 발로 차버렸다. 턱이 으스러지고, 강냉이가 피분수와 함께 비산했다.
착!
날아가려는 팽우진의 발목을 잡은 정 우는 바닥에 내리찍었다.
꽝, 꽝
주둥이가 뭉개진 팽우진이 고통에 몸 부림을 치지만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정우는 발버둥마저 사전 차단했다. 공 력으로 육신을 지배해 전사경과 공조했 다.
푸득, 푸득!
건곤기갑으로 보호되던 육신이 찢겨 지고, 부서져 나갔다. 팽우진은 걸레보 다 더한 처지가 되어 핏덩이로 화했다.
“……그만! 그만하게!”
팽자겸이 뒤늦게 혹금단주를 만류했 다. 예상치 못했던 압도적인 광경에 몸 이 굳었었다.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절명사신의 무력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명백한 오판이 되 었다. 알기는커녕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항복을 하지 않아서 말이지.”
핏방울이 튄 얼굴로 돌아선 혹금단주 를 보자, 팽자겸은 소름이 돋았다. 무심 하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즐거워서 미 치겠다는 광기가 붐어져 나왔다. 정상 적인 사고방식과는 거리가 먼 자다. 또 한 절대로 적으로 만들어선 안 되는 부 류 중에 하나였다.
“……그만, 졌네!”
“하는 수없지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신 정우는 원래 의 말투로 돌아왔다.
변화무쌍한 흑금단주의 대응에 팽자 겸은 피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광기 에 휩싸였던 모습과, 한없이 차가워 보 이는 작금의 모습. 과연 같은 인물일 수 있는 걸까? 의문이 들게 했다. 만약 같 은 장소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사 람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저자의 본모습이라는 생각이 들 었다. 허투루 대해서는 안 되는 자가 분 명했다.
“치료사를 부르겠습니다.”
“알겠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 십시오. 본문은 손님에게 관대한 편입 니다.”
“……그러지.”
관대하다니, 그런 말을 대놓고 하고 있는 혹금단주가 정상처럼 보이지 않는 팽자겸이다. 엉망진창이 된 팽우진과의 대비가 극명했다.
‘세가의 장로를 가지고 놀 정도였단 말인가?’
팽자겸은 혹금단주의 무력을 상향 조 정해야 했다. 일전에 초명학을 상대했 을 때는 대공자와 일전을 겨룬 후라고 들었다. 하지만 작금의 무력을 보고 있 자니,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 이 스쳐 지나갔다.
‘대공자가 과연 저자를 대적할 수 있 었을까?’
무력만 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심기 를 흔들어놓는 재주가 타의 추종을 불 허한다. 저런 자는 결코 이유 없이 행동 하지 않는다. 더불어 이용하기도 어렵 다. 사태를 이끌어가는 능력까지 겸비 한 걸 보면 능히 일세를 풍미할 효웅의 상이었다.
‘상념이 지나쳤군.’
혹금단주의 무력이 워낙 강렬해서 도 를 넘어선 불안감이 생성되었다. 무엇 보다 그가 이런 식으로 대놓고 자신을 드러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당 장 팽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 한 상념이다.
현재로서는 반드시 금강문의 협력이 필요했다. 혹금단주는 적이 되었을 때 는 무서운 자이지만, 아군이라면 얘기 가 달라졌다. 그를 포섭해야 한다. 남궁 세가와의 결전에 최후의 변수가 되어줄 만한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