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상을 주다 ⑵
특이한 놈들이 흑금단을 향해 걸어간 다.
전투복이랍시고 입은 복장이 제정신
같지는 않아 보인다. 쫄쫄이 스펀 복장
을 입고 돌아다니는 대담함은 인정한 다.
‘설마 싸우려고?’
흑금단이 미치지 않고서 저런 어수룩 해 보이는 자들과 싸울까? 누가 봐도 이건 승부가 뻔해 보인다.
“싫다.”
그렇지, 당연하지.
“왜요?”
죽으려고 용쓰나.
“50.”
“20만 해요.”
“싫다.”
“치사하게.”
“치사한 게 누군데.”
협상? 도대체 뭔 말을 하는 거야, 천 호는 당최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20이 고, 50이고. 납득할 만한 단어의 도열과 는 거리가 멀다.
“알았어요.”
“되돌리기 없다.”
“남아일언.”
“중천금이지.”
궁금증은 곧 풀렸다.
천호의 예상을 훨씬 벗어난 현실이었 다.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 흑금 단원 50명이 5명을 포위했다. 그것이 아까부터 했던 협상의 실체다.
솔직히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웬걸!
혹금단의 살기가 이제까지와는 차원 이 달랐다.
찌릿, 찌릿!
눈이 따가운 살기와 번들거리고 있는
광기.
흑금단의 실체였다.
그간 백금단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 는다. 저들이 대체 뭐기에 저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송장 치르는 거 아냐!”
“송장은 시체가 남았을 때나 치우는 거지.”
혹금단의 흉흉한 살기는 군세를 이루 어 강력한 무형지기를 발산시켰다. 거 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백금단은 심맥을 보호하기 위해서 공력을 일으켜야 할 지경이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해도, 진심 이잖아!’
동수의 대결만 해도 백금단은 혹금단 의 상대가 아니었다. 한데 저들이 대체 뭐기에 열 배나 되는 수를 감당한단 말 인가.
“30분이에요.”
“이번엔 반드시 무너뜨려 주마. 기고 만장한 꼬맹이들아!”
“우리도 그때와는 달라요.”
“다르긴, 조교의 위대함을 보여주마!”
양용익이 직접 나섰다.
생긴 것만 봐서는 킹 오브 진따지만 외형만으로 이놈들을 얕보면 낭패를 면 치 못한다. 혹금단도 과거에 비하면 엄 청난 진일보를 해왔지만, 실드에 비하 면 부족했다. 그러나 혹금단의 전매특 허 다구리와 양학을 받아내진 못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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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뽑아 든 흑금단은 기세를 끌어 올려 수라대검진을 형성했다. 공력의 전이와 운용으로 완성된 검에는 또 하 나의 검이 형성되었다.
-죽어랏!
30분 후.
천호를 비롯한 백금단은 아연실색했
다. 경악, 그 자체다. 저럴 수가 있나,
거짓말로 치부하고 싶을 지경이다. 동 공을 여러 번 비벼봤지만 따갑기만 하 다. 현실은 뒤바뀌지 않고 강요를 해왔 다.
“……막아냈어!”
혹금단이 적당히 했으면 이렇게까지 놀라지 않는다.
사생결단, 너 죽고 나 죽자라는 마인 드였다. 죽기 살기로 공격을 퍼붓는데 일반적인 상리는 가뿐히 초월했다. 50 명의 합격은 완벽에 가까웠으며 무시무 시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살벌함 의 격이 달랐다.
“우리였다면?”
반드시 죽었을 거다. 살 수 있다고 자 신하기 어렵다. 아직도 곤두서 있는 소 름과 솜털이 내려앉기를 거부하고 있었 다. 강기가 난무하는 그야말로 창과 방 패의 사투였다. 한쪽은 뚫기 위해, 한쪽 은 막기 위해.
“근데, 뭐 저렇게 잘 막아?”
“막기 위해 태어난 놈들 같다!”
“혹금단도 장난 아니던데.”
“무형강기잖아!”
공력전이를 활용했다 해도 강기 다발 이 융단폭격을 했다. 이를 막아내고 튕 겨내는 실드의 견고한 방어력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그분이 아니야!’
천호는 보았다.
실드라고 불리는 자들의 방어력을, 단 순히 힘으로만 맞서지 않았다. 공력의 효율적인 운영과 속성의 결합이 보여준, 그야말로 완벽한 방어기술이었다. 솔직 히 강기를 막아낸 게 아니라 받아내고 흡입하여 공력으로 활용했을 땐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역공도 방어를 위해서였어.’
물샐틈없이 맹공을 퍼붓는 혹금단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반격을 했다. 단순 한 반격이 아닌 흑금단의 진형, 수라대 검진을 흩어놓는 역할을 했다. 공수의 승리보다는 효율적인 방어를 위한 수다. 그 점이 이상하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백금단이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주었다.
‘완벽하다.’
천호도 소름 제대로 돋았다.
실드의 방어에 낭비는 없었다. 다음 동작까지도 예측하는 통찰력까지 겸비 했다. 다섯 명이 한 덩어리가 되어 육감 을 조율한다. 그러니 굳이 보고, 느끼지 않아도 방어가 가능한 것이다.
부르르!
흑금단은 백금단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여력도 없고. 결국 뚫어내지 못하 고 막혔다. 실드의 성장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발랐다. 빌어먹을 청출어람이 었다. 짜증 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 다.
“못 뚫었구나.”
단주의 목소리.
양용익은 놀라지 않았다. 어디에 있든, 뭘 하든 단주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나 지는 못한다. 그저 받아들이고, 수긍하 며, 처분을 기다릴 분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예?”
괜찮다니, 말도 안 된다. 안 괜찮아야 정상인데.
이상하다, 그것도 많0].
대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벌써 부터 두려움이 밀려온다. 칭찬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만큼 혹금단은 어수룩 하지 않았다. 일단 뭐가 되었든 의심부 터들었다.
“상을 주마.”
“상을 주시겠다고요?”
화들짝 놀란 양용익이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과거의 고난과 역경으로 단련된 담력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게 놀랄 이유가 되나.”
“……아닙니다.”
당연히 놀라지, 상을 받아본 적이 없 는데. 매일 주는 거라고도 주먹세례가 전부였다. 푸닥거리를 하고 나면 불사 수라기공으로도 치료가 늦는다. 그만큼 단주의 주먹질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 었다.
두웅!
아공간이 열리면서 응장한 기체가 모 습을 드러낸다. 5미터에 달하는 외관, 검게 칠해진 무광이 인상적이다. 위에 서부터 아래까지 검은 무광으로 빛을 흡수했다.
아!
기체를 확인한 양용익은 부정하고 싶 었다.
혹시 상이라는 게?
“기간트다, 잘 쓰도록.”
상을 받아서 기브기는 개뿔, 똥 씹은 표정의 양용익이다.
그로서는 절대 받고 싶지 않은 상이 다. 하필이면 줘도 기간트일 게 뭐람.
기간트는 전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투병기다. 저걸 타는 순간 전투력은 기존보다 훨씬 강해질 게 분명하다.
‘이건 상이 아니라, 벌이라고요!’
혹금단의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기 뻐할 수도 없고, 저걸 타고 다니면 죽지 않을 게 뻔하지 않은가. 지금도 불사수 라기공이 새로운 단계에 도달하려고 해 서 걱정이 태산이거늘. 단주의 그늘에 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공포가 앞선다.
“표정들이 왜 그래?”
“?좋아서 그렇습니다!”
“범용 기간트라 실망이 크겠지만, 다 음에는 최신형으로 해주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없기는, 해주고 싶다.”
해주지 말란 말입니다.
외치고 싶은 혹금단이다. 단주의 상을 결코 호의로 받아들일 수 없음에도, 내 색조차 하지 못해 답답하다.
“수리는 자차가 안 되는 거 알지?”
“예?”
기간트도 보험 들어주나? 망할!
기간트가 차도 아니고, 자차가 안 되 면 수리할 때 개인이 내야 한다는 소리 가 된다. 우리가 돈이 어디 있다고. 그 나마 받는 연봉도 단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말은 나중에도 돈 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세부약관 을 참조해야 할 판이다.
‘저 병신들!’
혹금단은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백금 단의 무지가 얄미웠다. 저놈들이 어떤 마음인지 감이 딱 왔다.
‘기간트를 상으로!’
양용익의 예상대로 백금단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상으로 줄 게 있고, 안 줄 게 있지. 기간트는 전투병기의 최 종진화형태다. 돈으로 환산하면 값어치 가 엄청나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선물 로 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도저히 잴 수 없는 분이시다!’
‘우리도 주군의 마음에 든다면?’
‘주군의 마음에 들고 말 테다!’
백금단은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혹금 단만 상을 받게 놔두고 싶지 않았다. 전 투력을 끌어올려 주군의 기대에 보답해 야 했다. 그것이 백금단의 존재 목적이 되어갔다.
‘후후.’
정우는 실드, 혹금단, 백금단을 더욱
단련시켜야 했다. 이대로 안주를 해선 안 되었다. 보다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 해서 선별적인 차등을 두었다.
‘나만의 완전한 무력단을 완성해 보이 겠어.’
금강문에 소속되어 있지만, 때에 따라 서는 갈라설 수도 있었다. 어떤 상황에 서도 수족이 되어 따르는 자들이 필요 했다.
“기간트에 탑재된 무기가 있으니, 확 인해보도록.”
정우는 흑금단을 위해 다용도로 활용 이 가능한 병기를 특별히 제작했다. 리 차드 교수에게 제작을 요청했을 때의 반응이 신선하다 못해 발광 수준이었지 만.
할 말을 끝낸 정우는 단주실로 돌아 갔다. 오기 전에 박찬균에게 하북팽가 의 동향을 가져오라고 했었다.
상을 받은 혹금단은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넋이 나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 다. 죽음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무 탈하게 만수무강을 이루면 좋겠지만, 단주의 험로를 상기하면 그렇지도 않았 다. 모든 뒤처리를 자신들이 해야만 한 다.
두둥!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기간트에 도 양용익은 씁쓸하기만 했다. 범용이 라고 해도 주군은 허튼짓을 절대 하지 않는다. 틈새 없이 완벽해 보이는 기간 트의 마감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 다.
“폼은 나겠다.”
艾한번 타봐요.”
“그럴까.”
기간트에 인식이 되어 있었다. 주군의 완벽함을 또다시 엿보게 했다. 이미 생 체 등록을 마쳐놓은 상태다. 기간트의 인공지능을 변경하려면 정우와 리차드 교수의 핵심코드가 있어야만 가능하도 록 설계되었다.
위잉, 추우우!
우주선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기간트의 내부가 드러났다.
양용익은 액체형 플렉서블로 되어 있 는 탑승공간에 들어갔다. 크기는 자동 으로 육체의 싱크로율을 맞추었다. 인 공지능이 양용익의 뇌파와 연결하여 기 본적인 작동원리를 설명했다. 작동은 어렵지 않았다. 육체와의 괴리감이 약 간 있기는 해도, 곧 평상시와 다르지 않 은 움직임을 보였다.
‘하, 좋네!’
받고 싶지 않은 상이나, 양용익은 단 주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했다. 사전에 흑금단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에 집어 넣어 따로 정보 수집이 필요하지 않았 다. 의도하는 바를 인식하면, 기간트는 알아서 실행이 가능하다. 또한 실제 전 투에서 벌어지는 변수들을 제거해 최선 의 선택을 도와준다. 그렇다고 해서 마 냥 기간트에 의존하도록 설계되진 않았 다. 기간트의 모든 기능은 탑승자를 기 준으로 했다.
‘자동운항도 되고, 인터넷도 연결되고, 주변 감시 카메라와도 연동이 되잖아’.’
주요 기능만 넣어두었다고 하는데, 그 렇지도 않았다. 반경 100미터 이내의 기계는 원격조정이 가능하도록 해킹 시 스템이 있다. 필요할 땐 언제든 활용 가 능하며, 역으로 해킹당했을 때는 신호 를 끊어내는 장치까지 마련되었다.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양용익은 기간트의 무궁무진한 활용 성에 찬사를 보내야 했다. 이쯤 되니 단 주가 특별히 제작했다는 병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과연 어떤 병기일까?
기간트의 허벅지에 장착이 되어 있는 데, 저절로 조립이 된다. 공력과 마력이 융합된 시스템의 일종이다.
두웅, 철컥!
조립은 간단했다. 딱히 어렵지 않았 다.
헐!
병기를 확인한 흑금단은 기가 막혔다.
병기는 별다른 설명서가 필요 없었다. 보면 바로 용도가 보인다. 삼각의 손잡 이, 길게 뻗어 있는 대, 예비군 표식처 럼 생긴 날.
구성품이 합쳐지니 멋진 삽자루가 되 었다.
“삽이라니!”
삽질하라고, 인생이 삽질이거늘.
휙휙!
짜증 나게도 위협적이다.
그것이 양용익을 더 황당하게 만든다. 명백한 삽인데, 병기가 아니라고 하기 도 애매하다. 삽의 날은 물론 전체적인 구성이 완벽하다. 세밀한 부분까지 신 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그야말로 고퀄리티 삽이다.
‘단순 전투용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