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64화 (364/500)

제 6장

취업난 (1)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거의 오지를 않고 있지만, 학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학교에서 퇴직을 한 거나 마찬 가지인 리차드 교수지만, 명예직으로 남아 있었다.

은근히 명예직이 나쁘진 않다.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달에 얼마씩 꽤 많은 돈 이 연금처럼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나 리차드 교수의 요구가 아닌 학 교의 요청이었다.

리차드 교수가 돈에 연연할 만큼 부 족한 사람도 아니고, 학교 입장에서도 고위급 마법사가 필요했었다. 남 교수 와 정 교수가 부단히 연습해서 중급 레 벨의 마법사가 되었어도, 여전히 믿음 직하진 않았다.

부웅!

특별히 제작한 한정판 차다.

굉장히 둔탁해 보인다. 마치 나무토막 을 대충 조각해 놓은 투박함과 육중함 이 뒤섞여 있다. 장갑차로 보이기도 하 는데, 변형이 가능하다. 울트라트랜스포 머 카로 줄여서 UTC 7호다. 척박한 케 이브 안을 돌아다니며 광석을 캐는 목 적으로 개발된 걸, 마음에 들어서 빼 왔 다.

‘특수방탄에 3단 변형이 가능한 차 지.’

기간트루.두 활용이 가능한 모델이었 다. 하나 일체형의 기간트보다는 변형 을 해야 하기에 관절 부위의 내구성이 약하다. 그러나 리차드 3호와 비교를 했을 때의 일이지, 괜찮은 성능이었다.

‘멋지잖아.’

한번 타보고 싶었다. 원래 남자란 동 물이 이런 데 꽂히면 답도 없다. 여자들 이 명품백에 안달하는 것처럼.

-전쟁 치르려고 왔나?

-정면에 대포도 있어, 저런 걸 타겠다 고.

-그래도 타보고 싶다!

-저게 대체 뭐야, 돈지랄 끝내주네.

-뚜벅이는 오늘도 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차의 등장에 학생 들의 시선이 꽂힌다. 부러움과 시기심 이 교차하는 가운데 분위기가 썩 좋지 는 않다. 다들 현실의 팍팍함을 알기에 좋게만 보진 않았다. 괜히 위화감을 조 성하는 꼴이었다.

‘그래도 이상한데.’

학교 분위기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 다. 한창 젊음을 불태우는 시기에 현실 의 걱정이 묻어 나온다. 미래에 대한 불 안정한 심리가 작용한 듯하다.

정우는 신경을 쓰진 않았다. 남의 눈 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내가 하고 싶다 면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당당 하게 하면 된다.

주차를 한후학과로 가는 중에.

“오, 이게 누구야?”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모처럼 만난 반가운 얼굴이 보여 알은체를 했다. 최 근에는 학교에 거의 나오지도 않고, 학 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학과 내 반발은 없었다. 마법학과에서 공식적으로 6륜 에 오른 마법사는 정우, 윤정, 하라가 유일했다. 나이를 감안하면 천부적인 자질이었다. 학교에서 인재 명단에 올 려놓고 있었다. 유명무실했던 마법학과 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특별대접은 인지 상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우가 빠지면 윤정 과 하라도 빠질 가능성이 크고, 그리되 면 마법학과는 예전의 쭉정이로 돌아갈 우려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 접이 과거보다 훨씬 좋아지진 않았다. 세 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빌빌거리고 있었다.

여하튼 신입과도 잘 어울리지 않고, 학과 내의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애들투성이라 꽤 반갑네.

‘망할!’

정우로 인해 난처해진 유인권이다.

학교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대상 1순 위가 정우다. 저놈을 만나면 언제나 탈 탈 털렸다. 인생에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 마법학과를 향해서는 오줌도 싸 지 않았거늘, 왜 또다시 자신에게 이런 시련이 찾아온단 말인가.

최근에 재수가 좋아서 더 그렇다. 왜 냐고? 옆에 그동안 공을 들인 학과 후 배와 사귀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의 몸과 마음을 불살랐 다. 함께 있기만 해도 너무 좋았다.

‘쌩깔까?’

쌩깐다고 어 그래, 라고 할까?

그럴 리 없지.

저놈이 어떤 놈인데.

마지못해.

“오랜만이다.”

“옆에는 여자친구?”

“맞아.”

“많이 컸네.”

크기는 내가 더 크거든.

키든, 뭐든.

유인권은 속내를 삼켜야 했다. 시원하

게 내뱉는 순간, 시원하게 처맞을 수 있 었다. 과거와 많이 달라졌는데도 그때 의 일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극복한 줄 알았거늘, 육체의 긴장이 진실을 알려 준다.

“오?빠, 누구예요?”

“그게?”

육체변환학과 후배인 이하경은 이해 하기 힘들었다. 유 선배는 학과에서 톱 3에 들어가는 실력자다. 등급도 벌써 6 급에 도달해 있었다. 그런데 마주 잡은 손에서 땀이 진하게 배었다. 긴장하고 있다는 게 여실히 전해진다. 선배가 이 토록 긴장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그 래서 더 짙은 의문이 든다. 도대체 누구 기에 학과 톱을 달리는 선배를 긴장시 킬까?

“난 마법학과 6학년 하정우라고 해, 너는?”

“전 육체변환학과 2학년 이하경이에 요. 안녕하세요.”

“그 학과답지 않게 귀엽네.”

“그러는 선배도 마법학과답지 않으시 네요.”

요즘 후배들은 상당히 당돌하다고 하 더니,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탄산처럼 톡톡 튀긴다. 신선하기는 하다. 딱히 틀 린 말도 아니고. 마법학과에 정우처럼 신체 규격이 특출 난 학생은 없었다. 190이 넘는 장신에 다듬질이 잘되어진 육체를 보고 마법학과를 연상시키기 어 렵다. 마법학과 하면 후줄근한 후드와 안경, 빗자루, 샌님 같은 얼굴로 대표되 었다.

“아주 당돌하네.”

“우리 학과 선배도 아닌 분한테, 훈계 를 듣고 싶지는 않아요.”

살짝 날이 서 있었다.

이하경은 기분이 나빴다. 인권 선배는

학교에 들어왔을 때부터 맘에 들어 했 고, 첫사랑이었다. 오빠의 순순함을 알 기에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 오 빠가 긴장을 하고 있으니 괜히 화가 났 다. 저 사람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았 다. 오빠에게 해를 끼친다면 절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오빠는 내가 지켜요!’

육체 변환학과다운 마음가짐이다.

이하경은 2학년이지만 실력만 놓고 보면 4학년 이상이다. 속성 등급도 높 은 축에 속해 있었고.

그래 봤자 정우에게는 고만고만해 보

이지만.

‘제발 오버하지 마라!’

이하경의 날 선 태도에 오금이 벌써 부터 저려 오는 유인권이다. 저놈하고 엮이면 어떤 꼴을 당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아직도 MW 생각하면 자다가 도 이불킥을 하곤 했었다.

-슈트 좋네!

좋긴 뭐가 좋아, 악몽 그 자체다.

주르르!

유인권의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들었

다. 이하경의 날 선 말투가 쏟아질 때마 다 요실금 걸린 사람처럼 움찔움찔거렸 다.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우를 보 고 있자니 조마조마했다.

“사유가 뭔지 몰라도 지난 일이잖아 요. 오빠한테 해를 끼치면 가만두지 않 을 거예요.”

“해라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악당 같 잖아.”

“악당 맞아요.”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네.”

이하경의 대찬 언행에 유인권은 기겁 했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마구잡이로 봅 아대고 있었다. MT 이후로 유인권은 정 우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알려지지 않 았을 분 사고의 중심에 꼭 있었다. 무엇 보다 저 인간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수틀리면 다 엎어버린다.

‘안 되지,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인데.’

처음으로 아껴주고 싶은 여자를 만났 다. 그 앞에서 초라하고 못난 모습을 보 일 순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사내 답게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은 충 분히 죗값을 치렀다. 그때 빼앗긴 슈트 와 각종 장비를 상기하면 손해였다. 돌 려는 받았지만 고물이었고. 이후로 죄 도 짓지 않고 착하게 살아왔다고 자부 한다.

“하경이를 건들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다.”

“내 성격 알면서, 해보자는 거냐?”

“하경이를 위해서라면.”

“오빠(針)!”

정우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쌍으로 재미나게 놀고 있었다. 도둑이 제 발 저 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반가워서 알은 체를 했을 뿐인데, 반응이 아주 신선하 다. 그래서 더 골려주고 싶기까지 하다.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 생할 수 있을 거라는 인권과 하경의 사 랑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충동이 인다.

주변에 왜 이런 연놈들만 모이는 건 지 연구대상이었다. 그나마 강천이와 세경이보다는 그림이 괜찮다. 한쪽은 그래도 연약연약해야지. 둘 다 강하면 주변에 안구 테러의 주범이었다.

‘아니지.’

남 잘되는 걸 맘 편히 못 보겠다. 하 나 인정은 못 한다. 시작하는 연인의 애 정도 테스트라고 포장했다.

“정의의 사도를 악당으로 몰면 굉장 히 섭섭하지.”

정우는 실력을 딱히 숨기지 않았다.

마법이나 무공이나 일정한 영역을 벗 어나면 일반적인 범주로는 계산이 되지 않는다. 마법의 경우는 더하다. 학교에 서 마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부류는 많지 않았다. 설령 더 높은 경지를 보여 준다고 해도 6륜인지, 7륜인지 구분하 지 못한다는 뜻이다.

두둥!

마법으로 공간을 한정하고 인권과 하 경을 향해 기운을 쏘았다. 경시하지 못 할, 그야말로 완숙한 경지에 오른 자만 이 가지는 무형의 기운이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인권은 빨랐다. 신속히 하경을 뒤로 보내고, 기세를 막 아내었다. 6년의 시간 동안 인권이 놀고 만 있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호오, 제법이네.’

과거의 수준보다는 급을 높였다. 대학 교 들어왔다고 방탕하게 생활해서는 받 아내기 어려웠다. 피땀을 홀린 성실한 노력의 증거다.

“이건 어떠냐, 파이어볼!”

화르르르!

일반적인 형태의 파이어볼과는 차원 이 다르다. 응축된 불의 염기(炎氣)가 일 순 주위를 뜨겁게 달군다.

‘……이 자식 우릴 태우려고……!’

마법의 불길이 붐어내는 무지막지한 화력에 인권은 화가 났다. 하경이가 비 록 까칠하게 굴기는 했어도, 엄연히 정 도가 있었다. 이토록 사악한 녀석이 있 나 싶다. 하경이를 위해서라도 악을 멸 해야 한다.

-육체변이, 3단계.

-근력강화, 4단계.

-골격강화, 4단계.

육체변이를 통해 육신을 키우고, 내부 를 강화했다. 1학년 때는 육체변이에만 매달렸었다. 실제로 커진 육체를 통제 하고 다스리기 위해서는 골격과 근력이 강화되어야 했다. 외형만 키운다고 해 서 완성된 육체변이가 아님을 6년의 시 간을 거쳐 깨달았다.

푸아아앙!

파이어볼을 정면으로 막아선 인권, 불 꽃이 파편이 되어 터져 나갔다. 일순 공 기가 열기에 타올랐다, 불에 탄 휴지처 럼 사라진다.

“어쭈, 아이스 브레스!”

정우는 다음 마법으로 변형했다.

아토믹 컨트롤과 오피셜 컨트롤을 결 합하여 완성한 뉴에지 컨트롤은 마법속 성을 따지지 않고 다양한 구사가 가능 하다. 정반대의 속성 마법을 펼치면 텀 이 생기거나 위력이 약해지는 반면, 정 우는 달랐다.

후아아앙!

폭풍처럼 쏟아진 아이스 브레스가 인 권의 달구어진 육신을 차갑게 식혔다. 삽시간에 얼음알갱이가 자석에 빨려 들 어가는 철가루처럼 밀려들어 와 얼음동 상을 완성했다. 이대로 동사한들 이상 하지 않을 만큼 한기가 철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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