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61화 (361/500)

제 4장

금강무적당(金剛無敵黨) (3)

천무문주와 금강문주가 마주 섰다.

“대결의 성패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

겠네.”

“신경 써줘서 고맙습니다.”

거추장스러운 예의는 벗어던졌다.

문주라는 감투에 둘러싸였던 천무문 주는 본인의 전력을 과감히 드러냈다. 극한에 도달한 천무신공이 활화산처럼 솟구쳐 올라 육신을 완전하게 만든다. 천무문 역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한, 완 성된 천무강신(天武强身)이다.

‘과연!’

‘썩어도 준치라는 건가!’

이 중에 천무문주의 연배가 가장 높 았다. 과거에는 최강자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세월에는 장사 없다고 했다. 그의 나이 를 감안하면 오히려 쇠퇴해야 마땅하 다.

하나, 오판이었다.

천무문주는 세월을 비껴가는, 그러고 보니 그의 육신이 젊어졌다. 천무강신 을 이루면서 육신을 회귀시킨 것이다.

‘이거 혹시?’

‘이변이 발생할지도!’

천무문주의 무력 수위가 예상을 훨씬 상회했다. 그뿐이랴, 그의 속성력은 공 간분쇄다. 말 그대로 공간을 부숴버리 는 파멸력을 갖추었다. 제대로 맞으면 어지간한 무인은 흔적도 남지 않는 파 괴성이 짙은 속성이다.

-정우야, 정말 해도 되는 거냐?

-그럼요.

-그래도 이건 좀.

-언제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그러세 요.

-그렇다면 알겠다.

금강문주는 사전에 정우와 작당모의 를 했었다. 다만 마지막으로 확인 삼아 전음을 보낸 것이다. 이제부터 모든 일 은 사전에 준비한 대로 행해질 것이다.

-뇌력광마신공 극한경, 광뇌인!

-속성등급 9급, 전력 개방!

풀파워(Full-Power)의 금강문주는 주 저하지 않고 나아갔다. 격돌은 찰나였 다. 천무문주도 물러섬 없이 전력을 다 한 공력과 속성을 발출했다.

꽈아아아아아

케이브 전체가 크게 진동했다. 파장으 로 인해 공간에 굴곡이 생기며 후폭풍 이 사방으로 밀어닥쳤다.

커어어억!

목이 찢어질 듯 악을 다한 비명.

허공을 치솟아 오르다가 끈 떨어진 낙하산처럼 방향을 잃은 채 대지로 처 박힌다.

쌔애행!

허공에서 내려찍는 진각.

-금강팔격 오의, 지룡분쇄!

발이 큰 금강문주가 대지를 찍어 내 리자 요동을 쳤다. 거친 파괴력이 원을 그리며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균열이 지평선에 도달한다.

후아아앙!

기류가 실린 바람은 날카롭다기보다 단단했다. 후폭풍에 제대로 맞으면 육 신이 남아나지 않는다.

츄아앙

허공으로 그림자가 치솟는다. 한데 의

지와는 상관없어 보였다. 그림자를 따 라붙은 거한, 이호극이 육신을 잡아채 두드렸다.

퍼퍼퍼퍼퍼퍼퍽!

천무문주가 가공할 공력을 드러낼 때 만 해도, 팽팽함이 예상되었건만 결과 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야말 로 일방적인 양상, 반격은 나오지 않았 다. 천무강신을 이루어 회귀를 이루었 던 육체는 힘을 잃어가며 급격한 노화 를 처맞았다. 이쯤 되니 노인을 학대하 는 패륜을 저지르는 장면이 되었다.

‘?이럴…… 수가……!’

천무문주는 육신과의 연결고리를 잃 어버리고 말았다. 살이 뭉개지고, 뼈가 부서지는 고통보다 작금의 비현실적인 광경을 받0}들이지 못했다. 자신이 누 구던가? 한때는 한국 무림의 최강자였 던 무인이다. 그런데 손을 써보기도 전 에 무참히 박살 나고 말았다.

철퍼덕!

의식을 잃은 천무문주는 바닥에 엎어 졌다.

아!

정우를 제외한 모두는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로서는 예 상 못 한 결과였다. 분명 엄청난 대결이 기는 했다. 상상을 불허하는 거력이 휘 몰아쳤으니까.

천무문주의 개세적인 화후를 감안하 면 공방이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나 빠 르게 승부의 향방이 결정될지, 어느 누 가 예상을 했을까?

‘소문이 거짓이 아니구나.’

‘강하다, 제기랄!

‘나였다 해도 필패다.’

힘으로 부숴버린 금강문주의 강인함 에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 강 하면 부러진다는 표현은 금강문주에게 해당사항 없었다.

한국 무림 최강의 무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저건 좀 심하군.’

‘떡을 만들어놓았네.’

‘이놈은 정말 나이를 안 따지는구나!’

이호극이 천무문주를 한 손으로 들고 와내려놓았다.

짐짝 신세가 된 천무문주는 처참했다. 반백의 잘 빗어 넘긴 머리카락은 산발 이 되었고, 얼굴은 울긋불긋 퉁퉁 부었 고, 육신은 다져놓은 고기인 양 흐느적 거렸다. 그나마 의식을 잃어서 다행이 었다. 이 꼴을 봤으면 노년에 정신 줄 놓고 똥오줌도 못 가릴지 모른다.

스윽!

이호극이 문주들을 둘러보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불만 있으면 한판 제대로 떠보자고, 아무도 안 보는데 괜 찮잖아.”

아니꼬우면 덤벼도 좋다는 호탕한 발 언이었다. 표면적으로 굉장히 경박스러 워 보이는 불편한 언행이나, 실상 가장 무인다운 행동이다. 무인이 언제부터 고상하게 말로써, 결판을 지었던가. 세 상이 변했다 해도 무인은 무인이다. 무 인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아무리 뛰어난 언변과 화술을 지녔다 해도 힘이 없는 정의는 무의미할 따름이다.

크흠.

하나, 세상이 어찌 한 사람의 의지만 으로 돌아가겠는가. 문주들은 쉽사리 호응을 못 해주었다. 처참하게 부서진 천무문주가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 런 꼴로 무너지고 싶은 자는 없었다.

에잉!

모두의 망설임에 이호극은 실망한 기 색이었다. 그는 이런 걸 기대하지 않았 다. 정우의 말대로 되자, 속에서 염불이 치솟는다.

“좀 망가지면 어떻다고, 우리가 언제 부터 고상했다는 거야. 선비의 나라, 동 방의 예의지국! 말이 좋아 침략하지 않 은 양반의 나라라고 하지, 실상은 힘이 없는 소국의 구차한 변명일 분이잖아. 그런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체면이 그 렇게 중요해 우린 지금 체면을 따질 때 가 아니야, 그보다는 강해져야 할 때라 고!”

이호극의 말투는 굉장히 투박했다. 고 상함과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숨기 고 싶은 우리나라의 치부와 아픔을 직 설적으로 꺼냈다.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외세의 침입을 굳건히 버텼으며, 침략을 하지 않았다 고 정신승리를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가.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역 사는 반복되고 있었다. 오래전에는 중 국이, 지금은 미국이.

현실적으론 양방향의 균형적인 중립 외교를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현명하다고 본다. 그런데 전제를 달리 하면 어떨까? 우리가 강대국이라면.

이호극은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강하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정의를 실현해나갈 수 있다고.

그러나 우리는 아직 강하지 않았다. 약하기에 눈치를 봐야 하고,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체면을 따질 때가 아니라, 싸워서 쟁취를 할 때였다. 그러기 위해 서는 강해져야 한다. 체면 유지와 자리 보존이 아닌,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니면 내 눈치만 보고 살게 될 거 다!”

금강문주는 만장일치로 무문연합의 수장이 되었다. 그러나 공표는 되지 않 은 상태다. 이대로 발표되면 막강한 권 한을 양도받게 된다. 이제까지 무문연 합은 제각각의 의견이 수렴되는 바람에 응집력이 약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 해서 수장의 독자적인 권한을 확대했고, 수용하도록 합의가 되었다.

그러니 이호극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좀 세다고 잘난 체하기는. 그래, 좋 다! 붙어보자!”

“역시나올줄알았다.”

앞으로 나선 권영일은 염화일기공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초월심화의 경 지에 이른 그의 화후는 무시할 만한 수 준을 넘어섰다. 이호극과는 정우를 제 외하고 가장 많은 전투를 치렀으니, 성 취는 당연했다.

“날 이기면 이 자리 너 준다.”

“미친놈!”

“빈말 아니다. 다들 들어, 날 이기면 언제든 이 자리 줄게.”

“돌았네!”

무무연합의 수장 자리를 이런 식으로 거래할 줄이야.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 나 누구나 이호극이 빈말로 한 게 아님 을 느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성향 아니, 놈이다. 한번 미친놈은 영원한 미친놈 이라고 하더니, 진리였다.

후후.

정우는 정체되기를 바라진 않았다.

무문연합의 힘을 강화하려면 각 무문 의 수장부터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했다. 현재의 위치에서 안주한 채 자리 보존 을 하려고 애쓴다면 도태되는 건 시간 문제다.

‘평화가 길었으니까.’

현실의 전쟁은 총칼이 난무하던 때보 다 어쩌면 더 치열하다. 조금이라도 약 세를 보이면 잡아먹는 양육강식의 세상 이다.

‘문주님한테도 필요한 일이고.’

무림대회 이전부터 세워놓은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어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럴수록 이호극은 활동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각 문주들과의 전투를 수시로 벌이는 편이 스트레스 해소에도 이로웠다.

‘이름이 필요할 분, 길게 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니까.’

물론 각 문주들이 분발해서 금강문주 를 이겼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현재 금 강문주의 무력은 독보적이었다. 단시간 내에 따라오기는 벅찰 것이다.

그때.

꽈아아앙!

심화의 불길이 사라지며 지상으로 떨 어져 내린 권영일은 쏟아져 내리는 권 우餘雨)를 망연히 올려다봐야 했다. 저 걸 맞으면 한동안 숟가락질도 못할 듯 싶은데, 피하지를 못하겠다. 떨어지기 전 엄청 처맞아 몸이 골골거린다.

“……이 미친놈!”

“죽어랏! 뇌성멸우!”

진짜로 죽으라고는 하지 않았으나, 위 력만 놓고 보면 살인벼락이다. 저걸 맞 고 죽지 않을 사람 흔치 않을 거다.

다음 대결을 기다리고 있는 검선문주

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가만있으려고 하다가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고 말았 다.

‘나 하나 정도는.’

빠져도.

“어딜.”

다다음 순서인 패왕문주가 어깨를 잡 는다.

“?자네!”

“미안하네.”

무문연합의 수장이 탄생했다.

이호극은 수장이 된 후, 무너져 버린

사방신 길드와 협상한 대로 권한을 각 문파에 골고루 분배했다. 금강문은 더 많은 권한을 가져도 될 텐데, 사방신 길 드와 따로 합의한 내용까지 공개해 손 해를 감수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자 무 인으로서의 소탈함과 포용력은 연합 전 체의 결속력을 높였다.

‘실상은 주먹질로 얻은 포용력이지 만.’

문주들과 일대일 대결로 화합을 다졌 다. 정우는 싸우다 보니 정이 든 케이스 로 적당히 포장질을 해 놨다. 실제로 케 이브에서 치료를 끝내서 외부에는 알려 지지 않았다. 모두가 수긍을 한, 만장일 치로 여겼다.

‘공백을 만들 필요도 있고.’

다음으로 사방신 길드가 저지른 범죄 행위와 연결된 자들의 처벌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무문연합의 수장으 로서 하는 청이기에 정부에서도 경시할 수없었다.

결국 연관된 자들이 밝혀지고,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금강문주의 단호 한 결정은 국민의 신뢰를 보다 더 공고 히 할 계기로 작용했다.

■죽빵, 금강문주.

-비리 저지른 놈도 죽빵, 정경유착한 놈도 죽방, 나대는 놈도 죽방!

인터넷상에서 금강문주의 통쾌한 일 격을 두고 회자되는 말들이었다. 언제 나 시원한 죽방을 선사하는 사이다로 통용되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불 패금강이 아닌 죽빵선생으로 불리고 있 었다. 걸리면 다 죽방이라는 새로운 신 조어까지 생겨났다. 죽빵에는 스쳐도 사망이라고 했다.

‘시스템은 됐고.’

무문연합의 수뇌부 간의 응집력을 높 이기 위한 실질적인 자리를 만들었다. 이는 수장이 결성되기 전에 준비를 마 쳤다. 각 무문에서 이름이 있는 무인 중 검증을 통과한 자들을 선별했다. 합리 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시스템의 완성이 었고, 무문 간에 동의가 된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과업을 성공적으 로 처리해냈기에 시스템의 불합리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류 정리를 마친 정우는 금강문주를 찾았다.

“때가 되어가네요.”

“근데 괜찮겠냐?”

“하고 싶다면서요.”

“정말로 할줄 몰랐지.”

이호극은 과거에 한 얘기가 농담이 아님을 실감했다.

그때와 비교를 해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사나이로 태 어나 세상을 바꾸어보고 싶은 웅대한 포부는 가지고 있었다. 이를 실천할 만 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전 에는 말만 하면 개소리라고 떠들더니, 이제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사 람들이 믿는다.

“이름은 내가 정하마.”

“그러세요.”

“금강무적당 어떠냐?”

이름이 그 사람을 대변한다는 운명론 이 있듯이. 당명(黨名)의 가치를 상기하 면 이건 좀 심하다. 국가를 다스리는 일 이 자칫 장난 식으로 치부될 우려가 있 다.

그러나 금강문주의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한번 들으면 모두가 기억 할 만한 각인 요소는 충분하다.

“진심이세요?”

“당연하지.”

죽방선생답다.

정우도 말리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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