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59화 (359/500)

제 4장

금강무적당(金剛無敵黨) ⑴

‘이 사람들은 뭐지?’

‘미치지 않고서야!’

천호와 장현성은 두 눈을 의심했다. 독문무문의 한계를 체감해 금강문에 층 성을 맹세했다지만, 흑금단과 큰 차이 는 없을 거라 봤다. 시간이 지나면 혹금 단보다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으리라 자 신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혹금단의 평 소 행동은 껄렁껄렁한 양아치였다. 성 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런 자들보 다는 우위에 있다고 봤는데, 명백한 판 단착오다.

천호는 훈련 첫날이 상기되었다.

-인사 똑바로 해야지.

-눈 부라리지 마라, 동공을 빼서 구슬

치기 당하고 싶지 않으면.

-토 달지 말라고 했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씨부려!

-어쭈, 건방이 하늘을 찌르네. 푸닥거 리 한번 해볼까!

험상궂은 인상의 전형적인 양아치로 보인 혹금단이다.

혹금단주와 함께 있을 때와는 천양지 차다. 당시엔 그 모양을 비웃었다. 자신 들은 혹금단주의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 으며, 상승의 절기를 사사했다. 시정잡 배 취급을 받을 만큼 무능하진 않았다.

-하긴 누가 위인지 모르니까, 그렇겠 지.

- 밟아.

일대일이 아닌 단체와 단체의 싸움이 다.

그때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 리 대단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이 얼마나 큰 오판인지 깨닫는 데까지 1분도 차고 넘쳤다. 싸움을 시작하자마 자 혹금단은 맹수로 돌변했다. 100명의 패싸움은 1분도 걸리지 않아 백금단의 일방적인 패배로 귀결되었다.

천호와 장현성도 백금단원들과 다르 지 않았다. 수를 써보기도 전에 찬 바닥 에 대(大)자로 뻗고 말았다. 막았다 싶었 을 때 전혀 다른 방향에서 비집고 들어 온 일격에 관자놀이를 처맞아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데, 명치를 강타당하고 의식이 끊어졌다.

혹금단에게 당하고 반나절을 골골거 려야 했었다.

다음날.

혹금단이 찾아와 짝다리를 짚으며 능 글맞게 웃었다.

-인정 못 하겠지?

밟아!

솔직히 인정을 못 했었다. 방심해서 당한 줄 알았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또 짓밟혔다. 실상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어찌나 잘 밟는지, 다 들 보리밟기의 달인이었다. 피하지도 못하고 의식이 끊어졌었다.

다음날.

혹금단은 어김없이 찾아왔었다.

-두 번은 정 없지?

- 밟아!

흑금단은 한국의 미풍양속을 따른다 며 백금단을 차례로 짓밟았다. 그때도 백금단은 긴가민가했었다 . 실력적으로 는 뒤지지 않는다 착각하고 있었던 것 이다. 천호와 장현성도 착각의 늪에 빠 져 허우적거렸다.

그 다음 날도.

-호오, 대비를 했네.

-잘 밟아주마.

백금단도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개개인의 대결로는 흑금단의 매끄러 운 합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는 걸 깨달 았다. 세 명이 1조가 되어 대응을 했었 다. 하지만 혹금단은 그마저도 예상하 고 있었다. 공수의 합격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 없었다. 일방적인 싸움양 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잔인 하게 짓밟혔다.

- 억울하냐?

-일대일은 될 거 같지?

-그럼 해봐.

그때 천호와 장현성은 확실하게 깨달 았다.

흑금단은 단체분만 아니라 개인의 전 투력도 엄청나다는 사실을. 단, 실제 무 력과는 다르다. 전투 그 자체를 수행하 는 데 있어서 최적화를 이루었다. 자신 보다 더 강한 자들을 상대할 줄 알았다. 하물며 대등하거나 아래인 자들은 양민 학살이 가능했다. 간혹 고수도 하수에 게 당하는 경우가 있건만, 흑금단은 그 런 거 없다. 약자를 철저히 잔인하게 짓 밟았다. 그야말로 양학의 프로페셔널이 다.

“한눈팔지 말랬지?”

“알……겠습니다!”

양용익 부단주의 언성에 천호과 장현 성은 현재로 돌아왔다.

그들에게 있어 저승사자보다 무서운 사람은? 바로 저 앞에 있는 양용익 부 단주. 악마의 재림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악명을 지니고 있었다.

“쉴 만큼 쉬었으니, 시작하자.”

양용익 부단주의 명이 떨어지자 백금 단과 혹금단의 일상적인 훈련이 진행되 었다.

훈련은 중력 결계를 친 상태로 이루 어진다. 일반적인 중력보다 족히 5배가 높고, 공기도 5분의 1로 희박하다. 이 안에서 스프링이 장착된 근력 슈트를 입고 죽자 사자 훈련을 진행했다. 체력 과 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지옥의 훈 련이다.

‘?이러니 강할 수밖에!’

천호는 인정해야만 했다.

흑금단의 평소 훈련은 인간적으로 최 악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이탈하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다. 개개인의 훈련 양이 어마어마한데도, 군말 없이 행하 는 흑금단의 의지는 강인했다.

5시간의 강도 높은 훈련이 끝났다.

“대련으로 마무리하자.”

양용익의 말은 백금단에게 지옥의 전 언처럼 들렸다. 훈련이 끝났다고 하루 일과가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은 꼭 대 련을 빙자한 패싸움으로 끝이 났다. 혹 금단은 패싸움을 굉장히 선호하고, 잘 했다.

“훈련의 연장일 분, 사적인 감정은 없 다. 크크크크크!”

“맞아, 사적인 감정은 좋지 않아. 크

크크크크!”

“다들 감정을 자제하자고, 이런 날일 수록 냉철하게. 크크크크!”

말분이다.

흑금단의 두 눈엔 광기가 깃들고 있 었다.

단주의 폭압에 견디려면 일반적인 정 신력으로 어림도 없다. 어디 한 군데 나 사가 빠지거나 미쳐야만 한다. 그 모진 시간을 지나 완성된 결정체가 흑금단이 다. 죽음조차 초월한, 아니 죽음을 동경 한 혹금단의 광기는 무서울 지경이다.

이를 대적해야 하는 백금단은 오금이 저려 왔다.

―죽이자!

사적인 감정은 없다면서 전신에서 살 인의 진득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눈 빛만 봐도 알 수 있다. 광기와 악에 받 친 살인귀들. 혹금단의 육신에서 풍겨 나오는 죽음의 향기가 하나가 되어 귀 왕상(鬼王狀)을 그렸다. 저것들이 인간 인지, 인간을 잡아먹는 귀신인지 분간 되지 않을 지경이다.

……약해지면 안 되었다.

백금단은 당해봐서 안다.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물러서면 더 처 맞는다. 죽더라도 이를 악물고 맞서야 했다.

후아앙!

짙은 그림자가 백금단을 폭풍처럼 덮 쳤다.

백금단이 독기를 뿜어내며 저항을 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일방적이다. 혹금 단의 저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았 다.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다.

수법도 잔악하다.

머리채를 잡힌 채 안면을 강타당하고, 불알을 처맞아 빌빌거리고, 두 눈이 찔 려 허우적대고.

백금단이 상상했던 대결과는 거리가 멀었다.

흑금단은 이기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무인이라면 꺼려하는 공격을 더 집요하고 잔인하게 공격해왔 다. 그나마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 만 대응을 하면 기상천외한 임기응변으 로 백금단을 괴롭혔다.

“……살려줘!”

살려 달라는 백금단원의 절규에 흑금 단원의 광기가 증폭되었다.

“살고 싶단다.”

“아직 살 만하다는 거지.”

“이래서 인정을 베풀면 안 되는 거 야.”

“우리답게 가자고.”

얼굴에 발 도장이 찍힌 천호는 치가 떨렸다.

인정을 베풀어서 사람을 걸레처럼 쥐 어짜는 것인가. 인두겁을 뒤집어쓴 악 마들이었다. 사람을 패고 나서 후련해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감정을 싣지 않는다고 하는 건 명백한 위선이었다.

철퍼덕!

얼마 지나지 않아 백금단은 널어놓은 오징어처럼 늘어졌다.

다들 온전한 상태하고는 거리가 멀었 다. 머리는 터지고, 팔다리 한두 개씩은 기본으로 부러져 있었다. 그러고선 목 은 안 부러뜨렸잖아, 라고 위로를 해준 다. 치료라면서 침을 발라줄 때는 정말 멘탈이 붕괴되는 줄 알았다.

저벅, 저벅!

발소리에 양용익이 가장 먼저 반응했 다. 언제 어느 때라도 알아차릴 수 있는 단주 직속 감각기관이 발동한 것이다.

후다닥!

신속히 다가온 양용익이 부동자세를 취했다.

“잘되고 있는 거냐‘?”

“기초는 잡아놓았습니다.”

정우는 넝마가 되어버린 백금단을 둘 러보았다.

쌩쌩한 혹금단과는 대조적이었다. 실 력의 차이보다는 경력의 차이가 전해졌 다. 실제로 무공을 수련한 경력만 놓고 보면 흑금단보다 백금단이 위에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차이가 난다는 것은 경 력의 질적인 차이가 크다는 의미였다. 혹금단은 매일 생과 사의 경계를 초월 한 훈련과 사투를 헤쳐 나왔다. 매순간 이 주마등이고,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 있는 게 지옥이 되었다.

“갈 데가 있으니, 준비해.”

“예, 단주님.”

정우는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백금단 중 그나마 정신이 남아 있었 던 천호는 울분을 토했다. 혹금단주에 게 충성을 맹세했음에도, 정작 쓸모가 없어서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주인에 게 버려진 심정이 이럴까, 그에게 인정 을 받고 싶었다.

“?반드시 기대에 부응을…… 커억!” 천호는 울분을 채 토해내지 못했다. 강태산이 냅다 발로 차버렸기 때문이 다. 이를 양용익이 탐탁지 않게 바라보 았다. 단주께서 아무 말 하지 않아서 다 행이지, 다음에도 또 그러면 삶이 피곤 해진다. 양학에는 예외가 없다고 늘 입 버릇처럼 말씀하셨다.

“확실하게 끝냈어야지.”

“송구합니다.”

한편으로 이전보다 확실히 맷집이 좋 아지기는 했다. 처음보다는 버티는 시 간이 늘고 있었다. 기초 체력이 강해진 것이다. 그렇기에 단주께서 별말씀 하 지 않으신 거다.

“역전당하면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거다.”

“물론입니다.”

혹금단은 백금단에게 자리를 내어줄 마음이 조금도 없다. 매일 양학을 달성 하기 위해 매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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