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58화 (358/500)

제 3장

인과응보 (3)

“네즈미가를 먹었거든요.”

“마요네즈를 생으로 왜 먹…… 어디

라고?”

“네즈미가요.”

“거긴 또 어떻게 먹은 거야?”

“신녀를 꼬셨죠.”

신녀가 꼬인다고 넘어오는 그런 존재 인가.

다른 가문도 아니고 일본을 상징하는 12개의 무가 중에 하나로, 자금이 마르 지 않는 황금탑이란 말까지 떠도는 가 문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마르지 않 는 저금통을 가지고 온 것이다.

‘순순히 말을 듣진 않았을 테고, 이 자식 대체 얼마나 강한 거0??’

유 회장은 정우의 강함이 상상 이상 임을 체감했다.

일본 무가를 소리 소문 없이 제압할 정도면, 말을 해서 무엇 하랴. 일전에 금강문주가 일본에 간 적이 있다고 하 던데, 그 시기와 맞물린다. 정우와 금강 문주의 합작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 다. 금강문의 저력을 실감하게 한다.

“최근엔 사방신 길드도 먹었어요.”

유 회장과 윤철은 아연실색했다.

네즈미가를 먹은 것만 해도 핵폭탄 급인데, 이젠 사방신 길드까지. 지가 무 슨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곰치도 아 니고.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걱정 이 앞섰다. 범위가 줄어들기는커녕 자 꾸 커지고 있었다. 점점 감당하기 어려 운 영역으로 도달해 갔다.

“구린 짓을 많이도 했더라고요.”

“혹, 숨겨 놓은 장부라도 찾은 게냐?”

“딩동댕.”

“그걸로 어쩌려고?”

“죄를 졌으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지 요. 그게 법치주의의 기본이 아니겠어 요.”

유 회장은 그간의 일들이 단순하지 않음을 파악했다. 무림대회 때부터 지 금까지의 퍼즐이 맞춰지자 하나의 거대 한 그림을 그렸다.

정우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암계를 쓰는 수준과 스케일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도 놀라운 점은 실패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벽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 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후폭풍을 어찌 감당하려고?”

“그런 건 제가 아니라 받을 사람들이 해야지요.”

무책임한 발언에 유 회장은 딸꾹질이 나올 뻔했다. 지 일 아니라고 말 한번 시원시원하게 하고 있었다. 자기 혼자 사이다 마시고, 다른 이들에게는 거대 한 똥을 투척하는. 평생 똥만 치우다가 인생 종칠지도 모른다.

“회장님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드세 요.”

“좀 쉬면서 하면 안 되겠느냐.”

“무덤에 들어가면 평생 쉴 텐데, 살아 있을 때 열심히 하는 거죠.”

“말을 해도, 그리고 넌 열심히 안 해 도 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면서요, 아직도 멀었어요.”

“멀기는 뭐가! 쉬라니까!”

정우는 죄를 단죄한다는 마음보다는, 기회이자 발판으로 사용할 분이다. 그 들이 죄를 지었다 한들, 먼저 건드리진 않았다. 그저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에 불과했다. 깔아 놓은 깨끗한 도로에 오 물이 있으면 치우듯이, 밀어버리면 그 만이었다.

‘누가 앞에 있으래.’

청룡길드, 백호길드, 주작길드의 참 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 다. 유니크 연합과 길드 연합에서 세 길 드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막상 건드리려고 하니 후 폭풍이 클 것을 감안해 무마하려고 했 었다. 그렇게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유 야무야 넘어가려고 하는 시국에 금강문 주가 나서서 담판을 지었다.

-후안무치한 짓을 하고도 뉘우치지 않다니, 정녕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겨 레의 무인이자 금강문의 문주로서 하늘 을 대신해 벌을 내리겠다.

-달게 받아라.

세 길드마스터와 금강문주의 전투가 벌어졌다. 승패는 예측하기 어려울 거 라 봤었다. 금강문주가 한국 제일의 무 인이기는 해도, 길드마스터가 세 명이 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전투였다.

그런데 웬걸.

금강문주는 세 길드마스터를 제압했 다.

세 길드는 항복을 선언하고, 금강문주 의 뜻대로 그간의 일들을 모조리 다 공 개해버렸다. 일각에서는 금강문주와 세 길드마스터가 암암리에 거래를 했을 수 도 있다고 보았었다. 하지만 공개된 인 명록과 장부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파장 을 불러일으켰다. 정도가 있어야 하는 데, 하나도 남기지 않고 까발리는 바람 에 불똥은 사방팔방으로 끊임없이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와, 길드가 썩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썩다니 !

-너무하는 것 아니냐, 적당히 해도 사 는 데 지장은 없잖아!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더니, 정말 시 궁창의 끝을 보여주는구나.

-캐도 캐도 끝이 없어, 무한파밍도 아

니고!

-이대로 놔둬선 안 된다고! 단합된 힘 을 보여줄 때야!

여론이 끓어오르자, 세 길드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길드의 운명을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 다고 했다.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참 회의 눈물을 홀렸다.

각본대로 쇼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의 견도 있었지만, 세 길드가 내놓은 재산 이 천문학적이었다.

금강문주는 한 푼도 탐하지 않고 국

고로 전환시켰다.

세 길드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그나 마 앙금이 내려앉았지만, 연루된 정재 계의 인사들은 불똥을 피해 가기 어려 웠다. 권력과 결탁해 부정축재를 벌인 추악한 일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가 우롱차냐, 그간 양의 탈을 쓰 고 잘도 우롱했네.

-대체 얼마나 처먹은 거야?

-이러고도 뇌물이 아니란다, 받은 적 이 없대.

-영상이 있는데도 부정하는데, 무슨

말을 할까! 낯짝도 두껍다!

-낯짝 두꺼워야 살아남는 세상 아니 냐

연루된 인사들의 면면에 친일파까지 도 있었다. 친일파에 대한 조사는 의외 이기는 했다. 세 길드에서 참회를 위해 친일 부역자에 대한 목록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과거의 죄는 논외로 치고, 현재 벌이고 있는 죄를 기반으로 해서 부역 자를 솎아 냈다.

-도대체 나라에 안 썩은 데가 없네.

-어쩌면 국민성일지도 몰라, 아파트 경비원한테 갑질하는 것만 봐도.

-요샌 힘 좀 있다 싶으면 개나 소나 다 갑질이더라!

-물타기하지 마, 짱깨놈?아, 어디서 민 족성 타령이야!

-그런 식의 비방을 언제까지 할 거야!

-이번 기회에 전원 물갈이하고 단두 대에 올려야 해!

-훈계하는 척 꼰대질하기는.

세 길드에 대한 원성은 국민 스스루. 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는 아니었는가, 소소하더라도 위 에 서려고 갑질과 불법을 저지르지 않 았는지를. 우리나라의 성향인지 몰라도,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으면 본인을 드러 내고 싶어서 안달인 자들이 많았다. 무 시를 당했다 싶으면 안하무인의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기도 하고. 인정을 받고 싶으나,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서글픈 현실이다.

고구려의 광개토태왕, 임진왜란의 이 순신 장군처럼 난세(亂世)에 영웅W) 이 등장한다고 했다.

금강문주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지를 밝혔다.

-썩은 부위를 내버려둔다면 온전한 부위마저 썩기 마련입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썩은 싹은 반드시 도려내야 합니다. 제가 책 임지고 지켜보겠습니다. 만일, 허튼수작 을 부리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려 한다면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 해야 할 것입니다.

-금강문의 문주로서 천명하는 바입니 다.

금강문주의 엄포는 사이다 중에 사이 다였다.

모두가 원하는 명쾌한 답을 전했다. 하나, 말분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금강 문은 정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했다. 혹 시라도 있을 사태까지도 감안을 해두고 있었다.

특히 이번 사건에 그나마 선처를 한 자들이 있다고 넌지시 흘렸다. 괜히 발 을 들이다가 덤터기 쓰지 말라는 일종 의 협박이다.

썩은 동아줄 잡다가 폐가망신당하고 싶으면 손발을 담가도 되기는 했다. 그 땐 절대 조용히 끝나지 않는다.

사방신 길드와 연루된 자들은 벌벌 떨어야 했고, 주변인들은 자신들에게까 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몸을 사리게 되 었다.

금강문주는 허언을 하지 않았다.

-역시 우리의 금강문주야!

-정의구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이런 사람이 나서야 할 때야

-그래도 일처리가 너무 무식한 거 아 니냐!

-정치는 쉽지 않아!

대다수의 국민들이 금강문주를 지지 했다.

역사의 사명을 완수하고, 대한민국의 번영과 영광을 이룰 단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으로 처리가 과격 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는 구설수가 떠 돌았지만, ‘너 부역자지?’라는 말과 함께 배신자로 몰리기 일쑤였다. 어느 누구 도 건드릴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존재 가 되어가는 금강문주다.

-그거 들었냐? 금강문의 주도로 저금 리에 대출을 해준대.

-금강문주가 잘하는 건 알지만, 대부 업은 아니지 않냐!

-그 전에 빌렸던 채무자도 선별해서 감해주고, 금리까지 낮춰준다잖아.

-시중은행보다 싸잖아, 이래도 되는 거야?

-재단 사업까지 하는 걸 보면, 거의 자선사업 수준인데.

금강문의 주도로 이루어진 금융과 재 단은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고 못 을 박았다. 사회의 건전한 자금 형성을 위한, 사회 공헌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재무제표를 비롯한 모든 매출 현황을 공개했다. 자금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 서 이루어진 것이다.

금강문주의 배포에 다들 혀를 내둘렀 다. 단,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는 경우는 반드시 차단했다. 이익 창출이 목적은 아니더라도 자선사업은 아니었 다. 올바른 순환 경제를 위해서는 개인 의 노력이 있어야 했다.

“된 거냐?”

“아주잘하셨습니다.”

“좀 낯간지러운데.”

“연설이란 원래 그런 겁니다.”

이호극은 정우가 써준 연설문 그대로 언론에 발표했다.

성과는 엄청났다.

단순한 유명세를 넘어 사람들에게 경 외감을 들게 했다. 보통 사람은 하지 못 하는 일들을 과감히 처리하는 결단력 있는 인물로 묘사되었다. 시국이 어렵 고, 나라의 기둥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과 같은 시기에 필요한 인재임을 각인 시켰다. 무엇보다 청렴도에 관해서는 자타공인 최고였다. 털어봤자 한 달 식 대로 1억 정도 나간 것분. 혼자서 먹었 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양이지만. 먹는 양을 보면 납득이 간다.

“그런데 왜 발표한 거냐?”

“세 길드가 남아 있는 편이 나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득은 크지 않습니다.”

“애써세뇌한보람이 없잖아.”

“오래 갇혀 있지는 않을 겁니다.”

청룡길드, 백호길드, 주작길드의 마스 터를 세뇌해서 길드 연합까지 먹어치우 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굳이 그럴 필요 까지는 없다.

길드마스터는 처벌은 받아도, 형량은

길지 않을 것이다. 상위 유니크는 국력 의 일부가 된 세상. 그들을 마냥 처벌하 고, 손발을 묻어버린다면 결과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오히려 유니 크 연합의 관리 감독하에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위험한 케이브에 출동시키 거나, 국가적인 협상이 필요할 때 대동 할 수도 있다.

“다음은 유니크 연합이냐‘?”

“그건 유니크 연합이 어떤 식으로 나 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상원이 그 자식이 이제야 겨우 한숨 돌렸다고 하던데, 골골거리겠군.”

“등급 많이 올랐다면서요.”

“일복 터진 거지.”

문주의 불알친구 박상원은 유니크 연 합의 인천 지부장이 되었다. 나이가 많 아서 더 올라가지 못할 거라는 주위의 평판을 불식시키고, 일중독자가 되었다. 그 이면에 이번 파동으로 인한 수혜가 더 크다. 위에서 연관된 자들이 징계를 받고, 파면을 당하면서 그나마 성실했 던 박상원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좀 있다촬영 있는거알죠?”

“난 설정에 좀 약한데.”

“평소대로 하시면 돼요.”

“그래도 될까?”

“저만 믿으세요.”

정우는 본격적으로 금강문주를 언론 에 노출시킬 계획이었다.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강 피디를 섭외했다. 처음에는 안 한다 고 해서 꽤나 고생을 했지만, 대한 그룹 에서 신규로 론칭한 연예기획 방송국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하고 싶은 걸 전폭 적으로 지원해준다는 명목으로 빼 왔다. 그의 기획력이라면 금강문주의 파격적 인 일상도 제대로 만들어주리라 기대가 크다.

‘만화책도 만들고.’

실존인물을 내세운 만화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과 영화 피규어 산업으로 확 대시킬 계획이다. 이미 그만한 인지도 를 세웠으니, 기획력과 스토리만 받쳐 준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었다. 설 령 성공하지 않더라도, 유명세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사실 금강문주를 내세운 아이템 사업 을 하자는 논의가 밀려들고 있었다. 그 중에 선별을 해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직접 하는 편이 수익성을 고려할 때 좋 을듯싶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