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54화 (354/500)

제 2장

이호극의 방심 (2)

“경비 시스템은 확인 끝났겠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실수는 용납하지 않아.”

실수하면 적발될 수 있다. 수적인 차

이를 감안하면 시끄러워질 소지가 다분 하다. 당연히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하는 데.

“갑자기 실수하고 싶어지네요.”

“혼자는 절대 못 죽는다.”

“같이 죽으면 좋지요.”

“곰같이 생겨가지고, 영악하네.”

“에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하긴.”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 자들, 검은 옷이 어둠과 동화되어 완벽한 은 닉을 이루었다. 귀식대법을 펼친 듯 기 척까지도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다.

한데 대화가 좀 이상하다. 완벽한 은 신을 이루고도 들통 나고 싶은 뉘앙스 다. 대판 싸우다가 저승으로 직행한다 면, 그들에겐 빅-럭키였다. 뒤로 자빠져 도 대가리가 박살나고 싶은 자들이다.

“태산이는 잘하려나?”

“그쪽도 마찬가지겠죠.”

“하여간 애들이 경계심이 없어.”

“우릴 모르니까요.”

꽤나 설치고 다녔음에도 외부의 시선 은 금강문의 일개 무력단으로 치부했다. 이제까지 터뜨린 대형사고만 해도, 설 득력은 충분할 텐데. 경각심이 없는 요 즘의 만연한 사태가 안타깝다. 이쯤 되 면 경계를 이중삼중으로 해도 부족한데 말이다.

그러나 더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당하고도 다들 단주를 몰라 도 너무 몰라.”

“선수 치는 데는 도가 텄으니까요. 뭐 라도 남아야 알죠.”

“뒤처리도 완벽하니, 답답하네.”

흑금단은 현재 세 개 조로 나뉘어 있 는 상태다. 각각 맡은바 임무를 위해 은 신 중이다.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활동 을 개시할 것이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 함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전을 기한다.

그래서 더더욱 짜증이 난다.

“나 지금 불사수라기공이 10성에 도 달했다.”

“정말요? 전 9성인데.”

성취가 올라가면 대다수의 무인은 기 버하기 마련인데, 둘은 달랐다. 양용익 은 단원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고 있었 다. 어째서 그리 강해졌느냐, 하는 일종 의 동정심이 작용했다. 우리처럼 조금 게으름을 부렸어도 괜찮을 텐데.

“진짜 큰일이다. 이대로는 영영 죽지

않을 것 같아.”

“불로장생이라니, 암울하네요.”

나이 40°1 되면 국가에서 건강검진을 공짜로 해준다. 그러나 혹금단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불사수라기공이 건강을 강요하고 있었다. 병들어 죽을 수도 없 는 육체였다.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올까요?”

“아니.”

양용익은 희망을 주지 않았다. 희망고 문은 그만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주군이 일선에서 물러나서 전원생활을 한다 해도 혹금단에 자유는 없을 것 같 다. 괜한 희망 품지 않고, 오늘만 보고 살아야 했다. 오늘따라 하루살이가 왜 그렇게 부러운지, 잡아서 10년 동안 살 게 하고 싶다.

“신입이나 간수 잘해.”

“잘하고 있거든요.”

“세상엔 나쁜 놈들이 너무 많아.”

“그러니 단원수가 늘고 있죠.”

고령화 시대와 일맥상통하는 혹금단 의 현실이다.

나이가 들면 빠져주고 그래야 모양새 가 나는데, 신입이 들어오기만 하고 있 었다. 죽어 나가는 수가 초반과 달리 현 저하게 줄다 못해, 전무했다. 단순히 전 투력만 강하면 엄한 칼에 죽을 수도 있 을 텐데, 방심도 하지 않는다. 양학에는 전문가의 수준을 넘어서 대가의 반열에 올라가 있었다.

“요즘은 그나마 백금단을 가르치는 재미에 산다.”

“고것들, 귀엽던데요.”

“한창좋을때지, 멋모르고.”

“그러다가 우리처럼 되는 거죠.”

백금단의 수련은 양용익과 조장들이 맡고 있었다. 일대일 맞춤형 트레이닝 으로 빠져나가고 싶어도 못한다. 각자 의 스트레스 대용으로 삼고 있어, 백금 단만 죽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단주가 걸어놓은 최면도 오래가지 않을 거다.

“실드 고것들은 대가리 컸다고 이젠 대꾸도 안 한다.”

“원래가 꽉 막힌 놈들이니까요.”

혹금단이 가르친 1호 제자가 실드다. 엄마 젖이나 먹고 있을 애송이들을 어 엿한 유니크로 완성시켰다는 답답함이 있었다.

부르르!

처맞고 날아가서 바닥을 힘차게 100

바퀴나 구른 사내, 의식을 잃지는 않았 다. 그러나 육신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바닥에 엎어진 채 고개를 드는 데도 엄 청난 심력을 쏟아야 했다.

‘……단 일격에!’

주작십기의 육기, 주진원은 믿어지지 않았다.

단 한 번에 오장육부는 제자리를 이 탈하고, 뼈마디는 셀 수 없이 부서져 버 리는 충격을 받았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허무한 결과였다.

대붕권(大m筆)의 패도, 철산패(鐵山敗) 를 펼친 오른 주먹은 연체동물처럼 펄 럭거리고 있었다. 흑금단주와 정면으로 부딪친 참화다. 20년의 적공과 권의 연 마지로는 일합에 무용지물이 되었다.

‘?저런!’

주진원은 보았다.

전력 차가 너무 커, 전략적으로 후퇴 하려고 했던 길드원은 바닥에 대가리가 찍힌 채 엉망이 되었다. 다리를 잡고 망 치질을 하며 길드원을 모조리 다 바닥 에 눕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놀고 있어?’

흑금단주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그 증거다.

저자는 전력을 기울이지도 않고 있었 다. 적당히 손속을 겨룰 분이다. 만약 진력을 드러냈다면 끝나도 벌써 끝났을 것이다. 세 길드의 최상위 길드원을 개 잡듯이 잡고 있는데도 전력이 아니라니, 그간 알려진 위명이 과대평가는커녕 과 소평가였음을 실감하게 했다.

저벅, 저벅!

길드원을 모조리 다 아작 낸 혹금단 주가 걸어오고 있었다.

혹금단주의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다이렉트 서비스에 주진원의 동공은 그 어느 때보다 떨리고 있었다. 오지 않으 면 했으나, 기어이 오고 말았다.

“약속이 15분이었으니까, 1분 남았 네.”

“..

뭐라는 거야?

때릴 줄 알고 눈까지 감고 있었건만, 앞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주진원은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쿠르르, 꽈아아앙!

허공으로 날아오른 삼왕과 금강문주 의 격돌로 인해 어둠과 빛이 교차했다. 불이 번쩍일 때마다 비쳐진 혹금단주의 윤곽은 주진원에게 공포심을 새겨주었 다.

솔직히 최상위 길드원이 합공을 펼치 면 무문의 문주라 해도 제압할 수 있을 거라 봤었다. 전력이 약해진 것일까? 그 럴 리는 없다. 예상을 못 하긴 했어도 그 정도는 감안을 했다. 그렇다면 결론 은 하나다.

‘……괴물이다!’

문파의 직위가 실력을 대변하지 않는 다고 하나, 혹금단주는 그마저도 넘어 섰다. 어쩌면 혼선을 주기 위해서 단주 라는 직책을 맡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 래야 상대하는 입장에서 방심을 하거나, 의심을 하지 않을 테니까.

“10, 9, 8…… 2, 1, 제로.”

정우는 시간을 잰 후, 의식을 잃지 않 은 길드원의 대가리를 발로 찼다.

퍽!

꼴까닥!

처맞은 주진원의 의식은 그 즉시 우 주로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아직은 염 라대왕을 만날 시기는 아닌 모양이다.

“약속대로.”

정우는 9단의 현천공을 개방했다.

외부로 기운을 발현하진 않았다. 오히 려 그 반대다. 마치 흔적조차 없는 유령 이 된 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뇌력광마신공 폭뢰신, 뇌력대천강!

-속성 개방, 내력 증폭!

현무길드에 악몽을 선사해주었던 이 호극의 필살기 중에 하나다. 하지만 내 력 소모가 상당한데다가 폼이 지나치게 큰 기술이다. 마구잡이로 사용하면 내 력손실에 의한 역습을 허용할 수도 있 었다. 한데 이호극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속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저런 큰 기 술을 호흡을 재지도 않고 또 사용하다 니 무모한 짓이었다.

-뇌력대천강, 광폭연사!

이호극의 무식한 행동은 삼왕에게 혼 선을 빚게 했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 서 자신에게도 충격이 올 기술을 쓸 거 라고는 계산하지 않았었다. 찰나의 흔 들림은 꽤나 큰 손실을 안겨주었다.

첩첩이 응축된 뇌력대천강이 일직선 으로 뻗어 왔다.

콰아아아앙!

상상을 불허하는 힘의 충돌이 일어나 며 경이로운 소요가 발생했다. 지평선 끝까지 파장이 전달되어 속살을 드러내 다가 어이없이 흩어진다.

후아앙

후폭풍이 휩쓸고 지나갔을 때 삼왕과 이호극이 나타났다.

파파파팟!

격전은 계속되고 있었다.

큰 기술을 펼친 이호극은 물러서기는 커녕, 안으로 파고들어 삼 대 일의 박투 를 이어나갔다. 일격 일격이 필살기다. 아무래도 삼 대 일이 되다 보니, 전부를 막고 피하기는 어려웠다. 피하는 대신 맞으면서도 공격을 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투의 양 상이 팽팽해 보이는 것과 달리, 이호극 의 속도와 파워가 더 강했다.

‘이 괴물 같은 놈!’

‘수왕이 당한 것도 이해가 되는구나!’

‘제기랄, 혼자였다면 필패다!’

원치 않은 수인화를 이루고도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저 말도 안 되는 강인 함은 이제껏 알고 있던 금강문주에 대 한 소문을 훨씬 상회했다. 인정하긴 싫 지만, 그가 왜 이토록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부터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공격 을 해왔다면 낭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 다.

전력을 끄집어낸 이호극의 호흡이 조 금 흔들렸다. 그만큼 많은 기력을 쏟아 냈다. 근래에 들어 좀처럼 보기 힘든 광 경이다. 평소보다 빨리 끝내려고 내-외 공을 아낌없이 퍼부은 결과다. 한편으 로 계속 통해왔기에 방심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우리 사이에 왜 이래, 간 보지 말고 어서 오라고.”

“지친 주제에 허세 부리지 마라.”

삼왕의 얼굴은 질린 기색이 완연했다. 한 호흡의 시간뿐이거늘, 금강문주는 회복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육신의 흔들림이 사라졌다. 괴물 같은 회복력이었다. 수인화를 이루어 생명력 을 강화하지 않았다면 쓰러지는 건 자 신들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금강문주의 뜻대로 싸우지 는 않는다. 필시 서두르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봤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 강함 이 이해되지 않았다. 예로부터 과한 힘 을 얻으면, 그에 따른 반작용이 있다고 했다.

삼왕의 예상대로 금강문주에게는 충 분한 사유가 있었다.

‘시간 끌면 곤란한데.’

다급해진 금강문주가 먼저 들이댔다.

휘익!

삼왕은 신속히 진형을 유지하며 속성 을 꺼내 들어 금강문주의 전진을 막아 섰다.

속박, 전이, 환영이 금강문주의 정신 과 육신의 내외부에 족쇄를 채웠다. 속 성 제공권을 회피했어야 했다. 정면으 로 들이대는 바람에 제대로 속성에 걸 렸다. 하물며 삼왕은 8급의 유니크다. 금강문주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화끈하게 붙자니까, 이런 식으로 나 오면 신상에 이롭지 않을 거라고. 다 너 희들 생각해서 하는 소린데, 내 성의를 무시하는 거냐!”

“그따위 허접한 격장지계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다고 쉽게 결판이 날 것 같 으냐!”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그러지 마 라!”

“네놈의 안달 난 얼굴을 보니, 더더욱 시간을 끌어야겠구나!”

삼왕은 점점 확신이 생겼다. 시간을 더 끌어야만 했다. 조금 더 버티면 금강 문주는 파격을 맞아 제 스스로 무너질 게 분명하다.

“격장지계 아니라니까, 이것들이 충고 를 해줘도!”

격장지계는 개뿔!

이호극은 전력으로 부딪치기보다는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삼왕의 의도에 열불이 터졌다. 이러다가는 죽도 밥도 아닌 어정쩡한 대결이 되어버린다.

‘시간 없는데.’

이판사판, 이호극은 전력을 끄집어냈 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남아 있는 불 꽃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산화하는 편이 나았다.

퍼퍼퍼펑!

서두른다고 해도 이호극은 이호극이 다.

전투에 미쳤다는 소문이 괜히 나오지 않았다. 무지막지한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도가 텄다.

‘……무식한 놈’

‘동귀어진이라도 할 셈이냐!’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본인의 상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 고 죽자 사자 덤벼드는 금강문주의 ‘묻 지 마, 돌진’에 삼왕도 진땀을 빼야 했 다. 까딱 잘못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미친개에게 물리면 약도 없다고 하더니, 그 짝이었다.

성난 코불소처럼 천지사방을 휘젓는 금강문주의 사생결단 쇼는 삼왕조차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 약 해질 거란 예상과 달리 점점 더 강해지 고 있었다.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지경이다.

투아앙

불꽃 튀는 사투가 종점에 이를 때 광 폭한 폭발이 일어나며 금강문주와 삼왕 의 희비가 교차한다. 호흡이 전보다 더 거칠어진 금강문주와 달리, 여력이 남 은 삼왕이다. 그러나 딱히 좋지도 않았 다. 삼왕도 여력이 많이 남았다고 보기 는 어렵다.

“하아, 하아. 이러면 나가린데.”

“크하하하, 네놈의 명운도 여기서 끝 이다!”

삼왕의 득의한 모습에 이호극은 한숨 을 쉬었다. 저렇게 좋아할 때가 아니었 다. 그러다가 한 방에 훅……?

푸욱

예리하게 다듬은 쇠붙이가 살가죽을

뚫고 나왔다.

부르르!

쇠의 차가움을 느낄 사이도 없이 불 같이 뜨거운 용암이 내부를 진탕시킨 다.

“……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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