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53화 (353/500)

제 2장

이호극의 방심 (1)

창왕, 투왕, 적왕은 아연한 표정을 지 었다.

그들의 신색은 처음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마물의 외피로 특수 제작된 슈

트가 볼품없이 찢겨졌다. 자체 회복력 을 상회하는 파괴력과 마주한 결과다.

붉게 달아오른 육신이 찬바람을 맞아 열기를 발출했다. 삼왕은 격전의 흔적 을 내려다보며 치를 떨었다. 승부가 났 어도 벌써 났어야 하건만, 백중세를 벗 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인정할 수 없단 말이다, 절대!’

‘빌어먹을, 자신하고 있었던 거였어!’ 금강문주의 강함에 삼왕은 울화가 치 밀었다.

인정할 수 없는, 인정하고 싶지도 않 은, 거짓말 같은 현실과 조우하고 있었 다. 일대일이라고 해도 비등할 거라 예 상했었다. 하물며 셋이서 합공을 했다. 예전에 승부가 났어야 했다. 비슷한 실 력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그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결판이 나기는커녕 육신에 새겨진 흔적이 현재 의 고통을 상기시킨다.

하물며 공수는 끝나지 않았다.

파파팟!

삼왕의 진력이 실린 연환천격(連環天 擊)을 금강멸혼으로 상쇄시켰다. 겹겹의 강기의 륜이 뇌강에 부서지는 광경은 실로 경이적이다. 뇌강은 파괴력분만 아니라 소멸의 진력이 실려 있었다.

xeei

이호극은 거리를 좁혔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느긋한 건 더더욱 아니다. 전투가 치열 해지고, 살의가 팽배할수록 전의가 끓 어오르고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뿜어 져 나간 뇌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가로 막는 모든 것을 멸살했다.

三7三7 그三?!

차오르는 미소만큼이나, 이호극의 만

족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전력으로 대 적할 적수가 정우를 제외하고 없었는데, 삼왕의 합공은 색다른 맛을 선사해주었 다. 그에 상응하듯 뇌력광마신공의 초 월경을 열었다.

“맘껏 싸워보자고!”

광뇌아에 도달한 뇌기가 육신에서 뿜 어져 하늘로 수직상승했다. 거대한 빛 의 기둥과 나선을 그리는 뇌전의 고리 가 장관을 이룬다. 일순 황금색 휘광이 일대를 밝혀 대낮과 다르지 않은 공간 을 완성한다.

처어어엉!

뇌주관천(雷柱貫身), 그야말로 어둠으 로 물든 하늘을 꿰뚫는 뇌신의 포효였 다. 화려함의 극치를 내달리고 있었다. 공력의 손실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이호극의 무신경이 만들어낸 빛의 찬연 한 성채다.

스윽!

이호극이 삼왕을 보았다.

투득!

삼왕은 저도 모르게 경직되었다.

‘긴장했다고, 우리가?’

애써 불신했으나, 꽉 쥐어진 주먹에서 땀이 흥건하게 배어 나왔다. 빌어먹게 도 육체는 정직했다. 혼자서도 대등하 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터무니없이 강한 금강문주를 상대하려면 감추고 있 는 전력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었다. 당 장 저 써도 써도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이호극의 체력과 공력을 빼놓아야 한 다.

‘하는 수 없지.’

이겨야 한다. 여기서 져버리면 가지고 있는 걸 모두 잃게 된다. 비겁하다고 한 들 상관하지 않았다. 호굴인 줄 알면서 도 제 발로 찾아온 금강문주의 호기가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신호를 보내……?’

삼왕이 약속된 수신호를 보내려고 할 때, 시선에 잡힌 영상이 부조화를 이룬 다. 은닉하고 있어야 할 최상위 길드원 이 혹금단주에게 맥없이 처맞고 있었 다.

툭, 툭, 툭!

뚜벅뚜벅 걸어가서 주먹을 내지를 때 마다 알아서 대가리를 내밀고 있는 형 국이다. 피하거나, 막거나, 반격하지도 못했다. 지면에 처박힌 길드원은 경련 을 일으키다가 의식을 잃어버렸다. 더 기막힌 사실은 도망도 못 치고 있다는 거다. 튀려는 낌새라도 보이면 귀신같 이 알아채고, 찾아가서 발목을 잡아 대 지에 망치질을 했다.

파앙, 파앙!

도망치다 걸리면 더욱 모진 수모를 당했다. 여자고 남자고 가리지 않았다. 잡히면 모조리 다 망치질이었다.

“저럴 수가!”

기도 안 차는 광경에 삼왕은 두 눈을 의심했다.

다른 이도 아니고, 저들은 각 길드의 최정예 길드원이다. 능히 무문연합의 핵심고수를 대적하고도 남을 역량을 갖 추고 있었다. 저토록 허망하게 당할 만 큼 약하지 않았다. 저들이 약하다면 최 선을 다해 가르친 자신들은 뭐가 되느 냔 말이다.

“날 두고 한눈을 파셨겠다, 이거 무진 장 열 받네!”

“?…”잠깐!”

“잠깐은 개뿔, 죽어맛!”

“?젠장!”

삼왕의 제공권을 금강문주가 파고들 어 왔다. 스펀지처럼 뇌기를 머금은 강 권이 형을 초월하여 공간을 꿰뚫어버린 다.

처어어엉!

길드원의 합류를 바랐던 삼왕으로서 는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황하고만 있 어선 안 되었다. 정면을 가득 채우는 뇌 공을 막는 게 우선이었다.

꽈아아아앙!

어둠을 쪼개고, 지축을 뒤흔들었다. 사방으로 번져 나가는 파괴력이 거대한 해일을 연상케 한다. 밀려 나간 거죽이 둔덕을 만들었다가 맨틀과 맨틀이 교차 하듯 치솟아 올랐다. 대지의 지각변동 으로 인한 거센 바람과 먼지구름이 피 어올랐다.

금강문주와 삼왕의 희비가 교차한다.

전의를 불태우는 금강문주와 달리 삼 왕은 낭패한 기색이 완연했다.

한눈을 팔았다고는 하나, 삼왕은 전력 을 끄집어냈다. 그럼에도 금강문주를 밀어내기는커녕, 밀려버리고 말았다. 속 이 쓰릴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현실이 다. 하물며 믿고 데려왔던 길드원마저 혹금단주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 다.

빠드득!

유리했던 조건들이 하나둘 부서지더 니, 고립무원은커녕 되레 감옥이 되어 가고 있었다. 길드원 전체는 아니더라 도, 데리고 온 전력만 놓고 보면 무문 하나 정도는 가분이 부숴버리고도 남았 다. 그렇기에 더더욱 져서는 안 되는 현 실이다. 오늘 일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기어이 우릴 궁지로 모는구나!”

“네놈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한 거 다!”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마!”

삼왕은 거치적거리는 명예는 집어던 지고 본모습을 드러냈다. 가급적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이기도 하다.

투득, 투득!

육체변이, 다중속성을 지니고 있는 삼 왕의 퍼스트 속성이다.

사신가(四神家)에게만 내려져 오는 육 체적 특징이 격변의 세상이 되면서 완 성형을 이루었다. 누대에 걸쳐 홑어지 고, 흐려졌던 유전자적 성질이 집합된 결정체다.

크르렁!

청룡, 백호, 주작의 현신.

육체가 변화되어 수인화를 이루었다 가 전투체로 완성된다. 청룡인(人), 백호 인(人), 주작인(人)의 형태다. 쉽게 설명 하면 드래곤이 인간형으로 변화해 최적 화를 이룬 형태, 드래고니안과 비슷하 다.

수인화를 완벽히 이룬 삼왕은 공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투아앙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 청난 기운이 발현되어 사나운 기파를 발생시켰다. 맹렬히 전진해 들어오고 있었던 금강문주도 잠시 주춤해야 했다. 사실 주춤했다기보다는 동물로 변한 삼 왕이 신기해서 쳐다본 거겠지만.

두드드드!

삼왕의 숨겨진 진의는 상당했다.

호오

일시정지를 누른 상태가 된 이호극의 동공에 흥미가 감돈다. 수왕과의 격전 에서는 보지 못했던 변이였다. 사신가 의 피를 이어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수 인화를 이룰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르렁!

백호로 변한 투왕이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살기를 뿜어냈다. 실상 수인화 를 이루면 인간의 이성보다 짐승의 야 성이 더 강해진다.

“왜, 벼라도 던져주랴?”

호랑이의 살기, 즉 호환(虎患)에 당하 면 보통 사람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다고 한다. 하물며 영물이자 신의 반열 에 오른 백호다. 절대공력까지 감안하 면 투왕의 살기는 일반적인 범주를 벗 어난다. 그러나 이호극은 불패의 금강, 한국 무림의 이단아, 유니크의 돌연변 이, 최강의 상(上)>아이로 불리는 상종 못 할 인간이었다. 살기가 통할 대상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좋아했다.

“귀엽네, 키워보고 싶을 지경이야.”

“네놈 절대 성히 죽지 못할 거다!”

“성히 죽든, 곱게 죽든, 죽으면 고깃

덩어리지.”

“잘난 체하는 그 입부터 뭉개주마!”

삼왕의 살의가 공간을 지배했다. 기실 그들은 이런 모습을 원치 않았다. 가급 적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싸울 때만 변신하면 그만인데, 왜 그러냐고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모습으로 변신을 하 면 1년가량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지금이야 변이된 상태로 있어도 큰 상 관은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놀림을 받 아야 했었다. 한데 이 망할 놈은 자신들 을 애완동물같이 취급하고 있었다.

“그래, 가만두지 마라. 야옹아!”

“이놈 죽어맛!”

수인화를 이룬 삼왕과 뇌신의 반열에 오른 금강문주의 본격적인 혈투의 개전 이다. 한데 금강문주의 두 눈에 다급함 이 실렸다.

‘빨리 끝내야겠다.’

뇌력광마신공을 개방한 채로 내력증 폭을 완성했다.

쩌어엉!

하늘을 향해 뇌주가 또다시 치솟아 올랐다. 좀 전보다 족히 서너 배는 더 크고 밝았다. 뇌전와류가 극대화되었을 때 이호극은 완전한 뇌신이 되었다. 뇌 신강림(雷神降臨)의 수, 가로막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대로 삼왕을 향해 전진했다.

꽈아앙

나아가는 궤적이 보이지 않았을 때 금강문주와 삼왕이 격돌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공간에 점을 찍고 이동을 한 것처럼 보인다. 충돌할 때마다 기후가 변화해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자연재 해급의 격돌이었다.

푸아앙, 후드득!

갑자기 쏟아져 내린 우박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면서 물방울을 이룬다. 미 친 듯이 격렬한, 끝을 모르고 세상의 종 말을 고하듯 날뛰었다.

“영혼까지 갈아 마셔주마!”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껄껄껄!”

급박함이 느껴졌음일까, 말과 달리 행 동은 다급해진 이호극이다. 이를 삼왕 도 알아채고 있었다. 아무리 강해도 삼 대 일의 대결이다. 진력의 소모가 차원 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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