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50화 (350/500)

제1 장

격돌 (1)

대기권을 뚫고 들어온 운석이 지상에 떨어진 것일까?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가 분지가 된 지 형.

안산시의 외곽, 과거에는 공장 지대로 활용되었었다. 현재는 케이브 오픈으로 인해 인근 지형의 구조가 바뀌었다. 당 시 케이브에서 나온 마물의 등급은 무 려 8급이었으며, 염동력을 사용할 줄 알았다.

최후의 순간 염동력을 극대화해 자폭 하는 바람에 피해가 상당했다. 이후로 도 불안정한 공간이 되었고, 랜덤 케이 브가 열리곤 해 사람이 살지 않는 죽음 의 지대가 되었다.

“젠장, 어떻게 안 거야?”

“현무길드겠지.”

“어디까지 떠벌린 건지, 원!”

“이 일이 새어 나가면 우린 끝장이라 고.”

짙은 어둠이 장막처럼 내려앉은 시간.

청룡길드의 유선엽, 백호길드의 주지 태, 주작길드의 백명진이다.

그들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일전의 사 건이 회귀되었다. 실상 잊고 싶었던 기 억 중에 하나다. 언론엔 케이브 오픈으 로 인한 사고로 알려졌지만, 실상 인재 에 가까웠다.

당시만 해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상 급 마물의 출현이기는 했어도 제압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사방신 길드의 최상급 길드원을 동원하여 마물을 처리 했다.

한데 지나치게 순조로웠을까, 욕심을 부렸다. 상급 마물을 죽여서 에너지 스 톤만 빼앗기에는 아까웠다. 마물이 가 진 마력과 염동력을 홉수한다면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거라 판단, 강탈 능 력을 지닌 길드원을 동원했다.

결과적으로 마물의 능력을 강탈하기 는 했는데, 길드원이 마물화되어 폭주 를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양산하고, 마력을 견디지 못한 유니크 가 폭발하면서 일대를 날려버렸다. 당 시에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다.

사방신 길드는 진실이 외부에 알려지 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키고, 케이브 오 픈의 피해로만 유니크 연합에 보고를 올렸다. 실상 유니크 연합 내에도 연결 고리를 만들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 다.

“일을 이따위로 만들어놓고 죽어버리 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죽은 자를 탓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 나.”

“그 미친놈이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 이 없잖아!”

유선엽, 주지태, 백명진의 속은 시커 멓게 타들어갔다.

사방신 길드로서 협업이 워낙 많았다. 흔적을 전부 지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 능했다.

협력 관계이기는 해도, 정보 수집은 나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간의 행적을 현무길드만 가지고 있다고 장담 하지 못했다. 사람 속을 다 어찌 알까? 하물며 돌아서면 언제든 적이 될 수도 있었다. 살아날 구멍을 파놓는 건 당연 한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다 해도 대놓고 약점을 쥐고 있 다 말하진 않는다. 공생관계가 유지되 는 한, 서로의 약점은 수면 아래에 있었 다.

‘깔끔하게 혼자서 안고 가면 얼마나 보기가 좋아, 병신 같은 놈!’

‘고작 몇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당하 다니!’

‘하나, 이번 일은 명백한 실수가 될 것이다.’

현무길드가 무너지면서 사방신 길드 의 결속력이 그 어느 때보다 약해져 있 었다. 외부의 시선도 곱지 않은데다가 길드연합, 무문연합, 유니크연합까지 의 심을 눈초리를 지우지 않았다.

특히 길드연합과 유니크연합은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해 전가할 대상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유진그룹 으론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울 수도 있기에, 차선책으로 쓸지도 모른 다. 자칫 숨겨진 내막이 공표라도 되는 날에는 길드는 갈가리 찢겨나가고, 불 불이 흩어질 게 분명하다.

“준비는 완벽하겠지?”

“이 일대가 우리 구역이란 거 알잖

아.”

“그래도 확인해봐야지, 미친놈이잖 아.”

60평생을 살아오면서 이토록 예측이 되지 않는 인간은 처음이었다. 신중히 판단을 내려도, 전혀 상상도 못 할 방식 으로 속을 뒤집어놓았다. 어느 누가 현 무길드를 대놓고 습격할 줄 알았겠는가. 그 인간이 아니고서는 그따위 미친 짓 을 벌이지 못한다.

“운이 좋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 미친놈을 다들 연호하는 거야?”

“내막을 안다면 좋아할 순 없겠지.”

모르는 게 문제다.

자신들이 그런 놈이 아니라고 한들, 양치기 소년 되기 딱 좋은 형세였다. 상 종 못 할 놈이 잘나가고 있으니, 배알이 꼴리고, 배가 너무 아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길드가 무너졌 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야?”

“그게 세상의 인심인 거지.”

“자기 일 아니라고 막 말하는 것들, 다 조져야 해!”

현무길드의 패망이 각종 비리와 유착 관계로 묻히긴 했으나 엄연한 대형 사 고다. 이슈가 되어 갑론을박과 대서특 필은 당연했다. 웬걸, 그 인간에 대한 민심은 칭찬 일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 었다. 죽어버린 수왕 이영환만 만고의 역적이 되어 부관참시 중이다.

참고로 세 길드마스터는 옆에 있다가 불똥이 제대로 튄 격이 되었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 그 인간의 본성을 사람들 이 안다면 절대 칭송하지 못한다. 욕을 바가지로 처먹어도 시원치 않을 미친놈 이 유명세를 떨치다니, 현실이 미쳐 돌 아가고 있었다.

“수왕을 이겼다곤 해도 자신감이 지

나치잖아, 지가 무슨 천하제일도 아니 고!”

“이건 명백히 우릴 무시하는 처사네.”

“반드시 그날의 굴욕을 되돌려주어야 해.”

금강문의 제안은 비상식의 수준마저 도 넘어섰다.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결을 청해왔 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곱씹었다.

금강문의 행보가 파격적이긴 해도 일 정한 선은 있었다. 자신들을 무시하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얼마 나 같잖게 봤으면 이토록 안하무인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당시를 상기하면 치 가 떨리고 이가 갈린다.

“쫄리면 뒈지라고! 그게 일문의 수장 이 할 말이야!”

“몰상식한 인간 같으니라고!”

“하긴, 그 인간이 언제 예의를 따지기 나 했었나.”

어디서 그런 후레자식이 나타나가지 고.

동방예의지국의 수치다.

서신을 가져온 혹금단주에게 쓴맛을 보여주지 않은 게 영 못마땅하다. 길드 를 업신여긴 대가를 새겨주어야 했다. 하지만 화만 낼 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짜증이 치밀었다. 금강문의 무모한 도 전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활로가 생겼다.

분명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을 일인 데, 실익은 컸다. 무엇보다 제안을 거절 하면 그간 해왔던 모든 일들이 만천하 에 공개된다. 차후 한국에서 길드를 운 영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런데 말이야, 올까?”

“보통은 못 오지, 나 같아도 안 오겠 다.”

“한데, 그 인간은.

자신들 같으면 절대 오지 않는다.

제 발로 호굴을 왜 찾아가.

문제는 그놈이 보통 인간이 아닌 미 친놈이라는 거다.

사고로 위장한 이 일대는 사방신 길 드가 공동으로 관리하며 암암리에 사용 하던 장소다. 외부인 출입통제구역으로 선정해놓았고 임의적으로 운영했다.

날짜는 정해놓고, 장소를 정하면 통보 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 그들은 오늘 을 대비해서 일대에 길드의 최상위 전 투요원을 배치했다.

실상 수가 많아도 문제가 되었다. 길

드 내에도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많았 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위험하지만, 내부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다.

“오겠지.”

“미친놈이니까.”

유선엽, 주지태, 백영진은 금강문주를 극도로 싫어했다. 그럼에도 내뱉은 말 은 반드시 지키는 자였다. 허튼수작을 부릴 거라고 보진 않았다. 그 단순무식 한 인간은 진짜로 이길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10할 이상이었다.

그래서 더 열이 받는다.

사람을 대체 뭐로 보고.

무문연합의 수장과 길드연합의 마스 터는 동등한 실력으로 평가된다. 어느 누가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금강문주는 이런 세간의 평가를 대수롭 지 않게 짓밟았다. 속된 말로 내 밑으로 다 짜지라는 의미가 담겼다.

-참새 3호입니다.

“말해.”

-목표물이 도착했습니다.

“인원은?”

두입니다.

“……알았다.”

외부에 배치된 길드원의 보고에 입맛

이 썼다.

예측은 했으나 진짜로 올 줄이야, 최 소한 정예부대를 이끌고 오기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 예상마저도 가볍게 비 웃고, 홀랑 둘이서 찾아왔단다.

이런 개무시를 봤나!

누가 더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좀 전의 자신들이 초라해질 지경이다. 와도 문제고, 안 오면 자존심 상하고. 여하튼 사람 기분 상하게 하는 데는 천 부적인 새끼다.

빠드득!

그들은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굴 들고 다닐 수 없게 된다. 실상 이겨도 딱히 좋지도 않았다. 이겼다는 사실을 널리 전파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쪽팔린 짓을 했다고 광고하는 격이다.

“이기는 걸로는 분이 풀리지 않아.”

“죽여버리는 게 어떤가?”

“안 돼, 그리되면 오늘 일이 외부에 알려질 거야. 그보다는 살려달라고 비 는 모습을 보는 게 낫겠지.”

“호오,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야.”

도(W) 아니면 모(馬).

금강문주를 지칭하는 표현 중에 이보 다 더 적합한 단어가 있을쏘냐. 그야말 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 극단적인 성향 의 대표주자다. 그런 자가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까?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욕심이 난다.

-참새 2호입니다.

“다 온 게4?”

-그게……!

“어서 말해.”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실랑이라니, 설마 오지 않으려고 수 작부리는 것이냐?”

작당모의가 끝나가는데 정작 목표물 이 오지 않으면 허공을 향^ 이불킥을 한 꼴이 된다. 이제는 반드시 와야 했다. 씻지 못할 굴욕을 선사해줄 작정이었 다.

-그게 아니라……

“빨리 안 말해!”

-밥부터 먹고 하자고 식탁을 펼쳤습 니다. 식탁보는 장미 모양으로 되어 있 습니다. 은으로 만든 수제 접시와?… 등등.

‘*.2”

펼치긴 뭘 펼쳐!

여기가 자기 집 주방이야!

또한 고-퀄리티다.

-15분이나 남았다면서.

반사적으로 그들은 시계를 봤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정확히 15분가량 부족하다. 정시에 나타나기만 하면 문 제를 삼을 이유가…… 없기는 개불! 이 망할 놈들이 자신들을 놀리고 있는 것 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트집을 잡기는커녕, 분만 삭 여야 하는 처지다. 약속 시간을 어긴 것 도 아니고, 오는 도중 밥을 먹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참새 2호도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정 보 전달을 해왔다.

직업 정신이 아주 투철하다.

?돈가스보다는 소불고기가 더 낫다 고.

“닥쳐!”

“둘 다 먹으면 되죠.”

“요건 몰랐네, 괜히 고민했잖아.”

돼지 1마리를 튀겨본 적이 있는가, 없 다면 말을 하지 마라. 정우는 우리 돼지 1돈을 튀기고, 우리 한우 1마리를 불고 기로 조리했다.

기본 식대니까, 너무 놀랄 필요는 없 다. 시간도 걱정 마라. 우리에게는 아직 15척…… 아니, 분이나 남아 있다.

우걱우걱!

바사사삭!

돈가스의 겉은 바삭하고, 안은 육즙이 살아 있었다. 세밀한 불 조절이 가능한 삼매진화의 효능이었다. 소불고기는 숯 향이 나도록 백탄을 사용했다. 향^ 골 고루 배도록 관형의 바늘보다 얕은 도 강을 꽂았다.

“싸우기 전에 먹는 밥이 와따여.”

“오오, 문주님은 먹을 줄 안다니까 요.”

“싸우고 나서 먹어도 맛있고.”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이기고 나면 더 맛있고.”

“명쾌한 진리네요.”

한밤중 적당한 빛을 위해서 허공으로 강환(剛九)을 여러 발 떠올려놓았다. 찬 연한 빛을 내는 강환은 아름다움의 결 정체였다. 데이트할 때 달을 따 달라는 애인의 요구를 위한 대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강환을 전등으로 쓰네!’

‘저래도 되는 거야?’

‘무공 인플레이션이잖아!’

관전 중인 참새 2호들.

둘의 만행에 기가 차서 혀를 내둘러 야 했다. 저 인간들이 제정신인지 의문 이 들었다. 원래부터 정상하곤 거리가 멀다는 소문이 무성했건만, 소문 그 이 상이다. 그야말로 호굴로 기어 들어가 고 있는 중에 버젓이 식사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제정신은 절대 아니다.

“어이, 너희들, 와서 먹을래?”

“대답 안 하냐?”

“?저흰 배부릅니다!”

“찬 바닥에 오래 누워 있으면 입 돌아 가니까, 조심해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호극의 물음에 참새 2호들은 대답 해야 했다.

순간적으로 노려보는 금강문주의 시 선에 대가리가 박살나는 것 같은 충격 을 받았다. 실로 믿어지지 않는, 강자의 품격이라고는 한 올도 없거늘. 작정하 니 달라졌다. 왜 그토록 금강문주가 유 명해졌는지 새삼 실감하게 해주었다. 겉으로 보이는 기행만으로 판단을 했다 가는 날벼락 맞기 딱 좋은 유형이다.

“얼마나 남았냐‘?”

“6분 14초 남았습니다.”

“커피 한잔 할까?”

“식후엔 땡인데요.”

“흡연은 건강에 나쁘단다.”

“아무렴요.”

정우는 브라질에서 직접 공수한 원두 커피보다는 믹스 커피를 꺼냈다. 음식 맛은 까다로운 축에 속하는 분이 커피 는 믹스를 즐기셨다. 다방의 진한 향기 를 원하신다나, 전에는 대형 커피 잔에 타조 알을 둥둥 띄워 주었었다. 마신 후, 커피엔 역시 타조알이라고 하셔서 수차 례 공수해 온 적이 있었다.

믹스 커피에 칼로리 제로인 사카린을 넣었다. 사카린이 안 좋다는 인식이 있 지만, 실제 밝혀지지는 않았다. 칼로리 가 없는 대신 단맛이 강해서 당뇨 환자 에게는 좋은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 었다. 문제는 믹스커피에는 설탕이 들 어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당 분섭취량이 늘고 있는 금강문주다. 그 럼에도 허벅지가 터질 듯이 굵은 걸 보 면 당뇨는 절대 안 걸릴 체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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