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48화 (348/500)

제 9장

한판 붙자 (1)

현무 길드의 패망, 마른하늘에 날벼락 이었다.

한밤에 벌어진 참사에 금강문과 신룡 문이 개입된 정황이 밝혀졌다. 신룡문 과 금강문이 합심해서 4방신 길드의 한 축인 현무 길드를 붕괴시킨 것이다. 무 문과 길드 간의 대립이 하루 이틀이 아 님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나, 이 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대규모 충돌을 한 경우는 없었다. 역사에 회자될 사건이 었다.

-참으로 통탈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길드연합은 이번 사건을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 유니크연합에 제소하여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다.

청룡, 백호, 주작 길드를 주축으로 한 길드연합은 무문연합에 정식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왔다. 길드연합으로서는 이 번 일을 계기로 그간 무문연합에 밀리 고 있던 세력구도를 반전시킬 카드로 내세울 계획이었다.

길드연합의 항의는 무문연합의 내부 갈등을 유발시켰다.

천무문, 검선문, 패왕문이 금강문과 신룡문을 질타하고 나온 것이다. 자칫 이번 일로 그간 쌓아놓은 무문연합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의 견이 분분했다.

-73빌딩, 최상층.

무문연합의 핵심 수뇌부 회의가 열렸 다.

길드연합에서 정식으로 유니 크연합에 제소를 하지는 않은 상태다. 하지만 조 만간 제소하게 되면 유니크연합에서 수 사가 들어올 것이다.

대비해야만 했다. 유니크연합의 주기 적인 감사와 달리 이런 식으로 조사가 들어오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킬 위험이 있었다.

“문주님, 카라멜마키아또입니다.”

“고마워. 나이가 드니까, 단 게 너무

당겨.”

금강문주의 주문을 받은 정우는 흑금 단을 시켜 빌딩 1층 매장에서 공수해왔 다. 특별히 각설탕 4개를 더 넣어 개미 도 달아서 못 먹을 맛을 냈지만, 당 떨 어진 문주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였다. 매일 마시진 않아도, 지루한 회의가 열 릴 때는 마시곤 했다.

후르륵!

금강문주는 단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 게 회의를 맞이했다.

여러 문파의 수장과 수뇌부는 못마땅 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사고를 친 주제 에 저리 태연해도 되는 것인지, 양심에 털이 난 인간이었다. 사고는 지가 혼자 다 치고, 책임은 다 같이 져야 하는 개 떡 같은 현실이다.

‘미치겠군. 무화의 말을 듣는 게 아니 었거늘.’

신룡문주 진호성은 답답함이 밀려왔 다.

금강문이 저지른 사고에 엮이는 바람 에 곤혹을 치를 걸 생각하니 한숨은 당 연했다. 요즘 들어 잘하고 있는 무화가 또다시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경계 를 하지 못한 문주로서 책임이 컸다.

‘적당히 항의를 한 것도 아니고.’

습격을 예측하고, 이를 빌미로 현무 길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줄 알았었다. 한데 그날 바로 찾아가서 현 무 길드를 초토화시킬 줄 누가 예상이 나 했으랴.

머리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신룡문 주는 몸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금강문 주한테 제대로 한 방 맞은 꼴이 되었다. 하필이면 박살이 난 현무 길드를 찾아 가는 바람에 같이 엮이고 말았다.

‘그렇다고 변명하기도 힘들고!’

이번 사건에 소영이가 연관되었다. 금

강문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다가는 도 리어 이도 저도 아닌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었다. 결국 금강문이 알아서 적 당한 명분을 만들어줘야만 하는 현실이 다.

한데 저 대책 없는 인간은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척 무사태평이었다.

‘떠그럴!’

신룡문주는 이참에 천무문에 힘을 주 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이러다가 재수가 없으면 금강문과 함께 엮어 X되는 수가 있었다. 평소 쌍스러 운 표현은 자제하는 편이나, 오늘만큼 은 신나게 퍼붓고 싶다.

“지금이 한가하게 커피나 마시고 있 을 때인가? 할 말이 있으면 해보시게.”

절호의 기회를 잡은 천무문주는 금강 문주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에게 있어 이번 일은 불리한 형세 를 뒤집어버릴 수 있는 기회였다. 반드 시 금강문에 책임을 묻고, 신룡문까지 회유해야 했다.

“제가 문주님을 대신하여 말씀을 드 리겠습니다.”

“해보게.”

혹금단주가 나서자 천무문주는 탐탁

지 않은지 인상을 찌푸렸다. 일전에 면 전에서 호되게 당한 걸 상기하면, 여전 히 앙금으로 남아 있었다. 그 문주에 그 문도, 사람 열 받게 하는 데는 타고났 다.

‘이번에는 그때처럼 안 될 거다.’

천무문주는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했 다. 혹금단주가 금강문주와 마찬가지로 얄미운 놈이기는 하나, 단순무식하지 않았다. 금강문 출신답지 않게 세 치 혀 가 뱀처럼 매끄러웠다. 어설프게 건드 렸다가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수가 있 다.

“모든 일은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습니다. 인과가 없다면 그건 광인의 난동이 되겠지요. 분명한 사실 은 이번 사건의 책임은 현무 길드에 있 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다짜고짜 쳐들어가서 현무 길드를 박살 내는 건 옳지 않네. 그건 나라의 법 근간을 흔드는 행위일 세.”

유니크는 법적으로도 특수한 존재로 취급받기는 한다. 그러나 아예 다른 범 위로 놓고 해석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법적 잣대를 받는다. 단, 특수한 경우가 발생할 때는 예외조항이 있기는 했다. 유니크가 국 력으로 취급을 받기에 필연적인 법적 개정이 이루어졌다. 유니크의 손실은 국력의 유출이고, 그로 인한 파장이 일 반적인 수준을 넘어서기에 개정되었다.

그럼에도 이번처럼 길드 하나를 뭉개 버린 사건은 파장이 너무 크다. 이에 대 한 충분한 근거와 명분이 있지 않고서 는 금강문은 물론 신룡문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현무 길드의 죄는 단순한 납치로 보 기 힘듭니다. 두 소녀는 금강문과 하이 퍼 팩토리, 대한그룹, 신룡문도 관련이 되었습니다.”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네.”

단순한 변명이라고 하기에는 죄질이 무거웠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단체가 되면 합의를 봐야 할 사안이었다.

“설령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사사로 운 복수는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할 일 이네.”

“만약 여러분의 혈육이 납치를 당해 인간으로 차마 격지 못할 수모를 겪었 어도 그리 원론적인 말씀을 하실 수 있 겠습니까.”

“금강문은 대문파이네, 사사로운 복수 를 자행하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 는다면 어느 누가 법을 제대로 지키려 고 하겠는가. 무인이라고 해서 특별 대 접을 받는다고 지탄할 게 분명하네.”

“그런 말은 당해보지 않아서 하는 말 씀입니다.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되 어보시면 그리 말 못 하십니다.”

천무문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감정적인 태도로 나온다면 이쪽에선 환영이었다. 세상은 감정만으로 통할 만큼 만만하지가 않았다. 사고가 터지 고, 공론화가 될수록 법리적인 해석을 해야만 했다. 객관적인 잣대를 만들지 않고, 감정적으로만 처리를 하게 된다 면 후일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된다.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네. 그러 나 금강문과 신룡문은 대비를 하고 있 었지 않나. 피해를 입지도 않았으면서 사사로운 복수를 한다면 여론이 무문연 합을 어찌 보겠는가!”

천무문주의 발언에 모두는 수긍했다. 이에 대해서는 금강문에 공조한 화천문 과 신룡문도 반박하지 않았다. 그럴 수 도 없는 문제이고.

천무문주는 결정타를 날렸다.

“자식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화가 날 사안이기는 하나 우린 무문연합의 수뇌 부일세.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만 하는 자리이지 않은가.”

“지극히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정우가 인정을 하고 받아들이자, 천무 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어 떨지 몰라도 겉으로 감정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말이 통해서 다행이군.”

“해서 여기까지는 제 개인적인 사견 이었습니다. 이제부터 본문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 뭐?’

흑금단주가 사견이라고 하자, 천무문 주는 울컥하는 걸 간신히 억눌러야 했 다. 금강문에 잘못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으려고 할 때 개인적인 의견으로 치 부를 해버리니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여태 뻘짓 제대로 한 꼴이 되었 다. 그 앞에서 북 치고 장구를 쳤으니 열 받는 게 당연했다.

“현무 길드의 단죄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단이자 천명 입니다.”

사사로운 복수를 하늘의 뜻으로 탈바

꿈시키는 정우였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지만 전혀 다른 주제가 되어버렸 다.

“천명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말 게.”

“그동안 본문은 현무 길드에게 몇 번 이나 회개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현무 길드는 반성의 기 미도 없이 청부와 살인, 권력과 결탁하 여 부정부패를 저질렀습니다. 법의 허 점을 이용하여 죄를 저지르고, 나라를 팔아먹는 자들을 묵과한다면 어느 누가 무문연합을 따르겠습니까.”

천무문주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정우다. 하지만 단순히 말뿐이라면 납 득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미리 준비한 자료와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는 빈틈이 존재하지 않았 다. 그간 현무 길드가 벌인 모든 청부 기록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 차마 입으 로는 말하기 어려운 참혹한 짓도 서슴 없이 벌였다.

“저런 짓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도를 넘어섰구나!”

청부 살인을 벌인 수만 해도 엄청났

다. 무엇보다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을 해야 했다. 연관성이 없었 던 살인이 결과물을 완성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번 사태는 국내 문제로 치부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일본가문과 합심하여 우리나라의 경제를 파고들어 온 수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 으셔도 됩니다. 사전에 검증을 다 마쳤 으니까요. 그럼에도 의심이 된다면 따 로 조사를 해보셔도 무방합니다.”

사건의 범위가 작지 않았다. 정재계에 고루 퍼져 있는 매국노와 관련이 있었 다. 그렇기에 무서울 지경이다. 이런 방 대한 자료를 하루아침에 찾아내지는 못 한다. 오랜 시간을 공을 들여야만 가능 한 사안이다. 그렇다면 예전부터 금강 문은 현무 길드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었다.

‘무림대회는 시발점일 분이지.’

무림대회를 기점으로 매국노를 색출 하고, 확인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조사 된 자료에 허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잘 못 파고들거나,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가 는 나라를 배반한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 있었다.

이쯤 되면 감싸기도 어렵다.

‘그래야 숟가락 얹지 못하지.’

무림대회를 거론해 일을 벌이게 되면 무문연합의 이름으로 나서야 한다. 그 렇게 되면 지분을 모두에게 골고루 나 누어 줘야 했다.

정우가 필요한 건 무문연합이라는 간 판이지 협력이 아니었다. 굳이 협력하 지 않아도 충분히 길드 정도는 정리해 버릴 수 있었다.

‘……당했다!’

천무문주는 금강문의 수작에 당했음 을 직시했다.

좀 전까지 개인적인 사감이라고 하여, 반대편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자신을 이용하여 분위기를 띄우고, 회의적이었 던 무문을 포섭했다. 여기서 반대를 해 봤자 매국노라는 딱지만 붙을 수밖에 없다.

‘또 이 녀석이었어!’

천무문주는 금강문주가 이와 같은 고 도의 암계를 꾸몄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배경에 혹금단주가 있음을 직감했 다. 단주라는 직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 다. 한편으로 이런 놈을 얻은 금강문주 가 부럽기까지 했다.

‘우진이 말대로 경계를 했어야 했어.’

주도권이 넘어간 이상, 천무문주는 아 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대로 흑 금단주의 뜻대로 되는 걸 방관하고 싶 진 않았다. 남 잘되는 걸 배 아파할 정 도로 속이 좁진 않지만, 오늘은 좀 많이 열이 받았다.

“이 자료가 세간에 알려진다면 수습 하기 어려운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 이네!”

“이걸 어쩌지요?”

말로는 곤란한 투지만 행동은 대수롭 지 않다.

그야말로 언행불일치의 정석이었다.

“……자료를 보낸 건가?”

“유니크연합과 길드연합에서 해명을 하라고 하도 닦달을 하기에 어쩔 수 없 이 보냈습니다.”

사고가 터진 일주일까지만 해도 길드 연합은 유니크연합에 제소를 해 금강문 과 신룡문을 단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 었다. 한데 아직까지도 제소를 하지 않 았다. 그 점이 이상했건만 이제야 이해 가 되었다. 제 발등을 스스루- 찍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다들 발을 빼려고 쉬쉬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여러분들의 의 견을 묻지도 않고 행동한 건 문제가 있 다고 생각을 합니다. 본문은 받아들일 용의가 있으니, 이의를 제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말로는 열려 있다고 하지만, 여기서 말 잘못하면 역적이 된다. 한쪽에서 쭈 구리가 된 채 분을 삭이는 천무문주와 같은 꼴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진정 위험한놈이구나!’

‘어쩌다가 이런 일이!’

패왕문과 검선문은 혹금단주의 교묘 한 화술에 위기감을 느꼈다.

특히 패왕문주, 조천기는 흑금단주가 차후 금강문을 이끌어갈 핵심임을 직감 했다. 문파의 장로를 일격으로 분쇄시 킨 무력만놓고 봐도 절대 간과할수 없 는 자였다.

‘금강문엔 아까워. 우화야, 대체 뭘 하 고 있는 게냐!’

‘무화의 말대로였어. 어쩐다?’

화천문과 신룡문은 탐이 났다.

단순히 무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심 기 또한 깊었다. 일련의 사태를 지배하 는 장악력은 물론, 상대방을 복장 터지 게 만드는 화술까지. 저 나이에선 갖추 기 힘든 스킬이다. 지금도 굉장한데, 시 간이 더 지나면 상대할 자가 많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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