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최고의 방어는 선빵이다 (3)
툭, 꾸웩!
발로 가볍게 배를 쳤을 뿐이거늘.
사운드가 고음이다.
유호진은 돼지 멱따는 괴음을 내며
오늘 먹은 술을 토해낼 뻔했으나, 정우 는 오물을 용납지 않았다. 혈을 제압해 입을 틀어막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뛴 대가를 새겨주었다. 자연스럽게 음소거도 되어 고막을 보존할 수 있었 다.
크어어엉!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아픔의 기준을 넘어서는 강도임에도 익숙해지지 않고 유호진을 괴롭힌다. 사람 치는 것에 도가 텄다. 이대로 죽어 버리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한데 이 놈이 그럴 때마다 귀신처럼 알아챘다.
“왜, 죽고 싶어?”
“……아니요!”
대답하면 안 되는데, 살고는 싶었다.
“그럼 맞아야지.”
“?…"그만!”
“그만하란다고 멈추면 내가 네 똘마 니 같잖아.”
이호극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정우의 찌찌를 가만두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더 빠른 사람이 찌찌의 소유권을 가진 다.
우드득!
정우는 망설이지 않고 유호진의 사지
를 세심하게 부스러뜨려 주었다. 회복 마법을 걸어도 쉽사리 복구되지 않도록, 고통은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인간의 육체에 대해서 정우보다 많이 아는 사 람도 드물 거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날 노리는 것도 용서 못 하지만, 내 가족을 건들 생각을 하다니 간덩이가 부어도 너무 부었어.’
남의 가족을 건드리면 가해자의 가족 도 건드려줘야 제맛이었다. 연좌제는 옳지 않다는 설교 따위는 듣지 않는다. 가족 앞에 합리적인 판단은 개나 줘버 릴 따름이다.
은인자중, 안분지족을 했다면 그마나 적당히 누리면서 살 수 있겠지만, 지금 부터는 다를 거다. 그간의 혜택이 얼마 나 소중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해줄 것이다.
“자, 소원대로 협상을 해보자.”
“크으으윽...
“말 똑바로 해라. 혓바닥을 봅아버리 기 전에.”
“알았으니, 제발!”
받을 건 받고 시작을 해야지.
치지지직, 크아아악!
엉망진창으로 부서진 공간, 처참한 비 명이 연이어 울리고 있었다. 사방에 온 통 부서진 잔해만이 남았다. 과거의 웅 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고, 불길이 여전 히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덜그럭, 쿠웅!
현무 길드를 상징했던 현판의 절반이 날아간 채 덩그러니 겨우 매달려 있다, 힘이 다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마 치 기운이 쇠한 현무 길드의 처지를 나 타내는 듯 허망했다.
쿠우웅, 쩌어엉
밤을 깨우는 광폭한 울림은 끝나지 않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안개비 사이 로 뇌광이 번뜩일 때마다 끔찍한 참상 이 그려졌다.
헐
강현, 강우, 강천은 참상을 목도하면 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버지를 잘 안 다고 자신했었건만, 그렇지도 않았다. 개미집에 불이 난 듯 뿔뿔이 홑어지고 있는 현무 길드의 길드원들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길드원들은 분노마저 잊었다. 다 들 살기 위해 도망치는 데 여념이 없다.
“더 강해졌어!”
“이러면 청출어람은 꿈도 못 꾸잖아!”
“80살에도 처맞겠네!”
“80살은커녕 100세에도 처맞겠다!”
뭔 놈의 아버지가 시간이 갈수록 쌩 쌩해지고 강해졌다. 아들로서 아버지가 건강해서 좋아야 하는데, 기분이 묘하 다. 분명히 삼형제도 못나지는 않았다. 따지고 보면 굉장히 뛰어난 축에 속했 다. 무림대회에서 보여준 성적만 봐도 발군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좀 아버지한테 비벼도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했거늘. 아버지는 삼형제의 그 런 기대를 여지없이 박살내 주셨다.
“이게 다 그 자식 때문이야.”
“거봐, 내가 뭐랬어! 한통속이라니까.”
“투덜거린다고 바뀌는 건 없다.”
삼형제는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무력 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과거와 비교하 면 상상을 불허하는 전투력 상승이었다. 원래 전투를 위해서 태어난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마저도 뛰어넘 었다. 일신우일신은 아버지를 두고 하 는 말이었다.
“그래도 수왕답네, 여태 버티는 거 보
면.”
“꼭 그렇지도 않아.”
“그렇지도 않다니, 무슨 뜻이야?”
“싸운 흔적들을 봐봐.”
수왕은 현무 길드의 마스터라는 명성 에 걸맞은 무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을 다스리는 속성까지도 극성으로 운용하 여 필사적으로 맞섰다. 하지만 아버지 는 그보다 훨씬 강했다. 예전에야 비슷 한 등급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격의 차이가 있었다. 정우와 거의 매일 실전보다 더 실전 같은 생사결을 펼치 고 있으니, 강해지지 않는 게 어쩌면 이 상했다.
“……유도했네!”
“믿겨지냐?”
“아버지답지 않아!”
삼형제는 크게 놀랐다. 단순히 아버지 가 월등히 강해서가 아니다. 의도했는 지는 미심쩍지만, 수왕과의 대결을 지 능적으로 풀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스 파크가 그 증거다. 수왕이 회심의 수를 펼칠 때마다 아버지는 뇌기를 증폭시키 며 사방으로 부려댔다. 그럴 때마다 수 기에 닿은 길드원들은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거나 튕겨 나갔다. 현무 길드가 맥을 쓰지 못하고 무너진 이유였다. 수 왕과 아버지의 대결이 치열해질수록 현 무 길드는 처참히 무너졌다.
“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니!”
“천지개벽할 대사건이잖아!”
“믿을 수 없어, 우리 아버지 맞아?” 삼형제의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저토록 무식한 아버지가 머리까지 쓰면, 그땐 답이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던 거대한 기운
이 충돌했다.
꽈아0}0}앙‘!
천지가 개벽하며 대지가 노한 듯 춤
을 춘다. 폭발의 중심부터 거침없이 겹 겹이 원을 그리며 현무 길드를 쓸어버 리고 있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기운 은 끝을 향해 나아가다 용트림을 하며, 또 한 번 대폭발을 일으킨다.
한데, 끝이 아니다.
-뇌력광마신공 폭뢰식(爆雷電), 뇌력 대천강(雷方大天强)!
속성 개방, 내력증폭!
삼형제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얼마 전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들떠 있었던 아버지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사용해보 고 싶은데, 사용할 데가 없어서 짜증 난 다고 했던 말까지 더해서. 하물며 굳이 속성까지 개방해버렸다.
“..아버지 [”
“망할!”
“이럴 줄 알았어!”
아버지의 속셈을 안 삼형제는 재빨리 모두에게 소리쳤다. 잠자코 있다가는 뇌기의 물결에 휩쓸려 한 줌조차 남기 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직행하는 수가 있다.
“모두 피해!”
아버지가 아들 여기 있다고 본인의 전투력을 조절하는 분도 아니시고. 설 령 피를 나눈 혈육이라고 해도 알아서 챙겨야 했다.
삼형제의 외침에 청금단이 부랴부랴, 전투는 뒷전으로 하고 후퇴했다. 실상 현무 길드의 길드원도 일단은 살고 봐 야 했기에 같이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괴수의 난입과 난동 앞에 길드원도 무 방비였다.
후다다다다닥!
삼형제는 자신들보다 한발 앞서 도망 친 자들의 등을 보았다. 정우의 직속 무 력단, 혹금단이다. 눈치 더럽게 빠르다. 아버지가 저럴 줄 알고 있지 않고서는 행하기 어려운 신속함이었다.
“하여간 빨라.”
“저희는 남아 있고 싶었습니다.”
눈이 부시다 못해 터질 듯이 아름다 운 폭발을 경험하고 싶었던 흑금단이다. 이만큼 살았으면 전기구이도 괜찮잖아. 내심 아쉬운 입맛을 다셔야 했다. 하나 헛된 기대는 빨리 접는 게 이로웠다.
‘이놈들은 정상이 아니라니까!’
삼형제는 그런 말 할 처지가 아님을 직시했다.
아버지는 지금 사용한 초식의 이름을 행성대폭발로 짓자고 했었다. 뇌력을 기반으로 한 무공과는 어울리지도 않았 다. 그냥 자기 꼴리는 대로 지으려고 하 다니, 품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 겨우 작명을 고칠 수 있었다. 아니었으 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초식들로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후아아앙!
거센 후폭풍이 하늘까지 흔들어놓았 는지 일순 안개마저 홀어지며 별이 보 이기까지 했다. 맑은 날에도 도심에선 보기 힘든 별을 다 볼 정도면 위력은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크.O O 이
현무 길드는 유성이 떨어져 내린 분 화구처럼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거센 열기만이 남아서 빗물과 만나 뜨 거운 증기를 발생시켰다.
“이럼 자료를 찾을 수가 없잖아.”
“자료는 다 찾아놨습니다.”
삼형제의 투덜거림에 양용익이 즉시 대답했다.
자꾸 빨라.
“대체 언제?”
“애초부터 저희 목적은 장부수집이었 습니다.”
양용익은 덤덤히 말했다. 딱히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기에 다들 이 정도는 하잖아, 톤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금강 문주께서 시선을 왕창 끌어주는 바람에 손쉽게 현무 길드의 비밀장부를 통째로 들고 올 수 있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단주께서는 아공간 아티팩트까지 내어 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밀 정보가 찾고 싶다고 해서 눈에 확 띄는 것도 아 닐 텐데.”
“단주께서 현무 길드의 기밀은 저자 의 머리에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누가 창고에 보관을 하느냐고 하시면서요.”
아공간이나 케이브를 국 끓여 먹지 않고서야.
흑금단이 데리고 온 짐 꾸러미가 열 렸다. 강제로 포장된 자가 얼굴을 드러 냈다. 상태는 험한 꼴을 당해서 그런지 제 얼굴을 하지 않았다.
“가만, 이자 혹시 수왕의 오른팔인 강 호성 아냐?”
“알고 계시는군요.”
삼형제는 질린 기색이었다.
강호성은 죽음의 별(Death-Star)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악명이 자자한 자다.
계략과 암계를 꾸미는 데 타고난 데다 가 전투력도 뛰어난 유니크다. 등급만 따지면 상대할 자가 많지 않고, 어찌나 약은지 직접 붙어보면 굉장히 까다롭다 고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 자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실려 왔다.
“어떻게 잡은 거야?”
“독을 썼습니다.”
“독? 요즘 시대에도 그게 통해?”
“단주께서 개발한 합성독입니다. 해서 보름 전부터 작업을 했습니다. 평소 섭 취하는 음식에 극소량을 주입했기에 알 아채긴 어려웠을 겁니다. 실상 오늘 쓴 독연을 마시지 않았으면 잠복기 형태로 있다가 며칠 뒤에 해독이 되었을 겁니 다.”
격변의 세상이 된 후에는 독이 잘 통 하지 않는다. 하물며 머리가 잘 돌아가 는 자일수록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당 했다면 독이 지독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쉽게 제압이 될 정도는 아니잖아.’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정우 이 자식은 어떻게 이런 놈들을 만든 거지?’
삼형제는 혹금단이 예상보다 더 지독
한 놈들임을 깨달았다. 수단방법을 가 리지 않기에 자신들이라고 해서 당하지 않을 거라 자신하기 어려웠다. 강호성 이 저리 무방비로 당했다면, 흑금단을 무시할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다.
‘정우가 막 대하기에 너무 쉽게 본 거 같다.’
‘막대해도 되는 놈들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위험한 놈들이네.’
‘본문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인재 가 됐어.’
단순히 전투력만 비교해도 혹금단은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다. 하물며 한 달
151만 원, 가성비까지 최고다. 이런 인 재들을 정우는 날로 부려먹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더욱 부려먹지 못해 안달 난 듯하다. 흑금단의 전직(前職)을 알고 는 있으나, 정말 지독한 주인을 만났다. 평생 탈탈 털리면서 살아야 할 기구한 팔자였다.
타박, 타박!
멀찍이서 희미한 불빛 사이로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전 투를 끝낸 이호극이었다. 현무 길드를 초토화시킨 대결치고는 굉장히 양호했 다. 호홉의 기복조차 보이지 않는 걸 보 면 여력이 남아 있는 게 분명하다.
툭툭
이호극은 옷을 털어내면서도 아쉬운 기색이 완연했다.
“아버지, 수왕은요?”
“증발했어.”
그렇게 허무하게 증발해버릴 줄 몰랐 다는 이호극의 난감함에 삼형제는 속으 로 혀를 찼다. 솔직히 예상된 결말이었 다.
‘그거 맞고 살아 있는 게 이상하지.’
죽으라고 날렸으면서, 살기를 바란다 는 아버지의 이중성에 세 아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저 앞에서 아버지의 무지 막지함을 탓했다간, 수왕과 같이 증발 해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