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장
최고의 방어는 선빵이다 (1)
“이게 대체?”
사내는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밤을
보내고 있었던 그로서는 예상을 한참
상회하는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목도했 다.
푸스슥, 치직!
느닷없이 들이닥친 폭풍은 일직선으 로 뚫고 들어와 일대를 난장판으로 만 들어놓았다. 막아선 자들도 온전한 자 는 몇 없었다. 예상을 하고 못하고의 의 미는 크지 않았다. 설령 안다고 해도 침 입자를 상대할 자는 손가락 안에 꼽을 테니까. 그렇다 해도 작금의 현실은 이 해가 되지 않았다.
“금강문주~!”
현무 길드의 마스터, 수왕 이영환은
밤중의 침입자인 금강문주를 향해 포효 했다. 외침에 실린 가공할 기세가 공간 을 파도처럼 출렁거리게 하며 뒤흔든다. 하지만 직경 10미터에 달하는 파괴된 공간은 공허함이 자리했다.
“뭐야, 그 표정은?”
밤중에 남의 구역을 침범해, 건물의 한 축을 박살내 버린 장본인치고는 천 진난만함이 숨어 있었다. 죄의식이라고 터럭 한 올도 실리지 않은, 당당한 태도 에 수왕의 안면이 참혹하게 일그러지며, 핏기 서린 두 눈에서 혈광(血光)이 번뜩 인다.
“잘도 이런 짓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 다!”
“암암, 용서하지 말아야지. 난 이렇게 기물까지 파손할 거니까.”
말을 하는 중에도 꼼꼼하게 기물파손 을 해주고 있는 금강문주다.
주먹질을 할 때마다 건물이 종잇장도 아닌데 구멍이 숭숭! 뚫려 나간다. 한여 름에는 시원하게 잘 수 있기는 하겠다. 참고로 금강문주는 한여름에도 방충망 없이 문 열고 잔다. 금강불괴의 육신이 지닌 공능이었다. 모기가 절대 뚫지 못 한다.
“멈추지 못해!”
“멈추란다고 멈추면 내가 네 똘마니 같잖아.”
금강문주는 태어나서 여태까지 남이 시키는 대로 하며 살지 않았다. 말을 듣 는 사람도 정우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 하물며 수왕과는 친분 관계가 없다. 억 하심정이 있다면 모를까, 서로 좋지 않 은 감정을 쌓아놓고 살았으니, 이젠 풀 때가 다가왔다. 해서 이렇게 무대를 만 들어주는 성의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이런데도 가만히 있으면 그 사람은 부 처의 환생으로 인정해 금을 도금해서 수덕사 대응전에 모셔놓아야 한다.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냐?”
“이 와중에도 사리분별을 따지네.”
이영환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금강문 주의 성향^야, 모르진 않았다. 막무가 내의 대명사로 불리기에 충분한 악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작금의 상 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막무가내도 정 도가 있지, 남의 길드를 대놓고 침입하 는 건 정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다. 반드 시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뒷감당을 어찌하려고. 이 사실이 외부 로 퍼져나가면 금강문주는 여론의 질타 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작금의 여론이 만들어진 이미지라고 해도 굳이 망가뜨 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혹, 일전의 그 사건 때문에? 그렇다 면 실수하는 것이다. 이미 합의를 본 일 을 가지고 뒤통수를 치는 건 졸렬한 짓 이 아니더냐!”
수왕은 전번 무림대회의 복수일 가능 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나 합의를 보고,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기까지 했다. 지난 일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 면 사방신 길드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누가 통수 전문가 아니랄까 봐, 나한 테 덮어씌우는 거냐.”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받아먹을 건 다 받아먹고 이제 와서! 차후 금강문이 라고 무사할 성싶으냐!”
“자꾸 이상한 말을 하네, 지난 일이 아니라 지금 벌일 일 때문이라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잘 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계속 헛다리짚을래. 그 할망구를 내 사위한테 보냈으면서.”
“?뭐라고?”
그제야 감을 잡은 수왕이지만, 납득은 되지 않는다. 그가 알기로 금강문주에 게는 네 명의 자식이 있고, 그중 막내의 나이가 고작 해봐야 초등학생에 불과했 다. 사위라니! 공연화의 목표물은 대한 그룹의 금지옥엽 유하라의 연인이었다. 뭔가 일이 요상하게 꼬여버렸음을 직시 했다. 하물며 작전은 지금 막 시행되었 다. 한데 결행을 하기도 전에 먼저 공격 이 들어오다니, 시간적으로도 맞지 않 았다.
“한번 눈감아 줬으면 쥐 죽은 듯이 있 을 것이지, 나대긴 왜 나대.”
이상하긴 해도 공연화를 거론한 이상, 작금의 황당한 사태가 이어지기는 했다. 수왕은 금강문과 대한그룹은 물론 하이 퍼 팩토리와도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느꼈다.
‘망할 놈■의 애송이 때문에!’
유진그룹의 망나니가 요청을 해올 때 까지만 해도 별거 아닌 일인 줄 알았는 데,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이 세상에 우연이 겹치진 않았다. 하물며 오늘처 럼 시간이 딱딱 들어맞는 경우는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명을 내리기도 전에 치
다니!’
금강문주의 막무가내와 무식함이 수 왕의 예측을 완벽히 빗나가게 만들었다. 수왕으로서는 그 점이 뼈아프다. 또한 이제 와 아무 일도 아닌 척 넘어간다면 현무 길드의 명성은 곤두박질 칠 수밖 에 없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네놈은 누구냐?”
유명인을 보고 누구냐니? 맘 상하는 금강문주다.
현무 길드의 길드원 중 상위에 속하 는 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그들 중 난입 한 대상을 보고, 충성심을 보이려고 달 려드는 자들이 있었다.
퍽, 퍽, 퍽!
수왕이 미처 그들을 말리기도 전, 달 려들었던 자들은 금강문주의 주먹질에 한 줌의 핏덩어리로 화했다.
“똘마니들은 빠져라, 괜히 다친다.”
침입자에 대한 뜨거운 살기를 분출했 던 길드원들은 된서리를 맞은 듯 싸늘 하게 식었다. 조금 전 파리채에 처맞아 뭉개진 파리처럼 죽은 자들, 절대 저리 허망하게 뒈질 만큼 약하지 않았다. 상 위의 길드원으로서 6급 이상의 유니크 였다. 한데 속성을 채 펼쳐보기도 전에 엑스트라처럼 영원히 퇴장당하고 말았 다.
그제야 침입자가 눈에 들어왔다.
‘저 거대한육체.’
‘말도 안 되는 주먹질.’
‘이런 무모함까지.’
딱 보면 견적이 나왔어야 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침입자의 얼굴이 희 미했다는 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뒤 로 봐도 금강문주, 옆으로 봐도 금강문 주, 앞으로 봐도 금강문주는 딱 티가 났 다.
“저자가 어째서?”
“저자는 반말이잖아.”
금강문주를 생긴 대로만 보면 곤란하 다. 제멋대로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 었다. 특히 본인 욕이나, 비하는 귀신같 이 알아듣는다.
“…아, 쿠웩!”
반말을 하고 무형권강을 처맞은 길드 원은 그나마 살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일련의 사태에 주변은 공황상태가 되고 말았다. 남의 집에서 쳐들어와서 저리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부르르르!
한순간에 집주인에서 꿔다 놓은 보릿 자루가 된 수왕이 부들거렸다. 저 망할 인간과 제대로 엮인 적은 없으나, 상종 못 할 인간임은 분명했다. 하물며 여긴 현무 길드다.
“금강문주! 무사히 빠져나갈 생각은 버려라!”
“빠져나가? 내가 왜?”
“주위에서 받들어주니까, 미쳐서 날뛰 는구나 혼자서 뭘 할 수 있다는 것이 냐!”
“허, 참! 내가 그렇게까지 생각 없이
보였냐? 명색이 일문의 수장인데 혼자 왔을 리가 없잖아.”
수왕의 두 눈이 흔들렸다.
그제야 길드를 압박해 오는 기운이 느껴졌다. 점차 많아진 기운의 포화에 작정하고 쳐들어왔음을 직시했다.
하나 현무 길드는 금강문의 공격에 간단히 무너질 만큼 약하지 않았다.
“좀 있으면 신룡문도 올 거야.”
정우를 닮아가는 금강문주다.
약 올리는 화술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었다. 심기가 깊기로 소문이 자자한 수왕이 저토록 분해하는 걸 보면, 제대 로 먹혔다.
“네놈이 자랑하는 그 잘난 몸뚱이를 갈가리 찢어주마!”
금강문주의 말에 수왕은 다급해졌다.
양동작전을 펼친 게 도리어 설상가상 의 현실을 만들어내었다. 그렇다고 사 방신 길드의 도움을 바라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나온 이상 만반의 준비를 한 게 분명하다.
‘네놈만 제압하면 된다.’
금강문주의 강함을 알지만, 수왕은 패 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럴 때가 아 니더라도, 만약을 위한 패 정도는 가지 고 있었다.
‘맛있는 건 혼자 먹으라고 했지.’
금강문주도 다급하기는 했다.
시간 끌면 정우가 찾아올 수도 있었 다. 나눌 거리도 안 되는 잡것들이라 나 누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기특하기는 했다. 내 집이 아니라, 남의 집이 전장 이라 더 행복했다.
‘남의 집을 전장으로.’
정우의 요상한 재주 중에 하나다. 그 것이 이호극의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고도 세상 은 칭찬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크하하하하하하!
신이 난 이호극의 호탕한 웃음이 사 자후가 되어 현무 길드를 울린다.
빗물에 젖어버린 바닥에 사내들이 볼 썽사납게 엎어져 있었다. 다들 사지가 제멋대로 향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 이라면 관절을 제대로 비틀어놓아서, 병신이 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탁탁!
손을 턴 수연이는 왠지 모르게 후련 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좀 전까지만 해 도 한 달에 한 번 걸리는 마법소녀같이 불만투성이였건만, 사우나를 마치고 찬 물로 씻어낸 청량감이 감돈다.
“와, 대단하다!”
“별거 아냐.”
“미안, 난 도움이 안 됐지?”
“실전이 처음인 걸 어쩌겠어. 나도 처 음..(이런)...이라 좀둔했어.”
수연은 사람 패고 다녔다는 뉘앙스가 될 수 있어, 자제했다. 아직은 케이브 실전 훈련을 소영이가 알면 안 되었다.
소영은 낯선 사내들의 갑작스러운 공 격에 당황했었다. 훈련으로 단련이 되 었음에도 긴장이 되어 움직임이 늦었다.
그런 자신에 비해 수연이는 마치 평소 와 다르지 않게 습격자를 일방적으로 제압했다. 같이 훈련을 했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실전이 더 강 해 보이기까지 했다.
‘반사효과가 크네.’
수연은 소영의 얼굴만 봐도 어떤 생 각을 하고 있는지 견적이 나왔다. 하지 만 방향을 잘못 잡았다. 훈련을 실전처 럼, 실전을 훈련처럼, 과는 다르다. 오 빠의 훈련에 비하면 땅바닥에 누운 습 격자 아저씨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 오빠지만 정말 괴물 같아!’
수연이는 이런 짓을 벌인 자들이 누 군지는 모르지만 불쌍했다. 건드려도 될 상대가 따로 있지 오빠를 건드리다 니, 결과가 뻔히 보인다.
나중에야 들었는데, 나를 건드렸던 혹 호문이 오빠의 손에 멸망했다고 한다. 그때도 혼자서 대문파 하나 정도는 찜 쪄 먹는 인간이었는데, 지금은 견적도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계란으로 바위 를 부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조심스럽 게 추측해본다.
‘오빠라면 계란으로 철판도 뚫겠지.’
달인은 무기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는
데, 오빠는 그런 수준마저 초월했다. 손 에 닿으면 공기마저 최강의 병기가 되 었다.
“아저씨, 여기 좀 치워주세요.”
“……알았다.”
아저씨라 불린 사내, 선검대의 부대주 인 철환검(鐵幻劍) 김재명이다. 무화 장 로님의 명을 받고 소영이와 그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현무 길드 가 습격해 올 수 있으니 대비하고 있으 라고 했다.
‘진짜로 습격을 할줄이야.’
대놓고 습격을 하지 않는 이상, 정보
를 얻기가 힘들다. 본문의 정보력으로 도 파악하지 못한 일을 무화 장로님은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그런 의문이 들 었다. 여하튼 예측은 한 치의 오차도 없 이 맞아떨어졌다.
‘혹밀영이 움직였다는 건 길드마스터 의 직속 명령이라는 건데.’
소영이와 수연이를 습격한 자들의 복 색과 움직임을 보니 혹밀영(黑密影)이 분명했다. 그들은 수왕 직속의 비밀 무 력단이었다. 그래서 흑밀영이 나타날 때 신속히 막아서려고 했었다. 한데 금 강문 소속의 혹금단이 전음을 보내왔 다.
-어서 움직여야 하네.
-괜찮으니까, 걱정 마쇼.
-저들은 흑밀영이네, 현무 길드의 숨 겨진 병기들일세.
-지켜보면 알 거요.
흑밀영이 결계를 쳤을 때까지만 해도 김재명은 안절부절못했었다. 자칫 소영 이와 수연이 죽거나, 다쳤을 경우 무화 장로님의 불호령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혹금단의 느긋함에 서두르 지 않은 걸 후회하려는 찰나 결계가 박 살이 났었다. 예상 못 한 상황의 연속이 었다.
이후의 일은 가관이었다. 약 맞은 파 리처럼 도망치는 흑밀영과 이를 악착같 이 잡아채서, 두드려 패는 소녀는 언밸 런스의 극치였다.
‘소영이야 그렇다 쳐도, 저 소녀는 대 체 뭐야?’
흑밀영은 약하지 않았다.
전투력으로 평가를 하면 상위의 유니 크다. 도망치는 속도가 굉장히 발랐다. 그럼에도 소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복날의 서글픈 개처럼 처맞았 다. 어찌나 찰지게 치는지, 도무지 초심 자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맞으면 아 프고, 탈이 나지 않는 부위만 골라서 치 는데 때리는 법을 아는 소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