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44화 (344/500)

제 7장

득템 (3)

공연화는 왼쪽으로 회피하며 놈의 제 공권에서 사각을 만들었다. 이제야 비 로소 반격의 차례가 왔다.

푸악!

피한 줄 알았던 공연화의 고개가 팩! 하고 돌아갔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다. 상대가 마법사라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고 말았다.

‘뭐야?’

당장은 놈의 주먹질에서 벗어나야 했 다. 단순히 피륙에 상처를 내는 게 아니 라, 환환색정공을 흔들어놓고 있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는데도 족족 처맞고 있었다.

퍽, 퍽, 퍽!

공연화는 정우의 궤적을 읽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 고 있는데, 정확히 날아오고 있기 때문 이었다.

푸악!

안면이 여러 번 돌아가고, 육신이 떡 치듯이 두들겨졌다.

공연화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계에 의한 환상은 절대 아니었다. 이대로는 같은 상황의 반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정면대결을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융합진기, 증폭.

-환환색정공 파멸기, 극락정토(極樂淨

±).

공연화의 융합공력이 세 배로 증폭되 었다. 기세만으로 공간이 떨려 오며 부 서져 나간다. 최후 초식다운 파괴력이 다. 하지만 극락정토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세상을 의미한다. 파멸기라 불 리는 게 이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되 짚어보면 납득이 된다. 살아 있는 인간 은 극락정토에 가지 못한다.

푸아아앙!

굉음과 폭발이 반복하며 일대를 흡입 한다. 말려들어간 대지가 블랙홀을 형 성하며 모조리 다 빨아들인다. 순식간 에 아름다웠던 정우의 대저택과 정원이 사막보다 더 황폐한 대지로 변해갔다.

빠직!

파멸기를 쏟아낸 공연화는 펀치기계 가 되었던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렸다. 위력이 커도, 맞히지 못하면 의미가 없 었다. 놈이 파멸기를 쏟아낸 공간에서 벗어나 주먹을 뻗고 있었다. 이번에도 주먹질은 다른 방향을 향했다.

푸악!

타격을 허용한 공연화는 찰나간에 놀 랄 만한 광경을 보았다.

‘……겹쳐져!’

동작을 반대로 취하고 있는 정우의 잔상이 두 겹으로 찰나간 겹쳐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극히 짧은 시간이 었기에 인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 다.

“……이 자식! 날 속였어!”

“속이다니, 우연이라니까.”

우연은 개불.

정면을 치는 줄 알았지만, 실제는 킬 체인(Kill-Chain)처럼 공연화의 움직임 을 정조준해서 타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잔상과 결계의 환상을 이용해서 실제 궤적을 숨겼으니, 공연화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러나 더 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 게 해주었다.

퍽, 퍽!

피할 수가 없었다. 겹쳐진 잔상이 완 성되는 와중 또다시 궤적을 바꾸었다.

공연화는 다중속성을 꺼내 들며 주박, 금제, 공간점프까지 사용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정우 의 주먹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처맞았 다.

푸어억!

위력도 점점 강해진다. 피륙을 뚫고

들어온 전사경이 내부를 마구잡이로 휘 저었다. 비명을 토해낼 시간도 주지 않 았다.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은 공연화 가 바닥을 굴러다니며 핏덩어리가 되어 갔다.

철퍼덕!

늘어져 버린 공연화는 바닥에 엎어졌 다. 미약하게 숨을 쉴 때마다 터져 버린 피륙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아름 다움은 어느새 시들어버린 꽃이 되었 다.

처벅, 처벅!

공연화를 제압한 정우의 말투에 아쉬 움이 담겼다.

“끝이군.”

“……끝나는 건 네놈이다, 피의 장 막!”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했던 공연 화가 포효하자, 정우를 중심으로 핏물 이 장막이 되어 덮쳤다.

솨아악!

정우가 핏물에 휩싸이자, 피칠갑을 한 공연화는 히죽였다. 마지막 역공을 가 하기 위해서 대량의 출혈을 발생시켰던 것이다. 사방에 피를 부려놓고 놈이 방 심하기를 기다렸다.

속성 개방, 생기홉혈!

반격을 위해서 공연화는 피를 너무 많이 홀렸다. 소모된 기력을 회복시키 기 위해서는 놈의 생기가 필요했다. 그 토록 막대한 기운을 쏟아내고도 호흡조 차 거칠어지지 않았었다. 이런 괴물이 라면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잘난 체하더니, 꼴좋구나! 호호 호호호!”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승자가 결과를 독식할 분이다.

공연화는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피의 마녀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이 제껏 수많은 사람의 생기를 홉수했음에 도, 오늘과 같이 감추어진 본성을 드러 내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정우 에 대한 분노가 크고 넓었다.

“네놈이 사랑하는 모든 걸 무너뜨려 주마!”

원래부터 정우 하나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의뢰자는 정우분만 아니라 하 이퍼 팩토리의 패망을 원했다. 완전히 무너지고, 폐인이 된 상태를 만들어 달 라고.

“이제 저것만 내 것으로 흡수하면.”

공연화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우의 생기는 이제까지 흡수한 누구보다 뛰어 나고, 강력했다. 흡수해서 완벽히 자리 를 잡는다면 현무 길드뿐만 아니라, 4방 신 길드를 손 안에 넣을 수도 있었다.

스륵!

공연화가 손을 뻗자 피로 이루어진 장포에서 촉수가 튀어나와 팔에 감긴다. 피를 통해 생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 다.

“나는 이제 천하…… 어?”

그녀는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

생기홉혈로 소모된 기운이 회복이 되

기는커녕,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설마‘?”

공연화는 재빨리 피의 촉수를 떼어 내려고 했다. 그러나 촉수는 떨어져 나 가기는커녕 그녀를 더욱 옥죄었다.

꽈악!

촉수가 쇠사슬처럼 육신을 칭칭 감싸 자, 공연화의 동공이 지진이 난 듯 흔들 리며 안색이 파랗게 변해갔다.

부르르르!

그녀는 일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 음을 깨달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생기가 도리어 빠져나가고 있었다. 생 기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쌓아놓은 모 든 기운들이 썰물처럼 쓸려 나갔다.

“?…"안 돼!”

정우는 육신을 포장했던 피의 장막을 장악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생기를 흡 혈당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전 하다.

쭈굴쭈굴!

팽팽했던 공연화의 피부가 급격히 노 화하며 주름이 생성되었다. 한순간에 세월을 몰빵을 맞자, 머리카락까지 백 색으로 물들어 빛을 잃었다. 본인이 변 해가는 걸 알면서도 공연화가 할 수 있 는 일은 관망이었다.

“?그만……

기력을 거의 다 잃어버린 공연화는 목소리마저 변해 있었다. 공허하고 잔 인한 현실이다. 누구와도 견주기 어려 웠던 그녀의 미모조차, 젊음이 사라지 자 추할 따름이 었다.

그녀는 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생기는 다시 흡입하면 된다. 그럼에도 용서를 빌기보다는 협상을 제안했다.

“?날 죽이면…… 네 동생이 무사할 것같아!”

이번 일은 양동작전이었다. 동시다발

적으로 펼쳐졌다. 만약의 경우까지도 염두에 둔 수왕의 암계다.

“훗, 그 꼴이 되고도 날 모르는군.”

궁지에 몰린 공연화는 현실을 복기할 수록 두려움이 밀려왔다. 사태를 인지 하고 방비한 철저한 준비는 물론, 압도 적인 전투력까지 갖추고 있으면서도 절 대 힘으로만 싸우지 않았다. 이중의 결 계도 그렇고, 자신보다 뛰어난 흡기공 까지 익히고 있었다. 마법에 무공, 무서 운 심까지 갖추었다. 그런 놈에게 인질 로 협박을 하는 건 어리석었다.

“걱정 마. 죽이진 않아.”

“정말로?”

“죽일 거면 굳이 시간을 끌지 않았 지.”

“…날 어쩌려고?”

살려준다는 확답에도 공연화는 본능 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놈에게서 풍 기는 위험한 냄새가 이성을 마비시키고,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네 몸은 아주 뛰어난 병기야, 이런 좋은 병기가 공짜로 굴러 들어왔는데 그냥 버리면 낭비잖아. 이런 걸 요샛말 로 득템이라고 하지, 아마.”

정우의 목적은 공연화의 생포다.

그녀는 본인의 잠재력을 완벽하게 다 스리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속성과 무 공을 완벽하게 융합하여 하나의 의지로 통제했다면 좀 더 나은 대결이 되었을 것이다. 그 좋은 능력과 육신을 썩히다 니 심히 안타깝다.

잘 써주는 것도 템 소유주의 의무였 다.

“병기로도 유용하지만 네 몸은 재생 력도 뛰어나고, 공력을 보충하는 데도 아주 쓸 만해. 그런 능력 흔치 않아, 정 말로.”

정우의 칭찬에 공연화는 소름이 돋았

다.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공포가 밀려 왔다. 뜻 그대로 해석하면 병기와 공력 제조기로 쓰겠다는 뜻이다.

“이렇게나 많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많이도 흡수했겠지. 다양한 속 성을 보니 강탈능력도 있고. 사실 살짝 마음에 걸렸었거든.”

공연화의 공력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공력만 놓고 보면 일문의 수장들도 한 수 접어주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 라 생기를 흡수하면서 속성까지도 흡수 했다. 다양한 속성이 복합적으로 운용 되면서도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 런 체질은 구하기 어렵다.

“그 전에.”

“……무슨 짓을 하려고?”

이제 와 순진한 척하긴.

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비슷하다. 앞 에서는 고개를 조아려도 뒤로 가면 호 박씨를 까게 된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명분이나, 인권보호 같은 말로 포장해 구실을 만드는데 쓸데없는 짓이다. 정 우는 그런 식의 낭비는 하고 싶지 않다. 손을 쓰기로 작정을 한 이상, 뒤탈 없이 깔끔해야 한다.

“당연한 걸 왜물어, 백치로 만들어야

지. 영혼을 뭉개고 내 맘대로 조정할 거 야. 난 의지가 있는 병기를 원하지 않거 드 ”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를 써는 사장님 말처럼 들린다. 매일 해온 일이라, 거부 감이 들지 않을 지경이다. 그렇기에 소 름이 돋는다.

“?잠깐!”

“괜찮아. 영혼만 박살내고 죽이진 않 아.”

생명은 소중한 거라고 역설한다.

‘멀티플렉스 병기가 공짜로 들어오다 니, 착하게 살길 잘했어.’

정우는 이 좋은 병기를 더욱 업그레 이드할 계획이다. 전생의 수족이었던 환마와 철마, 지마의 비기까지 심어놓 으면 어지간한 무인은 상대도 되지 않 는다. 하지만 병기가 주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곤란했다. 다루기 위험한 병기 일수록 자의는 배제하는 편이 효과적이 었다.

“안돼!”

“안 되긴.”

영혼이 사라진 병기, 살아 있다고 해 서 인간일 수 없다.

공연화는 발버둥을 쳤다.

“길드에서 용서하지 않을 거다!”

“지금쯤 현무 길드도 난리가 났을걸.”

무림대회 때 사방신 길드가 했던 부 역행위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1개도 아니고 4개의 길드가 한 꺼번에 무너져 버리면 혼란의 초래는 당연했다.

유니크가 국력인 시대다. 4방신 길드 가 무너지면 국력 자체가 기울 수 있다 는 반대여론이 생긴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경우가 또 생기면, 그땐 다르다. 썩은 부위는 더 썩기 전에 도려내야 한 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내걸나눌 생각도 없고.’

혼자 먹기도 작다. 또한 국가를 위해 심사숙고했다는 정황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래야 금강문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다.

“?헛소리하지 마라!”

“이해가 어렵다면 설명을 해줄게, 내 말을 잘 들어봐. 아까도 언급했듯이 요 즘엔 우연한 상황이 자주 발생해. 기가 막힌 우연으로 금강문과 신룡문의 무인 이 내 동생과 친구가 습격당한 걸 보고 말았던 거야.”

꼬이려고 하니, 엉망진창이다.

우연하곤 거리가 멀다. 이놈이 알고서 대비를 한 게 분명하다. 그렇다 하나 습 격자를 제압한다고 해서 알아낼 수 있 는 건 없다. 설령 알아낸다고 해도 당장 현무 길드를 어쩌진 못한다.

“공교로운 우연이긴 한데, 네가 담벼 락을 넘을 때 문주님은 현무 길드에 도 착했거든.”

“뭐라고?”

우연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뭔 놈의 우연이 계속 발생해, 다 놈의 농간이었다.

“전화를 드렸지.”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한데 말이야, 힘이 없어진 길드의 말 을 믿을까? 아니면 한창 주가를 달리고 있는 금강문을 믿을까? 판단하기 진짜 어렵다. 너무 어렵네.”

어렵기는 어디가.

죽어버린 권력과 살아 있는 권력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 정부패를 일삼아 탄핵을 당하고도 끝까 지 권력을 붙잡으려 발버둥 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죽어버리면 덮어두었 던 비리까지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살려줘! 제발 뭐든지 할게! 발이 라도 핥으라면 핥을게요!”

“네가 발을 핥든 말든, 그게 무슨 상 관이라고.”

공연화는 벗어나기 어렵다는 걸 깨달 았다. 저놈은 절대 자신을 놔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당하고 싶 지 않았다. 살아가고 싶었다.

“……이 악마 같은 놈아!”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란 말이야.”

“?미안해! 제발 살려줘! 시키는 대로 한다니까!”

“당신도 다 잡은 먹이를 놔준 적이 없

잖아,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응석 그만 부리고 순순히 받아들여, 내가 개똥같 이 살아온 과거 대신 정승같이 잘 써주 겠다잖아.”

혹막을 통해 얻어낸 공연화의 프로필 을 보고서 안심이 되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아량을 베풀어본 적이 없었다. 오 로지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왔다. 그녀 에게 희생당한 사람 중 밝혀진 수가 300명이 넘는다.

“?살려달란……

그녀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푸악!

정우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의식을 박살냈다. 어차피 살아 있어봤자 해가 될 인간들은 처리해버리는 편이 이롭다. 이렇게 다시 재활용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

‘뭐가 나올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는구 나.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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