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42화 (342/500)

제 7장

득템 ⑴

프렌차이즈 커피숍, 제니원스.

매장 안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창 가에 앉아 있는 여성으로 인해서다. 그 녀는 몸에 착 감기는 반팔의 슬림 원피 스를 입고 있었다. 호리병처럼 뚜렷한 라인과 육감적인 몸매는 남녀 불문 시 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특유의 색 감적이고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사내의 입 안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다리를 꼴 때마다 시선들이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탔다. 현기 증이 날 만한 압도적인 매력이다. 그럼 에도 차마 다가서기 어려운 아우라를 풍겼다. 자신들과는 다른 세계에서 사 는 사람처럼.

‘연예인도 아닌데, 장난 아니다!’

‘얼굴은 둘째 치고, 몸매 끝장난다!’

‘저런 여자는 도대체 누구랑 사귈까?’

‘한 번만 해봤으면 죽어도 소원 없겠 다.’

색욕을 자극하는 어마어마한 패왕색 기.

보기만 했는데도 사내들은 정력이 고 갈되는 현기증이 났다. 다만, 이를 확실 하게 느끼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저 눈이 호강하고 있다는 생각분이었 다.

훗!

그녀는 주변의 시선을 당연하게 받아

들었다. 한두 번이 아니라서 식상하기 까지 하다. 물론 관심이 없다면 실망했 을 것이다.

‘젊음이 좋아.’

공연화는 카페에 홀로 앉아 블랙커피 를 마시는 게 일과다. 하나 단순한 일과 라고 보면 오산이다. 이는 그녀에게 반 드시 필요한 식사다. 마치 땅속에 부리 내린 식물이 영양분을 홉수하듯, 젊음 을 흡수하고 있었다.

‘좀 더 먹고 싶다.’

매번 갈증이 더 생긴다.

마음만 먹으면 카페 안의 생기를 모

조리 다 빨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런 짓 을 했다가는 공적이 되어 추살당한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생기만을 홉수해야 했다.

문제는 이걸로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 는다는 점이다.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갈증이 해소될 때까지 생기를 흡수해야 만족이 된다. 그러려면 한두 명으로는 어림도 없다. 일반인은 30명, 유니크일 경우 3명이 필요하다.

‘귀찮게 하고 있어.’

공연화는 접점을 만들지 못해 짜증이 나있었다.

사내라면 때론 일탈을 하기도 하는데, 목표물은 지나치게 반듯했다. 회사, 학 교,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우연한 기회 를 만들려고 해도 귀찮은 계집이 옆에 있었다. 여러모로 성가신 목표물이었다.

‘하필이면 마인드컨트롤 능력자일 게 뭐람.’

아무리 그녀라도 마인드컨트롤 능력 자는 위험했다. 자칫 의도를 들킬 여지 가 있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를 채면 금강문이 나설 공산이 크다. 마법 사라서 그러지 몰라도 굉장히 조심스러 웠다. 자연스럽게 기회를 만들어 노예 로 만드는 법이 이상적인데, 목표물과 마주할 기회가 생기지가 않았다.

띠링.

문자가 왔다.

-처리해.

메시지를 확인한 공연화의 눈빛이 바 뀌었다. 짜증이 나기는 했어도, 여유를 가지고 기다렸던 지금까지와는 달라졌 다.

“저기요.”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공연화를 부르

는 젊은 사내가 있었다. 두 눈에 욕망이 이글거리고 있어 어떤 의도인지는 단번 에 파악했다. 가리려고 해도 부풀어 오 른 텐트만 봐도 충분하다.

“시간 있으세요?”

“난 있지만, 너는?”

“저야 당연…… 아!”

공연화의 손길이 범을 살짝 스쳤을 분인데, 사내는 다리가 풀리면서 자리 에 주저앉고 말았다. 힘이 빠졌다기보 다는 사정할 것 같은 극도의 쾌감에 녹 초가 되어버린 것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니, 10년 정돈 괜

찮지?’

“?예?”

“그런 게 있어, 또 보자.”

“저야 영광이죠.”

영광은 무슨 10년의 젊음을 순식간에 갈취당했는데, 또 보면 그날이 제삿날 이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내는 황홀 할 따름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그녀 를 잊지 못하고 전부를 내놓으려고 할 것이다.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시각, 안개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은 적 외선 렌즈가 달린 CCTV가 있어도 무 용지물에 가깝다. 빛에 반사되어 사물 이 흐릿해지기에 형체를 알아보기가 어 렵다.

“비가 와도 이런 비가 오냐.”

“뭐, 어때! 운치 있고 좋은데.”

오밤중에 안개비를 맞으면서 운치라 니,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면 또 몰라. 솔 직히 비련의 여주인공은 맘에 들지도 않는다.

“운치는 무슨, 다 젖잖아.”

“말리면 되지.”

언제부터 긍정의 아이콘이 되셨을꼬.

수연은 소영의 집에 들렀다가 같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그 냥 집으로 오면 되는 일인데, 오빠가 소 영이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하늘 같은 오빠의 부탁에 짜증이 제 대로 났다. 속을 들여다보면 부탁이 아 니라 명령이나 마찬가지다. 말을 잘 들 어도 괴로운데 말을 듣지 않가봐라, 버 텨내기란 불가능하다. 신도 오빠가 갈 구면 자살하고 싶을 거다.

‘내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멍멍 이야! 안 오기만 해봐!’

부탁은 둘째 치고, 오빠가 약속한 용

돈을 타려면 다른 도리가 없다. 요즘 용 돈 들어갈 때가 많았다. 전문학교에 입 학을 하면서 각종 장비를 사야 하는데, 실상 슈트 같은 경우는 부르는 게 값이 었다. 오빠의 막대한 자금력이 아니면 기대하기 어렵다.

‘동생이 잡은 마물을 후려치는 건 오 바밖에 없을 거야.’

수연은 종종 훈련을 위해 오빠와 함 께 케이브에 들어간다. 마물을 때려잡 으며 속성을 키워 현재는 등급이 꽤 올 랐다. 하지만 마물을 잡아도 돌아오는 대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부조리한 대우라며 따졌더니.

-억울하면 네가 알아서 팔든가.

-내가 어떻게 팔아?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그런 것까지 해결해줘야 하는 거냐.

-오빠면 동생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해 줄수 있는 거잖아.

-난 지금도 널 위해서 많은 걸 해주 고 있다. 셈을 한번 해봐, 넌 평생 돈 갚다가 인생 종칠걸.

-오빠와 난 가족이잖아.

-족 같은 가족 되기 싫으면 공짜 바

라지 마라.

수연이 비록 최상급의 유니크이기는 하나, 이제 막 전문학교에 입학한 신입 생이었다. 마물을 팔 유통로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오빠는 막대한 유통 수수료를 붙여서 본인의 배를 채우고 있었다. 위험수당 까지 갈취를 하건만, 이 나라의 법망이 허술하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치 못하겠 다. 이를 합법적으로 운용하는 오빠의 용의주도함에 화가 치민다. 따지고 보 면 오빠도 케이브 진입은 불법이었다.

‘°유 열 받아’

수연은 물귀신 작전을 쓸까, 고민해봤 지만 고개를 저었다. 통할 상대도 아니 고, 오빠가 망하면 집안이 폭삭 가라앉 는다.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다. 아 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빠의 모르모트 가 되어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벌써 신장이…… 차마 말하고 싶지 않다.

“요즘 들어 오빠가 더 멋있어지는 것 같아.”

“너 미쳤어!”

개소리를

“넌 동생이라서 모르는 거야, 오빠가 얼마나 멋있는 분인데. 하라 언니는 얼 마나 좋을까? 나도 오빠 품에 안겨봤으 면.”

“뭐가 어쩌고 저째, 얘가 돌았네!”

지금 사람 미치는 거 보고 싶어서 환 장했나.

수연은 오빠의 용의주도함에 또 한 번 절망했다. 아무도 오빠의 사악함을 모르고 있었다. 다들 환상에 젖어, 망상 에 빠졌다. 진실한 실체를 안다면 저러 지 못할 텐데. 혼자 떠들어봤자 양치기 소녀 되기 딱 좋았다. 어쨌든 소영이는 이미 글렀다. 중2병 환자보다 심각한 짝사랑 중증 말기환자다. 가방에 들어 있는 오바를 닮은 인형을 얼마나 소중 히 여기는지, 보고 있는 내내 불편하다.

‘내 주변엔 왜 이렇게 제대로 된 인간 들이 없어!’

정상적인 사람들을 찾기가 너무 어렵 다. 특히 오빠의 주변 사람들 전부 특이 함의 종착역에 다다른 이들뿐이었다. 금강문주 아저씨도 그렇고, 세 오빠들 도 정상이 아니고, 혹금단 아저씨는 원 래 미친놈들이시고. 쉴드 오빠들은 사 람 답답하게 하는 데는 최고고. 슬슬 소 영이도 미쳐 돌아가고 있고. 오빠하고 연을 맺으면 정상적인 인간들도 미쳐버 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걱정이다.

‘나도 미쳐버리는 거 아냐. 광년은 인 기 없는데!’

집으로 가는 최단의 거리를 찾지는 않았다.

한 달 전부터 동선을 조정해놓았다.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은 아니고, 중간에 들러야 할 마트가 있었다. 마트에서 매 일 지정한 물건을 사야 한다. 김 여사의 부탁도 있고.

골목길을 들어섰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낙후 지역은 있 었다. 케이브기' 오픈되어 피해라도 입 으면 부동산 가치까지 하락해서 개발이 더 늦어진다.

“근데 왜 자꾸 여기로 가는 거야?”

“오빠가 여기로 오래.”

“아, 그렇구나.”

“넌 의심도 안 하냐?”

“오빠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동생의 의무잖아.”

“넌 친동생도 아니잖아.”

“그래서 좋아.”

얘가 대체 뭐라는 거야? 한 달 동안 이 길로만 가고 있었는데 지금 물어본 것도 이상하지만. 오빠를 언급하자 의 심은커녕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오빠의 세뇌가 무서운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직시했다. 입 잘못 놀리면 나만 병신 될 수 있었다.

지잉!

골목길을 나가기 전 공간이 뒤틀리는 미세한 파동이 생성되었다. 전후좌우가 막히며 사방이 어둠에 휩쓸린다. 결계 가 쳐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작!

10개의 그림자가 수연과 소영을 포위 했다.

“순순히 따르는 게 이로울……

말을 끝내기도 전, 사내는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그림자를 봤다. 너무 빨 라서 대처가 한참 늦었다. 그림자는 망 설이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푸악!

얼굴을 제대로 처맞은 사내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되어 태평 양을 횡단하듯 결계의 끝까지 날아가서 처박혔다.

꾸르르!

결계에 멈춰진 사내는 게거품과 핏물 을 쏟아내며 기절해버렸다. 단 일격에 혼절하자, 포위했던 동료들은 입을 다 물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 려운 현실과 조우하자, 동작이 굳어버 린 것이다.

투득, 투득!

손가락을 풀 때마다 뼈마디가 어긋나 는 소리가 난다.

수연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고 있었다. 그 미소가 누군가를 연상시키 는데, 가족은 닮는다고 했던가.

“처맞기 딱 좋은 날씨네요.”

“?…"뭐라고?”

계집을 납치하려고 했던 사내들은 기 가 찼다. 평범한 소녀가 아니라고는 하 나, 결계가 쳐지고 그 앞을 포위하고 있 었다.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되레 협박 을해 왔다.

“건방진 계집이 한수 재간을 믿고 까 부는구나!”

부지불식간에 기습을 당하기는 했어 도 그들은 순식간에 재정비를 했다. 방 심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 었다.

“까부는 게 누군데.”

“입을 찢어주마!”

9명이 진형을 잡고 동시에 달려들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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