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40화 (340/500)

제 6장

신생 무력단 ⑵

이력서를 제출하고, 예선을 통과한 자 들이 혹금단의 거처에 머물고 있었다.

본선에 오른 무인은 이력서 제출로

통과가 되었고, 예선의 마지막에서 아

깝게 탈락한 자들은 절치부심하여 면접 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잘한 일일까?”

“경험해봐서 알잖아, 이대로는 안 된 다는걸.”

“스승님을 뵐 면목이 없다.”

“그 나이 됐으면 자기 일은 자기가 결 정해야지. 언제까지 스승님을 찾을래.”

30명의 무인은 거처에 머물면서 안면 을 텄다. 젊은 무인들이고, 다 같이 절 실하기에 어렵지 않게 친해졌다. 더 강 해지려면 대문파의 역량을 경험해봐야 했다.

물론 모두가 다 같다곤 할 순 없었다.

본선에 진출해서 본인의 이름을 알린 자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비록 우승을 하진 못했어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 지 않은 실력이었다.

‘배울 게 있는지 없는지는 경험을 해 봐야 아는 일이지.’

모난 성향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있어, 주변과는 어울리지 못했다. 부조 화를 이루고 있어 불편해 보이나, 실상 가장 독몬?몬의 무인다웠다.

모집되었을 당시 서로 간의 우열이 정해져 있어 불필요한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벅저벅.

흑금단의 거처로 그간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당 연했다. 그가 바로 흑금단의 수장, 흑금 단주 전호경이기 때문이다. 흑금단의 수장이면서도 거처에는 한 번도 찾지 않은 건 좀 이상했다. 여하튼 혹금단주 에 대한 소문은 금강문주의 뒤를 이을 만큼 유명했다. 문파의 단주이면서도 무력만 놓고 보면 대문파의 문주에 비 견된다는 말이 돌았다.

‘겉으로 봐선 모르겠군.’

백전문의 천호와 전광문의 장현성의 두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비슷한 또래임에도 격이 다르다는 평 가를 받고 있었다. 비록 금강문의 삼남 과 천무문의 대공자에게 패배하긴 했어 도 차이가 크다고는 보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토록 오만한 발언을 했는지 궁금해졌 다.

스윽!

정우는 그들을 둘러보았다.

‘나브지 않아.’

도전적인 눈빛들이 속속 보였다. 호승 심이 개죽음을 자초하는 못된 성질이기 는 하나,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었다. 도전정신이 없는 무인은 강해지기가 어 렵다. 간혹 도사나 고승이 신선이나 열 반의 경지에 오르기도 하나, 특수한 경 우에 해당되었다. 대부분은 강해지려면 도전정신과 호승심이 있어야 했다.

“따로 내 소개를 할 필요는 없겠지, 일러준 대로 면접을 시작하겠다.”

“그 전에 저와 대련을 부탁드립니다.”

전광문의 장현성이 앞으로 나서며 대 련을 요청했다.

무림대회에서 이강천과 벌인 대결은 무인들 사이에서 간간이 회자가 되었다. 두 팔이 부서지는 극한상황에서도 반전 의 수를 숨겨둔 장현성의 치밀함과 독 심은 인상 깊었다.

“하긴 심심하게 면접으로 때우기보다 는 이쪽이 더 낫겠지.”

“감사합니다.”

흑금단주가 허락하자, 장현성은 주저 하지 않고 검을 뽑았다.

스르렁!

장현성의 손에 검이 쥐어지자, 지금까 지와는 다른 기세를 발산했다. 때론 승 리가 아닌 패배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있듯, 장현성은 패배를 통해 단계를 뛰 어넘었다. 검신합일의 경지에 다다라,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이 되어 있었다.

정우와 장현성을 중심으로 기세가 부 딪치며 와류를 형성했다. 와류는 거세 진 않아도 날카로웠다. 조금이라도 닿 으면 베일 듯한 기운이 감돈다.

-아공간 오픈, 전생 소환.

정우는 소환된 전생의 손잡이를 잡아 마주하는 장현성의 검에 대응했다. 마 치 서로의 교감이 닿듯 도와 검의 궤적 에 변화를 일으킨다.

‘혹금단주가 칼을 썼던가?’

장현성은 혹금단주의 특기가 권공인 줄 알고 있었다.

금강문의 독문무공인 금강팔격을 기 본으로 하기에 칼을 꺼내자 의아한 기 색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부질없 음을 느꼈다. 내부를 파고들어 오는 위 압감이 상당했다.

‘굉장한 검기다, 시합 때보다 더 강해 졌어.’

‘과연! 본선진출 할 만해.’

‘하지만 상대는 혹금단주잖아.’

단순한 대련으로 끝날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한쪽은 본선에 진출하면 서도 이름을 알린 젊은 신성이고, 다른 한쪽은 이미 유명세를 얻은 발군의 실 력자다. 다들 예상을 상회하는 거친 대 결이 벌어지리라 판단했다.

“들어와.”

“가겠습니다.”

정우는 선수를 양보해주었다.

비슷한 또래이기에 자존심이 상할 수 도 있으나, 장현성은 달랐다. 그는 혹금 단주의 강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충분 히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 기라성 같은 고수들이 하나같이 혹금단주를 강 자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주저하지 않 았다.

슈아앙!

장현성은 뇌전의 그림자라 불리는 사 문의 독문보법을 극성으로 펼쳤다.

뇌전은 거리를 뚫어내며, 간격을 제로 로 만들었다. 전광석화라는 표현이 어 울리는 굉장한 속도를 자아냈다.

빛이 번쩍이고, 뇌영(雷影)이 자리했 을 때 검은 목표지점에 다다랐다.

추아아앙!

도와 검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마

주한다.

힘이 집중된 도극(刀極)과 검극(劍極) 이 번갯불을 토해내며 한 치(3.3cm)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접점을 이룬다. 일 도일검(一刀一劍)의 초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변화는 무쌍했다. 너 무 많은 변화를 담고 있어 오히려 단순 하게 보이는, 극쾌의 충돌이었다.

‘크윽, 젠장!’

일뇌천변(一雷千變)이 통하기는커녕, 너무나 간단히 막혔다.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겉으론 팽팽해 보이지만 도와 격돌할 때마다 파고들어 오는 도경(刀硬)이 굉장히 묵 직했다. 마치 거대한 암반을 검으로 찌 른 듯한 충격이 쌓인다.

‘강하다, 그러나 이대로 끝나지 않아!’

장현성은 패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패배는 한 번으로 족했다. 설령 상대가 강하다 해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 었다. 그는 공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전광십섬을 모조리 다 쏟아냈다.

스와앙!

검광과 도광이 터질 때마다 눈과 귀 를 괴롭힌다. 원을 그린 날카로운 파격 의 흔적이 공간을 어그러뜨린다.

퍼퍼퍼펑!

10초의 공방 후.

“이제 내 차례군.”

정우는 공세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낸 후, 반격에 나섰다.

슈아앙

뇌영(雷影)마저 초월해버린 속도.

커억!

비명이 홀러나왔다.

다시 나타났을 때 정우의 칼은 장현 성의 명치에 닿아 있었다. 이미 도의 기 운이 변화를 일으켜 장현성의 앞섶을 베어냈다.

스와악!

베어진 앞섶,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하나 이어지는 흑금단주의 도법에 장현 성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도법이나, 도법 같지 않은.

털썩!

정우의 도법이 끝났을 때 장현성은 넋이 나간 채 무릎을 꿇었다. 그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던 것이 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현 실과 마주했다.

내 것을 강탈당한 심정이 이럴까?

“……전광십섬!”

“처음이라 좀 어설펐지, 안그래?”

어설프다고, 어디가? 검법과 도법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 구조가 다르다. 검 은 찌르기에, 도는 베는 데 특화되었다. 초심자에게는 그 차이가 미묘할지 몰라 도, 상승의 고수가 될수록 검과 도의 차 이는 커진다. 하물며 검법을 도법으로 펼치면 어색함이 있어야 하건만, 너무 나도 자연스러워 애초에 도법처럼 느껴 질 지경이다.

하아

장현성은 몸에 남겨진 도흔(刀을 봤다.

궁극에 도달해야 가능할 도기로 자신 은 도저히 담기 힘든 전광십섬의 극의. 공력의 운용, 보신의 속도와 궤적, 초식 의 이해와 활용이 완벽했다. 감히 따르 지 못할 쾌검의 정수였다.

‘……한 번 보고 따라할 수 있다는 것 인가?’

장현성이 느낀 허탈감은 굉장히 컸다.

살아간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 하나 평생을 연마해서 얻어낸 심득이었 다. 이를 한 번의 겨룸만으로 뛰어넘다 니, 인간 같지 않았다.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들어보진 못했건만, 격의 차이가 느껴진다.

“더 해볼래?”

“……졌습니다.”

이강천에게 패배를 당했을 때보다 충 격이 큰 장현성이다. 그때는 기량을 더 갈고닦으면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라 도 있지, 이건 숫제 격이 달랐다.

“더 있나‘?”

장현성의 허무한 패배로 무인들은 나 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도 뛰어난 축에 속했던 차세대 검귀가 손 한 번 못 써보다 당했는데, 자신들이라 고 다르진 않을 거라 봤다.

“이번에는 제가 도전해보겠습니다.” 다들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고 있을 때, 백전문의 천호가 나섰다.

천호의 두 눈은 짙은 호승심이 깃들 어 있었다. 또한 마음 한편엔 놀라움이 자리했다. 여전히 가시지 않은 소름과 전율이 그 증거다.

‘괴물이라 마땅한 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통찰안이라니!’

전쟁에서 태어난 무공, 백전문의 진의 (眞意)는 궁극에 이른 예측을 통한 통찰 안에 있었다. 실전을 통해 무공을 파악 하고, 상대의 숨통을 끊어내는 데는 최 적화되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런 자부심을 무너뜨릴 만큼 혹금단주의 예 측력은 무시무시했다. 일전에 패배를 안겨준 천무룡이 귀여울 지경이다.

“단주님을 보기 전엔 그저 소문이 과 장되었을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소 문은 반도 드러내지 않았군요.”

“실전무공의 전승자답게 눈치가 빨라, 오래 살겠어.”

무인이란 존재는 참으로 오묘하다. 포 기하지 않는 승부욕이 중요하다고 하면 서,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안목으 로 인해 단명을 한다. 그렇다고 이기는 승부만 해서는 실력이 늘지도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하든, 뭐가 더 낫다고 하기 어렵다.

“가겠습니다.”

천호는 처음부터 전력을 끄집어냈다. 어중간한 수가 통할 거란 기대는 하지 도 않았다.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대는 괴물이니까.

퍼퍼퍼펑!

정우는 전생을 물리고, 권공으로 마주 했다.

경이 실린 권이 부딪칠 때마다 쇠를 찢는 파공성이 공간을 거세게 흔들어놓 는다. 풍파에 둘러싼 무인들이 휘청거 리며 뒤로 물러섰다. 휩쓸렸다가는 뼈 도 못 추리는 결과를 자아낼 수 있었다.

“왼쪽으로 가게.”

“제기랄.”

제자리에서 재빨리 고속 회전하여 반 격을 취하려던 천호는 정면을 장악한 흑금단주의 대응에 욕이 튀어나왔다.

“뻔히 보이는 회전은 내력의 소모만 가중시키지.”

정우의 지적에 천호는 발끈했다. 그에 게는 불필요해 보일지 몰라도, 반격을 위해서는 필요한 수였다.

또한 읽어냈기에 가능한 수다.

“이중의 권공이군요.”

“제법인데.”

처음의 권경은 속임수, 그 안에 숨어 있는 권경이 살의(殺意)를 담은 진짜다. 막았다고 방심하는 순간 권경이 파고들 어 내부를 갈가리 찢어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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