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신생 무력단 ⑴
무림대회 이후 독문무문과 중소무문 은 우물 안 개구리임을 직시해야 했다. 환경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무문연합과 의 차이가 지나치게 컸다. 본선에 올라 온 무인의 수만 단적으로 비교해도 무 문연합이 압도적이다.
그들로서는 도저히 따르지 못할 만큼 역량의 격차를 보여주었다. 이를 타파 하기 위해서는 무문연합의 도움이 필요 하다. 단순히 상승의 무공을 배우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무공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문연합의 노하우를 배워야 만했다.
그러나 어느 무문이 선뜻 문파의 비 전이나 훈련방법을 내놓겠는가. 문파에 소속된다 해도, 독문무문이라는 꼬리표 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예상대로네요.”
“네가 부린 사술에 다들 걸려든 게 지.”
정우는 손사래를 치며 적극 항변했다. 정당한 계획을 사술로 호도하지 말라는 의도가 담겼다.
“강요하진 않았잖아요.”
“다른 선택지가 없는데, 그게 강요가 아니고 뭐냐.”
김 총관은 본문을 찾아온 무인들의 이력서를 검토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 들었다.
다들 여기가 어디라고 제 발로 찾아
온단 말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양 들이 호랑이굴로 들어온 격이었다.
“저는 그저 곤궁에 처한 사람들을 차 마 외면하지 못하고, 작은 도움을 베풀 었을 뿐입니다.”
“더 큰 걸 얻으려고 밑밥을 뿌린 걸로 보인다만.”
“딱히 틀리진 않지만, 원하시지 않으 시면 돌려보내겠습니다.”
“단맛을 본 아이에게서 사탕을 뺏는 격이지 않느냐.”
금강문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 었다.
무문연합은 몰라도, 금강문은 안다는 말이 떠돌 지경이다. 그로 인해 무인뿐 만 아니라 속성 능력자와 일반인 지원 자가 늘고 있었다. 방송국에서도 연일 취재를 부탁한다고 연락을 해 오고 있 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업무량이 늘어 나서 고생 중인데 일에 치이고 있었다.
“부총관이 있는데 뭘 그러세요.”
“일거리는 열 배로 늘려주고선, 할 소 리냐.”
부총관의 스카우트로 시간이 남아 바 리스타로서의 꿈을 이행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정우를 믿다가 발등을 찍히 고말았다.
“오대오로 나누세요.”
“네가 좀 도와주면 되잖아요.”
“전 고작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한데 요.”
“이놈이, 이럴 때만!”
정우의 직책은 호법과 단주 겸임이지 만, 계약직이었다. 금강문으로서는 정규 직으로 전환하고 싶으나, 한사코 거절 하고 있었다. 언제든 발을 뺄 차비가 되 어 있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열 받 으면 그간의 정이고 의리고 발로 차버 릴 성향이기도 하고.
‘내 반드시 이놈을 정규직 아니, 철밥 통으로 못 박고 말 테다.’
퇴직연령도 1000세까지 하고.
부총관을 비롯한 인재가 충원이 되어 업무를 분담할 수 있게 된 것도, 무림대 회 이전까지였다. 그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업무량은 현재의 인원보충만으 로는 어렵게 되었다. 사람을 더 충원해 야만 하는 현실이다.
“이력서 낸 사람 중에 고르고 있으니 까, 좀만 기다리세요.”
사람을 아무나 쓸 수는 없었다. 충분 한 사전 검토가 이루어져야 했다. 혹막 을 이용해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신상내력을 탈탈 털고 나서야 컨택이 된다. 개인의 사생활은 보장하지 않았 다.
“전부 받아들일 심산이더냐?”
“옥석은 가려야지요.”
정우는 금강문을 찾아온 독문무문의 무인들을 선택하는 잣대로 예선전을 치 른 장치를 재활용했다. 어차피 한 번 쓴 다고 해서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역량을 키울 필요성이 있었다. 대부분 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떨어진 자 들이라, 모든 장치를 경험하지 못했다.
예선을 통과할 훈련을 병행하면서 10단 계에 이른 무인을 선별했다.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거구나.”
“오픈마인드가 필요하거든요.”
무문은 배타적이고, 자기 걸 내놓지 않는다는 기존의 인식을 바꾸어놓아이= 했다.
금강문이 보다 더 사람들에게 친근하 게 다가서려면, 먼저 문을 열어야만 한 다. 내가 다가서지 않고, 남이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건 감이 익어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예선 장치는 무림인들만이 아닌, 일반인과 유니크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대신 통과할 능력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 합격자가 많지는 않았다. 5천의 무인 중에서 본선에 오른 중소무문과 독문무문의 무인의 수만 봐 도 알수 있는 대목이다.
“저는 그럼 면접을 보러 가겠습니다.”
“부디 떨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해라.” 김 총관은 예선을 통과한 자들, 본선 에 진출한 무인들을 축하해주지 못했다. 저들은 제 발로 고생길을 자초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옆에서 뜯어 말려도, 사랑에 빠진 연인이 헤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귓구멍이 막혀 있을 게 뻔하다. 무인의 기본 성향을 알기에 답 답할 따름이다.
“얼마나 예상하는 게냐?”
“200명은 되어야겠지요.”
당장 본선을 진출한 인원은 30명도 안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수 있었 다. 훈련을 통해 단계를 거치면 금강문 을 지원할 자격이 생긴다.
스륵!
정우가 아공간에서 꺼낸 서류를 본 김 총관은 헛바람을 삼켜야 했다.
저 서류가 뭔지 익히 알고 있었다.
“지독한 놈
“배신은용납하지 않습니다.”
독문무문의 무인이라고 해서 무문연 합이나 길드, 외부세력과 연관이 없다 고는 단정 짓지 않았다. 금강문에 소속 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서류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고, 받은 게 있으면 토해낼 수 있어야 한다.
“저들이 머물 장소가 필요하니, 예산 을 책정해야 합니다.”
“어련하시겠냐.”
정우는 매번 마지막이 되면 똑같은 말을 듣고 있었다. 아무래도 김 총관, 아버지, 유 회장이 같은 라인인 모양이 다.
‘이것도 유행인가, 뒤처질 순 없지.’
정우는 세월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는 소통을 원했다. 나이가 어리거나, 들었 다고 해서 말이 통하지 않으면 곤란하 다.
‘표현이 달라서 그렇지, 변하지 않는 것도 있지.’
천 년 전이나 천 년 후나 변하지 않을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건 시대와 나라를 막론했다.
한 가지 예만 봐도.
-석기시대 : 너 뒤져서 조개 하나라도 나오면 수만큼 처맞는다.
-조선시대 : 너 뒤져서 엽전 하나라도 나오면 수만큼 처맞는다.
-현대 : 너 뒤져서 동전 하나라도 나 오면 수만큼 처맞는다.
시대와 사용하는 화폐만 다를 뿐, 인 간은 어느 시대에서도 이런 상황이 있 다. 변하지 않는 진리 중의 진리다. 아 니라고 증명할 수 있다면 노벨상이라도 줘야 한다.
총관실에서 나온 정우는 혹금단이 머 무는 장소로 향했다.
가는 도중.
강천과 세경을 봤다.
여전히 계절에 상관없이 핑크색 커플 티를 입고 있었다. 무림대회에서 준우 승을 하고 나서 기가 완전히 살아났다. 본인을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강천에게 겸양은 없었다. 인기를 위해 서 만천하게 설파하고 있는 중이다. 유 니크 전문학교에서도 본인이 요청해 플 랜 카드를 걸어 놓았다. 사실 학교 입장 에서도 나쁘진 않지만, 지나치게 노골 적이기는 했다.
하나 자기 피알(PR) 시대라고 했으니
간섭하진 않았다.
“너희들 지겹지도 않냐?”
“지겹다니, 우리의 사랑을 모독하지 마.”
“내 안구를 모독하는 건 괜찮고.”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괜한 트집 잡 지 말고.”
“좀 풀어줬더니 주둥이가 자유분방하 구나.”
입꼬리를 말아 올린 정우는 흑금단주 로 화해 있었다. 돌덩어리들이 사랑을 하든지 말든지 상관은 없지만, 본문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라도 저 핑크색 커플 티는 쳐내야 했다. 주변의 시선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신 나간 남녀 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 다.
혹금단주의 싸늘한 눈빛에 세경이가 나섰다.
그녀에게도 흑금단주는 무서운 사람 이었다. 함께 수련을 하면서 얼마나 모 질게 당했는지, 그때만 생각하면 자다 가도 벌떡 일어나곤 했다.
“그만해, 자기야. 화나셨잖아.”
“괜찮아, 넌 내가 지켜.”
강천은 세경이를 뒤로 세우고 맞섰다.
설령 상대가 정우라 하더라도 물러서 지 않는 단단한 의지를 불태웠다. 이게 바로 사랑의 위대한 힘이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하나, 실상은 좀다르다.
-진짜 때릴 거야? 한 번만 봐줘.
-적당히 해라.
강천의 사정조 전음이 남발되고 있었 다. 등 뒤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영육 의 긴장을 여실히 드러냈다. 솔직히 세 경을 사랑하지만, 사랑의 힘 따위로 저 무지막지한 정우를 막아낼 수 있을 거 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정우가 그대로 가자, 강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순간적으로 드러낸 정 우의 기세는 인간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함의 결정판이 었다. 같은 급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 만 상식을 초월했다.
‘십 년 감수했네.’
강천은 내심 다시는 개기지 말아야겠 다고 다짐했다.
사랑 두 번 했다가는 수명이 줄어들 판이었다. 그럼에도 세경이를 보고 있 으니, 용기는 난다. 참으로 사람 마음이 라는 게 오묘하고 이상하다. 저 돌덩어 리 같은 계집을 사랑하게 될 줄 누가 알 았으랴. 이제는 저 단단한 몸이 귀엽기 까지 하다.
“자기야, 다음에는 별일 아닌 거에 목 숨걸지마. 나과부되기 싫어.”
세경이도 강천이 흑금단주의 상대가 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 을 위해서 나서준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떨리고 있는 강천을 보듬보듬 해주었 다.
“나 며칠 있다 본가로 가야 해.”
“더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이번엔 안 될 거 같아.”
“안 오면 내가 찾아갈 거니까, 기다 려.”
“ o ”
흐.
가주의 명이었다.
평소 자기 맘대로인 세경이지만, 가주 령까지 어기진 못한다. 또한 본가의 주 변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보고가 전달되 었다. 가주령은 본가의 중대한 결정사 안이 있지 않고서는 내리지 않는다는 것도 한몫했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는데.’
세경은 걱정이 되었지만, 강천을 보며
안도했다.
‘그럴 리가.’
멀어진 정우의 생각이었다.
정우는 하북팽가의 주변을 감싸고 있 는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번에는 강천과 세경을 내버려둔 것이 다.
앞으로 많이 힘들 게 분명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