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32화 (332/500)

제 3장

무신론자거든 ⑵

오성망혼진의 영향을 받은 무사의 수 가 늘어나고 있으며, 갑툭튀한 생체병 기가 무사를 공격했다. 네즈미가 역사 상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렇다 해도 모든 무사가 결계의 영향을 받진 않는다. 가문의 정예 무사들이 전 력을 다해 막아서고 있었다.

푸욱

정예무사를 지휘하고 있었던 마에다 는 가슴을 뚫고 나온 쇠의 날카로운 예 기에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즉 사했다.

푹, 푹!

본가의 정예들이 전열을 재정비해 막 아서려고 할 때, 검은 바람(黑風)이 휩쓸 고 지나가며 암살을 가해왔다. 삽시간 에 정예무사 20명이 목숨을 잃고 말았 다.

“?…"네놈들은 뭐냐?”

“뭐긴, 보면서도 모르냐.”

번히 암살당하고 있으면서 누구냐고 물으면 잘도 대답을 해주겠다.

그럴 거면 암살을 뭐하러 하나, 정면 대결을 하고 말지.

슈아앙

검은 바람을 일으키며 유혈사태를 조 장하고 있는 무리, 흑금단이었다. 100명 의 흑금단이 전열을 재정비하지 못하도 록 교묘히 방해를 놓고 있었다.

“…이 비겁한 조센징들!”

“어이구, 그러셨어요. 정의로운 쪽바 리님들을 우리가 여태 몰라봤었네.”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방해를 받자 희생이 커지고 있는 네즈미가의 정예 무사들이었다. 더 답답한 현실은 흑금 단이 정면대결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암살로 지휘 자를 죽이고, 곧장 물러섰다.

사삭!

혹금단은 오성망혼진에 영향을 받은 네즈미가의 무사들과 생체병기를 방패 막이로 사용했다. 네즈미가의 무사들은 동료를 죽여야만 혹금단을 공략할 수 있었다. 이는 육체는 물론, 정신적으로 도 막대한 소모를 불러일으켰다. 전투 가 지속될수록 사기가 저하될 수박에 없는 현실이었다.

“찢어 죽일 조센징들! 살아 돌아갈 생 각은 버려라!”

“누가 누굴 살리겠다는 건지, 상황 파 악 안 되냐.”

양학전문가에게 감히.

흐름은 흑금단의 편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저들 역시도 오성망혼진에 영향을 받게 된다. 혹금단은 무사들이 전열을 재정비해 뭉치지 못하도록 방해만 하면 그만이었다.

푸앗!

쓰러져 가는 건, 무사들분이다. 죽어 가는 무사들의 수가 커질수록 전의는 사라지고 공포가 깃들었다.

“네놈들은 무사로서의 자긍심도 없느 냐!”

동료를 베어내야 했던 네즈미가의 무 사들은 답답함이 앞섰다. 놈들은 결계 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자신들 은 결계까지도 대비를 해야 하는 현실 이다. 내력의 일정 부분을 금제당하고, 정신을 보호해야 했다. 시간이 흐를수 록 설상가상에 첩첩산중이었다.

“무사라면 응당…… 커억!”

격장지계를 써서 상황을 타개해보려 고 했던 야마우치는 앞섶이 붉어지는 걸 넋 놓고 지켜봐야 했다. 믿어지지 않 지만, 다가온 습격자가 가슴을 베어냈 다.

흑금단은 치고 빠지는 데 귀신이었다.

단주로 인해서 인생이 저당 잡히면서 쌓인 억울함을 양학으로 풀고 있었다. 하나 흑금단은 강자와 약자 가리지 않 고 강했다. 단주의 명이 떨어지면 분별 하지 않는다.

“?간악한……

피를 흘리는 야마우치는 절망 속에 죽어가야 했다. 단순히 비겁하기만 하 지 않았다. 감추고 있는 실력은 더더욱 무서웠다. 저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서도 철저히 상황을 이용하고만 있었 다.

■항복하고 싶으면 해.”

강태산은 넌지시 단주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하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흑금단은 저항하지 않을 때까지 죽이고, 또 죽였으니까. 항복도 빨라야 산다. 미 적거리다가 죽고 나면 개죽음에 불과했 다.

‘너무 쉬워서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게 말이야.’

표면적으론 압도적인 양학이기는 해 도, 네즈미가는 약하지 않았다. 방비를 하고 있었다면 시간이 꽤 걸렸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군이 작정을 한 이상, 작금의 현실은 당연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나 죽었다고, 바짝 엎드리 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괜히 주제도 모르고 설쳐서 이 모양, 이 꼴을 면치 못하는 거다.

‘주군의 눈 밖에 나면 패가망신을 못 면하지.’

‘나 같으면 그냥 자살한다.’

‘죽을 권리가 얼마나 행복한 건데, 제 복을 차버린 거지.’

금강문주와 마찬가지로 혹금단도 지 금 죽으면 호상이었다.

호상을 누릴 자유가 없어 불행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고 있어 죽음과 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불사 수라기공의 화후가 극성에 다다르고 있 는 지경이다. 일전에 다리를 잘라서 내 버려두었더니, 지가 알아서 자리를 찾 아가 붙었다. 다리에 인공지능이 탑재 되어 있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던가.

‘?…"헉!’

‘왜 그래?’

‘혹시 우리 불멸하는 거 아냐?’

‘?그…럴지도……

불멸이라니, 진시황도 흑금단에 가입 되면 불멸보다는 자살을 택할걸.

상상만으로도 혹금단은 오싹한 전율 을 체감했다. 어서 빨리 강한 적들이 나 타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그러나 아무리 강해도 단주보다는 강할 것 같 지 않았다.

-전륜극멸(前齡極滅), 전륜진성포(轉輪 診星砲).

소성, 5중첩.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 유우신의 전 심전력이 한 점에 집중되었을 때, 지상 에서 오롯이 선 금강문주를 요격했다. 지상을 멸하는 행성의 포화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파괴력이 실렸다. 이분이 랴, 전륜진성포를 겹겹이 중첩시켜 파 괴력을 수배로 폭증시켰다. 이대로 지 상으로 떨어져 내리면 가문 전체가 송 두리째 날아가 버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광뇌인 개방.

-금강팔격 극의, 뇌신승천(雷神昇天).

이호극은 피하기는커녕 쏘아져 오는 빛의 포화를 향해 뇌력광마신공의 극한 을 끄집어냈다. 지축은 대포를 발출하 기 위한 지지대 역할을 했다. 찰나였을 까? 거력의 받침대를 자처한 대지가 너 울을 그리며 출렁거렸다.

파아앗

우주탐사를 위해 지상에서 로켓을 발

출하듯, 이호극의 신형이 수직으로 치 솟는다. 극점에 도달한 뇌기가 권심에 모여들었다.

푸아아아아앙!

전륜진성포와 뇌신승천의 충돌.

지구 멸망의 광경이 펼쳐진다. 수평을 그리는 파장이 끝을 모르고 번져나가 결계마저 출렁거리게 한다. 휘몰아치는 광풍의 향연이 유구한 역사를 지닌 건 물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킨다. 일본이 한국의 역사를 말살하기 위해서 민족문 화를불태우듯. 말려든생명체는살아 있기를 소원하나, 의미 없는 발버둥이 되었다. 서서히 전륜왕과 뇌신의 우열 이 가려지고 있었다.

후아아앙!

휩쓸고 지나간 공간은 폐허가 되었다. 어마어마한 파장으로 인해 엄청난 재산 피해를 양산해내었다. 물론 인명 피해 는 덤이다.

“허억, 허억!”

허공에 멈춰 선 유우신은 거칠게 숨 을 토해내었다. 중첩 속성을 사용하면 서 5중첩까지 사용한 경우는 처음이었 다. 힘의 소모로 인한 반작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잘난 체하더니, 꼴좋구나!”

유우신은 승리를 자신했다. 아무리 놈 이 대단해도 5중첩의 전륜진성포를 막 아내진 못한다. 지상에는 깊이를 재기 어려운 거대한 분화구가 형성되었다. 분화구와 함께 사라졌으리라 확신했다.

“진력 소모가 큰 기술이긴 한가 봐, 감각이 떨어진 걸 보면.”

환청 일까?

생각하기도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위에서.

“...아니?”

허공을 바라본 유우신은 불신했다. 금

강문주는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 신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강요받은 믿 음이 자리했다.

“한눈팔면 안 되지.”

이호극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두 팔을 깍지를 끼운 채 유우신을 내 려쳤다.

푸아앙

타의로 유성이 되어버린 유우신이 지 상으로 떨어져 내려 분화구를 확장 공 사했다. 지축이 수많은 균열을 일으키 며 진동하는 가운데, 뇌기를 품은 무형 권강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린다. 일명 뇌품강이라고 불리는 권격이다.

푸0}앙, 꽈아앙

지상의 멸망을 원하는 뇌신의 분노가 이럴까, 미친 듯이 광소를 지으며 뇌강 을 날리는 이호극이 정상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떠냐, 나의 뇌기가.”

뇌기 맛이 나기를 원하는 이호극이지 만, 본인은 그 맛을 잘 모른다. 뇌기가 맛이 있다는 소린 들어보지도 못했으니 까.

“?가주!”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난 오검은 금강 문주와 가주의 경천동지한 격돌을 망연 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 안으로 파 고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상적인 상 태였어도 불가능할 초월자의 격돌이었 다.

하나 초월자도 피륙으로 이루어진 사 람일 수밖에 없었다. 속성을 꺼내 든 가 주의 전력을 받아낸 금강문주는 괴물이 라 불려 마땅했다. 반도의 괴물, 그 자 체였다. 저런 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 다면 애초에 모든 계획을 다시 세웠어 야했다.

“이럴 순 없어, 조센징 따위가 감히 본가를!”

“한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네, 어 서 가주를 구해야 하지 않나!”

“무슨 수로 구한단 말인가?”

오검은 망설였다.

나선다 한들 저 괴물이 꿈쩍이나 하 겠는가. 저 광소를 보고 있으니 오금이 저려 왔다. 전투를 위해 태어난 생물이 었다. 강함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추측 불가해의 영역이었다.

“승산이 없어!”

“그렇다면 조센징에게 항복이라도 할

셈인가?”

한 수 아래, 하찮은 미물이라 여겼던 조센징에게 목숨을 구걸해야 한다는 사 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 주마저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운 판국이 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가문을 자신들 의 대에서 끝낼 수는 없기에 갈등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신녀가 계신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 지 않을 걸세.”

오검은 신녀가 가진 신성의 권능을 알고 있었다. 본가의 무사라면 누구도 신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신녀는 네 즈미가를 지탱하는 하나의 거대한 기둥 이었다.

응?

그들의 뇌리로 무언가가 파고들어 왔 다. 이는 오성망혼진과는 다르다. 오래 전부터 느꼈던 네즈미가의 신성이었다.

-신으로서 명한다, 복종하라.

신성의 울림은 항거불능의 부리치기 어려운 유혹을 담고 있었다. 오검마저 도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기신 이 흔들린 상태이기에 유혹은 더더욱 강력한 주박을 지녔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가문의 무사는 신성의 영향력 에 있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기 는커녕 자연스럽게 복종하도록 무의식 적인 세뇌를 받았다.

-진실의 맹약을 명하노라.

네즈미가의 신이 원하고 있었다. 가문 을 지키려면 영혼을 건 맹세를 하라고. 평상시라면 거절할 수도 있었다. 그러 나 가문이 누란지경에 처했다. 빠져나 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 지옥의 수렁이 었다. 신에게 기댈 충분한 명분을 제공 해주었다.

‘맹세를 하나이다!’

‘간악한 조센징을 벌하소서!’

‘신성이시여!’

신녀가 아닌 신이 직접 원했다.

네즈미가의 무사들은 저항하지 않고 진실의 맹약을 선서했다. 이는 신성을 받아들여 영혼에 각인을 하기에 되돌리 지 못한다.

“오오오! 신께서 직접 강림을 하셨구 나.”

“가문의 위기를 두고 보지 않으신 게 지.”

신녀는 신의 도구에 불과하다. 신이 나선다면 가문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 으리라. 백척간두의 현실을 반전시킬 희망이 생겼다.

“신녀를 모셔 와 가주를 구해야 하 네.”

5명의 가신이 막 신녀각으로 발길을 돌릴 때, 걸어오고 있는 신녀의 모습이 보였다. 육신에서 붐어져 나오는 신성 의 가호가 전해져 왔다. 신녀로서 완전 한 각성을 이루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 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다.

9.9.9..

오검은 무릎을 꿇었다.

경건하다.

“신이시여.”

“가주를 구해주십시오!”

신성에 감화된 오검은 주변을 돌아보 았다. 본가의 정예무사들은 물론 오성 망혼진에 영향을 받았던 무사들과 생체 병기도 무릎을 꿇었다. 신의 위엄을 체 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때.

응?

오검의 두 눈을 의심케 할 장면이 포 착되었다.

“누가 앞을 가리라고 했어.”

-?죄송해요.

“쓰미마셍 좀 그만하고 비켜.”

예, 주인님.

뭐가 어쩌고 저째.

신녀를 밀친 젊은 사내가 보무도 당 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신녀는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조아리며 똥 마려운 강아 지처럼 뒤를 졸졸 따라왔다. 오검에게 는 기가 막히다 못해 경악을 금치 못할 반전의 연속이었다.

‘이게 대체?’

신녀의 탈을 쓴 가짜가 아니고서야.

오검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현실임 에도 가짜라는 확신을 하기도 어렵다.

신녀에게서 붐어져 나오는 신성은 진짜 였다. 가짜로 위장한 걸 느끼지 못할 만 큼 어리석진 않았다.

“이제부터 쥐가는 본문의 노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노부요리의 외침에 정우는 시즈나를 돌아봤다. 신 주제에 이것밖에 안 되냐 는 눈치다. 시즈나는 능력을 보여야 했 다.

“저놈, 제어해.”

이해 못 할 표정을 짓던 노부요리는 곧 깨닫게 되었다. 전신을 옥죄는 신성 이 영혼마저 족쇄를 채웠다. 저항을 하 려고 할수록 영육의 고통이 커졌다.

크으으윽!

고통에 신음하던 노부요리는 의식을 차리기도 전에 저 세상으로 직행했다. 정우는 노예의 항명을 두고 보지 않았 다. 제어된 노부요리를 향해 권공을 발 출했다. 붙잡고 패는 데 천부적이었다.

푸슥!

일격에 육신이 가루가 되어 홀날렸다.

부르르르!

동료의 허무한 최후에 4명의 가신은 치를 떨어야 했다. 잔인한 현실은 미처 대응할 사이도 없이 벌어진 참사라는 점이다. 알고서도 막기 어려운데, 운신 의 제한까지 당했다.

“…치사한 조센...

오사무의 마지막 외침이 되었다.

정우는 노예에게 발언의 자유를 주지 않았다. 대신 권공을 내주어 육신을 가 루로 흩어냈다. 말보다는 아름다운 주 먹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폭력적인 무 뢰한이라고 욕해도 괜찮다. 딱히 성인 군자이고 싶지는 않으니까.

“자, 또 할말 있어?”

살아남은 3명의 가신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신성에 장악되었다고 해도 동 료를 죽인 수법은 감히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뿐이랴, 손속에 망설임 이 없었다. 저항을 하는 즉시 이유여하 를 막론하고 목숨을 잃게 된다.

“없으면 꿇어.”

털썩!

엔토, 토키다, 마루오는 저항하지 못 했다.

저처럼 허무하게 최후를 맞고 싶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영혼의 맹세를 한 신성이 절대복종을 원하고 있었다. 저항을 할수록 고통만 가중되고, 복종 을 하면 편해졌다.

터벅, 터벅!

정우가 주변을 완벽히 제압했을 때, 분화구에서 이호극이 고깃덩어리를 끌 고 나오고 있었다.

“오래 걸렸네요.”

“좀 끈질기더라고.”

끈질긴 대가치고는 처참했다. 심장의 박동이 울릴 때마다 전신에서 선혈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