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30화 (330/500)

제2장

네즈미가의 신녀 (3)

-신성의 가호.

네즈미가를 지탱하는 신녀, 시즈나의 속성이 옥녀구검을 감싸고 있었다. 빛 의 휘광이 옥녀구검의 능력치를 배로 늘려주었다. 마치 아드레날린을 맞은 것처럼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여 절대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전혀 흥분하지 않았다. 정기 신을 한계치 이상으로 끌어올리게 되면 인간은 통제력을 일정 부분 상실하게 된다. 이성이 마비되며 흥분 상태가 되 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녀구검은 평소 와 다르지 않았다.

-신성의 결의.

시즈나의 속성인 신성은 옥녀구검의 정신에 영향을 미쳐, 통제력을 상실하 지 않도록 보호했다. 그야말로 신의 가 호, 무적상태가 되었다.

퍼어엉, 퍼어엉!

정우와 옥녀구검의 전력이 부딪칠 때 마다 격렬한 파공성과 경이적인 파장이 일어나며 일대를 분쇄시켰다. 빠른데다 가 부서진 공간이 중구난방이었다. 눈 을 깜빡이는 찰나에 100미터 이내가 사 정권에 들었다. 파괴력은 끝을 모르고 상승하고 있었다. 도저히 한계가 보이 지 않을 만큼 초월자의 대결이 되어갔 다.

“그대가 강하다 해도 구검을 무너뜨 릴 수 없을 거예요.”

“좀 놀아줬더니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르는군.”

일본인의 특성은 겸손, 겸양, 안분지 족에 있다고 하던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흑염룡을 달여서 많이 처먹 었는지 모르지만 중2병처럼 들릴 때가 있었다. 클럽에서도 만화 주제가가 나 오는 걸 상기하면 틀리진 않을 거다.

여하튼 이쯤에서 내 왼손에 있는 현 천의 어둠을 꺼낼 때가 온 건가?

“허세는 통하지 않아요.”

“허센지 아닌지 지금부터 알아보면 되겠지.”

정우가 이제까지 상대한 적 중에서도 옥녀구검은 까다로운 축에 속했다. 압 도적인 강함을 논한다면 금강문주에 비 해서 부족할지 몰라도, 신녀와 결합을 하니 굉장히 끈질겼다. 파괴력을 늘리 고 있음에도 막아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우의 칼이 방향을 틀어 신녀를 노 렸다.

추아아앙!

무형도강과 무형검강이 충돌했다.

공력과 공력이 상충하며 버섯구름을 만들어내었다. 허공으로 비상한 대지의 거죽이 시야를 뿌옇게 가린다

“내 공격이 보였나.”

여태까지 일부러 옥녀구검만 집요하 게 공략을 했었다. 이때를 대비해서 만 들어낸 미끼였는데, 이를 마치 알고 있 다는 듯이 막아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처럼 아무런 피해도 없이 막아내기는 어렵다.

“이건 좀 의왼데.”

시즈나는 가볍게 막아낸 것치곤 편치 않았다.

대비를 하고 있었다기보다는 보였기 에 반응을 했다. 이는 신성의 예언을 통 해서 이루어진 공수였다. 하지만 상대 는 역량을 시험하듯 공략을 해오고 있 었다. 공수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모든 게 까발려지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 속내를 내색할 만큼 어리석진 않았다.

‘시간을 끌어선안 돼.’

시즈나는 신성의 증폭을 극대화하기 로 결정했다.

지금도 막대한 신성을 쏟아붓고 있기 에 자칫 옥녀구검의 신체에 과부하가 걸릴 여지가 있었다. 한편으로 옥녀구 검의 회복력을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 았다면 신성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 다.

‘다음 공격은 나나세가 될 테니.’

신성의 예언을 통해 공격 루트를 알 아낸 시즈나는 회심의 역공을 기대했다. 제아무리 괴물 같은 자라 할지라도 옥 녀구검의 전력이 실린 검공에 당하고 무사하진 못하리라.

‘온다.’

슈아앙

그녀의 예측과 동시에 정우가 움직였 다.

초월경지에 다다른 현현보는 빠름의

새로운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육감으 로도 파악이 불가능한 귀신의 속도였 다.

‘……너무 빨라!’

옥녀구검은 소름이 돋았다.

이제까지 보여준 속도와는 차원이 다 르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만약 신녀님과의 협공이 아니었다면 저 자를 막아낼 수 있다 자신하기 어렵다.

‘우리에겐 신녀님이 있어!’

굳은 신념, 신녀에 대한 믿음.

옥녀구검은 철저히 신녀를 위한 도구

로서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것이 옥녀구검의 사명이자, 존재 이 유였다.

‘지금이야.’

신녀의 전언을 받은 옥녀구검이 흑금 단주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역공을 취했다.

-자신검류(子神劍類) 필살식, 역천살 (逆天殺).

흐름을 역행하여 순리를 따른다. 신녀 의 의지를 실천하는 옥녀구검의 필살검 형이다. 구검이 하나의 검형으로 완성 되어 흑금단주를 꿰뚫었다.

슈0}아악!

꿰뚫린 실체.

옥녀구검은 공간을 찌르고 나아갔다.

하나 그녀들은 불신을 담아야 했다. 목표지점에 있어야 할 형체가 바람에 홑어지는 연기처럼 행방불명이 되어버 렸다.

“?…"뒤를!”

시즈나의 절박한 외침에 옥녀구검이 반응했다.

불운하게도 칼은 더 빠르다.

서걱!

옥녀구검의 이검, 미츠키의 동공이 삽

시간에 잿빛으로 변하여 영혼을 잃어버 렸다. 현실을 인지 못 한 몸뚱이가 돌아 서지만, 바닥으로 머리가 떨어져 내린 다.

데구르르!

정우는 굴러 떨어진 미츠키의 수급을 발로 세웠다.

뿌가가각!

저들이 채 기대를 하기도 전, 힘을 주 었다. 수급은 맥없이 부서지며 허연 뇌 수와 붉은 선혈을 내뱉는다. 신성의 가 호로 다시 살수 있을 거란 희망을 원천 봉쇄한다. 밟을 때는 확실하게, 부리조 차 남기지 않고 삭초제근을 지향했다.

부르르르!

시즈나와 옥녀구검은 몸서리를 치며 분노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함께했던 미츠키의 허무한 최후였다. 저리 허망하게 사라 져 버릴 목숨이 아니었기에 분노는 더 컸다. 주종의 신실한 맹약 이전에 혈육 이나 마찬가지로 가까운 사이였다.

“……어떻게?”

한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흑금단 주는 역공을 받아 심각한 상처를 입어 야 했다. 그런데 상처를 입기는커녕 오 히려 재 역공을 받아 미츠키를 잃고 말 았다.

“예언을 만능이라고 보면 곤란하지.”

손속에 잔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 만, 정우로서는 당연했다. 신성주술이 걸려 있는 옥녀구검은 어지간한 상처는 금세 회복된다. 일격으로 회복하지 못 하도록 치명타를 가하는 편이 효과적이 다. 다시 뭉치면 시간을 꽤나 소모해야 했다.

부르르르!

시즈나는 가문의 신녀로서 선택 되어 평생 신만을 모셔야 한다는 사실도 감 내해왔었다. 가문을 위한 숭고한 희생 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폭발해버린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 지경 이다.

“간악한 조센징! 절대 용서하지 않 아!”

“화내니까, 좀 더 인간적이군.”

“신을 분노케 한 죄, 네놈과 금강문을 없애버리겠어!”

“그러시든지.”

정우는 시즈나와 옥녀팔검이 되어버 린 그녀들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그런다고 현실이 달라 질 거였으면 훨씬 전에 끝났겠지. 현실 은 분노가 아닌 실력으로 증명될 뿐이 다.

“이제부터 다를 거야.”

신성을 차단한 정우의 기운은 권능이 다. 현천공의 9단을 개방하여 신녀의 신성을 차단해버렸기에 예언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스와

현천의 살도(殺刀).

검은 하늘을 지배하는 정우의 칼이 본색을 드러냈다.

수직으로 일(一)자를 그어낸 공간에

옥녀팔검의 3검이 자리했다. 그녀는 검 을 들어 막아선 상태였다.

까악!

단말마.

3검의 최후.

채 비명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몸 뚱이가 반으로 쪼개지며 갈라졌다. 동 료의 죽음에 불신과 분노에 사로잡힐 때가 아니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정 우는 오히려 더 서늘한 안광을 번뜩이 며 다음 목표를 노리고 있었다.

칠검은 더 이상 완전한 구검을 이루 지 못했다.

“지속스킬이 사라진 모양이지.”

일심동체, 옥녀구검이 하나인 이유다. 그들은 9명이어야 완벽했다. 하나라도 무너져 버리면 완벽은커녕 불완전한 존 재가 되어버린다.

정우는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살도를 개방한 정우에게 자비는 존재 하지 않는다. 방해물은 죽여야 할 고깃 덩어리에 불과했다.

결과는 참혹함 그 자체.

채 방비를 하기도 전에 9검 중 6명의 검이 사라져 버리고 남아 있는 3검도 치명상을 입고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겨우 숨만 붙여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성의 가호를 받고 있기에 그나마 한 줌의 목숨은 건진 것이다.

이는 정우의 노림수이기도 하다. 저 중에 1명은죽어선 곤란했다.

부들부들!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참사.

시즈나는 도무지 현실 같지 않았다.

지독한 악몽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었 다. 저 앞에 있는 자는 인간이 아니라 지저의 암흑에서 현실로 도래한 마왕 그 자체였다. 어찌 인간이 이리 잔혹한 수를 쓸 수 있단 말인가. 그녀들은 이제 막 약관을 넘은 어린 여인에 불과했다. 살아가야 할 창창한 미래를 잔인하게 강탈해버린 것이다.

“뭐지, 그 눈빛은? 혹, 봐주기를 바랐 나. 그럼 실망인데.”

전투란 원래 잔인하다고 말했었다.

죽음이 자리하는 전장에서 어리다고 봐주다니,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다. 달 리 보면 죽은 여검객을 무시하는 처사 다. 검객이라면 응당 검으로써 본인을 증명해야 한다. 죽어서도 동정을 받는 다면 검객이라는 칭호를 버려야 했다.

“악마 같은! 저들은 아무런 죄가 없었

어!”

참으로 순진한 말을 한다. 언제부터 현실이 죄의 유무에 따라서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더욱이 정우와 네즈미가 는 대척점에 있었다. 적이 되어 만난 현 실 속에 죄의 유무가 중요할까? 결국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가 현실을 대변 해줄뿐이다.

그래도 굳이 원한다면 이유를 나열해 주는 수밖에, 정우는 이쪽 방면에서도 철두철미하며 유능했다.

“네즈미가의 신녀는 예언을 통해 모 든 일을 총괄한다고 하더군. 그런데도 아무런 죄가 없다고 자신할 수 있나.”

정우는 네즈미가의 총관을 통해 신녀 의예언을들었다.

‘전생의 투신이라.’

신성의 예언이 완전한 거짓은 아님을 직시했다. 네즈미가가 어째서 그토록 막강한 재력을 취득했는지가 이해되었 다. 그녀는 분명 한국 무림의 공략을 탐 탁지 않아했다. 하지만 그뿐, 가문을 위 해서 신성을 보탰다. 결국 그녀도 네즈 미가의 의지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런 데도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본가의 대업을 위한 일이야, 하찮은

조센징이 뭘 안다고 지껄여!”

“거봐, 얼마나 보기 좋아. 위선은 정 신건강에도 독이 된다고. 아, 밤에 먹는 사과가 독이라는 건 낭설이다.”

깨알 지식 자랑을 한 정우는 작금의 이 모습이 더 좋았다. 괜히 다른 말로 포장해봤자, 진실이 바뀌진 않는다. 과 거를 보면 답이 나온다. 일본은 본인들 의 욕심을 위해서 전쟁을 일으켰음에도 동아시아의 통합을 통한 대동아공영을 이룩하기 위해서라고 포장한다. 일본이 아니었으면 한국은 과거의 잔재 속에서 근대화를 이루지도 못했을 거라는 말도 이 안에 포함된다.

“닥쳐!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시즈나의 격렬한 분노는 제어되고 있 던 신성을 해제시켰다. 그로 인해 붐어 져 나오는 거대한 신성의 포화는 좀 전 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과연.”

신녀라 해도 고작 해봐야 스무 살에 불과하다. 한데 저 나이에 절대경의 고 수조차도 영향을 받을 강력한 신성을 발산하고 있었다. 정우야 전생의 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쳐도, 시즈나의 나이 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가능한 건 신성의 전이를 통해서다. 전대의 신녀 가 지닌 신성을 오롯이 받아들였기에.

‘격변의 세상 이전에도 신성은 있었다 고 했으니.’

시즈나는 네즈미가가 쌓아올린 역대 신녀의 방대한 지식과 신성을 이어 받 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해가 되기는 하나, 작 금의 시즈나는 그마저도 넘어서고 있었 다. 반경을 무시하고 사방으로 분출되 는 신성은 만상을 제압한다.

씨익.

정우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조금 더 자극을 주면 되겠군.’

신성의 격렬한 포화 속에서도 정우는 만족을 모르고 있었다. 보다 더 완전한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서 현천공의 진의 를 드러냈다.

“죽엇!”

신성을 개방한 시즈나가 먼저 달려들 었다.

슈앙

공간을 점프한 듯 굉장한 속도다. 이 어서 그녀의 의지를 이은 신성의 검이 공간을 쪼개버렸다.

쩌어어어어엉!

인정사정없이 고막을 찢어발기는 파 공성과 함께 붐어져 나오는 파괴력이 하늘과 땅을 흔들어놓는다.

찌릿찌릿!

막아선 정우의 육신이 신선한 층격에 생생히 깨어나며 전율을 느낀다. 좀처 럼 경험하기 힘든 경이적인 파괴력이었 다.

칼과 검을 맞댄 채 정우와 시즈나의 시선이 교차한다.

-신성의 포효!

속성이라고 해야 될까?

마주한 시즈나의 의지가 공간을 폭발 시킨다.

꽈아아아앙!

폭발이 번져 가며 대지를 빠른 속도 로 파고들어 와 파괴의 범위를 넓혔다. 어느새 반경 100미터가 넘는 공간이 흔 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처어엉!

하나 시발점에 불과하다.

정우와 시즈나는 허공에서 격전을 벌 이고 있었다. 무형의 도와 검이 서로의 역량을 확인하듯 팽팽한 격전이 되었 다.

단순한 싸움하고는 거리가 멀다.

현천의 의지를 잇는 정우의 권능과 신의 의지를 이어 받은 시즈나의 신성 이 우위를 겨루고 있었다. 둘만의 공간, 어느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네즈미가 절반에 달하는 구역이 영향을 받고 있었다.

아!

겨우 살아남은 옥녀삼검은 경천동지 한 대결에 넋을 잃었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네즈미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신녀라는 평가에도. 그녀들은 시즈나 진실한 실체에 할 말을 잃었다.

보호를 하기는커녕, 그녀들이 감히 대 적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저자는 대체?’

‘ 악마야!’

신성을 개방했음에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팽팽했다.

그녀들은 보았다. 육감을 벗어난 속도 와 개세적인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음에 도 태연한 흑금단주의 미소를. 네즈미 가의 신성이 통하지 않았다.

정우의 육신을 감싸고 있는 짙은 암

광과 황금색 휘광으로 뒤덮인 시즈나가

대조적이었다. 암광과 휘광의 대비가 마치 마신(魔神)과 천신(天神)의 대결처 럼 보였다.

“그 정도론 날 못이겨.”

“건방 떨지 마!”

시즈나의 휘광이 단숨에 증폭되더니 정우의 암광을 뒤덮는다. 그야말로 빛 의 포화라 할 수 있었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정설대로. 눈을 멀게 할 광화(光火)의 폭증에 공간 전체가 빛 에물들었다.

-신성의 유혹.

-신의 위엄에 복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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