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29화 (329/500)

제 2장

네즈미가의 신녀 (2)

꽈아앙!

폭발에 휘말린 일대가 홀어진다.

시즈나는 괴물 같은 신위를 지닌 사

내, 저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한국 무

림을 공략하기 위해서 고수의 신상에 대한 사전 조사가 이루어졌었다.

“당신은 누구죠?”

“금강문에서 흑금단을 맡고 있지.”

시즈나와 옥녀구검은 믿어지지 않았 다.

사내가 금강문 소속임은 어렴풋이 예 측을 했다. 하나 저토록 무지막지한 전 투력을 지닌 괴물이 일개 단주에 불과 할 줄이야, 일반적인 상리를 벗어나 있 었다. 본가의 가주와 맞먹는 자가 일개 단주라니, 불신이 먼저 드는 건 당연했 다.

“주저리주저리 말싸움할 때가 아니지 않나.”

“당신은 대단한 사람임과 동시에 잔 악하군요.”

전투란 원래 잔인한 결과를 가져온다. 설마 서로 간의 우정을 확인하는 훈훈 한 자리이기를 바라는 것인가. 예로부 터 아름다운 전쟁은 존재하지 않았다. 말로써 끝낸 전쟁도 결국에는 잔인한 결과를 가져오곤 했으니까.

정우는 이를 증명해주려는 듯 약을 올렸다.

“네즈미가의 가주도 본문의 문주님을

상대하느라 한창 바쁠 테니, 기댈 데는 신녀분이겠지.”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거예요.”

시즈나와 옥녀구검은 사태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걸 깨닫게 되 었다.

저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금강문의 일 개 단주가 이렇게까지 강하다면 문주의 신위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터.

아니나 다를까.

꽈아아아。}앙, 부르르르르!

네즈미가의 서쪽에서 터져나온 충격 의 파장이 신녀각까지 몰려왔다. 주술 로써 강화된 본가의 건물이 맥없이 부 서져나가고 있었다. 이분이 아니다. 오 성망혼진에 영향을 받은 무사들이 광기 에 젖어들어 사리분별 없이 닥치는 대 로 공격하고 있었다.

“더 좋은 소식을 알려줄까?”

시즈나와 옥녀구검은 혹금단주의 말 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저 자를 해치워야 했다. 그래야 가문의 무 사들을 구하고 본가의 안위를 살필 수 있었다.

정우는 그녀들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어느 가문인지 몰라도,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자행했더군.”

“헛소리하지 마세요.”

“병기를 만들기 위해 생체실험을 하 고, 마물과 결합을 하기도 하고, 통제를 위해 나노머신을 심어 일정한 신호에 반응하도록 했지. 어때? 이쯤 되니 기억 이 나지 않아.”

“그딴 모함에 넘어가지 않아요.”

“그럼 신호를 발동시켜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

시즈나와 옥녀구검은 알지 못하는 일 이다. 그러나 흑금단주의 말이 의미하 는 바를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으나, 사실이라면 지 금보다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 이다.

크어어어엉!

인간의 고성과는 다른, 맹수의 포효가 터져나왔다. 이어서 사람이 죽어가는 비명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총관이 좋은 정보를 많이 알려주더 군.”

정우는 사로잡은 료를 죽이지 않았다. 일문의 총관이라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 소중한 정보를 제 공해줄 재료를 순삭시켜 버리는 건 효 율의 낭비였다. 순순히 협조하지 않아 서 고생했지만 보람은 있었다.

“당신, 용서하지 않겠어요!”

독기를 머금은 시즈나의 앙칼진 목소 리가 울렸다.

그녀만큼이나 옥녀구검도 분노하고 있었다. 저자로 인해서 본가의 무고한 인명이 살생을 당했다. 그에 대한 응분 의 대가를 주지 않고서는 덧없이 죽어 간 원혼을 달랠 수 없다. 앞으로의 살생 을 막기 위해서라도 저 악마를 단죄해 야했다.

“그래, 그래야지.”

정우는 히죽였다.

저래야 오히려 인간다웠다. 신녀라는 굴레에 사로잡혀 인간과 다른 시선으로 내려다본들, 어차피 본질은 변하지 않 는다.

위선으로 포장된 이미지가 얼마나 헛 된 일인지 알려줄 차례다.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마. 크크크.’

무림대회의 복수로 끝낼 거였으면 공 을 들이지도 않았다.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는 정당한 복수이며, 그에 합당한 권한이었다.

‘의미 없는 복수는 복수랄 수 없지.’ 정우는 복수에도 효율을 따졌다.

꽈아0}0}앙'!

힘과 힘의 격돌.

거력의 패기가 실린 가공할 권공은 막아서는 걸 용납지 않는다. 이에 대응 하던 검공도 물러서진 않았으나, 강제 퇴진당하고 말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뇌력이 공간을 압살해버리며 3명의 검 수를 흔적도 없이 강퇴시켰다.

푸스스스!

분쇄되어 버린 잿더미가 기의 파장에

휩쓸려 덧없이 휘날린다. 시체를 화장 할 필요도 없는 깔끔 무식한 권공이었 다.

그럼에도 성이 차기는커녕 더욱 미쳐 서 날뛰는 거한의 사내였다. 마치 오성 망혼진의 광기에 중독된 마인처럼 천지 분간을 잊었다.

하나 이호극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 래서 더욱 미친놈으로 보이는 진귀한 광경을 연출해내었다.

크 하하하하하하하 !

손맛 좋구나.

이호극은 내지른 권공의 맛을 음미했

다.

아무거나 막 먹는 몰상식한 사람이 아닌 미식가임을 강조하는 만행도 서슴 지 않았다. 막말로 틀린 말은 절대 아니 다. 맛없는 건 귀신처럼 알아차리는 의 외로 섬세한 미각올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김장도 잘 담그는 편이거든.”

손맛이 하도 좋아서, 때론 김장을 담 그기도 한다. 이런 말 본인 입으로 하기 는 쑥스럽지만, 김장은 남자가 해야 한 다. 왜냐? 그만큼 힘이 많이 드는 작업 이다. 그리고 본인 입맛에 맞추려면 어 쩔 수가 없다.

“잘 담근 김장김치에 생고기를 말아 서 삭힌 후 끓여 먹으면 기가 막히거든. 기무치나 처먹는 쪽바리가 알 리가 있 나.”

뭔 개소리야.

황당함의 극치를 맛보고 있는 8검, 아 니 이젠 5검이라고 해야 했다. 검호대 를 단숨에 몰살시킨 금강문주의 전투력 이 범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3명이 동 시에 달려들었건만, 결과적으로 본가를 다스리는 8명의 기둥 중 3명을 잃고 말 았다. 남아 있는 오검의 두 눈엔 불신이 담겼다. 그러고서 한다는 소리가 김장 김치라니.

이런 김치를 봤나!

“미친 조센징!”

“절대 살려두지 않겠다!”

격렬히 분노하는 쪽바리를 흐뭇하게 감상하는 이호극이다.

살기가 충만하니 기분도 상쾌해지고 있었다. 평범한 무인은 무형의 살기에 찢겨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급박함조차, 이호극에게는 별미였다. 살기를 머금고 설렘 가득한 전장이 되어갔다.

“오늘 죽어도 호상이란다, 어서 날 죽 여봐라. 껄껄껄!”

“오냐, 편육을 만들어주마!”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5검이 전력을 끄집어내며 달려들었다. 단신으로 쳐들 어온 놈에게 합공을 하는 것도 수치스 러운 판국에 힘 대결에서 밀릴 순 없었 다.

공력전이를 통해 내력을 합일하여 증 폭시켰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력이 의지와 결합하여 무형의 검형을 이루었 다.

-아켄 검류 전살식, 천인혈(天사血).

일본의 검법은 창시자의 이름을 따오

는 경우가 혼하다. 따로 검법의 이름을 만들기보다는 창시자를 기리는 마음을 담아내었다. 아켄은 네즈미가의 초대 가신으로 가주를 보필하는, 팔검을 창 시한 장본인이다.

-금강팔격 7식, 금강멸혼(金剛滅魂)

이호극은 덮쳐 오는 가공할 무형의 기세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며 금강팔 격의 후반 초식을 발출했다. 단전에서 전신을 일주천한 뇌력광마신공이 권심 (章心)에 낱알처럼 몰려들어 권형이 완 성되었다. 자세를 잡은 모습이 마치 대 포를 발출하기 직전처럼 고요하다. 그 러나 일단 내지르면 고요함과는 상반되 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슈아앙!

이호극은 일절의 망설임 없이 호쾌했 다.

핸드폰 소액결제를 지르고 난 후 후 회하는 찌질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를 땐 지르고, 훗날을 도모하면 된다 는 응?

심부(深部^를 파고들어 오는 가공할 기운의 편린, 경시하기 어려운 파괴력 이 실린다. 이를 느꼈지만 이호극은 권 공을 포기하지 않았다.

푸아아아아아앙!

이중의 폭발.

휘몰아치는 바람이 벼리고 벼린 칼처 럼 나선을 그리며 헤집어놓았다. 베이 고 지나간 후, 이어지는 후폭풍에 오래 되어 부식된 건물처럼 맥없이 부서져 내린다.

찌릿찌릿!

전기에 감전된 듯 충격이 온몸을 휘 감았다.

툭툭!

이호극은 왼팔의 어깨에 새겨진 장흔

(=을 먼지 털듯 털어내며 출수한 자 를 돌아봤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살의 를 분출하고 있는 유우신이 있었다.

“쥐새끼들의 주인답게 허점을 잘도 찌르는구나. 아주 훌륭했다.”

금강문주의 비아냥거림에 유우신의 미간이 좁혀졌다.

받아치고 싶으나, 작금은 그럴 때가 아님을 직시했다. 본가 전체가 첩첩산 중의 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이 모든 사 달의 발단이 금강문주였다. 저자를 해 치우지 않고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8성의 전륜공파에도 충격이 없다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금강문주는 강 인했다. 저 단단함은 부서질 줄 모른다.

유우신은 이 사태를 보다 냉정하게 판단 내렸다. 그도 그럴 것이 8성의 전 륜공파는 고루거각을 한 줌의 가루로 홑어낼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를 맨몸으로 받아내고, 5검을 튕겨내 버렸 다. 그럴 수 있는 자는 일본 무림에서도 흔치 않았다.

-타츠가의 무신, 켄신.

유우신은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이 상 기되었다.

12지신가의 수장을 자처하는 용혈(龍 血)의 주인, 그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에 게 있어 최악의 역린(逆혀)을 새겨준, 트 라우마의 대상이기도 했다.

‘조센징 따위가!’

유우신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격렬히 분노했다. 극복했다고 여긴 열등감의 대상을 떠올리게 만들어준 것만으로.

‘지옥을 선사해주마!’

냉철한 분노, 유우신은 전력을 개방했 다.

화르르르!

극의에 도달한 전륜신화기가 분출되

어 휘몰아친다. 거센 기운의 파장이 일 대를 혼잡하게 만들었다. 허공으로 잔 해들이 떠올라 홑어진다. 활활 타오르 는 전륜의 불길, 편린에 불과할진대 일 대의 공기가 무섭게 달아오른다. 이어 미친 듯이 타올랐다.

“그렇게 나와야지.”

이호극은 급속도로 치솟는 위화감을 만끽했다. 일문의 가주라고 하더니 확 실히 총관보다는 우위에 있었다.

“와봐.”

“시건방도 거기까지다, 조센징!”

광륜에 이어 전륜, 금강은 돌아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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