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내건내거,네것도내거 (3)
“… 크으오윽……
“?죽여……
눈빛이 변한 하급 무사가 난데없이 칼을 휘두르며 주변의 무사들을 공격한 다. 급작스러운 변화, 광기는 폭발적으 로 늘어났다. 조금 전까지 한솥밥을 먹 은 동료가 공격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났다.
푸악!
기습을 허용한 동료의 두 눈에 불신 이 새겨진다.
이분 아니다.
광기에 젖은 무사의 전투력이 배로 늘어났다.
이는 당연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가 지고 있는 선천진기를 남용하지 않는다.
자칫 진기가 고갈되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오성망혼진에 영향을 받은 무사들은 선천진기를 아끼지 않고 쏟아붓는다. 평소와 달리 전투력이 급 상승하는 이유다.
채채채챙!
크억!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피가 난무하는 유혈사태가 공간을 어지 럽히기 시작했다.
팔검을 비롯한 가문의 주요전력은 그 나마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결계를 부 수어야 했다.
“다들 멈추지 못할까一!”
무사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가공할 사 자후가 일대를 울렸다. 퍼져나간 사자 후에 광기에 젖은 무사들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되었다.
“가주!”
낭패한 기색이 완연한 팔검은 그나마 안도했다.
유우신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오성망혼진인가?”
“……그런 듯합니다!”
팔검은 확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하자니, 기밀이 누출되었다 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하물 며 오성망혼진은 가문의 비전을 현대 과학으로 완성한 최고의 절진이었다. 일반 결계와 다르기에 결계사가 파악을 하더라도 해체하기가 용이치 않았다.
“료‘?”
“총관이 그럴 리 없습니다.”
유우신도 총관이 배신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신은 감 추기 어려웠다. 오성망혼진을 주도적으 로 계획한 인물이 총관이었다. 그가 아 니고서는 오성망혼진으로 이토록 완벽 하게 구축하기 어렵다.
“망혼에 빠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어 서 신녀를 불러라.”
“예, 가주.”
전륜신화기를 바탕으로 한 전륜천황 후(轉輪天皇O를 시전하여 광기를 강제 로 봉인했을 뿐,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시간이 더 지난다면 자신의 손으로 본 가의 무사들을 처단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다다르게 된다.
“외부와의 연락은?”
“무선 통신은 물론, 유선까지 차단되 었습니다.”
유우신은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뼈아픈 방심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으랴, 다른 곳도 아니 고 본가 전체에 결계를 칠 거라고는. 가 장 안전하다고 여겼던 본가가 공략당하 자,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 야말로 완벽히 허를 찔린 꼴이었다.
‘그렇다 하나 작정을 하지 않고서야!’ 유우신은 토리카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들이 아니고서는 본가의 사정을 이 토록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록 경쟁 상대라고는 하나 지나친 처사였다. 한 가문을 씨 몰살 시키려고 작정을 하지 않고서야, 오성망혼진을 펼치진 않을 것이다. 대일본 제국을 상징하는 12개 의 가문으로서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 소한의 도의마저 잊은 만행이었다.
빠드득!
유우신은 이를 갈았다.
오늘과 같은 치욕을 준 대상을 밝혀 내 그에 상응하는 응징을 해야만 화가 풀릴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결계부터 해체해야 한다. 가문의 비전이니만큼 파훼하는 방법이 있었다. 본래의 오성 망혼진과 달라지기는 했어도 해체는 가 능할 것이다.
“지금부터 내 지시하는 대로 따르도 록.”
“예, 가주.”
우선적으로 망혼진을 구축하는 5개의 중심축을 무너뜨려야 한다. 설령 무너 뜨리진 못하더라도, 촘촘한 흐름을 끊 어내려면 흔들기라도 해야 했다. 5개의 축이 일시에 흔들리면, 빈틈이 발생한 다. 이때 전력을 퍼부으면 절진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유우신이 멈칫했다.
응?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 때, 한쪽에서 다코야키를 먹으며 느긋 하게 서 있는 거한이 있었다. 마치 작금 의 사태와는 거리가 먼,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지역에 서 있는 존재처럼 무신경 하다.
오물오물.
거한의 사내는 특제 데리야키 소스가 적당히 버무려져 있는 다코야키의 맛을 찬찬히 음미하기는…… 개뿔. 입 안에 5 개씩 틀어넣고 있었다. 마치 한 입만을 외치고 싶게 하는, 쪼는 맛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다. 그 무식한 흡입력과 더불 어 누군가 달라고 한다면 가만두지 않 겠다는 식탐까지 드러낸다.
“문어방을 먹었더니, 초밥이 먹고 싶 네.”
초밥을 먹고 나면 스키야키가 당길지 도.
말을 알아들은 유우신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한국어? 네놈! 조센징이더냐!”
“뭐래, 쪽바리새끼가.”
이호극은 도긴개긴을 당연시하는 성 향이었다. 물론 알아듣기보다는 번역기 가 자동번역을 해주기에 대화가 통할 뿐이다.
무릅!
적의 심처에 와서 시비를 거는 이호 극의 무식함에 유우신은 말문이 닫히고 말았다. 하도 어이가 없다 보니 말이 나 오지 않은 것이다. 언제 들어는 봤던가,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이는 주변에 있던 팔검도 마찬가지였다.
“저런 미친놈을 봤나!”
“감히 가주께 불경스러운 막말을 하 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조센징!”
팔검은 살기를 분출하며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처죽이려고 했다.
스윽!
유우신이 손을 들어 팔검을 제지했다. 상황의 부조화가 가져오는 불합리성이 발목을 잡는다. 이런 때일수록 경거망 동은 금물이었다.
“정체를 밝혀라.”
“대가리라 그런지, 반응이 빠른 편이 네.”
“순순히 답하지 않으면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내가 꽤 유명한 사람인데, 쪽국은 좀 다른가.”
화를 돋우고 있지만 유우신은 오히려
침착해졌다.
범상한 놈이 아님을 감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가에 조센징이나 재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거르고 거른, 순혈만 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물며 이 와중에 조센징이 본가의 중심에 버젓이 자리하 고 있다니,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끝내 벌주를 마시겠다면 하는 수 없 지, 놈을 제압해.”
“예, 가주.”
8검의 직속 정예 무력단인 검호대원 10명이 빛살처럼 뻗어나간다. 살아만 있으면 되니 외날의 검을 봅아 들었다.
10명의 합격이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틈 이 보이지 않는다. 충분히 제압이 가능 하다고 판단을 내렸음에도, 방심은 없 었다.
쌔애앵!
검호대가 이호극의 정면에 자리했다.
“밥 먹는데 건드리는 거 아니다.”
이호극이 주먹을 냅다 휘둘러 공간을 후려쳤다.
파아아0 앙!
고막을 갈가리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 께 달려들었던 10명의 검호대는 살덩어 리도 남기지 못하고 허공에서 폭사해 버렸다. 자신감 있게 달려든 것치고는 허무한 최후가 아닐 수 없었다.
헐!
대수롭지 않은 이호극과 달리, 좌중은 놀람을 담고 있었다. 상상도 못 한 처참 한 결과였던 것이다. 검호대는 수호대 와 함께 최강의 무력단으로 가문의 무 사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정예 엘리트 다. 그런 검호대가 주먹 한 방에 방 안 의 수납공간을 활용한 듯 깔끔하게 정 리되었다.
꿈틀!
유우신의 미간이 일순 경직되었다가
원래의 자리를 찾았다.
검호대의 죽음을 애도하진 않았다. 그 보다는 조금 전의 일 권, 그 안에 서린 파괴력을 읽었다. 단순한 주먹질처럼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권격을 구성하는 초식과 공력의 조화가 완벽했 다. 형0杉)과 의(意)를 초월하여 본인만 의 권공〈筆功)을 이루었다.
‘무식하리만치 강력한 권공이다.’
한국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사내의 말 이 유우신의 뇌리를 강타했다. 항간에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는 무인이 떠 올랐다. 그중 일반적인 규격을 넘어서 는 무인은 한 사람분이다.
“네놈! 금강문주더냐?”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 어때, 이제 좀 할 만하냐.”
유명인임을 증명해주자, 이호극이 히 죽거렸다. 요즘에는 본인의 유명세를 즐기고 있었다. 딴에는 피곤한 척하지 만.
‘금강문주라니!’
팔검은 당혹감에 젖었다.
저자가 어떻게 본가의 한복판에서 기 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예상을 상회하 는 결과를 떠나서 홀로 지나치게 당당 했다. 여기가 네즈미가의 한복판이라는 걸 안다면 저리 태연해선 안 된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결계도 네놈의 짓이더냐?”
“어때, 괜찮지?”
부정은커녕 빼지도 않고 자랑을 한다. 겸손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기 PR 시대 에 어울리는 성향이었다. 자존감이 하 늘을 꿰뚫다 못해 우주에 닿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성싶은가!”
“무사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짝다리를 짚고 선 이호극의 태연자약 에 유우신과 팔검은 이를 갈았다. 그들 은 살아오면서 오늘과 같은 날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조센징에게. 역사에 새겨질 치욕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었 다. 한편으로 자신들의 결계로 당했기 에 더더욱 수치스러웠다. 철저하게 농 락을 당한 꼴이다.
“온전히 끝낼 생각은 하지 마라.”
“이빨 그만 까고, 덤벼.”
주둥이를 나불거리려고 일본까지 찾 아오지 않았다.
좋은 주먹 놔두고 대화로 해결하려는 자세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일은 주먹으로 통한다는, 나름 실 크로드에 빗대는 이호극이었다.
“건방진, 조센징!”
“주접떨지 말고 오라니까, 순국선열을 기리는 의미로 장렬히 불태워주마.”
금강문주의 호기에 그들은 더더욱 열 이 받았다. 혼자서 자신들을 상대한다 는 뜻이었다. 명백한 무시였다. 더욱이 여기는 그들의 앞마당이었다. 똥개도 제집 안마당에서는 3할을 먹고 들어간 다고 하건만.
“오오, 살기 좋고.”
모처럼 신이 난 이호극이었다.
“미친놈!”
“죽어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