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피날레를 장식하다 (3)
대회장 전체에 둘러 처진 결계는 일반 적이지 않았다 네즈미가에서 오랫동안 연 구를 해서 완성된 결계다. 또한 도해문이 치려고 했던 결계 밖에 이중의 결계를 설 치해 놓아, 계획이 누설되었을 때도 대비 해놓았다.
그렇다 해도 무문연합의 수장들이다. 그들의 전투력을 온전히 막아내기는 어렵 다. 작정하면 얼마든지 부술수 있었다
‘나는거들었을뿐이니.’
네즈미가의 총관이 결계의 주변을 서성 거리기에 해체하려는 줄 알고 정우를 제거 하기 위해 수호대를 보냈지만, 실상은 결 계를 더욱 보완하고 보강했다. 대회장 안 의 무인들이 참견하지 못하도록. 보완된 결계를 부수려고 무리한 힘을 가했다가는 대회장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이를 무인 들도 알도록 만들었다
‘통제실에 누가 갔으려나? 염화일 가능
성이 크겠지만.’
염화는 머리는 물론 감이 뛰어난 여인 이다. 아마 통제실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 음을 파악했을 것이다. 그래서 쉴드에게 통제실을 지키라는 명만 내렸다. 쉴드의 전투력을 점검하고, 금강문의 저력을 보 여주기 위해서다. 그래야 사태를 해결하고 난 뒤 처리가 쉬워진다
‘도망칠수 있을까? 크크크.’
네즈미가의 총관은 금강문주와의 전투 가 맘대로 되지 않자 벗어나려고 했다 그 러나 이걸 어쩌나? 만약의 사태까지도 정 우는 대비해 놓았다 대회장 인근을 아무 이유 없이 매입하진 않았다. 대회장뿐만 아니라 그 주변까지도 감싸는 결계를 쳤 다. 그렇다 해도 대회장에 쳐진 결계보다 강력하지 않다. 그저 공간에 환영을 제공 하고, 막아서는 역할만 한다. 작정하면 뚫 리겠지만, 시간을 지연한 것만으로도 층 분하다.
‘문주님이라면 알아서…… 이크!’
금강문주의 홍이 너무 돋았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하 는데, 료의 처지가 그렇다. 하나, 금강문주 는 고양이가 아니라 범 그 이상의 흉포한 맹수다. 료는 생체병기의 생체력까지 더해 서 최강의 절기를 펼치려고 했다. 문제는 금강문주의 대응이었다.
-뇌력광마신공 극의 광뇌인.
-공력 증폭, 뇌정멸혼.
이석격란(以石擊卵), 바위로 계란을 치고 있었다. 여전히 소 잡는 칼로 병아리를 사 냥하는 금강문주다.
후0}아앙!
뇌기의 장벽, 아니 격랑이라고 해야 하 나
허억!
료의 입에서 다급한 신음성이 터져 나 왔다. 회심의 역공이었던 광륜신화기의 극 의, 광화(光化)가 촛불도 아니고 뇌기의 격 랑에 맥없이 소멸되며 밀려들어왔다. 빠져 나가고 싶어도 일대를 장악한 뇌기가 옥죄 고 있었다. 평소의 한 걸음이 오늘은 무겁 게다가왔다.
쿠아아아아앙!
이제까지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개세적 인 위력, 일대를 마구잡이로 흔들어 놓았 다 대지의 벗겨진 거죽이 40m의 허공으 로 치솟았다가 휩쓸리며 홀어진다 홑어져 버린 가죽이 되놈발 미세먼지가 되어 일 대를 뒤덮었다 후아앙
바람에 휩쓸린 먼지가 가라앉았다
쿨럭!
입에서 핏물이 토해졌다.
후악!
토해진 핏물이 역풍을 맞고 고스란히 료의 얼굴을 뒤덮는다. 어처구니없는 현실 에도 그는 분노하지 못했다. 두 눈을 의심 하게 할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자신 을 향해 덮쳐오는 가공할 뇌기의 파도는 일대를 모조리 다 소멸시키고도 남는 파 괴력을 지녔다. 그런데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를 그림자가 뇌기를 와해시키고, 금강문 주의 마지막 일격을 잡아냈다. 그뿐이랴, 자신의 심맥을 잡아 운신을 장악해 버렸 다. 벗어나려고 해도 육신이 통제력을 상 실해 버렸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거짓말 같은 현실이 버젓이 자리했다.
“?…이건 꿈이야……악몽이라고!”
“악몽은무슨 NG지.”
정우는 원치 않은 장면을 연출한 금강 문주를 째려보았다. 감독이자 연출가인 자신과 상의도 없이 오버페이스를 즐긴 것 이다
“살살 하라고 했잖아요.”
“뭘 또 이럴 건 갖고 눈을 후리냐. 사람 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하고 그런 거지. 허술 하고 인간미 있어 좋잖아. 요즘은 이런 휴 머니즘이 먹힌다고.”
허술하긴 한데 인간미를 언급하기에는 괴리감이 심각하다. 주변을 봐라, 처참히 파괴된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인간미는커녕 노약자를 괴롭히는 패악 질처럼 보이는데요.”
“노약자라니, 듣는 노약자 맘 아프겠 다:’
“노약자를 그리 생각하시는 분이 순삭 하려고 했어요?”
“설마 순삭이야 되려고 꽤 실력이 있던
데.”
“그럼 그 실력에 맞춰야지, 이 신에서 합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알았으니까 조연은 좀 빠져라.”
금강문주와 흑금단주의 티격태격 실랑 이가 벌어지는 가운데, 네즈미가의 총관 인 료는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어처구니없는!’
한순간에 노약자가 되어 자리양보까지 받을 곤경에 처하고 말았다. 살면서 오늘 같은 모욕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화가 나 기는커녕 두려움이 앞섰다.
‘……금강문주는 그렇다 치고, 이놈은
대체 뭐야?’
금강문주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괴물. 혹금단주에 대한 악명은 실제의 반 도 설명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 이상의 괴 물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금강문 주의 무지막지한 일격을 한 손으로 막아 내고, 자신까지 제압했다.
“돈 되는 상품이니까 죽이면 안 된다고 요.”
“그만해라 되게 떽떽거리네.”
“지금 장면은 편집할게요. 여기서부터 시작하세요.”
“걱정 마라 장사 한두 번 하는 것도 아
닌데, 너 그거 병이야.”
금강문주에게 자세한 합을 주고받은 정우가 료를 돌아봤다. 마지막을 장식해 줄 소중한 재료이기에 시선이 훈훈하다. 물론 이후에는 두고두고 사골처럼 우려먹 을 테니, 연속출연이 보장 되었다.
“너도들었지? 죽지는 않으니까, 알아서 잘 처맞아. 괜히 최선을 다하다가 비명횡 사하지 말고. 두 번은 나도 피곤해.”
U.2"
이것들이 대체 뭐하는 수작이지?
료의 뛰어난 지능도 작금의 현실을 설 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삶과 죽음을 결정 하는 격전의 와중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 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하 다. 맘껏 농락하고, 쓸모가 다하면 죽이겠 다는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레디, 고!”
정우는 선수답게 빠져 주었다.
레디고, 자시고.
료는 놈들의 의도대로 따라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자신은 네즈미가의 총관이 며, 대일본제국의 무사다.
따르지 않든 따르든.
이호극은 상관하지 않고 주먹을 뻗었다. 헉!
솥뚜껑만 한 주먹이 머리통을 향해 날
아오고 있었다. 피하지 않으면 대가리가 집어던진 수박처럼 박살이 날 것이다. 다 행히도 제압되었던 심맥이 풀리면서 료는 운신이 가능해졌다.
후앙!
대포알처럼 스치고 지난 주먹에 료의 안면이 찢겨져 나갔다
“간악한 쪽빠리! 그간의 패악이 하늘 에 이르렀구나. 하늘을 대신해 대한민국 의 자랑스러운 무인으로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7’
뭐라는 거야?
왜 갑자기 저런 낯간지러운 대사를, 잘 하면 세일러복으로 변신이라도 할 뉘앙스 다. 저 덩치에 세일러복이라니 상상만으로 도 소름을 돋게 한다. 그야말로 상상테러 의 만렙마왕급이다.
-금강권신(新) 오의 비권.
-정의구현! 쪽빠리는 싫어요, 쪽국말살 권(俊國扶殺호).
간신히 회피했던 료는 헛바람을 삼켰 다. 말도 안되는듣도보도못한 권공초식 이었다 하나, 이거 하나는분명하다. 사람 의 기분을 몹시 나브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말도 안되는진실은 대충막지 어서 휘두르고 있건만 피할 수가 없다
퍼퍼퍼퍼퍼퍽!
이호극의 권격이 료의 전신을 사정없이 두드린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시원시원하 게 처맞았다. 왼쪽으로 치면 왼쪽으로 꺾 이고, 오른쪽으로 치면 오른쪽으로 꺾이 고. 역행이 아닌 순행을 따른다. 치는 족 족방향이 일정하다.
-금강권신오의비권.
-대한독립만세! 유관순 열사 사랑해요. 삼일절권(三?節호)!
되도 않는 초식의 유치한 작명초식은
료를두번죽였다
“?…독립한 지가 언젠?… 커억!”
벤치에 앉은 정우도 헛기침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적당히 하라고 했더니, 아 무 초식이나 막 갖다 붙이고 있었다.
‘저건 쪽팔린데.’
더빙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이런말도 안되는 결계라니!”
“제기랄 내 기필코부수고 말겠다!”
“무리해서 힘을 가하면 위험하오!”
패왕문 검선문, 천무문의 문주와 수뇌 부가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결계 가 아니긴 해도, 부수지 못할 수준은 아니 라고 봤었다 하지만 웬걸! 결계를 부수려 고 힘을 가하는 순간, 충격의 여파가 대회 장의 중심까지 영향을 미처 관중이 피해 를 입게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 다. 결계를 분석해서 파훼하는 수밖에 다 른 도리가 없다.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이러다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소이다!”
“대회장에 관중이 수만이오. 이들의 목 숨을 가지고 도박을 할 순 없지 않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함만 쌓여 갔다. 그러는 사이 하나둘 무인들이 모여들었다 무문연합만이 아닌 중소무문 과 독문무문의 무인들까지 더해졌다. 그 들 대부분이 현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웅성웅성.
무문연합의 무인들은 자중하는 편이지 만 독문무문과 중소무문의 무인들은 저 마다 숙덕거리가 시작했다. 그들도 보는 눈이 있으니 돌아가는 정황이 이상하다는 판단이 섰다.
‘일이 터진 건 분명한데, 관중들도 이상 하고.’
‘이러다가 더 큰 사고가 나는 건 아닐
까?’
‘지금이라도 결계를 뚫고 나가야 하는 거 아냐: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있을 순 없잖 아’
‘저치들도 우물쭈물하는데 우리라고 별 수 있을까?’
대회장 전체에 결계가 쳐지자, 무문연 합에서는 대기실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전 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사태해결의 진전이 보이지 않으니, 무인들은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해졌다. 다만, 연합무문의 수장들이 버티고 있었다. 배 를 버리고 저 혼자만 살겠다고 도망치지 않은 이상 기다려야 했다. 저들이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 는 현실도 한몫했다.
“금강문이다!”
“삼형제잖아”
금강문의 강현, 강우, 강천이 등장하자 중소무문과 독무문의 무인들이 양 갈래 로 벌어지며 길을 터 주었다 완연히 달라 진 금강문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광경이 었다. 그들에게 있어 금강문은 선망의 대 상이 되어 있었다.
‘ 낯설다.’
‘ 별로.’
삼형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시큰둥했 다. 딱히 기분이 좋거나, 홍분되지는 않았 다. 그래 봤자 시커먼 사내들이 대부분이 었고, 그나마 있는 여무사는 남녀의 구분 을모호하게했다.
“금강문이라면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금강문주님이라면 분명히 해 결했을 거야!”
“문주님이면 벌써 끝내고 밥 먹으러 가 셨겠다”
중소무문과 독무무문의 단합된 의견이 었다.
검선문 패왕문 천무문의 수장이 버젓
이 있는 공간에서 금강문주만 찾으니 그 들로서는 속이 쓰렸다. 그렇다고 우리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 봤자, 속 이 뻔히 보이는 낯 뜨거운 행동에 불과했 다. 요즘은 예전처럼 그런 가식에 속아 넘 어갈만큼 아둔하지 않았다
‘앓느니, 죽지.’
‘매번 말리는구나?’
‘하필이면.’
천무문주, 패왕문주, 정무문주는 입맛 이 썼다. 금강문은 대회 우승만 차지한 게 아니라, 무림의 인심까지 얻었다. 사람 마 음이 여반장이라고는 하나, 한번 틀어박 혀 버리면 바뀌지 않기도 했다
삼형제가 다가오자.
“금강문주는 어디에 있는 게냐?”
“배가 고프다며 꼬치구이를 찾으시던 데. 같이 안계신겁니까?”
“그럼 밖에 있겠구나.”
“대기실엔 안 계셨으니, 그렇겠지요.”
문주들은 속으론 그나마 다행이리고 여 겼지만, 반색하진 못했다. 이 와중에 꼬치 구이를 찾았다는 게 어이가 없지만 금강 문주가 결계 밖에 있는 이상 해결책을 찾 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래서 더더욱 답 답하다
‘누군 마른하늘에 날벼락만 맞고.’
‘누군 길가다 금덩어리를 줍는구나.’
‘운좋은 놈은 뭘해도 되는군.’
그 순간.
때마침이랄까?
지나치게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울림이 번졌다. 파장은 대회장 전체로 번졌다 삽 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결계가 파훼되었다
“어이, 다들무사하신가?”
파훼된 결계와 동시에 들려온 목소리, 무문연합의 수뇌부는 똥 씹은 얼굴이 되 어 버렸다. 다행이면서도 온전히 기뻐하지 못하는, 그런 어정쩡한 표정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금강문주의 거 대한 신체는 가리려고 해도, 가리기 어려 운 규격이었다. 하물며 모두가 다보고 있 었다. 이제와 아니라고 부정을 한들 속이 좁아 보일뿐이다
“금강문주님이 우릴 구하셨어!”
“역시 금강문주님이시라니까!”
“내 그럴 줄알았다고!”
금강문주의 등장에 고조되었던 분위기 가 삽시간에 풀리면서 평온해졌다. 다들 대수롭지 않아 하자 무문연합의 수뇌부 를 곤혹스럽게 했다. 자기들이 말할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들이 금강문주의 등장으로 안심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