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21화 (321/500)

제 7장 피날레를 장식하다 ⑵

염화는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자, 혹금 단주가 어디 있는 지를 물었다. 통제실에 있으면 나와서 이 사태를 해명해야 할 의 무가 있었다

“혹금단주는어디 있어?”

“대회장밖에 계십니다.”

통제실에 있는줄 알았던 염화는 고개 를 갸웃거렸다. 이는 권영일과 모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통제실을 습격한 자들도 그 렇고.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작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염화는 판단을 주도하지 않았다. 아버 지와 신룡문주의 의향을 살펴야한다. 시 간을 재촉하는 일이기는 하나, 순리를 지 켜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 신룡문주가 말했다

“이놈들을 신문하고, 통제실 안을 살펴

봅시다”

“그러는게 좋겠소.”

화천문주도 딱히 반대를 하진 않았다.

즉시 움직였다.

한데.

“뭐하는 짓이지?”

“단주님이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습 니다”

쉴드가 화천문주와 신룡문주를 막아 서자 다들 황당한 기색을 비추었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통제실을 살펴야 했다. 현재의 긴박함을 안다면 순순히 협조를 해도 부족한 판국에 방해하고 있었다 황당함은 곧 분노가 되었다

금강문과 우호적인 협상을 맺었다고는 하나, 그들은 화천문과 신룡문의 수장이 다 분위기가 심각해지려고 하자, 염화가 나서서 중재했다. 여기서 이런 식으로 시 간을 끌어 봤자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 았다.

‘적당히 할 것이지, 왜 이렇게 생긴 대로 꽉 막혔어!’

염화도 화가 나기는 매한가지만 그녀마 저 이성을 잃으면 사태 수습은커녕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하물며 자중지란은 정 체불명의 적을 도와주는 꼴이었다

“혹금단주도 현 상황을 안다면 사정을 이해해 줄 거야 그러니 어서 열어!”

“저흰 그런 거 모릅니다. 단주님의 명을 따를뿐입니다”

“정 그러면 연락을 해봐”

“연락이 안됩니다”

벽창호와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쯤 되니 싸우자는 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화천문주도, 신룡문주도 일문의 수장 으로서 내뱉은 말에 무게가 있었다. 금강 문에 소속된 무명의 문도들 때문에 자신 의 말을 되돌린다면, 웃음거리가 될 수밖 에 없다. 하물며 지금처럼 억지를부린다 면 더더욱.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너희의 안위 를살피지 못해.”

“우린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아이가 아닙 니다.”

화천문주와 신룡문주의 분위기가 바뀌 었다. 사태파악이 되지 않아 허둥지둥하기 는 했어도, 그들은 한국 무림을 대표하는 절대자들이다. 분위기가 바뀌자 무형의 기세가 형성되어 쉴드를 압박했다.

우우웅

무형지기가 쉴드를 제압하려고 했다.

스륵!

신룡문주와 화천문주의 무형지기가 쉴 드의 제공권에 닿자, 와해되면서 흩어져 버린다. 마치 맹렬히 휘몰아치는 태풍의 눈처럼 잔잔해졌다.

‘이것들, 뭐야? 진심이잖아!’

염화는 쉴드의 의지를 느꼈다. 또한 보 통 솜씨가 아님을 직시했다. 손속에 사정 을 두었다고는 하나, 무형지기에는 아버지 와 신룡문주의 의지가 담겼다. 지속적으 로 무형지기를 홑어내고 있는 쉴드의 제 공권은 빈틈이 없었다.

일개 문도의 실력에 놀라는 신룡문주

와 달리 권영일은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 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혹금단주의 직속 수하다. 일개 문도라고 폄하할 수만은 없 다. 그리 따지면 혹금단주도 일개 단주에 불과하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젠 문주나 장로라는 직위가 전투력의 표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건 다른 분 야다. 혹금단주와의 친분과는 별개로 권 영일은 쉴드의 완고함을 납득할 만큼 인 내심이 넓지 않다. 물론 평소라면 명을 충 실히 따른다하여 칭찬을 할수도 있다 그 러나 사태 파악이 되지 않는 긴박한 현실 이었다.

화르르르!

권영일의 육신에서 번지는 화기(火氣), 형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형의 염화로 의념이 닿는 영역이라면 일순간에 불태워 버릴 심화(心火)의 경지다.

일정한 경지에 이르면 적화(赤火), 벽을 넘으면 청화(靑火), 극한에 다다르면 백화 (白火)를 이룬다는 염화일기공의 단계를 넘 어섰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불태워 버릴 불의 화신이었다;

움찔!

화천문주의 진심을 느낀 신룡문주와 진영화는 소름이 돋았다. 어느 정도 비슷 한 영역에 있다고 자신했건만 이때까지 알 고 있었던 화천문주와는 전혀 달랐다 자 신들이 성장한 만큼, 화천문주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버지’

염화의 놀람은 더 컸다. 흑금단주에게 얻은 무극기와 염화일기공을 융합하여 염 화무극신공을 완성한 후, 이보다 더 완벽 한 신공은 없다고 여겼다. 솔직히 염화일 기공이 염화무극신공에 다다르지 못할 거 라고 봤었다. 한데, 아니었다. 극한에 다다 랐다고 여겼던 아버지의 염화일기공은 벽 을 넘어 초월경에 도달해 있었다.

“수하로서 주인의 명을 완수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건 홀륭하다. 이쯤 했으면 혹 금단주도 나무라지 않을 테니, 비키 거라”

“그럴수 없습니다?”

신룡문주를 비롯한 모두는 느꼈다. 작 금의 말이 단순한 칭찬이 아니라, 경고라 는 것을. 그렇기에 더더욱 위험했다. 자칫 금강문과 화천문이 건너지 못할 강을 건 너게 될 우려가 있었다. 그건 좋지 않았다.

“권문주이래선 안되……!”

신룡문주의 개입보다 권영일의 분노가

먼저였다

“염화일기, 염폭”

한줄기 무형의 염화, 보이지 않은 작은 불의 파편이다: 큭

쉴드가 체감하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 월했다. 보이지 않은 불의 파편은 어느새 거대한 화염으로 변하여 정기신을 불태우 려고 한다

‘공력 극대화!’

‘속성극대화!’

‘절대 방벽!’

쉴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통제실을 지

키기 위해서 전력을 꺼내들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걸 토해내어 심화의 파편을 막 아서고, 받아들이고, 분해했다.

후아아앙!

쉴드의 절대방벽과 염폭이 정점에 이르 자 강렬한 바람이 통로 전체를 휩쓸고 지 나갔다.

권영일과 쉴드가 마주 섰다

쉴드의 온몸은 젖어 있었다. 삽시간에 모든 전력을 쏟아낸 결과다. 사토와 수호 대를 제압할때 땀한방울도 흘리지 않았 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허

신룡문주와 일행은 놀람을 감추지 못 했다. 권영일의 일수는 섬뜩하리만큼 무 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외부로 드러난 파장이 크지 않을뿐 경세적인 절 기다. 염화의 정수라불려도 손색이 없는 권영일의 공격을 막아낸 것 자체로 놀라 웠다.

‘금강문은 도대체?’

‘쟤들은또 뭐야? 다들왜 저래!’

기가 찰 노릇이다 연륜이 높은 전대의 고수라면 모를까, 쉴드는 무림대회에 나 올 연배에 지나지 않았다. 후기지수 중에 화천문주가 작정하고 펼친 심화를 막아낼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혹금단주와 삼형제 도 그렇고, 쉴드까지. 금강문의 저력에 경 악을 금치 못했다. 까면 깔수록 저력의 깊 이를재기 어렵다.

하아!

권영일의 한숨에 모두는 긴장했다. 자 존심이 상했을 수 있었다 지금보다 더 강 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면 쉴드도 무사 하지 못할 거다

“이것들 걸물이네. 졌다, 이놈들아! 하 여간 그놈하고 엮이면 되는 일이 없네.”

패도적인 성향의 권영일이 태연히 기세 를 물렸다 좀 전까지만 해도 죽일 듯한 분 위기였건만, 반전의 반전이었다

“더 힘을 쓰면, 통제실이고 뭐고 남아날 것 같지 않단 말이지.”

권영일의 자조적인 발언이었다.

신룡문주와 모두는 납득했다. 조금 전 의 폭화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보다 더한 공격을 한다면 과연 통제실이 멀쩡할까?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대회장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게 될 테고. 당장은 소란이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대회장에 있는 관 중도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되면 목 적을 이룬다고 해도 무문연합은 책임소지 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우화야 저놈들이나 심문해 보거라. 난 결계 쪽에 가보련다”

“예,문주님.”

퍼퍼퍼펑!

10m에 달하는 거인의 육체가 충격을 받아 휘청거린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용이치 않았다. 역공은커녕 방어도 어렵다. 팽팽한 균형이 무너지자, 형세는 일방적으로 돌변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료는 인정하지 못했다.

광륜신화기를 극성으로 운용하고, 주

술 속성을 개방하여 금제를 가했다. 이분 인가? 그가 데리고 온 수하는 보통의 인간 하고는 거리가 멀다. 생체 실험으로 완성 된 완전한 무기이자, 방패였다. 금강문주 의 공격에 죽은 것처럼 보여도, 세포는 살 아 있었다. 이를 속성으로 통제하여 생체 융합을 이루었다. 10m에 달하는 육체는 지상최강의 병기다. 상대가 비록 한국을 대표하는 무림의 절대자라고는 하나, 충분 히 제압할 수 있다고 확신했었다 슈아아앙!

뻗어낸 무형의 뇌기는 심뇌(心W)의 경지 에 이른 뇌극의 결정체다. 막아선 료의 육 체, 일부라고는 하나 팔은 물론 오른쪽 가 슴까지 뻥 뚫려 버렸다. 지상최강의 무기 이자 방패가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무너 져버린다

“더없냐?”

줄기줄기 뇌기를 무식하게 뿌려대는 이 호극은 살판 난 얼굴이었다.

뜻하지 않는 신선한 수에 당할 뻔했으 면서도.

설마 죽어버린 인간들이 장막이 되어 뒤를 덮칠 줄 누가 알았으랴, 생체 장포가 되어 홉수가 될 위기였으나 뇌기를 중첩하 여 튕겨냈다 위험을 즐기는 이호극의 전투 본능이 점점 더 살아나고 있었다

“좀더 신선한수를써보라고.”

“이런 미친 조센징!”

료는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의 평소 성향을 안다면 도저히 상상 도 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그만큼 환장할 상황이기는 했다. 그의 모든 수가 통하지 않았다. 광륜신화기, 주술, 생체병기를 전 부 동원했건만 금강문주의 단순한 주먹질 에 모조리 다 막혀 버렸으니. 어쩌면 당연 했다. 게다가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전투 본능과 두려움은커녕 모처럼 신나하 는 금강문주의 반응은 억장을 무너뜨렸 다

꽈아아앙!

정우는 벤치에 앉아 금강문주와 료의 대결을 관전 중이다. 충돌의 여파가 일대 를 휘저어 놓고 있지만, 벤치의 주변은 멀 쩡했다. 다리를 꼬고 앉아 손가락을 휙휙! 휘저었을 뿐인데, 간단히 와해되었다. 자 신을 제외한 주변은 긴박한데, 본인은 무 사태평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크륵 크륵!

정우의 발아래.

만신창이가 된 고깃덩어리가 헐떡이고

있다. 수호대의 대주 쿠니요시다. 숨을 쉴 때마다 전신에서 핏물이 분출된다.

정우가 전생을 아공간으로 돌려보내고 다가설 때 회심의 한 방을 노렸지만,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몇 번 맞고 나자육 신의 기혈이 끊어지고, 오장육부가 자리 를 이탈해 버렸다. 정신마저 통제력 안에 지배되어 알고 있는 걸 탈탈 털렸다. 숨이 붙어 있는 것도 정우가 허락을 했기에 가 능했다

‘부서지면 곤란하거든요.’

정우의 시선이 결계가 쳐진 대회장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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