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쇼타임 (Showtime) (4)
‘?…강하다!’
결론은 나와 있었다
사술이든, 요술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이기어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자가 어 디 흔한가. 하물며 강기를 베어내고 있었 다. 그래서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 적으로 혹금단은 정상적이지가 않았다. 저토록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고 작 일개 무력단에 불과하다니, 비현실의 극치였다.
“잘 막네.”
정우는 근처에 그나마 멀쩡한 벤치에 앉아 전생을 조율하고 있었다. 오전 일을 끝내고 런치타임을 즐기는 10층 상가 건 물주처럼, 한가롭다. 이 급박한 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나른함까지 더해서. 네즈 미가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고생고생하며 만든 함정이 뻘짓으로 전락하는 순간이 다 부르르!
쿠니요시는 혹금단주가 앉은 벤치 앞으 로 옮겨졌다. 본인의 자의와는 거리가 멀 다. 의사와는 관계없이 칼의 궤적에 이끌 려 앉아서 보기 편한 공간으로 옮겨진 것 이다. 마치 관중을 위해 광대 짓을 하는 둣 철저히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네 이놈 무사를 모욕하지 마라!”
“함정이나 파는 것들이 무사를 운운하 네. 적반하장이 네놈들특기냐?”
무사란 무를 익히고 숭상하는 이를 뜻 한다. 암계를 써서 사람을 마구 죽이는 자 는 도살자에 불과하다.
“이런 수치를 주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 겠다!”
“방귀 뀐 놈이 성깔부리기는.”
네즈미가는 대회장에 결계를 설치한 후, 무인과 관중을 인질로 삼으려고 했다. 계획대로 되었다면 어땠을까? 저들은 느 긋하게 앉아 무너져 가는 한국 무림의 몰 락을 관전하며 비웃었을 터. 그러면서 이 제와 반대의 입장이 되니 억울해하고 있 었다
‘곱게 죽이면 분이 안풀리지.’
정우가 쿠니요시를 살려두고 괴롭히는 이유였다. 한 번에 죽으면 너무 편하다. 죽 기 직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 감을 철저하게 만끽한 후에 죽어야 한다. 그래야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가. 받은 그 대로 돌려주는 건 진정한 복수와 거리가 멀다. 언제나 5배 이상으로 돌려주어야한 다. 물론 버러지 같은 쪽빠리들의 죽음을 같은 값으로 두지도 않았다
“대리만족이 중요하거든”
“이놈!”
쿠니요시는 이기어도를 막아내면서 좌 수의 장심에 혈우공을 집중시켜 비도혈린 (秘刀血脚을 발출했다. 그로 인해 재차 공 격해 들어오는 이기어도를 완벽히 막아내 지 못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당혹해하 는 혹금단주를 볼 수만 있다면.
휙!
다리를 꼬고 앉아 벤지에 팔을 기대고 있던 정우는 날아오는 반월의 강기를 파 리 쫓듯 쳐 내 버렸다 닫기도 전에 매가리 없이 궤적이 비틀린다.
꽈아앙!
튕겨져 나간 강기가 폭발을 일으키지만 허무할 따름이다.
스왁!
옆구리가 베인 쿠니요시가 휘청거렸다.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좌우로 벌어져 핏 물을 토해낸다. 상처를 파고든 이기어도의 날카로운 예기가 회복을 방해했다. 하지 만그보다 더 참을수 없는건 작금의 현 실이었다.
“자와봐”
꼬우면 덤벼보라는 정우의 느긋한 손 짓
쿠니요시는 치를 떨었다. 분노에 기름 을 부어 살벌한 기세를 발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왁!
정우의 의지를 받은 전생은 쿠니요시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한번 기선을 잡자, 회를 뜨듯이 살가죽을 베어내었다. 혈인 으로 변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죽여 버릴 테다!”
-속성 개방 영혼파괴!
쿠니요시도 무작정 당하지 않았다. 피 칠갑을 한 채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면서 흑금단주와 거리를 조절한 후, 감추어 둔 속성을 꺼내들었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 이지만 조정보다는 파괴를 목적으로 훈련 했다. 어차피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 체, 어느 한쪽이 무너져 버리면 사라지게 되어 있었다. 그는 본인의 정신력보다 10 배 이상을 순간적으로 강화할 수 있기에
10보안에서는 무적이었다
-현천안오의 무상마벽(無上魔壁).
정우의 정신은 절대방벽으로 무장을 했다. 또한 의심병 말기 환자인 하라의 신 안으로 굳건하게 단련이 되어 있었다. 쿠 니요시의 영혼 파괴가 대단하다 하나, 의 미 없는 수에 불과했다. 되레 무상마벽의 반탄력에 충격을 받았다
크아악!
정신을 파고들어오는 강력한 반탄력에 쿠니요시의 동공이 터져 나가며 핏줄기를 뿜었다 두 눈을 잃은 고통보다 정신 충격 이 엄청났다. 살아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격렬한 고통에 쿠니요시는 비명을 내질러 야했다.
“?…크아악! 내.눈?… 이놈 죽여 버
리겠어!”
“자살 테러도 하는데, 두 눈쯤 없어져 도 괜찮잖。]:”
두 눈을 잃어도 감각은 살아 있었다. 정 상인보다 민첩하게 움직인다 그럼에도 쿠니요시는 저항은커녕 일방 적으로 당했다 정우의 현천안이 쿠니요시 의 감각을 미리 얽어내며, 전생을 교묘하 게 휘둘렀기 때문이다. 궤적 자체를 방해 하며 균형마저 어그러뜨렸다.
휘청휘청
이판사판으로 달려들었음에도 모조리 다 막히자 쿠니요시의 분노는 서서히 공 포로 변해갔다. 도저히 넘기 어려운 괴물, 어쩌면 보이지 않기에 진실을 대면하게 되 었는지도 모른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피 어오른 연기가 거대한 악마상을 그렸다.
‘?…"악마!’
악마는 조소를 지으며 키득거리고 있었 다. 더 무서운 사실은 악마는 만족을 모르 는 욕망을 품었다. 본인이 원하는 걸 가져 야 속이 시원한, 그러나 광기는 뜨겁기보 다 차가웠다. 악마의 진실된 실체는 너무 도 깊고, 무거우며, 자비가 없었다
‘?…설마.
쿠니요시의 뇌리로 신녀의 예언이 스쳐 지나갔다
일격에 부서진 건물의 잔해, 그 안에서 오롯이 서 있는 자.
네즈미가의 총관, 료다
그로서도 작금의 현실은 이성적인 판 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강요했다. 그간 준 비했던 플랜, 1차가 실패했을 때만 해도 되갚아 주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두 번 째 계획까지 허물어졌다 그것도 시도조차 해 보기도 전에. 이로써 막대한 자금과 인 명 피해를 봤다. 주변에 널브러진 수하들 30명 중 절반이 형체도 없이 망가져 버렸 다. 남은 15명도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있 었다.
“터무니없는.”
건물 안에서 정황을 주시하던 료는 가 급적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려고 했다. 쿠 니요시가 이끄는 수호대만으로도 능히 감 당을 하리라 판단을 내렸다. 한국 무림의 무력 수준을 감안해서 내린 결단이건만 일방적으로 당했다.
명백한 판단 미스다.
한데, 이분이 아니다 자신이 머물고 있 는 건물을 찾아낸 금강문주가 걸어올 때 까지만 해도 설마 했었다.
다짜고짜 강환부터 날리고 볼 줄이야
금강문주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음에 도 돌발행동이었다. 더욱이 머리를 쓸 타 이밍도 없이 금강문주가 황소처럼 돌진해 오고 있었다. 애초에 대화는 염두에 두지 않는듯했다
“짱돌그만굴리고한판 제대로떠 보 자고.”
총관의 친위대가 다급하게 금강문주를 막아섰다. 느닷없는 공격에 정신을 차리기 가 무섭게 맹렬히 돌진해 들어오는 금강 문주를 보고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방패 막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끈질기게 물 고 늘어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푸아아앙!
총관의 친위대가 세운 방벽을 향해 거 침없이 질주하는 금강문주다 친위대는 검기를 피워 검진을 형성했지 만, 무의미했다. 금강문주의 질주는 친위 대를 그대로 관통했다 사방팔방으로 친위대가 튕겨져 나갔다. 마치 볼링공에 처맞은 볼링 핀처럼. 본인 들 딴에는 친위대로서 방어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자부심이 무색하 게 된 초라한 현실이다 스트라이크를 친 금강문주가 더블을 기대하며 총관과 격돌했다.
료도 더 이상은 머리를 쓰기보다는 전 력을 드러내야 했다. 빛의 고리가 8각을 이루어, 방벽을 세웠다.
-광륜신화기(光輪神化氣), 5식 광륜벽(光
네즈미가를 상징하는 3개의 신기, 그중 에 하나인 광륜신화기를 꺼내들었다. 그 가 비록 총관으로서 가문의 두뇌 역할을 해왔다지만, 실체는무사다 꽈아아앙!
일로금강과 광륜벽이 만나자 폭발을 일 으키며 역량을 시험했다. 빛의 휘광이 파 편이 되어 부서져 나가 하늘과 대지를 가 리지 않고 분쇄한다.
-역천광륜(逆天光輪)
하늘을 거스르는 역천의 빛, 깨져버린 빛의 파편이 무형의 고리에 연결되어 반전 을 이룬다. 반사판을 이용하여 태양빛을 역으로 튕겨내듯, 일로금강을 출수한 금 강문주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푸아아앙!
광폭한폭발이 일어나며, 역공을 받은
금강문주가 멈춰졌다 어지간해서는 추진 을 받으면 멈추지 않는 무대보 성향인데, 꽤 강렬한 반격이었다. 나름의 짜릿함에 활명수를 먹은 것처럼 시원하다.
“이거 우리 집의 괴팍한 노인네하고는 질이 다르잖아: 이호극의 가슴팍에 새겨진 선명한 장혼 (掌癌)에서 쇠를 녹여버릴 열기가 발산되며 증기를 일으켰다 天O 이
공기에서 살가죽이 타는 냄새가 풍긴 다
크음!
반격에 성공한 자 료는 신음을 삼켰다
10성의 광륜신화기를운용하여 장력을 분출했음에도 돌진을 멈췄을 뿐, 이득은 취하지 못했다. 실상손해다. 내지른 장심 이 가공할 반탄진력을 만나, 용암을 친 듯 지글지글 끌었다. 금강문주는 보이는 그대 로 광폭함의 결정체였다.
“과연, 반도무림의 수좌답구나.”
“넌 쪽국의 총관답다. 아, 칭찬이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
감정 상할 말을 대수롭지 않게 던지는 금강문주였지만, 태도는 당당했다. 그에게 있어 미국, 일본 중국은 양키, 쪽빠리, 짱 개일 분이니까. 적당한 국수주의로 똘똘 뭉쳐져 있어 자국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욕한다 해도 변할생각 전혀 없다 그러나 상대를 간과하진 않는다. 적이 라 규정을 하면 약하든, 강하든 언제나 최 선을 다해서 죽여준다. 그것이 이호극의 진실된실체다
“그 입심만큼, 증명해 보아라. 광륜의 망(網), 대지의 속박!”
“ 얼레.”
광륜신화기는 무공인 동시에 주술이기 도 하다. 태양을 받아들이며, 대지에 순응 을 한다. 마치 대지의 정령처럼 광륜신화 기가 닿는 공간을 통제할수 있었다 꽉
이호극은 중력이 갑자기 몇 배로 증가 하며, 육신이 조여진 걸 확인했다. 미처 반 응을 하기도 전에 무언가에 당하고 말았 다. 정우를 제외하고 실로 오랜만에 진의 를 꺼내들게 하는 상대였다
“그래, 와라. 껄껄껄!”
“죽어서도웃을 수 있는지 보겠다.”
“난 지금 죽어도 호상인데, 할 수 있겠 냐.”
“광기에 젖어 사태 파악이 안 되는군.”
죽여주겠다고 하니 더 좋아하고 있는 금강문주였다
료는 혀를 찼다 저 눈빛에 서린 전투에 대한 목마름은 진짜였다. 그러나 곧 광륜 신화기의 무서움을 절절히 깨닫게 되리라 한국 무림은 절대 일본 무림을 넘어설 수 없다.
격돌,
순백의 백화와 황금색 휘광이 겹쳐졌 다
퍼퍼퍼펑!
신속의 스피드와 경이로운 파괴력이 형 성되었다 파장이 창졸지간 일대를 점령하 며 위력을 더해간다. 인간의 격돌을 벗어 나고 있었다. 일격일타가 이루어질 때마다 개벽을 이루었다. 파괴된 공간이 범위를 넓혔다.
-광륜신격, 백렬타(百烈打).
-금강팔격, 금강파(金 ≫J破).
초식이 충돌을 하자, 단단한 바닥이 너 울을 그리며 지평선까지 전달이 된다. 시 간이 지날수록 초식은 더 빨라지고, 강력 해진다
“크하하하하하하, 좋구나.”
“무식한!”
대지의 속박을 펼치고 난 후라 승기를
잡을 줄 알았던 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20배의 중력이 작용하고 있을 텐데도, 아 랑곳하지 않는 금강문주였다.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으며, 빨라졌다. 뿜어져 나오 는 뇌기는 광륜의 고리를 끊어내며 광륜 신화기를 방해했다.
하나, 무식하다고만 볼 수도 없었다. 광 륜신화기를 바탕으로 한 광륜신격의 18 초식이 단한 번의 격전으로 낱낱이 파헤 쳐졌다. 수를 두 번 쓰는 순간, 반격을 당 한다. 가히 전투에 관해서는 천재적인 역 량을 갖추고 있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강 해지며, 끝을 모르는 내력을 지녔다
“20배론 안 되지, 내가 보기보다 가볍 거든. 움하하하하하하하!”
평소 체중 150kg인데 가볍다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내뱉는 금강문주였다. 근육으로 뭉쳐져 있어서 보기보다 더 무겁 다. 20배의 중력이면, 3000kg이었다 이호극은 이 싸움이 아주 재밌다는 듯, 뇌력광마신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회 에서 최고의 선전을 한 삼형제의 뇌기와 는 순도 자체가 틀렸다. 육체의 전도율이 100%에 가까웠으니, 뇌기의 전달체로서 는 구리보다 더 완벽하다.
벼락 치는 날 걸어 다니면 피뢰침보다
더 잘 맞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별미 로 맞는다. 충전도 잘돼서, 단전에 차곡차 곡 쌓인다. 굳이 훈련하지 않아도 자기만 의 뇌력광마신공을 완성한 것이다. 이는 정우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고차원적인 성 취이기도 하다.
콰과과쾅
이호극은 금강팔격 하나만으로 상대를 하지만, 같은 수라고 보면 오산이다. 대응 에 따라서 초식을 변환시키고, 융합하기 를 밥 먹듯이 한다 그럼에도 운용이 완벽 했다. 아무렇게나 대충 막 휘두르는 것 같 아 보여도 오의가 제대로 실렸다. 그러니 공수를 부딪치고 있는 료로서는 기가 찰 수밖에.
‘?…어디까지 강해질 심산이냐?’
주술을 사용해 대지 속박, 정신 속박, 공력 훼손을 연이어 펼칠 때까지만 해도, 제압이 7]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싸워 나 가면서 점점 밀리더니, 끝을 모르고 전투 력。] 상승하고 있었다 오래전 만화에서나 볼 법한 터무니없는 캐릭터로 변해 갔다
-한반도, 전생의 투신!
신녀의 예언이 료의 뇌리를 스쳤다. 만 약 그렇다면 위험하다. 자칫 긁어 부스럼 을만든격이 될수 있었다
‘죽여야 한다!’
네즈미가, 더 나아가 대일본 제국을 위 해서라도.
“호오, 살기 좋네.”
료의 살기에 이호극이 반응했다. 다른 때는 백 년 묶은 곰처럼 무디면서, 이럴 때 는 사춘기 소녀처럼 극도로 센시티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