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의 떡장수로 화한 이호극, 손에 들린 닭꼬치가 이 상황과 엇박자를 이루 었다. 마치 간식이 당겨서 잠시 외출을 했 던 한량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벌여놓은 행동으로 인해 네즈미가의 계획이 삐걱대 기 시작했다 제 6장
쇼타임 (Showtime) (2)
“한?… 방이었어!”
“사람이 파리도 아니고.”
얼떨결에 구원을 받은 30명의 무인들 이 정줄을 놓고 있었다. 10명에게 포위를 당해 쩔쩔 매고 있는 사이에 금강문주가 나타났다. 비수를 봅아 들고 달려들다가 금강문주가 파리를 쫓듯 휘두른 주먹에 튕겨져 나갔다 휴우우!
불감청고소원, 구원받은 무인들은 금 강문주의 악명을 알면서도 안도의 한숨 을 쉬었다. 금강문주가 있는 이상 이제는 싸워 볼 만했다. 자타공인 악명 제조기로 명성이 드높지만, 아군이 되니 그 어떤 무 인도 든든하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 는가. 사람의 여반장과 같은 감정의 변화 란
“한눈을 팔아서 쓰나. 쇼는 이제부터인
데.”
금강문주의 등장으로 시선이 쏠려 있 는그때, 정우가나섰다.
‘대화는보여주기 위한 거고.’
쇼의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주 인공이 등장했으니 거치적거리는 엑스트 라를 처리할 때가 왔다. 엑스트라가 주인 공이 대사 치는데 왔다 갔다 하면 강제 퇴 장당하는것처럼.
스륵!
현현보를 밟았다
정우는 방심하고 있었던 청룡 길드원 을 노렸다. 원래 배신자는 먼저 죽여야 이 득이다. 살아남아서 잘 먹고 잘 살면 배가 아플 수가 있으니, 사살 1순위다. 배신자 를 남겨 두고 다른 이를 처리해 봤자 공허 할 분이다. 배신자를 죽이고 난 후 주변을 봐야 한다. 그래야 죽더라도 속은 시원하 다. 저세상에 가서도 억울함을 풀지 못하 면, 한이 남아 귀신이 되어서도 고생한다 슈아아앙!
번개처럼 뻗어낸 권공이 무형의 권형을 이루어 청룡 길드 10명을 향했다. 느닷없 는 기습인 데다가 속도까지 빠르니, 대책 을세운다고 될 일은아니다 사실 막을수 있는 수준하고도 거리가 멀다. 닭을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한 격이다. 달리 말 하면 살려두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꽈아아앙!
청룡 길드의 길드원은 격렬한 나선을 이루는 무형권강에 줄줄이 꿰인 참새인 양 휩쓸리며 찢겨져 나갔다 5명이 형체도 없이 분살되며 피로 범벅이 되었다.
찰나이기에 망정이지, 슬로모션이면 차 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일 것이다 살 가죽이 찢겨지며, 뼈가 우그러지는 광경이 고스란히 잡혔을 테니.
유혈 사태가 진정이 되기도 전, 정우는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속전속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퍼퍽!
뻗어낸 주먹에 목표물이 걸린다 머리통 이 바닥으로 내던진 수박처럼 터져 나갔 다. 옆에 멀뚱히 있던 현무 길드의 길드원 도 포함이 되었다 정우는 멍청히 서 있다고 해서, 외면하 진 않았다. 가까이 있는 길드원부터 모조 리 다 족쳤다. 걸리는 족족 사망각을 이루 니, 저승행 KTX표를 끊어 놓은 격이다. 다들 설날 명절처럼 오래 기다리기를 원했 으나, 정우는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서 기 꺼이 마중을 나갔다 가고 싶지 않아도 가 야 하는 귀향길이다.
“이놈!”
청룡 길드를 이끄는 10명의 최상위 길 드원, 청룡십기(靑龍十旗)의 유금천이 청화 마검(靑火魔劍)을 꺼내들어 혹금단주를 베 어왔다. 청화마검은 마물의 뼈와 쇠를 녹 여 합성한 검으로, 마기가 실려 있었다. 공 력을 증폭시키며, 살기를 배양힌다.
“그걸로.”
서슬 퍼런 강기가 실린 검을 향해 손을 뻗자, 유금천이 실소를 머금었다. 피해도 부족한 판국에 죽을 자리를 예약하고 있 었다
“멍청한!”
제 아무리 단련된 육체를 지녔다 해도 강기를 잡아내진 못한다. 설령 같은 경지 에 올랐다 해도 피륙과 병기의 차이가 있 었다. 하물며 자신은 청룡십기의 일원이 다. 애송이가 한 수 재간을 보이더니 천지 분간을못하고있었다 하나, 유금천의 실소는 오래가지 않았 다
착
맨손에 잡혔다.
실제로는 검을 잡는 것 자체로도 힘들 다. 말이 좋아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刀)이라 고 하여 치켜세우지만, 실전에선 거의 보 기가 힘들다. 한데, 일반 검도 아니고 유형 의 검형을 이룬 검강을 맨손으로 잡았다 그뿐이랴
투드드득!
검강이 유리잔도 아닌데, 균열이 가더 니 부서졌다. 놀람에 이어 경악, 탄성이 이 어진다. 그러나 멍하니 있어선 안 되었다. 부서진 검강과 함께 깨져 버린 검의 파편 이사방으로 튄다.
크어어억!
나아가는 방향과 정반대, 그 앞에 놓인 유금천의 몸뚱이는 파편에 꿰뚫리며 비명 과동시에 어이없이 절명해 버렸다. 미처 방비할 틈도 없이 벌어진 참사다.
탄성이 저절로 들린다.
“?…저럴수가!”
“검강을 맨손으로!”
청룡 길드뿐만 아니라, 사방신 길드의 길드원 전체는 공황 상태가 되었다. 자신 들을 이끄는 청룡십기의 일인이 저토록 허망하게, 본인이 펼친 검강에 절명할 줄 누가 알았으랴. 청룡십기의 무서움을 알 기에 더더욱두렵다
“길드라고 해 봤자, 연원을 따지면 무인
의 파편에 불과하지.”
길드는 문파와 달리 여러 능력을 가진 유니크의 집합체다. 그럼에도 그 연원을 따지고 올라가면 무인이 중심을 이룬다 정우는 허둥지둥 대는 이합집산을 방 치하지 않았다. 제 잇속을 위해서라면 나 라도 팔아먹는 놈들에겐 더더욱.
“정신 놓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허억!”
50명의 길드원, 그들이 우왕좌왕할 때 혹금단이 공간을 선점하며 수호대와 거리 를 벌려 놓았다. 정우가 두서없이 공격한 듯 보여도 실상은 수호대와의 간격을 염두 에두고 있었다.
기회를 포착한 혹금단이 본색을 드러냈
다
‘부역자 주제에 뭐가 어쩌고 저째!’
‘한번 제대로 짓밟혀 보}。K 아! 내가 그 동안 헛짓거리고 하고 살았다고 할 끼야!’
‘맘껏 조지라고 했으니, 밟아!’
흑금단이 정우한테나 한없이 나약하 고, 순한 양이지. 그 외는 무서운 게 없으 니, 눈에 뵈는 것도 없다. 무딘 칼에 어처 구니없이 죽어도 행복해할 미친놈들이다. 하물며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뭐 라도 되는 양 설치니 배알이 꼴렸다. 혹금 단은 절대 그런 꼴 못 본다. 본인들 삶이 빡빡하니, 남 잘 되는 걸 호의적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다.
크크.근.큰크큰!
다죽는 거야 파국이다
혹금단은 그간의 금제된 광기를 풀었 다. 어지간히 미친놈은 명함도 내밀기 어 려운 기기묘묘한 광기가 한 덩어리로 뭉쳐 져 귀왕상(鬼王狀)을 이룬다. 처음 본 사람 들은 집단 버서커인 줄 착각할 수도 있었 다 푸악!
절대검진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미친 놈들의 다구리 검질, 수라대검진(修羅大劍 陣)을 기반으로 한 혹금단이 광풍이 되어 공간을 휩쓸었다.
오합지졸이 되어 버린 길드원은 채 속 성을 발휘를 하기도 전에 주검으로 변해 갔다. 속성이고 나발이고, 발휘를 해도 물 러서기는커녕 더 미쳐서 날뛴다. 기세에서 완전히 밀리니, 제 실력을 드러내지 못한 채 허무하게 죽어갔다 죽어도 성히 못 죽 는다. 처참하게 뭉개지거나, 팔다리 중 한 두 개는 기본으로 떨어져 나간다.
“?…이사악한놈들! 죽어맛!”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길드원이 칼을 꺼내들어 기습적으로 혹금단원의 배때기 에 칼빵을 놔주었다. 실상 칼빵의 범위치 고는 치명상이다. 칼이 등 뒤를 뚫고 나왔 으니까: 장기를 스쳤다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중상이다.
三7 三7 그구
살가죽이 뚫리니 시원하다
통풍 잘된다
헉!
칼을 찌른 이상혁은 기겁했다. 맞은놈 이 실실 쪼개고 있었다. 칼에 찔리고도 고 통은커녕 좋아하고 있었다. 사디스트의 범주마저 초월한, 그 이상의 학대가 아닌 이상 감각도 무딘 자들이었다 뎅강!
멍청하게 서 있는 걸 혹금단원은 두고 보지 않았다. 목을 잘라내고 시야에서 치 웠다?칼을 빼내고 난후
“젠장 피 나네.”
“침 발라.”
“하긴, 요런 건 침 바르면 금방이지.”
“마데카침, 최고!”
엄지척.
미친놈들의 향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데, 침 바르니 피가 멈추고 상처 가 사라져 버렸다. 믿어지지 않는 경이로 운회복력이다.
저런-?…r
“?…미친……
부르르!
쿠니요시는 길드원이 당하고 있음에도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로서도 혹금단주가 저런 식으로 기습을 해올지 예상못했다. 더욱이 제법 실력이 있는자 들로 구성이 되었다. 그런 자들이 흑금단 주의 기습에 맥없이 저세상으로 향했다. 실제로 구하려고 해 봤자 의미가 없어졌 다
‘버러지들이 죽는 건 어쩔 수 없다 쳐
도.’
길드는 소모품에 불과했다. 얼마든지 쓰다가 버려도 되었다. 하지만 어설프게 움직였다가 수호대원 10명이 금강문주의 일격에 허무하게 죽었다 사람이 피떡으로 변했음에도 여전히 꼬치를 물고 있는 태연 함에 소름이 끼쳤다.
“간식 먹는데 설치기는 어이 쪽빠리!”
“건방진 조센징!”
“됐고, 대빵이 일본어로 오야붕인가. 여 하튼 언제 나올 거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것이냐!”
쿠니요시는 속으로 뜨끔했지만 모른 척 했다. 이번 일은 자신의 선에서 처리해야 만 했다 더 이상 조센징이 설치는꼴을 두 고 볼 수는 없다. 무엇보다 다 이긴 듯이 권태롭기까지 한 분위기는 얕잡아 보고 있다는 명백한 증표다 애초에 조센징들이 당황하고, 허둥지둥해야 하건만 정반대의 현실이었다.
“남의 구역, 아! 나와바린가? 어쨌든 왔 으면 신고식을 해야지. 모른 척하면 쓰나.”
어느새 혹금단주가 수호대 중심에 떡하 니 서 있었다 수호대가그주변으로서 있 는데도 불구하고 산보하듯 걸어왔다 너희 가 뭘 해도 안 된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되 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퍼포먼스다 부글부글.
행동 하나하나가 쿠니요시와 수호대의 염장을 사정없이 긁었다. 살면서 오늘처럼 무시를 당하기도 처음이었다. 대일본 제국 의 무사로서 용납하기 어려운 모욕을 선 사했다. 놈들을 찢어죽이지 않고서는 분 이 풀리지 않는다.
산 채로 네놈들을 씹어 먹어 주마”
쿠니요시와 수호대에서 붐어져 나오는 살기가 공간을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감추 고 있던 맹수를 풀어 놓은 듯하다. 당장에 라도 뜯겨져 나갈 둣 살기가 소용돌이를 쳤다 그 안에서 버텨낼 자는 많지 않았다
“여긴 제게 맡기고, 문주님은 저쪽에서 사태 파악 못 하고 방관하는 대가리를 처 리하세요. 애들이 아직도 감이 오지 않나 보네요.”
“감이안오면오게 해줘야지.”
살기를뿌리거나, 말거나.
정우와 이호극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마치 일요일 오후 2시 제 집 거실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며 과자를 먹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또한 정우와 이호극은 9회말 2 아웃에서 다 잡아 놓고 만루를 만들어 놓 는 마무리 투수처럼 극장 찍을 생각이 전 혀 없다. 짓밟을 때는 기어오르지 못하도 록, 압도적으로 찍어 줘야 제맛이었다
‘어떻게?’
쿠니요시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행위였 으나, 그보다 먼저 든 생각은 놈들이 어떻 게 알고 있느냐였다. 혹금단주가 가리킨 방향에 네즈미가의 총관이 머물고 있었 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신분을 세탁한 후 입국을 했기에 더더욱.
“가게 내버려 둘 성싶으냐!”
원인 파악은 그다음이었다. 당장은 금 강문주를 막아서야 했다 계획이 노출되었 다는 것만으로 쿠니요시로서는 난처한 상 황이다.
“대장이란놈이 어떻게 생겼을라나.”
“죽이시면 안됩니다.”
“살살할게.”
“살아만 있으면 됩니다.”
쿠니요시는 기가 찼다. 흉흉한 살기를 뿜어내며 막아서고 있음에도 자기 갈 길 을 가고 있었다. 막아서는 입장에선 대단 히 뻘쭘했다. 쳐다보기라도 해야지, 명백 한 무시였다 살다 살다 이런 개 같은 일을 당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저 육시랄 놈들을 천참만륙하지 않고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죽여주마!”
더 이상의 모욕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쿠니요시가 외날의 일본도를 꺼내들며 비 도십이류(秘刀十三流)의 혼을 죽이는 암수 비도살혼(秘刀殺魂)을 출수했다. 당하고 나 서도 인지를 못한다는 설이 있는 극혼의 쾌도다.
카아아앙!
부딪힘.
고막을 괴롭히는 칼의 격돌이었다. 단 순한 쾌도가 아닌, 9성의 전력이 담겨 있 었다 그렇기에 쿠니요시는 격돌을 기대하 지 않았다. 금강문주의 육신을 베어 영혼 의 고리를 끊어내려고 했다. 한데, 베어내 기는커녕 철벽을 두드린 층격을 받았다
히죽
금강문주는옷을툭툭! 털어내며 정우 를 보았다.
“네가 막았어야지.”
“충격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뒀습니 다.”
정우는 금강문주의 단단한 몸뚱이를 신뢰했다. 붙을 때마다 매번 더 단단해지 는 걸 보면, 무분별한 전안법처럼 KS인증 마크를 붙여도 되겠다. 물론 인증되었다고 해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호극이 툴툴거렸다.
“5년밖에 안 된 새 옷인데, 망가졌잖 아”
“하나사드리겠습니다”
부르르!
쿠니요시는 도신을 타고 전달된 반진력 에 치를 떨었다. 저건 사람의 몸뚱이라고 할 수 없었다. 강철도 베는 명도(名刀), 푸 른 달 청월(靑月)이 이토록 보잘것없는 결 과를 자아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비 록 전력이 아니라고는 하나, 치욕스러운 결과에 이를 갈았다. 이대로는 안 되었다. 놈을반드시 베어야 했다.
“방향이잘못되었어.”
금강문주를 의식하고 있을 때가 아니 다. 정우의 눈빛에 살광(殺光)이 감돌고 있 었다. 이를 알아챘다면 금강문주를 의식 하지 않았을 테지만 사람은 언제나 한발 늦어서 후회를 하게 된다 정우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 는걸 실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