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16화 (316/500)

일종의 파장이 형성되었다. 그러자 관 중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다들 무언가에 홀린듯넋이 나간채 서 있었다 제 6장

쇼타임 (Showtime) (1)

투웅!

대회의 시상식을 하는 시각에 결계가 발동했다. 투명한 결계는 대회장 전체를 감싸며, 사발을 엎어놓은 형상을 띠었다. 발동된 결계 안에 있는 자는 갇히게 되고, 외부에 있는자는 들어가지 못했다.

“결계?”

“대체 누가’?”

대회장 외부에 있는 각 무문의 무인들 이 있었다. 예상치도 못했기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곧 신색을 회복하고 결계를 부 수려고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선 통신도 결계로 인해서 차단되었다. 일정 영역 안이 통신 방해 장치가 설치되었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 에 나와 있는 무인의 수가 적었다. 대부분 의 무인이 시상식을 보기 위해서 대회장 안에 있었다. 만약 안에서 심상치 않은 일 이 벌어진다면 무문연합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어서 결계를부셔야 해!”

“안부서져 꿈쩍도 안하잖아!”

“제기랄, 어서 결계사를!”

무공을 발휘해서 결계를 뚫어 보려고 하지만, 어림도 없다는 걸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합심하여 전력을 기울였건 만 홈집은커녕 반탄진력에 오장육부가 뒤 틀리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실력이 대회장 에 있는 핵심 고수에 비해서 부족할지라 도, 결계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문파에 연락을 해야 해.”

“서둘러.”

한시라도 늦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되지 않는다. 그 전에 문파에 연락 해서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들은 차마유 니크 연합이나 길드를 염두에 두진 않았 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무문연합의 위상이 추락한다. 가뜩이나 무문연합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좋지 않았고, 이번 대 회를 기점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는 와 중이었다. 이럴 때 긁어 부스럼을 만들수 는 없는 일이다.

“ 거기까지.”

30명의 무인들이 우왕좌왕하다 방법 을 찾았을 때 막아서는 자들이 있었다. 어 느새 주변을 포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막 아섰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불길한 기 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곧죽을놈들이 그건 알아서 뭐하게.”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이런 짓을 하고 무사할성 싶으냐!”

“유언은 이쯤하지.”

그들은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삽시간 에 사방을 포위하며 압박해 들어갔다 30 명의 무인들도 넋 놓고 당하지는 않았다. 무기를 꺼내들며 저항을 했다

“쓸데없는 짓을.”

사내는 무인들의 저항을 비웃었다. 모 든 건 계획대로다. 대업에 휩쓸린 하등한 미물이 대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결계가 쳐지자 약속된 매뉴얼대로 행동 하는 혹금단이다. 정우는 찾아낸 결계의 축으로 이동을 하려고 했다.

두둥!

그 앞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돌연히 나타난 100명의 무리가 있었다 기 세를 뿜어내진 않았다. 기운을 안으로 갈 무리한 단련된 자들이다. 무인이나 유니크 라 해도 일반적인 범주는 넘어섰다.

저벅저벅.

무리의 중심에 선 인물이 걸어 나왔다. 그가 정체불명의 집단을 이끄는 자였다. 평범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얼핏 봐서는 대단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은연중 공간 을 지배하는 육중한 기도를 지녔다 정우는 그를 보고 말했다.

“결계를 친놈들이군.”

“역시 당황하지 않는구나.”

예상치 않은 결계다. 단련된 무인이라 고 해도 당황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흑 금단주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둣 침착한 눈빛이다. 결계를 풀 대비를 하고 있을 공 산이 크다. 예상대로 가장 먼저 처리를 해 야 하는 변수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 면 직접 수고를 할 이유가 없었다.

그 전에 그는 의문이 들었다.

“언제부터 알았지?”

“패왕문의 장로를 보내 나를 시험했을 때 확신이 들었지.”

정우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처음 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할 이유는 없었다. 대회의 어느 시점부터 의심을 했다는 뉘앙 스가 중요했다

“괜한 짓을 했군.”

“그렇진 않아. 나라도 그리했을 테니

까”

결계의 주변을 배회하며 돌아다니고 있 는데, 그냥 둔다면 모든 걸 망칠 수 있었 다. 그런 위험을 방치하기란 쉽지 않다.

“명성이 전부를 나타내진 않는다고 하 더니, 제법이구나?”

“그쪽도 나름 전략을 잘 짰어.”

도해문과 합의된 전략이 실패했음에도, 이중의 전략을 세워 놓았다. 그렇게 따지 면 도해문은 저들에게 농락을 당한 게 된 다. 쓰고 버리는 패로 썼을 테니까:

“칭찬을들으니 기쁘군.”

“한데 어쩌지? 결과 없는 전략은 무용

지물일텐데.”

대화만 들어서는 적이라기보다는 덕담 을 나누는 사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짧 은 대화 속에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 복잡하게 뒤섞어 있었다. 허술하게 내뱉지 않았다. 대화를 통해 상대의 성향과 내면을 읽어나갔다.

“내가누군지궁금하지 않나?”

“12개의 가문 중에 하나인 네즈미가겠 지.”

정곡을 찌르는 정우였다.

중년의 사내는 멈칫했다. 어느 정도 예 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확신이 담겨 있었 다. 도해문에 파견된 쇼와 아키라가 토설 했을 리는 없을 텐데, 범상치 않음은 확실 하다

“어떻게 알았지?”

이쯤 되니 그도 부정하진 않았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이었다. 사달은 벌어졌으니, 굳이 심력을쏟진 않았다.

정우도 일정 부분 털어놓았다.

“도해문을 부추겼으면서 아닌 척하긴.”

“보면 볼수록 대단한 놈이구나?”

“칭찬은 한 번으로 족해. 우리가 그럴 사이도 아니고.”

“반드시 죽여야할 놈이기도 하고.”

중년의 사내.

네즈미가를 지탱하는 수호대의 대주, 쿠니요시다. 그의 진면목을 안다면 결코 좌시하기 어렵다. 수호대가 바로 네즈미가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력 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직접 나섰 다는 건 그만큼 이번 사안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되었다.

“여하튼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결계 를 쳤다 해도 저 안에 있는 무인은 우리나 라를 대표하는 절대고수란 말이야. 표정 을 보니 모르는 것 같진 않고, 같잖은 수 작이면 화만 돋울 텐데 괜찮겠어?”

“우물 안에서 최강이라고 설쳐 봤자한 줌의 먼지에 불과하지. 본가의 큰 뜻을 네 놈들이 알수 있을까”

자신한다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이번 일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설령 저들의 음 모를 막아낸다 해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무문연합의 무능을 드러내려는 모양 이군. 그러나 배후에 일본이 있다면 사람 들이 가만있을까?”

“예전부터 그래 왔지. 너희는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잘 짖어대는 족속들이였으니 까”

“겉으론 아닌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 를 까는 쪽빠리보다는 낫지.”

한국의 반일 감정과 일본의 반한 감정 은부리 깊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논리적 으로 따지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폭 압에 지배를 받은 피해자인 반면, 일본은 강제력을 발휘한 가해자다. 피해자가 일본 을 싫어하는 것과 가해자가 한국을 싫어 하는 것. 상식적으로 따져 봐도 이치에 부 합되지 않는 족속들이다.

“조센징, 말을함부로 하는군. 하나, 네 놈들의 대가리는 우리가 주는 떡고물에 환장하며 아무렇지 않게 협상을 했지. 그 게 조센징들의 본성이지 않은가?”

“인정해. 어느 나라든지 간에 썩은 놈 들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네놈들의 행동이 정당화되진 않아: 지금도 그렇고.”

한국의 반일은 내재되어 있을 뿐 잠잠 한 편이다. 뉴스나 신문 책을 통해서도 거 의 나오지 않는다. 그에 반해 일본은 반한 뉴스나 신문, 서적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도로변에서 반한을 외치며 선동하는 자들 까지 있었다.

일부 우익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대 부분은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인식이다 이 는 역사적으로 본인들이 2차 대전의 피해 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 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는 것은 독립 이후 나라의 지도자가 매국노를 처벌하지 않고, 협상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서푼의 돈에 나라의 혼을 팔았 다고 볼수 있다. 이러니 일본이 저리 뻔뻔 하게 나오는 거겠지.

정우는 저들의 뻔뻔함을 흔들어 놓을 심산이다. 눈앞에 내세운 증거 앞에서도 외면할 수 있는지, 이제부터 확인해 보면 된다 물론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예로부 터 내부의 단결을 위해선 외부의 적이 필 요한 법이니까

“오늘 일이 밝혀진다면 입이 있어도 두 말하지 못할 거다”

“그건 알려졌을때의일이지.”

“우릴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자신 감이 지나쳐.”

“결계가 하나뿐인 줄아느냐”

쿠니요시의 느긋함이 어디에서 기인하 는지를 볼수 있는 대목이다. 대회장에 친 결계가 주력이기는 하나, 그 주변으로 결 계를 하나 더 쳤다. 강력한 결계는 아닐지 라도, 처리할 시간을 벌어줄 이중의 결계 를 스윽!

정우의 동공이 수호대를 훑었다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이래서 부역자들은 씨를 남기지 말았 어야 해.”

한 번 부역자는 영원한 부역자임을 강 조하는 정우다. 사실 오늘따라 사족이 더 많기는 했다. 마치 무언가를 알리려고 하 는 것처럼 상대를 자극하고 있었다 수호대의 절반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이다. 무리를 이끄는 사내가 나와 홍흉한 살기를 붐어낸다. 매국노에게 매국노라 욕 하면, 듣는 매국노 열 받기 마련이다. 사 실대로 인정할 매국노가 얼마나 있겠는가.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도 본인은 대의를 위해서라고 외치는 판국에.

“건방진 놈, 뚫린 주둥이라고 함부로 지 껄이는구나. 언제까지 여유를 부릴 수 있 을 것같으냐!”

“길드는 창피를 모르는 철면피인가 보 군.”

“항간에 사람들이 떠받들어 주니, 세상 이 네놈 마음대로 되는 줄 아느냐”

“이용당하는 개 주제에 짖기는. 하물며 누울 자리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그런 썩 은눈으로무얼할수 있다는 거야”

“네놈, 절대 편히 죽이지 않겠다. 사지

를 찢은후 죽여 달라고 빌게 해주마”

수호대의 절반은 사방신 길드의 길드원 이다.

각 길드에서 상위에 포진된 자들로 구 성되었다. 길드연합에게 무림대회는 여러 모로 껄끄러웠다 어떻게 해서든 무림대회 를 방해하고 싶었는데, 불감청고소원이었 던가. 길드와 누대에 걸쳐 연관이 있었던 네즈미가가손을 뻗어왔다. 적당히 인원을 내어준다면 무림대회를 엉망으로 만들어 무문연합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려주겠다 고했다.

‘어리석은 놈들’

네즈미가는 길드연합과 무문연합의 이 해관계를 이용했기에 포섭은 어렵지 않았 다. 대회장의 결계가 발동한 이상, 관중은 광기에 물들어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될 테 고. 무문연합의 수뇌부는 이를 처리하기 위해 무력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분이랴 패왕문의 장로처럼 무문연합 내에도 포섭한 자들이 있었다. 가까운 자 들에게 허를 찔리면 결과는 불을 보듯 자 명하다.

길드로서는 나브지 않은 거래조건이다 결계에 힘을 소진한 무문연합의 수뇌부를 제압해서 그들이 벌인 만행을 공개해 버 리면 그만이었다 그리되면 무문연합은 두 번 다시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한 건 네놈들이다. 후후후.’

쿠니요시도 혹금단주의 의도를 읽고 있 었다. 시간을 교묘히 끌어 뭔가를 해 보려 고 하는데, 그럴수록 대회장 안은 아수라 의 지옥도로 변해갈 수밖에 없다. 수호대 는 혹금단이 결계를 해체하지 못하도록 방해만 해도 이득이었다.

그런데.

후후

혹금단주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는 것 처럼. 누가 더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는 지를 확인할 요량으로. 평소 오만할 자격 을 갖추고 있음에도, 나름 겸손했지만. 적 을 앞에 두고 겸양은 떨지 않는다

“시간을끌면 유리할 것같지?”

“그렇다면.”

“과연 그럴까?”

“네놈들만으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으 냐:’

“누가우리뿐이래.”

“허세를부려 봤자소용없다”

혹금단주의 허풍에 쿠니요시는 코웃음

을 쳤다. 조센징의 특징 중에 하나였다. 쭉 정이도 되지 않는 쓰레기들이 자존심만 강했다 그러니 30년이 넘도록 나라를 수 탈당했겠지. 어차피 역사는반복의 연속 이다.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들 착각에 불과했다.

후후

정우의 입꼬리가말아올라갔다. 이런 웃음을 짓고 나면 언제나 예상 밖의 사고 가 터지곤 했다 안 터지면 터지게 만들고, 터지고 있으면 더 터지게 한다. 사고 유발 자이면서, 과대 포장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다 꽈아아앙!

땅과 하늘을 혼들어 놓는 괴랄한 폭음 이 울렸다. 파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지축을 괴롭힌다. 이어서 사방팔방으로 쳐낸 물방울인 양 허공으로 튕겨져 나간 그림자가 바닥을 굴러다닌다 쿠다다당!

바닥을 굴러서 멈춰진 그림자는 만신창 이가 된 사람이었다. 뭉개진 형상은 온전 한 사람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고기 수 육을 파는 집에서 편육을 다져 놓는 형태 다. 식사 전에 보면 다이어트하기 딱 좋다 처벅, 처벅!

귀찮은 기색이 만연한 거구의 사내가 나 왔다고 외치는 형국의 걸음걸음이다. 본인을 숨기지 않고 제대로 드러내고 있었 다. 나 왔으니까 관심 가져주지 않으면 굉 장히 섭섭해할 거란 협박도 담겼다 후비적, 후비적!

귀를 후비며 등장한 사내의 실체가 밝 혀지자, 다들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 다 그가 왜 이 자리에 있단 말인가?

“?…금강문주!”

쿠니요시마저 돌연한 사태에 인상을 구 겼다

금강문주는 대회장 안에서 시상식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 그 가 태연하게 대회장 밖을 어슬렁거렸다. 그리고 남아 있는 무인들을 처리하기 위해 보냈던 10명의 수호대를 피떡으로 만들었 다

“뭐야, 이것들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