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독식하다 (5)
8강의 마지막 대결은 모두의 예상대로 일방적이었다 청화 이신경이 숨기고 있던 다중 속성 을 꺼내들어 기선을 제압하는 데 열을 을 렸으나 초반 공세는 얼마 가지 못했다. 강 현의 대응은 강천이나 강우와 달랐다. 절 대 서두르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힘으로 최 선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어떤 면으로 보면 강현과 이신경은 비 슷한 부류였다. 수를 읽어내는 데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신경은 신룡 무의 후반 초식을 제대로 운용하기도 전 무방비가 되었다. 오만한 자라면 기회가 있었을 텐데, 금강문의 대공자는 터럭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았다.
“ 졌어요.”
“운이 좋았습니다.”
“그건 실례되는 말씀이네요. 전 최선을
다했거든요.’
“그리 느꼈다면 미안합니다 하나, 진심 입니다.”
이신경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다중 속성의 마지막 카드였던 환상이 통 하지 않은 이상 승산은 애초에 없었다 무 공으로는 도저히 넘기 어려운 격차가 있었 다. 금강문의 대공자가 다른 두 공자에 비 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 지만, 실상 가장 까다롭고 완성형에 가까 운무인이었다
8강 대전이 끝나고 곧장, 강천과 정우 진이 무대에 올라왔다. 추첨은 하지 않았
다. 8강이 끝나면서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무대에 오른 정우진은 각오를 다졌다. 천무문의 명예를 위한 일이며, 다음 대 연 합무문 수장 자리가 걸려 있었다. 속물이 라 욕해도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허울 뿐인 명예를 원하지는 않지만, 자신은 천 무문의 무인이며 아버지의 자식이다 태어 나서 지금까지 혜택을 받으며 살아왔으면 서, 자신만 편하자고 외면할 만큼 무책임 하진 않았다
‘본분을 잊진 않는다. 나는 천무문의 대
공자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해는 한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만 비관하는 자들처럼 살진 않는다. 운명에 순응하지 않을 거면 혜택도 받지 말아야 한다. 받았다면 응당 책임과 도리를 다해야 했다. 그것이 살아 있는 자로서 해야할 의무다.
‘저들도 다르지 않겠지.’
정우진은 맞은편에 자리한 금강문의 삼남, 이강천을 응시했다. 규격에 어울리 지 않게 가벼우며 빈틈이 많아 보인다 그 러나 허허실실에 속을 만큼 안목이 없진 않다. 빈틈이 너무 많아 오히려 빈틈이 보 이지 않았다. 이는 금강문도의 특징 중에 하나다. 단단한 육체를 바탕으로 공격 위 주의 전법을 사용한다 무식하기는 하지만 공격을 위해 빈틈을 남겨둔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8강전에서 권우화 무인과 이강우 무인 이 기권을 하고, 이강현 무인이 이신경 무 인을 이기면서 금강문이 유리하게 되었습 니다. 정우진 무인으로서는 산 넘어 산인 어려운 상황인데, 강 대주님이라면 어찌하 시겠습니까?
-저로서도 대답하기가 무척 난감합니 다. 정우진 무인이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 며 올라오기는 했지만, 이강천 무인도 마 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역량만 놓 고 보면 막상막하입니다 결선을 대비해서 힘을 아끼려고 하다가는 되레 발목을 잡 힐 수도 있습니다. 저라면 처음부터 전력 으로가겠습니다 강 대주의 해법에 전성주 아나운서와 신정환 해설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포 츠와 마찬가지로 다음을 대비하려는 안일 한 마음을 먹다가 의외의 패배를 당하는 경우가 흔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 면 초반부터 밀어붙여 압도적으로 승리하 는 편이 낫다 둥 둥 둥!
대결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푸아아아앙!
뇌력광마신공(雷方狂魔神功)과 천무신공 (天武神功)이 초장부터 격렬한 다툼을 이룬 다. 황금색 휘광과 백색 광휘가 겹쳐지며 눈부신 역광을 만들어낸다. 눈으로 좇는 다는 건 불가능했다. 교전이 이루어진 장 소에서 굉음이 토해지고 난 후, 반대방향 에서 강기를 휘감은 경력이 폭발한다 서로의 역량을 시험해 나갔다. 결과적 으로 극성에 다다른 우진의 천무신공이 강천의 뇌력광마신공보다 완성도가 있었 다. 깊게 들어가면 근소한 차이지만 무인 에게는 그 미세한 차이가 결과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천무룡에 대해 과대 포장 되었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신위였 다 푸아아앗!
천무신공이 구현되어 강기의 형태를 띤 천무신강기(天武神剛氣)가 뇌강을 뚫어내며 상처를 입힌다. 핏물이 튀기도 전에 열기 에 타들어가며 증발했다. 그렇다 하나 강 기가 육체를 강타했다. 단순히 외상이 아 닌 내상까지도 겸하는 타격이다.
하합!
금강뇌신(金剛雷神)을 이룬 육체가 타격 을 입었음에도 강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합을 지르며, 반격했다. 천무신(天武身)에 근접한 우진도 강천의 반격에 휘청거리고 말았다. 사실 그 타이밍에 반격을 해오리 라고는 예상도 못했다.
강천도 손맛을 제대로 보진 못했다. 최 적화된 타격지점을 창출해 내기도 전에 우진의 신형이 비틀렸다. 재차 공수를 취 했을 때는 제공권을 벗어나 공수의 균형 을이루었다.
‘젠장 빠르네!’
‘이런, 무식한!’
강천과 우진은 처음부터 서로의 강함 을 인정하고 강수를 두었다. 그 결과 서로 의 우열이 보다 베르게 나타났다. 우진은 빈틈을 찾아 공략했고, 강천은 부족함을 인정하고 카운터 작전으로 바꾸었다. 아 웃복서의 전유물로 불리는 깔끔한 형식의 카운터하고는 거리가 멀다. 살을 주고, 뼈 를 내주는 형태다.
퍼퍼퍼퍼펑!
6방을 맞으면 최소 3방은 허용한다. 이 것이 우진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강천의 반격은 어중간하지 않았다 모두가 일격필 살이라고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빗맞아 도 피해가 크다. 그렇다고 간격 싸움을 하 며 시간을 끌기도 어렵다.
두두두두!
강천은 두려움이 없는 버서커처럼 빈 틈을 열어 놓고 돌진해 왔다. 실력의 차이 가 있다고 해도, 미세하다. 거의 없다고 봐 도 무방하다. 천무안(天武眼)을 개방하여 강천의 움직임을 읽어냈기에 가능한 선점 이었다. 더욱이 강천은 배움이 빨랐다. 한 번 당한 수에 재차 당하지 않았다.
‘혹금단주도 그렇고, 금강문은 가벼이
볼수 없는 문파구나?’
우진의 기세가 변했다. 전력이라고는 해 도, 가급적 마지막 수는 남겨두기 마련이 다. 결선에서 회심의 카드로 꺼내려고 했 으나 쓰지 않고서는 어려운 상대다. 손실 을 감안을 하고, 이번 대결에 전력을 기울 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이 승부를 이겨 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속성 개방
-도플갱어.
-공간제어 (속박).
다중속성이 단번에 개방되었다.
도플갱어는 또 다른 자신을 만드는 수 법으로, 전력이 나누어지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뭐 이런 속성이 다 있어!”
강천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1명 을 상대하기도 벅찼는데, 동시에 2명을 상 대해야 했다. 그뿐이랴, 공간을 제어하며 속박했다. 육신이 거미줄에 걸린 곤충인 양 제어가 되고 있었다. 한편으로 이런 수 를 처음부터 쓰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했 다. 속성에 제약이 있을수 있었다 이를 가슴에 묻고, 강천은 짱돌을 굴렀 다
“끝을 낸다”
우진은시간을끌지 않았다 사실 끌수
도 없다 도플갱어는 장시간 유지하기가 어 렵다. 같은 능력을 가진 자신을 동시에 통 제하기에 내력의 소모는 물론, 심력의 막 대한 소진을 가져온다. 정해진 시간 안에 끝을 내야 내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다. 천무신권의 후반 초식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푸아아앙!
강천은 뇌력광마신공을 극대화하며 속 박은 풀어냈지만, 두 명이 동시에 공격을 하니 손발이 제멋대로였다. 막고서 반격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방어를 도외시하 니 2대 맞을거 4대 더 맞아야했다. 반격 은커녕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또 뺨 을 맞고 있는 격이다 정신없이 처맞았다.
‘뭔놈의 맷집이!’
하나, 탄식은우진이 했다. 강천이 버티 면 버틸수록 우진은 속이 탔다. 시간이 많 지 않았다. 염화와 다르지 않은 현실을 겪 고 있었다. 그렇다고 염화처럼 양패구상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후를 위해 남 겨둔 비기를 꺼내들었다
-천무신권 극의, 천무무쌍(天武無雙).
천무신권의 천무멸절(天武滅絶)을 도플 갱어와 함께 완성한 초식으로 천무강기를 바탕으로 한다. 우선 천혼보(天混步)를 펼 쳐 강천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시사사삭!
강천은 안법을 극대화하여 우진과 도 플갱어를 찾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찾아냈다. 전후좌우는 혼란을 위한 미끼 였다. 정면으로 치고 들어왔다. 강력한 권 공이 육신을 강타했다. 충격에 휘청거릴 만도하건만.
“걸렸다, 요놈!”
뇌력광마신공의 극의를 주먹에 실어 정 면으로 뻗었다.
권공이 우진을 관통했다.
한데.
꽈악!
가슴을 관통당한 우진이 파고들어와 강천의 육신과 겹친다. 살아 있는 인간이 가슴이 꿰뚫리고 이런 식으로 나오진 못 한다.
그렇다면 우진의 도플갱어다
오싹
강천은 등 뒤에서 살기를 느꼈다. 돌아 설 타이밍이 반 박자가 아닌 한 박자 이상 늦어졌다. 더욱이 육신으로 스며든 우진 의 도플갱어가 공력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 었다.
꽈악!
우진은 이때 공간제어를 펼쳐 강천을 완벽히 통제했다 강천으로서는 외통수에 걸리고 말았다. 돌아서기가 무섭게 우진 의 권공이 강천의 복부를 강타했다.
퍼억!
의외로 소리와 파장은 크지 않았다. 쇳 덩어리를 쳤다기보다는 가죽을 치는 듯했 다. 이는 강천의 육신으로 스며든 도플갱 어가 금강뇌신을 이루지 못하도록 방해했 기 때문이다.
“끝이다.”
천무무쌍은 외부가 아닌 내부를 타격 하는 내가중수권의 업그레이드 버전, 도 플갱어는 강천의 내부를 파괴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강천이라고 해도 버텨내기 어려운 충격을 받을수밖에 없다.
“?…끝은무슨 뇌정광폭!”
“?…이런!”
회심의 일격이었던 우진으로서는 생각 지도 못한 반격이었다. 내부가 엉망이 되 어 뇌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런 와증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뇌기라니, 상 식을 불허한다 쩌어어어엉!
사방으로 뿜어져 나간 뇌기가 폭풍이
되어 스파크를 형성했다. 폭사한 뇌기는 반경을 무시하고 있었다. 유리방벽으로 둘 러싸인 공간 전체가 뇌기의 영향권이었다 일반인은 물론 무인이라도 육체가 폭발할 만한 뇌기가 휘몰아쳤다.
찌지지지직!
뇌기의 폭풍이 잠잠해지자 현장이 드러 났다
강천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인상을 쓰 고 있고, 우진은 방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둘 다 재차 공수를 주고받진 않았다.
비틀!
우진이 휘청거리며 피를토했다. 뇌기를
정통으로 맞은 육신은 엉망진창이었다. 여 전히 남아 있는 뇌기의 잔재로 인해 의식 을 겨우 부여잡고 있을 분이다
“?…속성이 뇌기였군.”
“ 맞아”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무식한 짓 을!”
“?…죽지 않으면 된 거지.”
우진은 강천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허 탈함을 느꼈다. 무식하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내부의 혈맥이 망가진 상태에서 뇌기를 또다시 쓰다니, 보통 사람은 절대 쓰지 못할 수법이었다 미친놈들이 아니고 서야
벌떡!
강천은 일어서고, 우진은 무릎을 꿇었 다
사실 충격이 크기는 했어도, 위험하다 고 보진 않았다 정우에게 받은 혹독한 훈 련에 비하면 이 정도 고통은 얼마든지 감 수할 수 있었다 매순간 죽기 직전까지 훈 련을 받았다. 이른바 주마등 훈련법으로 단련이 되어, 죽음 직전의 상태를 너무나 잘 안다. 이 수법을 쓴다 해도 죽지 않는다 는확신이 있었다.
“?…하나만 묻자”
“ 말해.”
“혹금단주는 그대들 삼형제보다 강한 가?”
“우리셋이 덤벼도 안돼.”
지나치게 덤덤히 말하는데, 받아들여 야 하는 우진은 기가 찼다 자신은 삼형제 중 막내에게 패배를 했다. 대회가 아닌 실 제로 싸운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나, 실로 충격적이다. 거짓이 아니라면 일전의 도발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격 이었다. 왜 혹금단주의 악명이 무림에 자 자한지 깨닫게 되었다
“괴물이 너무많아?…졌다”
“좋은 승부였어.”
강천은 온전히 이겼다고 여기진 않았 다. 그러나승부는 승부. 변명은 통용되지 않는다. 현재의 승부를 받아들이며 더 강 해지리라 다짐했다.
‘형 좋은일만했네.’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승자는 이강천 무인입니다. 이로써 형 제간에 결승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강천과 강현이 결승에서 붙게 되었다
관중은 환호했다. 실력으로 올라온 만 큼, 금강문의 인기도 더더욱 올라갔다. 그 도 그럴 것이 무인의 대결을 실제로 보기 는 어렵다 현장에서 눈으로 본 무인의 전 투력은 인간의 범주를 초월했다.
-금강문엔 인재가많구나.
-다 같은 핏줄이라도 모자란 구석은 있 는 법인데 하나같이 대단하다. 저 나이에 대기업 부장급은 된 거네. 난 뭐했지?
-금강문의 가르침이 좋다는 뜻이잖아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금강문주는 자식 교육도 잘 시켰어 수신제가치국평 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라고 했으며,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도 샌다는 말이 있다. 본인이 아무리 잘해 도 가족조차 다스리지 못하면, 세상은 따 르지 않는다. 금강문주의 인기가 치솟고 있음에도 과대 포장된 이미지가 아닐까 의 심이 되었다.
하나, 자식들을 보면 부모가 보인다고 했다. 삼형제가 무림대회에서 선전을 하 자, 사람들의 시선이 또 달라졌다. 인기가 오르는 만큼 까 내리려는 자들의 입장에 서는 탐탁지 않은 결과이기도 했다.
형제간의 대결이 된 결승은 강현이 우 승을 하고 강천이 준우승을 했다. 1등을 제외하고 순위를 매기진 않았지만, 금강 문이 대세임을 증명한 대회였다 시상식이 거행이 되었다;
관중은 그때까지 나가지 않았다. 마지 막까지 관전을한분들 중추첨을 통해 1 억 상당의 상품을 제공해 주기로 한 것이 다. 경품까지도 파격적이었기에 관중들은 내심 기대했다
-여하튼 금강문이 다 해 처먹었네.
-실력으로증명을했으니, 인정해야지.
망연히 지켜봐야 하는 무문연합의 핵 심 수뇌부는 입맛이 썼다. 그러나 인정하 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금강문의 삼형제 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8강에 오른 무인은 젊은 무인이라고 해서 폄하할 수준이 아니 었다. 현 시대의 절정 무인도 한 수 접어주 어야할 만큼 뛰어난 기량을 갖추었다. 그 가운데 4강에 들고, 우승을 했으니 까려 고 해도 까기 어렵다.
그때.
찌이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