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독식하다 ⑵
격돌의 순간.
두 팔이 아작 난 장현성의 두 눈이 빛을 발한다
“?…걸렸다 전광십영!”
외침과 동시에 파공성이 울리며, 거친 광풍을 일으킨다. 대결 공간의 바닥이 기 파의 와류에 부스러져 먼지가 휘날렸다.
교차한 공간
허무한 탄성이 흐른다
“헉! 이……럴 수가!”
장현성의 안면이 일그러지면서 경악이 담겼다. 의식을 부여잡을 시간적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천의 권공에 직격을 당하고 말았다 의문.
장현성은 의문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끝 낼수 없었다.
“?…어떻게?”
“진정한 검객은 목숨을 잃는 순간에도
검을놓지 않잖아”
기본, 그야말로 정석적인 대답이다. 그 러나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장 현성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렇군?… 졌다.”
장현성의 의식이 끊어지면서 승패가 갈 렸다.
강천은 무너져 내리는 장현성을 잡아 조심스럽게 눕혔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실로 놀라운 임기응변에 완벽한 대응 이었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해드리 겠습니다.
강천의 승리에 다들 의문이 들었다. 너 무 빨리 지나가서 뭐가 어떻게 됐는지, 관 중은 물론 아나운서와 해설자도 장님이나 마찬가지였다 강 대주의 설명이 있어야 했 다
-마지막 순간 검을 놓치면서 장현성 무 인은 무방비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승리를 위한 계산된 플레이입니다.
-두 팔을 버릴 각오로요?
- 그렇습니다
-한데, 검을 놓고도 움직일 수가 있는 겁니까?
-상승의 경지에 이르면 검을 수족처럼
다루는 이기어검이 가능하지만, 장현성 무 인의 수준을 감안하면 불가능합니다. 하 지만 알고 있다시피 무인도 유니크입니다. 부여된 속성을 활용한다면 얘기가 달라집 니다. 이강천 무인이 공격하는 그 타이밍 에 등 뒤를 노렸던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강 대주는 장현성의 속성까지 파헤치진 않았다. 개방된 공간일지라도, 감추고 있 는 속성까지 끄집어내는 건 불합리했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막은 겁니까?
-아마 처음부터 예측하고 있었을 가능 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등 뒤에 그 처럼 두꺼운 공력의 장벽을 세우진 않으니 까요. 장현성이 검을 놓쳤을 때부터 준비 하고 뇌기를 사방으로 부려 놓은 다음, 결 착을 낼 때 홑어낸 뇌기를 집중시켰던 겁 니다.
모두는 승패가 결정이 되었을 때보다, 과정을 설명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 으로 따르기도 어려운 촌음 단위의 공방 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식을 불허하는 수 싸움이 진행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승부 를 위해서는 두 팔이 부서지는 것 따윈 아 랑곳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까지. 감탄 이 절로 나오게 했다 허
무문연합의 수장들도 감탄해야 했다. 또한 안타까운 탄성이 이어졌다. 이대로 가면 금강문의 독주였다.
‘전투 생물인 금강문주를 빼다 박았어.’
‘무식한 것 같으면서도 전투에선 영악했 지.’
‘그럼에도 전부가 아니라니.’
금강문주가 무식함의 대명사로 불리긴 해도, 전투에 관해서는 달랐다. 최적화된 전투를 찾아가는 데 선수였다. 싸우면 싸 울수록 강해지는 타입이라, 시간을 끌어 도 불리하다 여러모로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였다
“놈의움직임이 수상합니다”
“냄새를 맡았을수도 있겠어.”
대회장을 주시하고 있었던 시선, 그들 로서는 의도치 않은 불편한 상황이 벌어 지고 있었다. 순조로웠던 계획에 금이 가 고 있음을 직시했다. 하지만 큰 틀은 벗어 나지 않았다. 무문연합의 수뇌부가 미리 알고 있었다면 한가롭게 대회를 관전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역시 저놈이 문제군.”
“반드시 제거해야합니다”
무림대회의 본선이 진행이 되는 동안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기에 시험을 할 겸 사람을 보냈었다. 어느 정도의 능력인지 직접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었다
“장기짝에 불과하다 하나, 만만치 않은 놈임은 확실하군.”
도해문도 그렇고, 일이 틀어지는 사건 의 현장에 항상 있었다. 이쯤 되면 우연으 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결계를 쳐선 안 되었다 자칫 준비한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결계가 발동할 때 놈들을 친다.”
“예,총관.”
결계는 내부와 달리 외부에선 빈틈이 있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인 력을 배치해 놓은 것이다. 어중간한 자였 다면 내버려 둔다 해도 문제가 없겠지만, 대업을 방해할 요소임은 확신했다.
“누차 말하지만 우리의 흔적을 남겨선 안 된다는 걸 명심하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언덕 위의 수레바퀴는 구르기 시작했 다. 멈추고 싶다 하여, 멈출 때는 지났다. 큰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깨닫게 될 일이 다 혹금단은 대회장을 중심으로 500m를 통제했다. 대회가 시작이 되면 문이 닫혀 서 입장이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뒤늦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입구에서 막 아 세우고 돌려보내고 있었다.
대회장 주변에서 음식과 각종 용품을 파는 사람들도 시간당 계산을 해서 정중 히 내보냈다. 그들로서는 좀 더 팔고 싶은 마음도 있으나, 사실 대회가 거의 끝나가 고 있기에 수익에 큰 영향은 없었다. 오히 려 돈을주고 내보낼 때 나가는 편이 나았 다 정우는 혹금단에게 명령을 내리고, 대 회장 인근을 여전히 어슬렁거렸다. 마치 누가 보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인 양
“영상과 음향 장치는?”
“정해진 위치에 은밀하게 설치했습니 다:’
“유선으로 해놨지?”
“물론입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손톱보다 작은 초소형 카메라임에도 화질과 음향이 대형 카메라와 음향장치 못지않았다. 상공에 떠 있는 드론도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을 기술력을 보유했다.
“임팩트를 주려면 시각뿐만 아니라 소 리도 중요해.”
“테스트를마쳤으니, 걱정하지 않으셔 도 됩니다.”
16강전의 소식은 들려오고 있었다.
정우의 계획대로 진행이 되어갔다 강천 의 선전을 시작으로 강현과 강우도 나란 히 올라갔다. 격전이 치열해지고, 감추어 두었던 비기와 속성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삼형제는 연승을 이어 나가 8강에 안착했 다
“주인공이 돋보이려면 연출이 중요한 법
이지.”
정우도 화려함을 마다하지 않는 편이었 다. 대회의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충격은 더 큰 법이다. 그만큼 인간은 감정적인 동 물이기도 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 다
“감정적이면 손해거든.”
얻고 싶은 게 있으면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유리할수록 사람은 방심하게 되고, 빈틈이 생긴다. 상대방은 절박하기에 그 빈틈을 파고들어 허를 찌르려고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를 손에 쥐었다면 빈틈을 절대 허용하지 않 아야 한다. 그래야 최선, 그 이상을 얻어낼 수 있다.
8강 조 추점이 진행되었고, 곧바로 대 결이 이어졌다.
혈전을 펼치고 온 무인으로선 불리한 여건이다. 특히 연합무문이 아닌 독문무 문으로서는 세컨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 렵기에 올라와도 험로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심리는 약자의 선전 을 기대한다. 험로를 뚫고 8강에 안착한 백전문의 천호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었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자”
“우리한테 방심이 가당키나 하고.”
“맞아지면 죽는데.”
강현, 강우, 강천은 대결 전에 꼭 다짐 을 되새겼다. 때마침 코빼기도 비치지 않 았던 아버지가 불쑥 찾아와서 지면 알아 서 하라는 응원이 있었다. 사실 응원이라 기보다는 협박에 가까웠다. 강천과 달리 강현, 강우는 손쉬운 승리를 거둔 편이었 다 거의 전력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달랐다.
특히 강우는죽을 맛이었다
“하필이면.”
“괜찮아 이길 거야.”
강천이 형의 등을 두드려 주며 힘내라 고 했다. 툭툭, 치는데 몸에서 쇳소리가 나 는 건 이 집안의 전매특허다. 바늘조차 들 어가지 않을 단단한 육체이기에 의기소침 은 어울리지 않았다. 저 덩치로 축 늘어져 있어 봤자 형제를 제외하고 아무도 위로해 주지 않는다. 규격 외 육체를 가진 자만의 불편함이다 동생의 위로에도 강우는 답답했다
“위로가 안된다.”
“지더라도 알지?”
“염병할 네가웬일인가 싶었다”
“내가 나 혼자 잘되자는 그러는 게 아 니잖아”
“누가 되든 상금은 반반인 거다.”
강우의 8강 대전 상대는 염화다. 정우 와 함께 훈련을 해온 염화는 8강 이전의 무인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기본 역량에 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력자다. 여 자라고 방심을 했다가는 통구이 되기 딱 좋았다.
예상대로 염화도 8강전까지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올라왔다. 정우의 혹독 한 훈련을 견뎌낸 염화는 완숙한 무인이 되었고, 그 미친 속성도 자유자재로 구사 하는 경지에 올라섰다 실상 속성을 꺼내 들지 않고, 순순 역량만으로 8강에 안착 했다. 한국무림에서 차후 여중제일인으로 꼽힐 만한 무력이었다.
“형은 좋겠다.”
“8강에 오른이상약자는 없어.”
“말은 누가 못해?”
“건투를 비마”
강현의 8강전 상대는 신룡문의 청화 이 신경이다 그녀는 악전고투를 하며 올라와 야 했다. 특히 16강전에서 붙은 검선문의 검천룡(劍天龍) 백영훈과는 치열함의 극치 였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용호상박 의 혈전 끝에 승리를 쟁취했다. 그러나 그 때 입은 부상이 만만치가 않았다. 승부에 대한 의욕이 일단은 부상에 의한 통증을 완화한다 해도, 정신력과 체력이 떨어지면 파탄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울렸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승패가 갈렸다 오롯이 서 있는 자와 얼굴에 피칠갑을 한채무릎을꿇은자 극명한 대조가 승패를 가르고 있었다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또 다른 손으 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자는 백전문의 천 호였다. 일인전승의 유파이며, 전장에서 완성이 된 실전 무공을 썼었다. 그 결과상 대하는 자마다 심각한 상처를 입었으며, 그 역시 상처투성이였다 그럼에도 대결이 끝나면 서 있는 자는 천호가 되었다. 대결 을 할수록 강해지며, 전력을 급상승시켰 다 분명 전력상 밀리는 상대임에도 불구하 고, 어느 순간부터는 압도적인 강함을 선 보였다 성장하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 허했다.
이번 상대가 비록 신진칩룡의 수좌를 차지하고 있는 천무룡 정우진이라 할지라 도 이변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나, 결과는 냉혹하다
10여 초의 공방, 그 안에서 천호가 한 일이라고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전부 였다. 공수의 차이는 간발이었다. 조금만 더 빨랐으면, 조금 더 각을 비틀었으면. 승 패의 명암은 달라졌을 것이다 쿨럭!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할 만큼 내상이 심 한 천호, 일어서려고 했다. 이대로 패배를 자인하고 싶지 않았다. 하나, 미소를 지으 며 내려다보고 있는 정우진의 말에 맥이 풀렸다
“통찰안은 당신만의 전유물이 아닙니 다?”
“?…제?기랄!”
천호는 분했다. 지금까지 통찰안을 활 용해서 육체의 진화를 이루었다. 육체 진 화가 천호의 속성이다. 대결을 통해 진화 를 이루어 완벽하지 않았던 백전문의 전 쟁무공을 완성시켰다. 이제야 비로써 빛 을 보게 되었다고 자신을 했건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간발의 차이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나의 타이밍과 궤적에 맞추었구나!’ 정우진은 천호가 독문무문의 무인이라 고 해서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16강전에 오른 상대 전부를 철저히 분석하며 약점 을 찾아왔었고, 천호의 역량과 잠재력까 지 체크했었다 그리고 명백한 약점을 찾아냈다.
‘본인 딴에는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마음은 숨길 수 없지.’
대문파에 대한콤플렉스, 겉으로 보기 에는 알기 어렵다. 그의 대결 전부 손속이 과한 면이 없지 않았었다. 그러나 대문파 와의 대결에서 그의 손속이 더 과격해지 는 면이 있었다. 승부를 빠르게 결정지어 본인의 역량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역 으로이용했다.
이것이 권태로운 천재라는 설이 나돌고 있는 정우진의 진실된 실체였다.
“?…다음에는지지 않는다”
“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