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장로와의 격전에서 충격이 외부로 퍼졌을 수도 있으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 었다. 대결이 시작되기 전에 혹금단에 전 음을 보냈다. 지금쯤 알아서 통로를 차단 해 놓았을 것이다. 그러니 패왕문주만 나 타날수 있었던 거다 제 4장 금강문의 독주 ⑴
금강문의 대기실로 사람들이 몰렸다. 하나, 대회 관계자를 제외하고 관중은 대 회장 내부 진입이 용이치 않다. 특별한 사 유가 있다 해도 보안을 이유로 차단하는 편이다. 이들은 무림대회에 참여했던 참가 자로, 정확히 말하면 예선과 본선에서 탈 락한자들이다.
대부분 독문무문과 중소무문의 무인 이다.
그들은 6대 무문과의 간극을 여실히 체험했다. 마치 대기업과 중소기업처럼. 6 대 무문이 엘리트라 불리는 연유를 깨달 았다. 그럴수록 맘이 쓰리다. 도저히 다가 설 수 없는 격차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무인이다. 한계를 넘어선 강함에 대한 동 경은 매한가지다.
‘무엇이 그들과 다를까?’
‘다를 게 뭐가 있겠어.’
‘우리도금강문처럼 대문파였으면, 입
장이 달라졌을걸.’
‘단순히 그뿐일까?’
30명의 무인들이 모였다. 모이자고 약 속을 잡지는 않았다. 금강문은 대문파다. 이 시간이 아니면 다시 보기 어렵다. 특히 대기실에 있는 삼형제는 금강문의 직계존 속이다. 그들과 친분을 나누거나, 말 한마 디 할 기회는흔치 않았다 그럼에도 이상한 장면이기는 하다. 무 문연합의 다른 문파는 놔두고 금강문의 대기실에만몰려 있었다.
‘예선전을통해 나는 더 강해졌어.’
‘단순히 떨어뜨리기 위한장치가 아니
야’
‘어째서 아무런 조건도 없이 베풀었을 까’?’
‘도대체 왜?’
독문무문과 중소무문의 무인이 겪는 차별과 소외는 컸다 6대 무문이 드러내놓 고 하진 않더라도, 사회적인 인식이 그렇 다. 개나 소나 대학교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어도 서울연고대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 처럼.
누구 하나 손을 내밀어 주진 않는다 그 들은 어엿한 유니크다. 일반인과 대우가 같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소외를 받는다.
어중간하기에 어느 한쪽에 속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있어 금강문이 설계한 장치는 가뭄의 단비였다.
금강문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나 그들 에게는 절박함을 해소시켜 준, 호의로 받 아들여졌다.
그들은 평소보다 더 실력이 늘었다. 기 연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열어, 말아?’
‘어쩌지?’
‘답을해줄까?’
그들은 망설였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
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그들로서는 염치 없는 부탁이다 굳이 그럴 이유도 없고. 금 강문이 악감정을 가진다면 그들로서는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드륵!
망설이는사이, 대기실 문이 열렸다.
움찔!
30명의 무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긴 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금강문주가 비록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라고는 하 나, 무인들에게는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 다. 다행히 문을 연 대상은 금강문주가 아 니긴 했다
“어쩐 일이지?”
문을 연사내, 혹금단주다
금강문주의 아성에 가려져 있다고 해 도, 그들도 눈과 귀가 있었다 한국 무림을 대표하는 차세대 무인의 선두주자이며, 현 시대의 절대강자와 자웅을 겨룰 만한 무인으로 꼽힌다 꿀꺽!
그렇다 해도 비슷한 또래다. 그 차이가 압도적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 나 흑금단주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항거불 능의 존재감은 그들의 상식을 아득히 벗 어나 있었다 숨이 막힌다고 해야 할까; 감 정이 전해지지 않는 건조한 시선에 숨통이 조여드는 기분이다.
-애들 노는 데에 나갈 생각 없다.
근래 무림에 떠도는 소문중에 하나다
6대 무문 중에서도 금강문의 위세는 역 대 어느 시대보다 출중했다. 이를 비츠}하 는 소문으로 혹금단주가 한 말이 회자되 었다. 무인으로서 겸양이 아닌 오만한 발 언으로 빈축을 샀다. 어쩌면 금강문의 독 주를 시기한 문파나 무인이 퍼뜨린 유언비 어일 가능성도 크다. 하나, 흑금단주의 발 언은 금강문주를 통해서 흘러나왔고, 그 자리에 있었던 무인은 6대 무문의 수장들 이었다
‘폐부를 찌르는 것같다!’
‘뭐 이런 자가다 있어!’
‘같은 또래 맞아?’
‘아예 차원이 다르잖아’
한 단계의 차이만 해도 무인간의 격차 는 크다
그들은 레벨이 전혀 다르다는 걸 느꼈 다 마치 백수의 제왕 앞에서 주제를 망각 한 토끼가 된 기분이다. 자신들이 단체로 덤빈다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거대한 벽. 한편으로 이토록 무지막지한 자가 이렇게 까지 젊어도 되나 싶다
“ 평가는‘?”
혹금단주가 한 사내에게 물었다
“예?”
그는 갑자기 지목을 받아 말문이 막히 고 말았다 대체 왜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문은곧풀렸다.
“풍검문의 임자성, 이쯤 말하면 답이 나을텐데.”
“헙”
뇌리를 관통하는 전음이 이어지자, 임 자성은 마른침을 삼켰다. 혹금단주에게 자신은 그저 그런, 한 번 보면 잊어버릴 미 약한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데 그는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감 추고 있는 속성까지 파악하고, 시선을 의 식해 전음으로 알려주었다. 치밀하면서도 무서운 자가 아닐 수 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무영문의 천명훈, 현양문의 최재준…… T三 = w
'cT≫
이어지는 혹금단주의 호명에 모두는 놀 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나치게 잘나가 는 자는 아래를 바라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압도적인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혹 금단주는 자신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파악해 놓고 있었다
“예선전이 도움이 됐나 보군.”
헐
핵심을 찌르는, 너무나 정확하게 꼬집 었다. 머리 위에서 노는 혹금단주의 날카 로운 심기에 심혼이 베어지는 기분이 들었 다
“본문은 한국 무림의 미래를 위해서 예 선전에 심혈을 기울였지. 다른 의도는 없 다. 하나, 가르침을 원한다면 얘기가 달라 진다. 그에 대한 책임은 물론 각오가 있어 야하겠지.”
정우는 빈틈을 내주지 않는 척하며 문
을 열어 놓았다. 대기실 안의 전경이 무인 들의 시야에 잡힌다.
파파팟!
문틈 사이로 비지땀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삼형제가 보였다.
대회장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전력을 대기실에서 보게 되었다. 결연한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압 도적인 기량으로 16강까지 올랐다고는 믿 어지지 않을, 삼형제의 결의였다. 대외적 으로 보이는 금강문의 이미지와는 대조적 이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어.’
‘젠장 내가그동안 나태했었구나.’
가문이 좋아서 본선까지 탄탄대로였다 는 건 착각이었다. 무인들은 고개가 숙여 졌다. 자신들보다 더 절박하게 훈련을 하 고 있었다. 금강문이 어째서 한국을 대표 하는 문파가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턱도 없는 짓을 하려고 했어!’
‘운이 따르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이 필 요해.’
그들은 자기반성을 했다. 강함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있어야 함을. 새 롭게 각오를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만약 저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대문파의 무인을 마냥 부러워만 했을 것이다
“간단한 조언이라면 해줄 순 있지.”
정우는 1명씩 지적하지 않았다. 또한 전음을 사용했다 금강문엔 보잘것없어 보 이는 무공일지라도, 저들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할 수 있었다. 무심한 동시에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요즘 하는 말로, 츤데레의 결정판이다.
부르르!
30명의 무인들은 할 말을 잃었다. 뇌리 를 관통한 전음은 막혀 있던 벽을 허물 단 초를 제공해 주었다. 어떤 이는 깨달음을 얻어 작지만 성취를 이루기도 했다.
묵묵히 기다려 준후
“이제 가봐”
혹금단주의 하대에도 그들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응당 그래야 하는 자연스러 움이 있었다. 돌아선 그들은 혹금단주가 한말을 곱씹었다.
‘그만한 책임과 각오라고 했지.’
그들이 가고 난 후, 정우는 문을 닫았 다
비지땀을 홀리며 훈련을 하고 있었던 삼형제가 정우에게 물었다.
“갔냐?”
“ 갔다”
문을 닫기가 무섭게 삼형제는 자세를 풀었다. 언제 혹독한 훈련을 했는지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문을 열었을 때의 사각에 배치된 상당량의 음식과 빈 그릇이 식사 중이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밥 먹다이게 웬 뻘짓이야?”
“강압보다는 자발적인 게 보기에도 좋 으니까 그리고 육체의 통제가 서툴러. 땀 을 더냈었어야지.”
대기실에서 훈련을 해 봤자, 얼마나 하 겠나.
물론 아예 쉰다는 뜻이 아니라 심상훈 련과 육체를 적당히 움직여 16강을 대비 는 하고 있었다. 명상을 통한 훈련은 어디 에서나 할수 있다 쳐도, 대회 중에 혹사 는 뻘짓이었다. 그러다가 부상이라도 입으 면 대회에 지장을초래할수 있었다.
“저 불상한 중생들, 고생길이 훤하구 나:’
“그건 네 입장이지. 저들은그리 생각하 지 않을거다.”
“웃기시네. 젊어서 고생하면 나이 들어 골병든다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 한들 변하 진 않지.”
살면서 느낄 거다. 답이 뻔히 보이는데
도 불구하고, 사람은 해 보지 않고서는 모 른다고 말한다. 본인은 다를 거라는 자신 감의 발론일 수도 있으나. 사람은 콩깍지 가 제대로 씌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사랑 에 빠진 남녀를 집안에서 반대하면 로미 오와 줄리엣이 되는 것처럼. 결혼해서 10 년은 살아 봐야 ‘아! 내가 어른 말씀을 들 을걸.’하고 후회하겠지만
“쉴드가 이상한 놈들이라고!”
“보기에 따라서는 인정한다”
강천은 쉴드가 정상처럼 보이지 않았 다. 훈련에 미친놈들이었다. 그럼에도 불 평불만은커녕 자책을 한다. 어떤 식으로 구워 삼아야 그런 믿음과 신뢰가 생기는 지 궁금할 지경이다 강현은 다른 의문이 들었다
“자발적으로 찾아온다고 해도 어떻게 할생각이냐?”
“굳이금강문일 필요는 없어.”
“그렇다면 이쯤에서 멈추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저들 중 대부분은: 일인전승이야 테두 리에 가두려고 할수록 반발할 테지. 하지 만 그 반대가 된다면 어떨까? 사람의 심리 란 그래서 아주 요상하지.”
청개구리 심보.
유치한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사람의 본심에 숨어 있는 본능과 같다 마치 공부 를 하라고 강요를 하면 더 하기 싫은 것처 럼
“저들이 능력을 각성한다고 해도 힘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무림이라고 해서 무력만이 능사는 아 니지. 저들 개개인은 미약할지 몰라도, 모 이면 그땐 다를 거야”
강현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저런 말 은누구나 할수 있다. 그러나 독모무문은 하나로 통합이 된 적이 없었고, 중소무문 은 힘을 합쳐도 6대 무문에 비할 바가 아 니었다.
“형 말대로 저들이 모인다고 해도 개미 는 개미일 뿐이겠지.”
“그런데 어째서?”
“배후에 본문이 있다면 그때는?”
정우의 설명에 강현은 무릎을 탁 쳤다.
왜 그렇게 무림 대회의 우승을 중요시 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대회에서 우승 을 하면 무문연합의 수장이 되는 발판을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측한 바였다. 그러나 그 뒤까지 정우는 계산을 해놓고 있었다. 실로 소름이 끼치는 심기 가아닐수 없었다
“우린 무인의 인심을 얻을 테고, 저들은 응집력을 가지게 되겠지.”
“바로 맞췄어. 형은 역시 누구들과 달 리 대화가 통한다니까:”
그때까지도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았던 강우와 강천이지만, 본인들 욕하는 건 귀 신같이 알아들었다.
“우리도 다알거든.”
“알아도 모른 척했을 뿐이라고.”
중간은 가자 주의다.
강우와 강천은 정우가 파고들지 않기를 바랐다. 일단 지르고봤지만, 여전히 깊이 가 얕았다. 계속 물어보면 그땐 본전이 탈 탈 털린다.
정우도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물의 표 면장력에 준하는 강우와 강천의 지식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밥이나 먹어.”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