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08화 (308/500)

제:3장

반간계(反間計) (3)

곽인권도 대가 세고, 성미가 급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소싯적에는 말보다 주먹 이 앞서서 사달을 일으키곤 했었다. 세 살 버룻 여든 간다고, 성질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 두우응!

곽인권이 공력을 끌어 올려 권심(奉心) 에 실었다.

정우도 마다하지 않고 현천공을 운용 하여 마주했다. 패왕문과 금강문의 성향 상물러섬은 패배라는 인식이 강하다. 서 로의 전력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꽈아아앙!

고막을 찢어발기는 파공성이 통로를 거 세게 울린다. 강화된 통로의 외벽이 충격 파에 영향을 받아 부서져 내린다. 그나마 파장을 최소화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 면 벽면에 균열이 생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거거적!

전력으로 내지른 주먹이 마주 오는 주 먹에 부서지면서 채찍처럼 휘어진다: 곽인권은 부서져 버린 팔에서 극심한 고통이 파고들어 왔지만, 그보다 먼저 방 어를 해야했다.

정우는 곽인권을 팔을 부수는 것으로 성이 차지 않았다 타앗!

곽인권은 부서진 팔을 뒤로하고, 왼팔 을 뻗었다. 쇠를 찢어발기는 철파조(鐵破JK) 를 황급히 출수해 혹금단주의 접근을 차 단하려고 했다.

대응이 우습다.

정우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철파 조의 궤적을 역으로 쳐 내며 곽인권의 가 슴을 무방비로 만들었다.

헛바람이 삼켜진다. 제공권이 제압된 곽인권이 황급히 물러서려고 했으나, 그보 다 먼저 명치와 단전에 충격을 받았다.

크어억!

바람이 빠지는 괴열한 신음이 터진다.

명치는 잘못 맞으면 죽을 수도 있는 사 혈이고, 단전은 무인의 생명과 직결이 된 다. 제 아무리 단련이 된 고수라 하더라도 충격을 받을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정우 의 권공을 받고 멀쩡할 거란 기대는 하기 어렵다.

“?…이놈? … 커어어!”

곽인권은 수라장을 거쳐 온 무인답게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하나, 육신을 제어하기 어려울만큼타격이 컸다.

혹금단주의 손에 목이 잡히고 말았다. 꽈악!

정우가 자신보다 더 큰 곽인권을 들어 올려 벽면에 기댔다. 단순히 목을 잡은 게 아니라 경력을 집어넣어 곽인권의 통제력 을 상실시켰다 온몸으로 파고들어간 경력 이 곽인권의 운기행로를 막아섰다.

바르르!

정우의 무심한 시선을 받은 곽인권의 동공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흔들렸다.

‘?……이럴 순 없어!’

곽인권은 이 일련의 상황이 꿈처럼 다 가왔다. 아니, 악몽이라고 해야 마땅했다. 자신이 누구던가, 패왕문의 장로이자 권공 의 고수로서 이름을 날렸다. 살아온 세월 동안 수많은 대결을 펼쳐왔지만 지금처럼 허무하게 제압된 경우는 젊은 시절을 제 외하고 없었다. 당하고 나서도 받아들이 기 처참한 현실이었다.

“속성이 육체강화였나.”

“?…어떻게?”

단숨에 속성을 파악하는 흑금단주의 예리함에 곽인권을 정신을 못 차렸다. 공 력으로 육신을 보호하는 단계론 방어하기 어려웠다. 마지막 순간 육체강화를 발동시 켜 방어력을 높이지 않았다면 단전이 뭉개 졌을것이다.

빠드득!

놀람과 경악이 지나가고, 곽인권은 분 노했다.

이런 지경에 처했다곤 해도, 놈은 일개

단주에 불과하다. 그에 반해 자신은 패왕 문의 장로다. 지위와 체면, 위치부터 달랐 다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오늘 같은 패악을 저지르고 금강문이 무 문연합의 수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숨통을 덜 조였더니, 주둥이가 살았 군.”

“?…커어억! 너? … 이놈!”

손아귀에 힘이 실리자곽인권의 얼굴로 피가 몰리면서 붉게 달아올랐다. 물이 흐 르는 호스의 한쪽을 막아놓은 형국이었 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혈관이 부풀었 다

‘?…허세다’

곽인권을 설마 했다

자신을 죽이게 되면 패왕문과 금강문 은 이유를 불문하고 대척점에 선 원수지 간이 되어 버린다. 혹금단주가 미치지 않 고서는 행하지 않을 거라 봤다. 더욱이 이 쯤 됐으면 주변의 누군가가 발견했을 것이 다 피식!

정우의 실소에 곽인권은 모골이 송연해 졌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눈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이런 상황에서도 무심했다. 전 후사정 재지 않는 금강문의 폭급한 성향 과는 거리가 먼, 무정함이 담겼다 부르르!

곽인권은 느꼈다.

이런 자는 절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 는다. 포식자의 눈빛, 자신에게 덤벼드는 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냉혹함을 지 녔다

“오기를 부려도 상대를 봐가면서 했어 야지. 여하튼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지, 안그래?”

곽인권의 얼굴이 공포와 절박함으로 물들어갔다. 자신은 이런 곳에서 허무하 게 죽어선 안 되는 존재였다

‘?…살려’

그때.

“그만하지 못할까:”

무시무시한 무형의 기세가 통로 안을 채웠다.

곽인권과 비슷한 부류의 패기임에도 기 질이 전혀 다르다 달리 말하면 격의 차이 가 있었다 감히 따르지 못할 격차 절대자 의 기세였다: 절대의 무형지기를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는 자는 한국 내에서도 소수에 불과 하다. 그리고 그런 자를 통로 안에서 만나 기란 확률상 0.001.%도 되지 않는다.

‘우연은 아니란거지.’

말도 안 되는 확률이 간혹 벌어지기는 하나, 정우는믿지 않는다 중년의 사내.

패왕문의 수장 패왕王) 조천기다.

그는 이 상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어 야 하는 곤혹스러움에 처해 있었다. 한편 으로 사건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상을 하기는 했다. 문파의 수장으로서 부상을 입은 곽천웅의 상태를 살피고 오 는 중이다. 한데, 아비란 자가 자리를 지키 고 있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금강문의 대 기실을 찾았건만, 상상도 못할 황당한 현 실을 목도하고 말았다.

‘그렇다 해도 이럴 수가 있는 것인가?’

조천기는 흑금단주의 강함을 인정해서 대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발언에도 자존 심 상하지만 묵묵부답했었다. 문파의 후 기지수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상대였기에.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심했다. 패왕문 의 5대 고수에 꼽히는 권웅이 이토록 맥없 이 당할줄이야. 기가 차지 않는다면 거짓 말이었다. 도해문주를 제압했음에도 전대 도해문주가 아니었기에, 절대경에는 이르 지 못했을 거라 판단했었다.

이쯤 되니 명백한 오판임을 깨달았다.

“제가 왜그래야하지요?”

“내가원하니까:’

“전 패왕문의 무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해보는 수밖에.”

조천기는 방심하지 않았다.

곽인권은 어중간한수가통할 만큼, 어 수룩한 무인이 아니다. 그런 그가 당했다 면 혹금단주의 무력을 얕볼 순 없다 그러 나 인과를 따지기 전에 권웅은 패왕문의 장로다. 일문의 수장으로서 좌시할 수만 은 없는 노릇이다 정우는 조천기의 전의를 읽었다 방심이 라고는 실리지 않은 진심, 결의가 전해진 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무인의 자세 다

“명색이 일문의 장로입니다. 제가 사특 한 수를 썼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본문의 장로가 시답지 않은수작에 당 할리 없다”

무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달리 조천기는 혹금단주가 물러서줬으면 했다 인과를 따 져 보면 곽 장로의 잘못일 공산이 컸다. 시 끄럽게 되어 봤자 패왕문으로서는 좋지 않았다. 이쯤에서 마무리를 한다면 자신 의 선에서 무마할 수 있었다.

“옛말틀린 거 없어, 그렇지?”

통로의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지점.

조천기와는 맞은편에서 걸어 나오는 자 가 있었다. 그를 본 조천기는 깊은 한숨을 흘렸다. 혹금단주를 의식하는 바람에 그 의 존재를 이제야 파악했다.

“애들이 싸우면 어른도 싸우라고 했 지.”

금강문주의 말로 인해 50대 후반의 곽 인권은 졸지에 애들이 되어 버리고 말았 다. 하지만 반박하기는커녕 곽인권은 점차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공기를 흡입하 지 못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다가 창백 해졌다.

“싸움은 키워야 제맛이기도 하고.”

“그걸말이라고 하는것인가?”

조천기의 한숨이 현실의 답답함을 대변 해 주었다. 애들이 싸우면 말리지는 못할 망정, 이 인간은 더 키우지 못해 안달이었 다. 하물며 오늘의 사달이 공론화되어 봤 자, 무문연합을 바라보는 시선만 좋지 않 아진다. 그런데도 거리끼지 않다니, 금강 문주다운 발언이라서 더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말리지 않겠다면 이후의 책임은 금강

문이 져야할 걸세!”

“말리긴 왜 말려. 책임, 그까짓 거 지지 뭐.”

의식이 가물거리는 가운데, 희망을 품 었던 곽인권은 진짜로 죽을 맛이었다. 숨 이 막혀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일문의 문주란 자가 싸움을 부추기고 있었다 점 입가경의 극치를 아무렇지 않게 선보였다.

응?

숨통이 트인다

풀썩!

곽인권이 벽을 기대며 무너져 내렸다. 숨통이 트이기는 했으나, 육체의 통제는 여전히 되지 않았다. 벽이 없었으면 볼썽 사납게 엎어졌을 것이다. 게다가 육신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의식이 맥없 이 끊어져 버렸다.

정우는 손을 풀고, 조천기를 향해 예의 를 갖추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정우의 돌연한 행동에 조천기는 맥이 탁풀리고, 이호극은 입맛을 다셨다 곽인권의 목이 비틀어지는 순간, 조천 기와의 격전을 기대했던 이호극에게는 아 쉬움이 남았다 그런 이호극의 아쉬움을 느꼈을까? 조

천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호극 의 평소 성향을 알기에 더더욱 답답하다 정우는 패왕문주에게 의사를 타진했 다

“더 하시겠습니까?”

“이쯤하지.”

“의외군요.”

“내가 누구처럼 무턱대고 주먹부터 휘 두를 사람인 줄 아나.”

조천기는 순순히 물러섰다. 이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혹금단주와의 싸움에서 이겨 봤자 의미가 없는 데다가, 금강문주 가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그리되면 흑금 단주가 패왕문의 장로를 제압했다는 소문 이 날 테고. 이유를 파다 보면 아들의 패 배를 승복 못 한 아버지의 뒤끝 작렬로 끝 낼 공산이 컸다

“여하튼 대단하군. 곽 장로가 보통이 아닌데.”

“운이 좋았습니다.”

“그 말은못들은 걸로 하지.”

“꼼꼼하시군요.”

조천기가 비록 상황상 물러서기는 했으 나, 흑금단주에 대한 감정이 좋다고는 말 못 했다. 문파의 장로가 손 한번 제대로 못쓰고 제압이 됐으니, 속이 쓰렸다

“그냥가려고?”

“막을 텐가‘?”

이호극은 입맛만 다신 채 조천기를 잡 지 못했다. 처음부터 개입했다면 모를까, 제삼자로서 가겠다는 상대를 붙잡고 물고 늘어지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그 정도 사리분별도 못할 만큼 이호극이 누구처럼 불통은 아니다

“다음에 원하는 만큼 대접을 해주지.”

“사양하지 않겠네.”

그럴 줄알았다는듯, 조천기는곽장로 를 데리고 돌아섰다.

그러다

멈칫!

멈춰 선 조천기는 곽 장로를 복잡한 눈 으로 바라보았다. 흐}지만 그뿐 별 다른 말 없이 통로로 사라졌다.

“이러면 된거냐?”

“그렇다고 해두죠.”

“대판 싸울 것도 아니면서 적을 만들 필욘 없잖느냐”

“적인지, 아군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 지요.”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구 나.”

정우는 조천기의 성향을 파악한 것으

로만족했다

그는 금강문과 마찬가지로 패도를 추구 한다 어떤 면으로 금강문, 화천문 패왕문 은 동류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천기는 소 문과 달리 냉철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보이는게 전부는아니지.’

어떤 면에서 정우는 평소와 다른 모습 이었다;

곽장로가 도발을 했다곤 해도, 대회장 안에서 소란을 벌여서 이득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곽 장로를 일방적으로 제압함으 로 역량을 일정 부분 드러냈다

“곧 만찬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크크

크크.”

“악당처럼 웃지마라”

“크흠! 악당 같았습니까, 정의의 사도가 아니고?”

“흉계를꾸미는 얼굴이지 않느냐”

“흉계까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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