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반간계(反間計) ⑵
연전연승:
금강문의 삼남은 4차례의 대결에서 압 도적 승리를 했다. 모든 승리가 완벽해 터 럭의 의문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보다 더 완벽하기 힘들 만큼 격차를 보여주었다 금강문에 흑금단주만이 아님을 과시했
다. 삼형제에게 붙은 별호만봐도 알수 있 었다
-일격혼절, 일룡(냬g) 이강천.
-일격절명, 이룡仁龍) 이강우
-일격승천, 삼룡(三龍) 이강현.
전부 다 일격으로 끝을 내진 않았다. 2 차례의 대결에서 일격으로 끝을 냈고, 본 선 3차와 4차에서는 공방이 있었다 그럼 에도 워낙 일격의 파괴력이 격렬했고. 3 차, 4차 본선에서도 상대는 결국 혼절과 절명, 승천을 경험하고 말았었다 방심, 그딴거 없다
금강문의 삼형제는 모든 대결에 최선을
다했다. 시작부터 전력을 끄집어내기에 상 대로 하여금 엄청난 압박감과 숨 막힘을 선사해 주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환장 할 일이다. 하수에게 삼 수 양보의 미덕은 삼형제에겐 남의 일이었다. 미덕은 개뿔, 선수(先手)부터 전력을 부려 대기에 막아서 는 입장에서는 피를 말렸다 본선 4차전에서 강천과 맞붙은 패왕문 소속 패왕오걸의 일인 철권(鐵奉) 곽천웅은 5수의 공방 끝에 오른팔이 박살나고 말았 다 마지막의 정면 대응이 실수였다.
패왕문의 진신절기 천주패왕권(天柱풔
王초)의 붕산패격(扇山敗擊)을 쓴 결과다. 차 라리 맞대응을 하지 않고 빈틈을 노렸으 면 팔이 아작 나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 았을 텐데. 충돌로 주먹부터 시작해서 팔 의 관절이 완전히 부서지며 어깨까지 연체 동물이 되어 버렸다. 덜렁거리를 팔을 잡 으며 비명을 지르는 곽천웅이 회자되었다.
-금강문은 정말 대단하군요. 소문난잔 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불식시키는 경 이적인 무력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강대주님?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한 결과입 니다. 금강문은 예전부터 6대 무문에서도 무력이 강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금강문의 삼형제가 보여준 자세입니다. 상대와의 격차에도 방 심하지 않고 전심전력으로 상대했습니다. 대결에 임하는 자세만0-루-두 금강문의 삼 형제는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설명에 관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익히 경험을 해 봤기 때문이다. 월등히 강하면 본인들 도 모르게 방심을 하게 된다 이는 사람이 라면 어쩔 수 없는 통과 의례다. 반면에 금 강문의 삼형제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 무 인으로서 완벽함을 구축했다.
-무지막지하게 강한데도 전력을 기울 인다 천생 무인이네.
-저런 자세는본받을 만해. 사회도 마찬 가지니까:
-사람이면 방심도 하고 그래야지, 돌덩 이도아니고.
-역지사지 몰라? 하수의 형편도 고려해 줘야지.
-돈 잃었다고너무티 낸다
관중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무인 으로서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칭찬과 지나 치게 완벽해 인간미가 없다는 툴툴거림이 분분하다 소수의견으로 상대방을 생각해 주는 발언도 있으나, 이는 두 번 죽이는 행 위였다.
여러 의미가 있으나 결론은 하나다.
금강문의 삼형제가 신진 무인 중에서 최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금강문의 주가가 대회가 치러질수록 수직상승하고 있었다.
-그 아버지에 그아들들이네.
-부모님은 좋겠다.
-다들 서울대 간 거나 마찬가지잖아
-요즘은 대학나와봐야 별거 없어.
-쟤네는 지금도 억대 연봉일걸.
본선에 오른 16명의 무인, 그 안에 독
문무인은 2명이고 나머지는 6대 무문에 속했다. 결과적으로 6대 무문이 한국 무 림을 대표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결과였다.
-본선 16강이 시작되는군요. 여기까지 기다려 주신 관중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럼 시작을 알리기에 앞서 광고 를 보고 가겠습니다.
대회장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결선에 다가갈수록 무인의 수준이 높 아지고, 그동안 감추고 있었던 무공을 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화려함과폭발력 이 본선 초반과는 차원이 달랐다. 속도는 또 어떤가, 그때그때 초음속 카메라가 작 동을 하지 않으면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유리방벽은 뭐로 만들었기에 무인의 공격에도 끄떡 하지 않는 거냐?
-투명마수의 외피로 제작했다고 하잖 아
-어디 제품인데?
?하이퍼 팩토리래, 배터리 회산줄알았 는데 별걸 다 만드네.
원초적인 의문이기는 하다.
유리방벽은 하이퍼 팩토리에서 이번에 새로 개발한 특수 플렉시블 강화 유리다. 유리섬유에 투명마수의 외피를 혼합하여 완성한 시제품으로, 대회는 시제품을 시 험하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정우의 일타삼피를 위한 포석이다.
이번 대회에 쓰이는 제품의 대부분이 하이퍼 팩토리와 대한그룹의 합작품이었 다. 대회장 곳곳에 설치된 광고 포스터는 물론, 시설 설비에 들어가는 제품 대다수 가 대한그룹과 하이퍼 팩토리에서 만들었 다. 관중이 직접 체험을할수 있도록시제 품을 체크하는 제품 박람회로 활용했다
-하아, 시제품인데 벌서부터 수주가 5 군데나 들어왔다고.
“광고가 성공적이네요.”
정우의 이어폰식 휴대폰으로 아버지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철은 시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 갈 시동이 걸렸음에도 기뻐하기는커녕 걱 정부터 앞섰다. 지금도 공장을풀가동시키 고 있는 와중이다. 솔직히 배터리 하나만 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이 있기는 하나, 지금은 밀물 정도가 아니라 쓰나미급이었 다
-이러려고 추궁과혈을 해준 것이냐? 어 쩐지 며칠 전부터 불사초를 먹이더라니!
“아버지하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그러죠.”
-……징그러운 소리는 하지 말거라, 내 아들답지 않아!
“열심히 하시면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 까지 서비스로 깔아 드릴게요.”
-아비를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100세에도 20대처럼, 이게 제 목표예 요.”
아들의 목표가 윤철에게는 ‘100세에도 신입사원처럼.’이라고 들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들이 효자라고 치 켜세울 만한 발언이나. 윤철에게는 농담 이 아닌 진담으로 들렸다. 아들이라면 충 분히 그리하고도 남을 능력이 되었다. 평 범한 아들이 아님은 분명하다. 굴지의 대 기업인 대한그룹과6대 무문의 한축을담 당하는 금강문을 좌지우지하는 것만 봐도 평범하고는 거리가 멀다 못해, 안드로메다 급이다.
“싫으세요?”
-내 아들이지만, 감당이 안 되는구나.
“싫으세요?”
-좋아죽겠다 됐냐?
윤철은 차마 싫다고 말 못 했다. 솔직히 나이가 들수록 젊음에 대한 갈망이 커지 기 마련이다. 100세에도 20대와 같은 젊 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데, 어느 누가 마다 할수 있겠는가. 더 열심히 해야 할동기부 여는 되는 반면, 아들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의 부조화에 괴로울 따름이다.
“아버진 다시 태어나도 엄마하고 결혼 하신다고 했으니까 안심이네요.”
-……?
윤철로서는 그냥 해 본 말이기는 하다. 다시 태어나서 꼭 같은 사람을 만날 필요 는 없지 않은가. 선택의 자유를 허용해야 지. 그런데 아들이 영원불멸의 사랑을 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아니라고 한 다면 아내가 가만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망설이시네요.”
-?…당연한 걸 물으니까 그렇지!
“공장 설립에 들어가는 추가 자금은 대 한그룹에서 낸다고 했으니, 자금조달은 걱 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고맙구나. 난 이만 끊으마. 누구 때문 에 너무 바쁘게 생겼단다.
아버지와 통화를 마친 정우는 금강문 의 전용 대기실로 향했다 통로의 벽면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자 가있었다.
패왕문의 장로, 권웅(華態) 곽인권이다. 권공의 고수로 패왕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다. 권웅이라는 별호에 걸맞 은 곰 같은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통로의 너비가 넓은데도 불구하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위압감을 풍겼다.
‘강천이가잘했군.’
일련의 과정은 모른 체하고, 정우는 인 사를 건넸다.
“곽 장로님을 뵙습니다”
“혹금단주”
곽인권의 눈초리가 호의적이진 않았다.
그의 아들이 이강천과의 결전에서 팔 한쪽이 부서져 버렸다. 치료를 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뿐이랴, 대결 후승자 인터뷰에서 강천이 한 말에 감정적으로 좋 지 않았다.
-강천 군은 이번 대결이 어땠습니까?
-하던대로 했을뿐입니다.
듣기에 따라서 달리 해석이 가능했다. 평소대로 최선을 다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곽인권에게는 아들이 그저 그런 놈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들렸다
“금강문은 예의가 없군.”
“다짜고짜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 요.”
“내 아들을 그리 만들고선 시치미를 떼
는것이냐.’
“대결 중에 벌어진 안타까운 사고일 분 입니다”
곽인권도 모르진 않았다. 그 일을 가지 고 따져 본들, 제 얼굴을 침을 뱉는 격이 다. 그러나 일전에 조사단에 포함된 이들 중에 자신이 가르친 제자도 있었다. 금강 문이 공을 독차지 하지 못하도록 천무문 의 의견에 동조하다가 흑금단주에게 볼썽 사나운 꼴을 당했었다.
그때 이후로 금강문에 대한 감정은 더 더욱 좋지 않았고, 하필이며 금강문의 삼 남에게 아들까지 비참한 패배를 했다. 까 놓고 말해 그 정도의 차이가 있으면 손속 에 사정을두는 선에서 끝을 냈을수도 있 었을 것이다 한데, 정면으로 뭉개 버렸으 니 패왕문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현실 이다.
“나는 일문의 장로다, 네놈의 태도가장 로에게 할 언행이더냐! 한 수 재간을 믿고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존대를 하던 정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런 자는 회피한다고 해도, 물고 늘어질 게 분명하다. 하물며 기다리고 있 었다. 시비를 걸러 온 자에게 예의를 계속 차릴 만큼 속이 깊지 않다. 그럴 생각도 없 고, 굳이 피할 이유도 없다.
투득 투득!
붉어져 나온 힘줄이 터질 듯이 부풀었 다. 달아오른 곽인권의 안면이 흉포한 곰 처럼 돌변했다.
“네놈이 이제 막가자는 것이냐?”
“시작은당신이 한거지.”
도전한다면 받아준다. 또한 철저히 그 대가를 치르게 해준다. 금강문의 신조이 며, 신념이다 물론 금강문의 신조일 뿐 다 른 무문이나 무인에게는 똥 밟은 격이다.
“당신?! 금강문은 정녕 상종 못 할 족속
들이구나!
“주둥인 그만 나불거리고. 어차피 날 시 험하고 싶어서 온 거잖아 아니면 문주님 을 찾아가서 정식으로 항의했었어야지.”
정우의 말은 비수가 되어 곽인권의 폐 부를 찔렀다. 화가 났으면 당사자를 찾아 가거나, 정식으로 항의를 해야 마땅하다. 마치 금강문주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할 거면서 자신 앞에서 짖는다는 뉘앙스였다.
“이놈 죽고 싶은것이냐?”
“죽어? 누가? 설마 장로라는 직위가 실 력을 대변하는 줄 아는 멍청이였나.”
“네놈이 감히!”
“도해문의 멍청이가 왜 죽었는지를 상
기해 보시지.”
하는 말마다 신경을 거슬렸다
곽인권은 어이가 없었다 사실 이렇게까 지 거칠게 나올줄은 예상못했다. 적당히 고개를 숙이게 할 요량이었건만 혹금단주 의 반응은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천 무문의 장로가 망신을 당했다곤 했어도, 방심했을 것이다. 저놈이 대체 뭘 믿고 이 리 강하게 대응을 한단 말인가.
문제는 이쯤 되니 순순히 물러나기가 어렵게 되었다. 자존심 때문이라도 흑금단 주를 눌러 놔야 했다.
파팟!
곽인권과 정우의 패기가 부딪치며 파장 을 일으킨다
“죽여주마”
“말로는 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