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06화 (306/500)

제:3장

반간계(反間計) (1)

정우는 통제실에서 대회 마지막 날을 위한 초청 인사를 선별했다. 피날레를 장 식하는 만큼 유명 인사를 초청해야 한다 주£1초청 명단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 터 공을 들였다.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달 라고 예의를 갖췄다. 정재계의 인물을 두 루 살피고, 과거의 내력까지 조합했다.

“똘똘아 초청을 거절한 명단의 목록을 보여줘.”

-예, 주인님.

슈퍼컴퓨터는 도해문 이후로, 자주 사 용해주고 있었다. 꽤 비싼 가격을 주고 산 인공지능 컴퓨터이니만큼, 그 쓰임새를 다 해야 했다. 지속적인 교육과 자료 조사로 똘똘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었 다. 노후화된 부품을 최신으로 갈아 주어 성능을 개선했다: 흠

정우는 거부 명단을 확인하고, 사유를

꼼꼼히 살폈다. 단순히 초정만 하지 않고, 거절 이유를 조사했다. 기일은 오래 걸리 지 않았다. 흑막에 명해 놨더니, 10일 만 에 조사를 마쳤다. 전투수행 능력과는 별 개로 뒷조사를 하는 데는 정말 탁월한 능 력을 갖추었다. 전생의 개방이나 하오문도 따르지 못할 특수성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믿고 있겠지.”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국가의 흥망성 쇠는 변하지 않는다. 본인은 다를 거라 믿 고 있겠지만, 썩어 빠진 이들은 변화를 받 아들이기 힘들다. 그런 자들이 사회 곳곳 에 있는 이상 더더욱.

과거야 선조의 업이기는 하나, 현재까지 이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우는 그런 자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 음이 손톱만큼도 없다. 초청은 이를 선별 하기 위한 작업이다.

“알고 있었다는 뜻이겠고.”

초청을 허락한 자들이 아닌, 거절한자 들을 역으로 추적을 했다. 그 결과가 똘똘 이의 화면에 비쳤다. 저들의 면면은 사회 적으로 대단히 유명했다 골수분자이기도 하나, 정재계에 널리 퍼져 있었다

“보여줄 필요가 있지.”

민심이 원하는 건 사실 따지고 보면 크

지 않았다.

지극히 간단하다.

-부의 공평한 분배를 통한 공정한 경 쟁.

안타깝게도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이루 어진적이 없다.

왜 그럴까?

삶은 경쟁의 연속이고, 강자는 약자를 수탈하며 성장해 왔다. 이런 세상 속에서 공정한 분배와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까? 사람들을 말한다. 세금이 부족한 게 아니라, 도둑놈들이 많다고. 원리 원칙만 바로 잡아도 세상은 완전히 바뀔 수 있었 다

“나만의 정의긴 하지만.”

하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수단일 뿐이 다. 반드시 이루겠다는 대의명분이나 사명 감을 바탕으로 하진 않았다 초청인사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내고, 연합무문을 비롯한 무인들과 조합을 했 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부합되지 않은 조각이 퍼즐처럼 완성되어 갔다.

“예선에 참가한 무인들 중 지목한 자들 의 뒷조사를 하도록.”

“예, 단주님.”

정우는 6대 무문이 아닌 독문무문과

중소무문의 무인을 주시했다. 6대 무문이 야, 이미 체계가 잡혀 있어 타협할 여지가 크지 않다. 독문무문과 중소무문이 6대 무문과의 실력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자 질까지 떨어진다고는보지 않는다. 충분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재능을 발휘 할 수 있었다. 또한 본선에 오르지 못했기 에 무문연합의 주목을 받지 않았다

‘약하다고 무시할 필요는 없지.’

정우의 사상과는 배치되는 경향이 있 기는 했다. 강자의 세상 속에서 살아왔고, 강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내려다보지 않았다 목표를 위한 전략3]기 는 해도 전생과는 달라지고 있었다.

‘하나, 얻고 싶은 게 있으면 그만한 대 가는 지불해야 하지.’

약자를 위한 세상을 만들진 않는다. 사 실 그런 세상은 만들어지면 안 된다. 세상 은 약자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인간이 동 물과 다르다고는 하나, 휴머니즘 가득한 세상은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다만, 원리 원칙이 지켜지는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이 되도록 바로 세울 계획이다. 때론 강압을 써서라도.

이를독선과독재라고 표현한다면, 정 우는 감내할 자세가 되어 있다. 욕먹을 각 오도 없이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는 건 몰 염치였다.

‘믿는 도끼에 발등도 찍혀 봐야 현실을 보다 더 뼈저리게 되새기는 법이거든.’

허를 찌르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 법이 없다.

정우가 제일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었 다. 대회장을 검열했음에도 드러나지 않았 다는 걸 감안했다 감추어져 있었다곤 해 도, 동조자가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대회는 한창 달아올랐다

대결은 순식간에 끝이 날 때도 있고, 치

열한 격전을 펼칠 때도 있었다. 관중은 무 인의 대결을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것이 환호성으로 터져 나왔다. 본인들과 는 다른 자들, 초인의 격돌을 실감했다.

-굉장합니다. 검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극뢰라는 별호답게 빠르군요.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건 결과를 완성하기 위 한 과정입니다 전광십섬의 극뢰섬이 최적 화된 위력을 내도록 사각을 완벽하게 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보법으로 시야를 현혹을 시키고, 거리를 조절했습니다. 속 전속결을 연출해낸 과정은 충분히 칭찬받 아마땅합니다

-과연 전문분야라서 그런지, 해설이 귀 에 쏙쏙 박힙니다 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보는 그대로 전했을뿐입니다.

-누구와달리 겸손하기까지.

-크홈. 거 듣는누구 옆에 있습니다.

-전 신정환 해설자님이라고 말 안했습 니다만. 그리고 보니 독문무문에선 처음 으로 승리를 했군요.

50번의 대결에서 독문무문과 6대 무 문은 10번을 겨루었고, 모두 6대 무문의 승리로 결착이 되었다. 예선을 치르지 않 고 본선에 진출을 하면서 특혜가 아니냐

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10번 모두 승리 하자, 6대 무문의 명성이 고스톱 쳐서 딴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명성만큼 이나 실력이 뒷받침되었다.

중소무문이나 독문무문의 무인들은 의기소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이때 전광문(電光門)의 승리는 희소식이었다. 예 선에서 떨어진 무인들은 돌아가지 않고 대 회장에 남아서 독문무문과 중소무문을 응원했다. 그들에게 있어 다가서지 못할 장벽이기는 하나, 대결을 관전하면서 배울 점이 컸다.

대결은 지연 없이 지속되었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서 간단한 프로 필을 제외하고는 퍼포먼스를 자제했다 두둥!

좌중이 집중되었다.

금강문의 일룡, 이강현의 차례이기 때 문이다. 정우 앞에서나 무게감이 떨어질 분이지, 대외적으로는 금강문주와 혹금단 주의 뒤를 잇고 있었다. 관중은물론, 무인 들의 시선도 날카롭게 변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무인을 꼽자면 단연 이강현이었다

‘망할!’

철각문(鐵脚門)의 김종석은 죽을 맛이

예선을 통과하고 난 후, 조 추점을 할 때까지는 기대를 했었다. 하필 본선 1차 상대가 신진칩룡의 금강일룡일 줄이야 남 기탁을 떨어뜨린 강천의 무지막지한 기량 을 보고선 더더욱 절망했다.

‘남기탁처럼 허무하게 떨어질 순 없어!’

김종석은 각오를 다잡았다. 이강현도 사람이다 응당 빈틈이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명성을 쌓으면 길가에 채는 돌멩이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꿀꺽

강현을 마주한 김종석은 마른침을 삼 켰다. 방심은커녕 단호한 결의까지 전해졌 다. 하수를 대함에도 한 치의 방심도 하지 않는 그야말로 정석적인 대응이었다

‘야 인마! 방심을좀 하라고!’

딱 봐도 하수처럼 보이는 김종석은 애 가 탔다. 이 돌덩어리 같은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허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답답함만 자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정중하기까지. 완벽한 모범생이다.

김종석은 안 되겠다 싶었다. 이러다가 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이번 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어야 하기에 절박했다. 하나, 자신도 남기탁과 다르지 않은 결론이 기다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이 들었다

‘그래도 얌전해 보이니.’

강천과 다르게 강현은 반듯했다. 방심 은 하지 않지만, 강천처럼 무식한 수를쓸 것 같지 않아 다소 안심을 했다. 다리를 잡아 바닥으로 있는 힘껏 집어 던진 내장 터진 개구리는 되고 싶지 않았다.

-둥둥둥!

대결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우웅

시작과동시에 김종석은 얼어 버렸다.

강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형상 화되어 무지막지한 기세를 발산했다. 강천 보다 작아 보였던 강현이 김종석의 두 눈 에는 태산보다 더 커 보였다.

“?…기권!”

영광이고 자시고 살아야겠다.

김종석은 헛바람을 삼켰다. 강현의 주 먹이 바로 코앞에서 멈춰 섰다 얼굴을 덮 고 있는 살가죽이 권의 풍압에 뒤통수로 몰렸다. 이대로 더 나아갔다면 살가죽과 두개골이 분리될 뻔했다

‘?…"죽을 뻔했네!’

무인으로서 기권은 부끄러운 행위일 수

있으나, 김종석은 안도했다. 승패가 결정 이 되기까지 강현의 두 눈은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만약 허튼짓을 했으면, 멈춰진 주먹이 얼굴을 뭉갰을지도 모른다.

“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승패가 확실하게 갈리고 나서야, 강현 은 돌아섰다

김종석은 금강문이 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지를 여실히 체감했다. 방심은커녕, 언제 어디서든 만반의 준비를 흐}고 있었 다

‘ 대단하구나.’

실력분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완벽했다 김종석은 질투보다, 저 나이에 저만한 기량과 정신무장을 했다는 사실에 경탄하 지 않을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