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03화 (303/500)

강천의 악담에도 정우는 태연했다. 악 담이나, 덕담이나 중요하지 않았다. 그딴 미신은 믿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본인의 실력이다. 능력이 바탕이 되면, 그 어떤 역 경을 이겨낼 수가 있다 제 2장 본선 ⑴

“수고했어.”

“일찍도 찾아온다.”

공연을 끝내고 무대를 내려온 하라는 정우를 기다려야 했다. 얼굴을 보고 다음 스케줄을 가려고 했는데, 코빼기도 보이 지 않았다. 매니저가바브다고 밖에서 아 우성을 치는 걸 겨우 말렸다. 일전의 파티 의 일도 있고, 행사를 한다기에 모처럼 여 자 친구가 어렵게 행차를 했건만. 정우의 무책임에 골이 나 있었다.

“바쁜 거 알잖아 벌써부터 마누라처럼 간섭하진 말자”

“진짜 개 쿨해. 날 이렇게 방치해도 되 는거야?”

“방치가 아니라자유지.”

“자유라니, 방생하고선.”

“원한다면 제대로 간섭해 줄 수도 있어. 참고로 내 성격 잘 알지?”

하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 대

답잘해야 했다 빈말은 없다. 정우는 하고 자 한다면 반드시 실행하는 빌어먹을 뚝 심을 가지고 있었다. 화장실조차 맘대로 못 갈 정도로 숨이 턱턱 막히도록 간섭당 할지도 모른다 한편, 나름 좋을지도몰라 변태처럼 느껴진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왜 또 정색하실 까?”

“또‘?”

“내가 또라고 했어? 또라이도 아니?…. 아냐 그냥한 말이지.”

단어 선택이 심이 유감스럽지만, 말까 지 더듬는 하라의 허둥지둥이 귀여웠다.

이래서 여자는 조련하기 나름이구나.

“내 넓은 아량으로 오늘은 넘어가 주 마”

“고마워서 눈물이다 나, 혹혹!”

정우는 혹금단주로서 대회장의 보안을 총괄하고, 마법사로서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서 변환마법이 가능한 재질인 쿠르탄의 외피를 사용한 옷을 입었 다 쿠르탄은 상급 마물로 재생력과 변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6m의 키에 1톤이 나가는 거대한 육체를 소유했음에도 상당 히 빠르다. 또한 속성력에 내성을 가지고 있어 어중간한 유니크는 사냥하기 어렵다

3개월 전에 8급 케이브가 열릴 때 쿠르 탄을 쳐 죽이며 외피를 얻었다. 당시 쿠르 탄 킹은 금강문주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쿠르탄 킹과의 싸움은 치열했다. 8급 마 물도 금강문주 앞에서는 양민에 가까웠건 만, 쿠르탄 킹은 굉장한 내구력을 지니고 있었다

-치는맛이 있구나, 껄껄껄!

그로 인해 더 처절하게 처맞고 죽었지 만

정우는 쿠르탄의 외피를 가공해서 옷 을 제작했고, 변환마법을 걸어 때와 상황 에 맞게 원하는 형태를 구현해 낼 수 있었 다. 특히 내구력이 뛰어나고 재생력까지 갖추어서 영구보존이 가능했다. 자체적으 로 방수, 방진, 생체 리듬에 따라서 호흡까 지한다.

“나도그거 하나 줘.”

하라도 정우가 입고 있는 쿠르탄 재질 의 옷이 탐났다. 저것만 있으면 공연에서 굳이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되었다. 공연 때마다 갈아입기가 굉장히 귀찮았다. 특 히 오늘 공연처럼 꽉 달라붙는 스판바지 는 입을 때도 곤욕이지만 벗을 때는 더 심하다 정우가 간혹 벗겨 줄 때는 쉬웠지 만

“3억만 내.”

“……3억? 왜 그렇게 비싸! 그리고 여자 친구한테 옷을 파는 인간이 어디 있어?”

대한그룹의 손녀이며, 잘나가는 국민 여동생이기는 해도.

옷 1벌에 3억을 주고 샀다고 하면 손가 락질 받기 딱좋았다 돈이 있으면 살수도 있지, 자기 형편에 맞게 산 건데 뭐가 어때 라고 할 수도 있으나. 연예인은 일반인과 같은 잣대로 비교하지 않는다

“한두 푼이면 사줄 수 있지만, 이건 비 싸잖아. 또한 본문의 예산으로 측정되어 서 공짜로 주기는 어려워. 그럼에도 불구 하고 넌 내 여자 친구라서 특별히 원가로 주는거야.”

시중가로 샀으면 4억[email protected]다

“네가 사서 좀 주면 되잖아. 돈도 많이 벌면서.”

“공짜바라면 머리 벗겨진다”

“제발그런 말좀하지 마 대체 언제 적 사람이야!”

최신의 유행어를 밀었다고 확신했던 정 우의 동공이 찰나 경직되었다가 풀렸다. 나름 충격적이었다

‘내가 뒤처진 건가?’

요즘 시대에 맞는 공부를 등한시한 모 양이다. 전생에서는 시대를 앞서간다는 말 을 들어왔기에 충격이 크다. 각종 예능과 개그 프로그램을 꾸준히 봐야할듯싶다

“하라야, 입고 싶으면 사서 입어.”

“됐어, 치사하게.”

볼을 부풀리며 토라진 하라가 연신 홍 흥 거렸다.

이 토라짐을감싸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잘 살렸다. 어지간한 사내는 원하는 대로 다 사주고, 개털되기 딱좋은 콘셉트다. 하나, 정우에게는 씨알도 먹히 지 않았다. 여자 친구라 해도 등가교환의 법칙은 패시브 스킬처럼 사용되고 있다.

“3억 짜리를 안 사준다고 해서 치사한 사람이 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만”

“누가 진짜로 사달래? 말이라도 예브게 해주면 어디가 덧나? 내가 그거 없다고 뭐 라는거아니잖아”

하라도 진짜로 사달라고 한 말은 아니 다. 뭐, 공짜로 준다면 마다하진 않겠지만. 억지를 부리지는 않는다. 정 필요하면 돈 내고 사면 된다. 비싸더라도, 필요하면 살 돈이 있다. 굳이 남자에게 의존하며 살고 싶진 않았다

“방귀 뀐……!”

“그만해. 가만안둬!”

하라는 주변을 돌아보기도 전에 주먹질 부터 할 뻔했다. 주먹질을 한다고 맞을 정 우가 아니기는 하나, 정우가 농담을 하면 이상하게 화가 치민다.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하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니 그 나마 인내심이 생기긴 했다.

‘이러고도 얘를 만나는 걸 보면, 나도 이상한건가?’

하라는 사람 심리가 요상하다는 걸 새 삼스럽지만, 인정해야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친절했지만, 속 마음까지 일관성 있지는 않았다. 반면에 정우는 친절하진 않아도 이유 없이 함부 로 대하지도 않았다. 딱 선을 지키면서도 목적을 위해서 나아간다. 방법에 관해서 는 다 안다 자신하지 못해도, 한결같은 일 관성 하나는 으뜸이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선지,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하 다 보니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 건지.

‘중요한건아니지만.’

하라의 상념은 길지 않았다 지금 이 순 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정우라 는것. 그 외는 보이지 않는다. 때론 실망 할 때가 있고,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좋 아하는 감정을 숨기고 싶진 않다:

“오늘나 열심히 했으니까 상줘.”

하라의 당돌한 요구에 정우는 재지 않 았다. 그녀의 허리를 잡고 반쯤 눕혀 영화 와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이대로 허리케 인과 함께 저 멀리 이계로 날아간들 나브 지 않았다.

쪼오옥!

진하고 깊숙한 어른의 농염한 키스.

꾸물꾸물

하라는 입 안에서 자유분방한 살덩어 리의 향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구강 청 소하는 것도 아니고. 이 인간이 항상 경계 를 넘어서는데 주저하지 않는단 말이야.

이럴 때는 굉장히 공격적이며, 무책임했 다

자기 입 안아니라이거지.

“혀까지 넣으면 어떻게?”

“넣을 거 다 넣은 사이에 뭐가 어때서.”

“말을해도. 저질이야”

“돌부처는 싫다면서.”

도청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라는 개인 대기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굳이 누 가 본다고 해도 거리끼지 않는 정우지만 배려는 했다. 다음에는 대기실에서도 편히 쉴 수 있도록 침대도 가져다 놓기로 결심 을 굳혔다. 혹시 알아 자주 쓰이게 될지?

같은 환경, 같은 장소는 권태기의 지름길 이라고 했으니.

“나사랑하는거 맞지?”

“넌꼭 확인하려고 하더라”

“그러는 넌 꼭 말을 안하더라”

“말을해야 아냐?”

사나이의 순정을 모독하지 말라고 하 면, 하라가 가만있지 않겠지. 순정을 언급 하기에는 지나치게 능숙하다?

“그럼 말을해야알지.”

“넌 다르잖아”

“신안을 가져도, 나도 여자야.”

“사랑한다”

“만날누워서 절 받게 해.”

“그럼 서서 받아”

전생이었다면 과연 해달라는 대로 해 줬을까? 헛소리 지껄이면 가만두지 않겠 다고 협박했을지 모른다. 되돌아보니 절대 좋은 성격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사람 죽이는 데 최적화된 삶을 살아온 인생에 서 낭만을 찾는 것부터가 배부른 소리니 까

‘괜찮네.’

나름 장족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메말 라 있는 감정이 살아나는 중이다. 다만 아 직도 자신과 가족보다 하라를 우위에 두 고 있진 않았다

‘나보다는 네가 먼저가 되어야 해.’

남녀가 결혼을 해 부부가 되기 전까지 는 본인과 가족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 누군 가에게 의지를 한다면 과연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의지할 대상을 찾아 행복하다 면, 그 대상이 사라지면 어찌 되는 건가. 인생의 주인은 본인이 되어야만 행복하다 고본다.

정답은 개인의 결정에 달려 있다. 굳이

사상을 강요하진 않는다

“대회장에는 당분간오지 말고.”

“위험한 거야?”

“모르지.”

“ 알았어.”

하라는 구질구질하게 묻지 않았다. 내 남자를 믿는다. 이 세상에 정우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자신했다. 인류가 멸망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사람이 누 구냐고 물어본다면, 정우라고 답할 것이 다

“아 출연은 어떻게 할까?”

“아침 방송에 나갈까 고민 중인데, 어

때?’

역시 내 여자.

호락호락하지 않다. 끝까지 방심하지 않 는 하라의 경계심을 칭찬했다. 그러나 수 작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 강 피디의 프로그램은 어쩌고?”

1스케줄이 꽉차서, 왜 싫어?”

“나야 괜찮지.”

“그럼 돌아가서 회사에 말해 볼게.”

하라의 격장지계이자 얄팍한 꼼수다. 게임이나 운동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 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럴 바에는 가 장 안전한 방송을 하는 편이 낫다

‘머리 잘 썼군.’

정우는 입맛이 썼지만, 상관하지 않았 다. 강 피디의 스케줄은 꿰고 있었다. 곧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내놓을 예정이 었다. 은밀하게 미끼를 던지고 있는 중이 다. 하이퍼 팩토리와 금강문을 홍보하는 데도 적합하고.

-꽃보다금강문주

콘셉트가 좋다.

“ 망혼은?”

“모르는눈칩니다.”

대회장에서 멀지 않은 7충의 호텔, 최 상층에 룸을 잡은 자들이 있다 의심을 사 지 않기 위해서 인원을 분산시켜 놓았다. 도해문의 일로 대회장의 보안이 예상보다 더 삼엄했다. 그렇다 하나 망혼은 저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방심은 금물이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인원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최후의 최후까지, 준비는 완벽해야 한 다. 실패는 지난번으로 족했다. 설령 모든 일이 틀어진다 해도. 그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총관께서 친히 오시기로 되어 있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직접적인 개입은 가급적 하지 않아야 이득이다. 전면에 등장하게 되면 희생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라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