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장
용인술(用人術) (3)
강천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다리가 풀렸는지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 망할 놈은 어떻게 된 게 빈틈이 하나도 없었다. 없는 데서는 다들 대통령도 욕하잖아, 그 런 사소한 권리마저 빼앗고 지랄이었다 이쯤 되니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었다
“그래했다, 그래서 뭐! 저거 다 사람들 괴롭히려고 만든 거잖아 내 말이 틀려?”
“ 뻥인데.”
단순한놈
정우가 피식거렸다.
≪.
“욕했구나.”
정우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새하얀 치아 가 드러나는데, 강천의 안색은 파랗게 질 리며 사색이 되어갔다. 덩치는 산만한 게 겁이 많다고 지적할 수도 있으나, 정우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말 못한다. 한편으로 그 짧은 시간 강천의 꼼수를 비틀어 버리는 정우의 사악한 센스에 혀를 내두르게 했 다
‘가지고 노네.’
‘하긴, 언제는안그랬나:’
강현과 강우는 동생에게 삼가 생인(生 人)의 명복을 건넸으나, 남의 일로 치부했 다. 일단본인만 아니면 큰 문제가 되지 않 았다 정우가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제자 리에 돌려놓을 테니 안심해도 된다.
한편으로 요 근래 강천이 팽세경과 벌 인 애정행각이 굉장히 불편했다 동생이라 고 해서 안구를 테러할 권리는 없었다. 지 나가는 곳곳에서 안구에 암이 걸렸다는 항의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강천이 넌지시 물었다.
“때릴 거야?”
UQ ≫
강천은 자리를 회피해야 한다는 본능의 경고를 따랐다. 손속을 펼치기 전, 신속히 탄보를 펼쳐 정우의 제공권을 벗어나야 한다.
‘?…는 내생각이고!’
강천은 허공으로 들린 채 정권 100방 을 처맞았다. 기관총도 이보다는 느리다. 초음속의 광속 펀치였다. 일명 탈곡기 펀 치로 강천을 탈탈 털었다.
퍼퍼퍼퍽!
주먹은 보는 것 이상으로 더 빨랐다.
강현과 강우도 넋을 잃고 쳐다봐야 했 다. 언제 저 구석까지 갔는지 보이지도 않 았다 눈을 깜빡 거렸을 뿐인데, 동생은 걸 레가 되어 있었다. 금강불괴에 다다르고 있는 육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얼굴이 아니다
‘괴물 같은 놈!’
‘얼굴만 때렸네!’
얼굴이 거의 두 배만 해졌다. 원래 저 정도로 부풀어 오를 만큼 처맞으면 인사 불성이 되어야 마땅하나, 어찌나 교묘하게 때렸는지 강천의 정신은 또렷하기만 했다.
찰나의 100방이나, 권격의 하나하나가 잊히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 강천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기절하는 편 이 나았을지 모른다. 기절하면 고통은 느 껴지지 않을 테고, 자고 일어나면 자연치 료로 인해서 원상복귀가 될 테니까.
“?…$!%A#[email protected]%@#A(너무한 거아냐)?”
“전혀.”
대화가 된다
“!''(그래도 그렇지, 친구 용안을)!”
“친구도 잘못하면 처맞는 거지.”
입에 발린 말만 하는 친구보다, 쓴소리 를 할줄 아는 친구가 낫다고 했다 올바른 친구의 상위호환 버전인 정우는 쓴소리보다 진화한 수단을 써주었다: 자고 로 매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친구의 바른 길을 위해선 언제든 주먹을 들 용단을 지 녔다.
부르르르!
강천은 뭉개진 입술과 파열된 혓바닥으 로 인해 언어전달에 심각한 오류를 범하 고 있으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정우 의 무상안이 자체 번역 기능을 발동시켰 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번역인가.
‘말도 안 되는 걸 당연하게 하네!’
‘이거 혹시 생각도 읽는 거 아냐?’
강현과 강우는 생각을 일시 중단했다. 괜히 얽히면 자신들도 동생과 다르지 않 은 처지가 될 우려가 있다. 저놈은 형이라 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아버지와 대련할 때 보면 어른도 몰라본다. 물론 아버지도 애들을 몰라본다. 남녀노소 싸우기로 작 정하면 전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준다.
“욕했다고 해서 때린 거 같니?”
“$A&@A&@&2(그럼 뭔데)‘?”
강현과 강우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
신들도욕해서 때린 건 줄알았다 깊은뜻 이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하며, 주저하지 않은 정 우다 그런 주제에 이유가 있다고 하면, 곧이 곧대로 믿어지겠는가. 이미 처맞을 대로 처맞고, 걸레가 되었는데 말이다. 설령 있 다고 해도, 이유부터 말해야 하는 것 아닌 가. 처맞고 나서 사정을 알면 뭐하나. 소도 잃고, 외양간도 망가진 기분이었다
“장치는 사람을 괴롭히는 고문용이 아 니야, 오해가심하잖아”
“®%&2(무슨 그런 말도 안 되
는!”
“말이 돼, 저 장면을잘봐”
탈락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장면의 연 속이다. 다들 10단계 중 5단계에서 탈락 의 고배를 마시고 있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본다고 뭐가 달라져)‘?”
“자세히 봐야지.”
정우는 예선을 치르는 장면들 중 몇 개 를 되돌리며 보여주었다 삼형제는 뭔가 달라지고 있는 걸 확인 했다. 따로 떨어뜨려 놓고 보면 모른다. 하 지만 단계를 하나로 이어 놓고 보면 달랐 다
“발전하고 있잖아!”
10개의 장치를 통과한 자들이나, 통과 하지 못한 자들이나 중요하지 않았다. 단 계를 올라갈 때마다 미모하지만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나 버릇을 수정해 주었 다. 특정한 소수가 아닌, 다수에게 맞추어 서 완성된 정교한장치였던 것이다.
무턱대고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만든 고문용 장치가 아니었다. 그런 말은 정우 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위였다
“설마 참가자를 떨어뜨리려고 만들었겠 어. 나그런 사람아니잖아”
“(정말이네).”
“답답하다 그런 썩은 안목으로 어쩌려 는거야‘?”
“$%@#(망할)!”
핵심을 정확히 꼬집었다. 무인에게 있어 역량만큼 중fi한능력이 안목이다 정확히 볼 줄 모르면 비명횡사하기 딱 좋았다 맞을 짓을 하고 맞아서 서글픈 강천. 차 라리 이유 없이 처맞으면 욕이라도 하지, 이젠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강현은동생들과 달리 의문점이 있었 다
예선은 본선을 위한 역량을 검증하는
자리다. 냉정하지만 굳이 생판 모르는 무 인의 역량을 향상시켜 줄 필요성까지는 없 었다. 정우 개인적으로 벌인 일도 아니고. 금강문의 흑금단주로서 계획한 예선 대회 이기에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야.”
“내가 뭘 모른다는거냐?”
“관중이나, 시청자만여론일까?”
“아!”
민심을 얻는다고 할 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까?
여론을 휘어잡아 선동하는 것도 물론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여 론전에 무조건적으로 귀를 기울일까? 하 도 많은 선전과 선동에 당한 사람들은 인 이 배겨 있었다. 민심을 얻기 위한가장 확 실한 카드는 신뢰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디에서 올까?
그저 눈으로 지켜본 관중들이나, 시청 자들을 통해서? 그들에게는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눈요기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에 예선전을 치른 무인들이라면 다 르다 그들은 실질적으로 경험을 해 봤고, 느꼈을 것이다. 생생히 경험을 하고, 역량 까지 늘었다면 믿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무인의 입을 통한다면 보다 확실하겠
지.”
“허!”
강현은 그저 감탄했다. 설마 그런 작은 부분까지 감안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는. 정우로 인해 항상 겸손의 미덕을 깨닫고 있었다 나름 자신을 잘 안다고는 해도, 자 만심에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정우 는 뛰는 놈 위에서 날다 못해 우주를 여행 하는 놈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분만이 아니야.”
“또 있어‘?”
“예선을 치르는 참가자들 대부분이 무 문연합의 무인이 아닌 중소무문이나 독문 무문의 무인이잖아 개인이었을 때는 미력 하나, 단체가 된다면 어떨 거 같아?”
“또다른 힘이 되겠지.”
“예선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자질이 부 족하다고는 생각하진 않아 그건 편견이거 든”
“너는 항상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구 나.”
금강문이 아닌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한 다고 해도 문제가 되진 않는다 저들은 이 미 호의적인 감정을 가졌다. 그것만 해도 여론을 얻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다른 이도 아니고, 그들의 입을 통한다면 효과 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하나, 우승하지 못하면 무용한 계책이 기도하지.”
담담히 말하지만, 삼형제가 받는 압박 감은 실로 굉장했다.
밥상을 차려 주고 수저만 뜨면 되는데, 이조차도 얻어먹지 못하고 발로 차 버린다 면? 차마 상상하기도 힘든 험한 꼴이 기다 리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도 가만있지 않 을게 분명하다
“응원을 해도 부족한 판국에 부담감만 늘려주고, 너무하잖아!”
“그럴 때는 지났다고 보는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요, 강우 형?”
목표 달성을 위해선 삼형제의 승리가 필요했다. 아니었다면 굳이 훈련교관을 자 처하지 않았다. 변수에 당황해서 계획이 무너지거나, 엇나간다면 뒷감당을 제대로 해야할거다:
“그렇다면 좀 더 열의를 불태울수 있도 록,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주마”
“엎드려 절 받기도아니고.”
“문주님께서 개인 사비를 털어 돈을 거 셨단다. 참고로 내 돈도 꽤 많이 들어갔 어.”
“왜?”
대회는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사익(私益)이 지나치게 크게 발생할 경우 질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이를 개선 하기 위해서 정부에 허락을 구했고, 받아 들여졌다. 경마나 경륜처럼 배당을 정해 한도 이내로 돈을 걸 수 있게 했다.
단계는 토너먼트로 진행이 되며 여러 명에게 걸 수도 있고, 1명에게 몰빵할 수 도 있다 1명이면 위험성은 높지만 수익이 크고, 다수면 위험성은 낮으나 수익이 적 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이만한 방법
도 없지.’
돈이 모이는 장소에는 똥파리들이 꼬이 기도 하기에 수작 부리는 자들은 걸러 내 는 작업이 선행되었다. 사행성을 추구하지 는 않았다. 수익의 70%를 무문연합의 이 름으로 기부하기로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집행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각 무문에서 감시 인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아버지 돈도 아니잖아”
강천이 얼굴을 회복했다. 두 배나 커졌 던 대두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얼마 걸 리지 않았다. 강인한 육체만큼이나 회복 력도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아버지의 사 행성을 조장하는 행동에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은 아들의 발버둥이 구구절절이 느껴진다.
“세경의 카드로 결제된 거잖아!”
“ 억울하냐?”
“당연하지, 아버지 돈도 아닌데 우리가 왜 책임을 져야 해.”
“그렇지. 지극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발 언이다”
“거봐알면 됐어.”
강천은 설득이 통해서 다소 안도했다. 괜히 대회를 치르다가 실수라도 하는 날 에는 덤탱이를 쓸 수도 있었다 솔직히 진 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도 부담감을 않고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강현과 강우도 심히 공감을 하는지, 고 개를 끄덕였다. 좀 전의 멍청한 발언과는 대조적인 명석함이 돋보였다. 잘 키운 동 생 하나 제물로 쓰기에는 아까워졌다.
“하면문주님 앞에서도 할수 있겠니?”
“뭐?”
정우는 명복…… 아니, 응원을 해주었 다
“문주님의 돈이 아니니, 책임지지 않겠 다는 발언. 지조가 있었다. 소신을 가지고 주장을해봐라”
“?…그러는너는?”
“부자간의 대화이니, 제삼자는 빠져주 는게 예의겠지.”
정우의 무책임한 발언에 삼형제는 멘붕 이 왔다.
분명 일리 있는 발언이기는 하나, 상대 가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일관성 있는 비 논리와 막되 먹은 폭력을 두고 소신 발언 을 할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될까? 간디 도 그 앞에서 비폭력 주장하면 처맞을 거 다. 무엇보다 그럼 우승할 자신이 없냐 라 고 되받아칠 게 분명하다. 이기면 그만이 라는 아버지의 뚝심이 있는 성급한 일반 화의 오류를 어찌 감당하라고.
“문주님이 돈에 연연하지 않는 분이셨 던가, 난모르겠네.”
정우의 ‘제삼자 or 논외’ 전략에 삼형제 는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연세가 있으신 김 총관님도 함부로 대 하는 무식한 아버진데, 자식이라고 가만 히 놔둘까. 아버지가 돈에 연연하는 성향 은 아니더라도, 돈 잃고 속없이 허허거리 진 않는다.
‘우리의 아버지지만 대책이 없는분이시 잖아’
‘이건자살 행위야’
‘반드시 이겨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
도.’
아버지의 든든함이랄까? 삼형제는 전 의를 불태웠다. 상대가 누가 됐든 이기고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불태웠다.
‘우리의 사전에 방심은 없다:
‘방심해서 지면 그땐 자살하는 편이 나 을지도 몰라’
‘아버지만이 아니야, 정우 저놈도 문제 라고!’
톡 까놓고 말해서 아버지와 정우보다 무서운 사람은 여태 만나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 방하다 어떤 괴물이 나타나도, 그 이상의 괴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갑자기 힘이 막솟고 그러지 않아?”
“차고 넘친다 새끼야!”
“우승하면 너희가좋지, 내가좋겠냐?”
“넌 절대 편히 못죽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