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301화 (301/500)

제1 장

용인술(用人術) ⑵

-。卜~! 안타깝습니다. 1센티만 더 올라 갔으면 통과했을 텐데요.

-그 1센티가 실력입니다. 그 작은 차이 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거니까요. 이를 극복하느냐가 골을 넣느냐, 넣지 못 하느냐로 나뉘는 겁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격앙된 목소리가 대회장 안을 울릴 때마다 관중의 열띤 함 성이 메아리친다. 혼연일체가 되어 분위기 를 고조시켰다.

-중력이 3밴데 저걸 뛰어넘네.

-그러니까 유니크는 스포츠에 못 나오 지, 인간들이 아니라니까!

-그나저나 X나 재밌다!

-초인들의 스포츠도 나오면 좋을 텐데, 초인 8종경기하면 끝내주겠는데.

-그돈 받고 하겠냐!

-재밌으면 돈이 될 거다

예선전임에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었

다. 이는 전문 아나운서의 힘이었다.

무림대회에서 섭외한 아나운서는 최근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몸값이 수직상승 하고 있는 전성주가 맡았다. 워낙 발성이 좋은 데다가 치고 들어갈 때의 타이밍과 단어 선택 센스가 뛰어나 각광을 받고 있 었다. 일단 말주변이 좋으니 귀에 속속 박 히고 흥미를 유발시켰다.

여기에 바늘이 가면 실이 가듯 따라오 는 신정환 해설자와의 콤비플레이가 환상 적이었다. 신정환 해설자도 근래에 들어 입이 트이면서 전성주 아나운서에 버금가 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직 설적으로 던질 때마다 빵빵 터진다.

둘 다 톱 아나운서와 해설자다 보니 페 이(Pay)가 세기는 했다. 그럼에도 그만 한 가치를 입담과 해설로 증명했다.

-해설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히 강선일 씨를 모셨습니다. 이분은 우리나라 를 대표하는 무문연합 소속 신룡문의 선 검대 대주를 맡고 계십니다. 무력대의 대 주님을 직접 만나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 다 특별 해설자로 강선일 대주가 선택되었 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유명세가 있다고

는 해도 무림대회는 처음이었다. 말로써 재미를 유발하는 선으로 끝이 나면, 홍미 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 해서 전문성이 있고, 안목과 식견이 있는 해설자가 필요했다. 안목이 있으려면 무인 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무인으로서 대회를 보는 관점에 대해 서 말씀해주십시오.

-무인도 사람입니다. 딱히 특별하지 않 습니다. 무공을 배우든 배우지 않든 이해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 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신정

환 해설자의 해설을 듣다 보면 축구 해설 을 하는 줄 알겠더군요.

전성주의 발언에 신정환이 발끈했다.

-이 사람이, 말이면 단줄 알아!

-아나운서가 말이면 다지, 뭐가 또 있 겠습니까 말은 못하고 다른 걸 잘하면 아 나운서를 어떻게 합니까?

겉으론 감정이 상해서 싸우는 줄 알겠 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서로 간의 티 격태격이 전성주 아나운서와 신정환 해설 자의 매력이었다. 간혹, 전문성이 결여된 방송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어 시청자의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소수 의견일 뿐 대 부분은 선호한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3단계를 넘지 못 하는데, 어떤 점이 문제일까요?

-3단계는 고정되지 않은 발판에서 움직 이고 있는 물체를 공략해야 하기에 균형감 각은 물론, 집중력을 요합니다. 기본에 충 실하지 않은 무인에게는 쉽지 않은 영역입 니다

-그게 무공을 익히는 데 관련이 있는 겁니까?

-신정환 해설자님처럼 운동을 해 본 분 이라면 알 겁니다. 무공도 운동과 마찬가 지로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암요! 입만 나불거릴 알았지, 이 사람 이 운동을 해 봤어야지. 참!

-신정환 해설자님은 쉰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저보다 배가 더 나왔네요. 그게 운동한 사람 뱁니까? 막노동 아저씨지.

처음 하는 조합임에도 강 대주는 튀지 않으면서 파티의 조화를 이루었다. 간간히 전성주와 신정환이 양념을 잘 쳐줘서 무 미건조하지 않고, 관중의 이해를높였다 대회장 곳곳에 설치한 대형 화면의 슬 로모션과 캡처는 관중의 탄성을 내지르게 했다.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슬로모션 카메라가 찍어냈다. 인간의 원초 적인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최첨단 시설 과 조화를 이루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했다.

-저분목소리 좋다.

-나이가 있어서 아저씬 줄 알았는데, 완 전동안이다.

-실제 무인이고, 무력부대의 대주잖아 능력도 있는거네.

-아직 미혼이라는데.

-그래도 넌아냐.

-내가어때서?

-넌 못생겼어.

-…….(죽어)!

강 대주는 의도치 않은 진행임에도 떨 지는 않았다. 비록 진행은 처음일지라도, 그는 무인이며 유니크다. 무인은 언제 어 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게 중 요하다. 케이브에선 평정심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본인의 목숨뿐만 아니라 대원들의 목숨까지 잃을수 있었다 평소에도 냉철한 성향이라 딱히 주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요즘 너무이상하단 말이야’

해설자로 추천을 한 분이 신룡문의 장

로 무화(武花)였다.

일반인과 무인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기 하기 위한 일환이라 강 대주도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문주께서도 신룡 문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은근한부추김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속이 깊으신 분이 아니신 데.’

강 대주는 무화와 친한 편이다.

용무가 없을 때는 대련 상대도 돼주었 다. 대련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해보 나 마나니까. 무문을 대표하는 무인으로 서 무화 누님은 정말 강하다. 문주님을 제 외하면 문파 최고의 고수라 불려도 손색 이 없다. 이는 장로들도 인정하는 영역이 다

그럼에도 무화 누님의 문파 내 영향력 은 미미했다. 까놓고 말하면 자신보다 영 향력이 없다시피 했었다. 하는 일마다 손 실을 내는 마이너스의 손으로 유명하기까 지 하다. 그런 무화누님이 문파의 핵심이 되었다

‘본문의 진신절기에 약점이 있을줄 누 가알았으랴.’

사실 약점이라기보단 싱극이라고 봐야 한다. 신룡무는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완 성이 된 무공이다 약점이 있다고 해도, 이 는 수련자의 역량이 미치지 못한 결과였었 다. 하지만 무화 누님께서 찾아낸 약점은 그야말로 상극, 무공초식을 펼칠 때마다 취약점을 노출시키도록 유도했다.

‘투로를 선점한다고 해야 하나.’

초식의 형이 유도된 뒤로는 맥이 잡혀 버렸다. 신룡무를 구속하는 감옥과 같은 무공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약점을 파훼 하는 무공을 발견했고, 이를 익히면 성취 를한단계 이상끌어올릴 수가 있었다.

‘전혀 무화누님답지 않아.’

말수도 많고, 약간은 촐랑거리기까지 했건만 요즘은 함부로 말을 걸어선 안 될 것 같은 묵직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사람이 한순간에 달라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수상하다. 어지간한 충격 을 먹지 않고서는 변하지 않을 무화 누님 이다 문주님 앞에서도 자기 할 말은꼭 하 는 성향인데, 하루아침에 바뀌겠는가.

‘좋은쪽으로 바뀌긴 했는데 찜찜하네.’

강 대주의 상념은 전성주의 질문으로 인해 깨졌다

-강 대주님! 시청자분들의 이해를 위해 서 각 무공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무공의 요체를 말씀드리고자 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합니다. 그보다는 예 선에 참여한 무인의 능력을 검증하면서 필 요한 부분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무공에 대해 설명을 한들 어차피 형식 적 이해에 불과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말 이기에 더더욱 어렵다. 그럴 바에는 예선 을 위해 설치한 10개의 시험을 토대로 필 요한 무공을 설명하는 편이 나았다

-몸치한테 무공을 설명한다고 이해가 되나.

-거, 좀! 아마추어께서는 입을 좀 닫으 세요. 자꾸 풋내가 나잖아요.

-이 사람이 아마추어라니! 나도 한때는

무공을 배웠다고!

-중국 가서 할머니한테 배운 태극권은 뺍시다 그게 춤이지, 무공입니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수가 어찌 고수의 깊은뜻을 알리오.

-얕은 지식으로 있는 척 좀 하지 맙시 다. 무학대사께서 저승에서 경기를 일으키 겠어요.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침을 튀기며 분위 기를 띄워 놓는 사이에 10단계에 도달한 첫 무인이 나왔다. 속도는 빠르지 않았건 만 어느새 10단계에 도달했다. 차분히 단 계를 통과했으며, 각 단계마다 텀이 일정 했다.

-125번 참가자 백전문의 천호 무인. 운 신이 거의 보이지도 않을 지경입니다. 강 대주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호흡의 기복이 일정하다는 건 전력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는뜻입니다. 보시기 엔 단순해 보여도 10단계까지 통과하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역량을 감추고도 통 과하다니, 대단합니다. 숨은 잠룡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과연 강호는 넓고 인재는 많습니다 이 렇게 우리나라의 인재풀이 넓습니다

-그 인재를쓰지 않으니, 쯧쯧

-시국이 어렵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필 요할때입니다.

“백전문? 처음들어 보는데?”

“여간 내기가 아니야, 움직임만 봐도 최 소절정이야.”

“속성을 썼다면 모를까 의외의 복병일 지도 몰라”

강현, 강우, 강천이 대기실에서 영상을 보고 있었다. 개별적으로 신청을 한 무인 들과 달리 무문에서 선별된 무인은 본선 부터 나가는특혜를 받았다.

불만의 목소리가 있을 수도 있으나, 정

식으로 이의제기를 하진 않았다. 그도 그 럴 것이 선별된 무인의 수준이 높았다. 아 무래도 어중이떠중이보다는 실력의 검증 이 되었다.

6대 무문에게는 개별적으로 대기실을 제공해 주었다 무문 연합이 자금을 층당 한 이상 이 정도의 혜택은 어쩌면 당연했 다. 돈도 안 냈으면 많은 걸 바라는 건 도 둑놈 심보였다

“그래도 가뭄에 콩 나듯 통과하네.”

“그만큼 보통이 아니라는 거지.”

“솔직히 예선을 통과할 수준이면 만만

치가 않을거야.”

예선을 치르기 위해서 제작한 10개의 검증장치는 정우의 순수 창작물이다. 기 존의 비슷한 장치가 있기는 하나, 보기완 다르게 굉장히 까다로웠다. 가벼이 여기면 큰코다친다 일정한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 는 절반도 통과하기 어렵다. 탈락자가 속 출하고 있는 것만 봐도 난이도를 짐작하 게 한다.

“무공과 마법에 과학까지 동원한 거잖 아”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할 수가 있는 거 지?”

쯧쯧

강천이 검지를 까딱거리며 혀를 찼다. 그토록 오랜 시간 정우를 경험해 봤으면서 아직도 모르다니, 아둔함의 결정체다. 이 쯤 됐으면 견적이 나와야 하지 않은가.

“사람 괴롭히는 데는 천부적인 녀석 이야, 저것도 보나마나 사람들 괴롭히려 고 만든 거라고! 지금쯤 통제실에서 본인 의 창작물을 감상하면서 히죽거리고 있을 걸.”

“설마 그러겠냐?”

“설마라니, 사실이라고!”

“너 그러다듣는다”

“?…(■움찔)!”

드륵!

대기실 문이 열렸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곤 하나, 실제로 그런 경우는 흔 치 않다.

정우는다르다.

제 말을 하면 어디서든 나타나고야 만 다. 함부로 뒷담화도 까지 못하게 했다 주르륵!

강천은 한서불침인데도 식은땀이 흘렀 다. 생명의 위협을느낀다. 그러나 사실을 인정해선 안 된다. 순순히 인정을 해도 아 량을 베풀지 않는 나의 베프다. 정우에게 있어 용서와 관용만큼 어색한 단어도 없 을 것이다.

“들었어‘?”

“그래.”

일언반구도 없이 그렇다고 하다니, 강천 은 찔려서 덥석 인정할 번했다.

흥! 속지 않는다

이놈은 거짓말도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태연히 내뱉는 놈이다. 들었다고 해 도 아니라고 부정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문을 열기 전이었고, 대기실은 방음 설비 가완벽했다

“문 닫혔는데.”

“도청장치 해놨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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