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96화 (296/500)

제 7장 저마다의 사정 (2)

정우는 총관실로 향했고, 염화는 훈련 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훈련장에는 강현 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림대회가 있기 전 일전에 못다 한 승부를 끝맺음하기로 했 다 총관실.

문주의 집무실과는 나날이 갭을 느끼 게 해주었다. 규모를 더 늘리고, 내실을 키 우고 있었다. 총관실 옆으로 비즈니스 공 간을 증설했다. 문파도 이제는 비즈니스적 인 마인드로 바뀌어야 할 때였다. 또한 업 무를 진행하는 인원이 무인의 간섭을 받 지 않도록 격리했다.

총관실의 정중앙 김 총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째 의자가 점점 더 커지고, 화려해지 는것 같네요.”

“기분 탓이겠지.”

기분 탓이라고 하기에는 핸드메이드 제

품 중에서도 메이커에 속한다. 듣기로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는데, 총관의 애장 품인 듯하다. 핸드메이드를 유독 선호하 며, 고가의 제품을 수집하고 있었다. 퇴직 할 때 가지고 나가면 꽤나 돈이 되었다.

“계약은잘되어가고 있나요?”

“세부항목까지 조율을 마쳤다.”

앨런가에서 리드가 찾아왔었다. 그는 윤정의 수족이 되었다 세부항목엔 무문과 가문의 내부적인 일에 관해 요청이 있을 시에만 개입이 가 능하다는 걸 명시했다 실상 이 부분이 가 장 중요한 항목이었다. 무문과 가문의 독 립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의 목적을 위해 서만 나서도록 협정을 맺었다

“의심은하지 않던가요?”

“그럴 리가있느냐.”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응이다.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에 딱히 거부하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앨런가에 우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설령 금 강문이 개입한다고 해도, 가문에 영향력 을 행사할 순 없다고 단정했다.

“부총관이 잘하기는 하나 보네요.”

“워킹맘의 저력을 새삼스럽지만 인정하

게되더구나.”

가정을 건사하기 위한 이윤정의 노력이 빛을 보고 있었다. 특히 그녀가 추천한 3 명의 워킹맘은 뛰어났다 원래 전문직종에 서 일을 하는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결혼 을 하면서 일을 그만둔 케이스다. 이후 직 장을 얻으려고 해도 경력단절로 본인의 커 리어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 박봉에 시달림에도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일선에 나서야 했다. 워킹맘 카 페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종종 서로의 의 견을 타진하며 교류를 하면서 친해진 이 들이었다

“이제야 시스템이 잡혀 가고 있는 것 같

구나. 그간은 지나치게 너와 나 위주로 재 무나 행정을 처리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 었으니까.”

“그래도 신중해야 합니다”

“사람을좀 믿어 보자꾸나?”

“신뢰란 저절로 쌓이는 게 아닙니다 또 한한 번 믿음이 깨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 려운법이고요.”

정우는 그녀들의 능력을 믿는다. 그러 나 신뢰를 저버릴 것 같으면 과감히 처단 할 것이다. 서푼의 동정심은 중요하지 않 다. 공과 사는 확실하게, 혹여 다른 무문 이나 길드를 통해 배신을 한다면 응당의 보복을 각오해야 했다. 그만한 각오를 하 고 무문에서 일을 하고 있을 거라 본다 그 런 사정도 모르고 무문에 취업하진 않을 것이다

“개회식 준비는요?”

“지나치게 화려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지 의문이구나.”

개회식 홍보에 쓰인 지출이 컸다. 무인 의 입장에서 보면, 돈 낭비처럼 보였다 신 진 무인의 실력을 점검하고, 무문연합의 공정함을 선전할 대회의 취지와는 부합하 지 않았다 상업적인 면이 더 부각될 공산 이 컸다

“시대가 바뀌면, 무인의 마인드도 바뀌 어야 합니다.”

“무인이 돈 맛을 알면 타락하기도 쉬운 법이다?항상 경계를해야해.”

삶에서 자기절제는 꼭 필요하다. 도를 넘지 않으며,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그 러나 인간은 항상 한계를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김 총관은 그것이 걱정되었다. 돈에 좌 지우지되는 순간 무문은 더 큰 이익을 위 해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을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야 개인의 실수로 끝나지만, 무인의 타락은 파급력이 컸다

“총관님답지 않은 말씀이시네요.”

“나도 총관이기 전에 무인이다?”

이호극의 자질이 워낙 압도적이라 티가 나지 않을뿐. 김 총관도괜찮은축에 속 한다. 다만, 현장에서 전투를 해 본 지가 오래돼서 실전 감각은 많이 떨어져 있었 다. 제아무리 출중한 무인도 실전감각은 중a했다.

“당연한 말씀이나, 절제는 각자의 몫입 니다”

“세상 사람이 다 문주나 너 같지도 않 다.”

김 총관은 문주와 정우의 제멋대로인

성향이 맘에 들진 않지만, 무인으로서는 인정했다. 강함을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 를 단련하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둔해 진 몸을 단련하기 위해 매일 운동을 하겠 다는 다짐도 일반인은 지키기 어렵다. 시 간이 지나면 일상에 익숙해져 버리기 때 문이다

“부러우면 지는겁니다”

“말이 왜그렇게나와”

“꽉잡혀 사시잖아요.”

“넌안그럴것 같냐”

김 총관은 애써 위로를 했다 가정의 주 도권을 빼앗긴 사내의 공허함이었다. 돈을 벌 때도 주도권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나 이가 들수록 여편네가 드세다. 잔소리를 듣다 보면 정신이 멍할 때가 태반이다. 그 에 반해 문주는 잡혀는 살아도, 간혹 똘 끼 충만한 행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주변이 괴로울지언정 한 번쯤 일탈을 해 보고 싶기도 했다. 정우와 문주의 자유로 움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감 정도 한 때다 이 나이쯤 되면 삶에 초탈하 게 된다?실상별거 없거든.

“말 돌리지 말고, 솔직히 말해 보거라”

“예리하시네요.”

김 총관의 오랜 연륜은 정우의 의도가

단순히 무림대회에 있지 않음을 간파했다. 대회의 규모도 그렇고, 막대한 홍보비용까 지. 달리 의도하는 바가 있지 않고서는 과 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위험한 거냐?”

“준비만으론 위험하진 않겠지만, 현실 이 어디 계획대로만 될까요, 변수란 언제 나존재하는 법이죠. 그게 인생이고요.”

정우는 김 총관이 알고 싶은 사실에 대 해서만 풀어 놓았다. 일전에 도해문 사태 에서 해결되지 않은 찌꺼기가 있음을 밝혔 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나, 만약은 대비 를 해야 했다. 이를 위한 준비였다. 그러나 대회장과 그 주변은 무문연합에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 은밀하게 준비를 한다고 해 도 밝혀질 위험이 크다. 차라리 그럴 바에 는 대놓고 하는 편이 나았다. 큰 어둠 속 에 작은 어둠을 숨기는 전략이었다

“너무 앞서가는 것 같구나. 그러다 허탕 이면 손해만 떠안게 되는데.”

“대비를 하지 않은 것보다는 판단 착오 가 낫습니다. 그로 인한 손해라면 제가 전 적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책임을 지겠다고 하니, 김 총관도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 그러나 무림대회였다. 무문연합이 과거에 비해 명성에 타격을 입 기는 했어도, 전력은 건재했다 각 무문의 주력이 모이는 장소를 공격하기란 간단하 지가 않았다. 자칫 공적이 될 위험도 있었 다. 또한홍보를 한 이상 대중의 시선이 집 중될 것이다. 여러모로 불리한 여건이었 다

“흉흉한세상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영웅이 필요할때이지요.”

김 총관의 뇌리에 철 덩어리를 대충 다 듬어 놓은 둔탁하고 거대한 외형을 한 인 물이 떠올랐다 제발 아니기를 바라면서.

“네가 말한 영웅이 내가 아는 그 사람

은아니겠지?”

“ 맞을걸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공간 속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는 문주 의 모습이 떠오르는 김 총관이었다. 상상 만으로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급히 상상 의 나래에서 지워 버렸다. 하지만 정우의 뜻대로 된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 게 된다

‘이걸 좋다고 해야하나?’

김 총관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차라 리 조용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만 해도 본문은 꽤 잘 나가는 무문이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 면서까지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여기서 만족할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다른 이들이 앞서 나간다면 어쩌시겠습니 까?’

금강문은 무문연합의 위상을 끌어올렸 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데 선봉장 역 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다른 무문 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들의 입 장에선 금강문 혼자서 독주하고 있는 걸 로비쳐질 것이다.

고만고만할 때는 잘 모른다. 차이가 벌 어지게 되면 감추고 있던 욕망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무문은물론 길드, 외인까지도. 금강문의 독주를 원치 않는다. 인간의 그 룻된 욕망 중에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또 한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다 같 이 못살 때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질수록 불만이 많아진다

‘단체는 안주하지 못합니다;

혼자라면 또 모른다. 스스로 모든 걸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게 된다면 안분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나 집단 이 되면 안주는 정체이자 퇴보다. 기업이 매번 사업기대와 예측을 계산할 때 수익 을 전년보다 높게 측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로서는 사업을 통해 수익을 더 높여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금강문도 마찬가지다. 무문연합이라는 거대한 집단에서도 한 축을 담당하며, 독 주하고 있었다. 물러서게 된다면 다른 이 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된다. 순순히 물러나겠다고 해도, 그들이 믿을까? 턱도 없는 개소리다:

‘세상이 원래 그렇습니다?’

조선의 말기를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나라의 사정이 어렵고, 외인이 난립했었 던. 쇄국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던 흥선대 원군의 사정은 알지만, 그로 인해 조선은 퇴보하게 되었다. 주변 국가들이 발전하는 가운데, 조선은 시대를 앞서가지는 못할망 정 후퇴했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를 초래 하게 된것이다

‘탓할 필욘 없지.’

정우는 과거의 조상을 탓하진 않았다. 그들의 선택이고, 시대의 흐름이었다. 제 대로 판단할 역량이 되지 않은 자들의 말 로는 정해져 있었다. 이것이 흥망성쇠의 기본 맥락이었다 다만, 어떤 집단이든 수장의 역할은 중 요하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무능 은 거짓만 못하다고 했다. 집단의 핵심 수 뇌부라면 당연히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할 냉철한 역량과 단호한 결단력이 있어야 한 다. 이를 갖추지 못한 집단은 언제든 무너 져도 이상하지 않다. 시대를잘 못 타고난 불운도 한몫하겠지만

‘아름다운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습니 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은 인류 의 탄생 이후로 존재하지 않았다. 되놈들 이 요순시대를 태평성대로 비유하나, 그 시대도 차별과 불평등은 있었다 정우는 김 총관과 남은 사안을 처리하

고, 본인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양용익 부 단주가 명을 수행하고 보고하기 위해 대기 하고 있었다

“날파리는?”

“단주님의 예상대로입니다?”

“의심은흐]지 않겠지?”

“우리가 찾아낸 줄 모를 겁니다.”

예전과 달리 무문연합은 금강문의 동태 에 관심이 많아졌다. 각 무문의 세작이나 스파이가 도처에 깔려 있었다. 무공을 익 힌 자들도 있겠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들의 시선을 피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혹금단의 동선을 굳이 감추지 않 았다. 보란 듯이 동선을 노출시켜서 정보 를홀렸다. 허점을 많이 드러내, 비밀을 감 추는 전략이었다. 하나를 감추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백을 드러내 는 편이 때론 효과적이다.

“매입은?”

“거의 끝났습니다.”

대회장은 무림대회가 끝이 나면 금강문 이 실소유자가 된다. 그때를 대비해서 대 회장을 중심으로 놓고 반경 500m의 땅 과 건물을 매입했다. 홍보 영상에도 나와 있듯이, 무림대회장으로만 쓰지 않고 사 람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 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시에서도 이 를 위해서 적극 나서고 있는 현황이다. 기 실 금강문주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안 시장 의 발버둥이 크게 작용했다.

“대회가 기대되는군. 후후후.”

“그렇습니다”

어깨 위에 검은 고양이가 앉아 있었으 면 털이 곤두섰을 것이다.

양 부단주는 단주의 웃음에 소름이 쫙! 끼쳤다. 실로 무서운 분임을 재차 실감했 다. 인간의 두뇌가 아니다.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는 냉철한 판단력은 공포 그 자체다. 더 무서운 사실이 단주는 여태 전 력을 꺼내든 적이 없다는 것이다.

소름 제대로 돋았다:

혹금단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양 용익의 위치도 높아지고는 있었다 단주의 대접이 박해서 그렇지, 지위와 주변의 신 망은 두터워졌다. 이를 순수하게 좋아해 야 할지는 여전한 의문이기는 하다.

‘빛 좋은 개살구지.’

내팔자는

당사자는 가만히 있어도 소문은 퍼진 다

재벌 파티에서 난리 아닌 난리를 피웠

으니, 발 없는 소문이 널리 전파되어 유 회 장의 정보력에도 포착이 되었다. 괜한 말 을 해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건만 아니나 다를까 빵방 터뜨려 주셨다.

‘안되지.’

하나, 무턱대고 정우를 부르진 않았다. 이 얄미운 놈■이 얼마나 영악한지 겪어봐 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손녀사위가 될 수도 있는데, 의심부터 하는 건 좋아 보이 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으나. 매번 당해보 면 그런 말못한다. 일단은 당사자중에 하나인 손녀를 불렀다.

하라는 가감 없이 그때 있었던 상황을

사실대로 밝혔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제가 참았어야 했는데.

-참기는 아주 잘했다!

-저로 인해 회사에 불이익이 오면 어쩌 죠?

-괜찮다. 그딴 쓰레기한테 손녀도 못 지 킬 만큼 이 할아비가 약하진 않다.

-그래도요.

-됐으니까 넌 너 할일이나해라

고마워요, 할아버지 최고으

-크홈(허허헐).

손녀와의 독대를 통해서 자초지종을

확인했다. 유진그룹의 망나니가 주제도 모 르고, 손녀를 건드리려다가 되레 당한 것 이다 만약 유진그룹이 이 일을 따져 묻는 다면 절대 가만있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설령 손해가 발생한다 해도.

상념이 길어진 유 회장

탁자의 맞은편. 정우는 다리를 꼬고 앉 아본인이 직접 원산지에서 가져와서 다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공간에 저장된 차 의 종류만 해도 1000가지나 되었다. 하나 씩 맛을 봐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저 안에 있을 불사초는 굉장히 탐이 나지만, 절대 공짜로는 주지 않는다. 일전에 준 불 사초는마약이었다. 한번 맛을들이니, 끊

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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