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차도염장지계 (4)
정우는 의자에서 일어나 음식을 골랐 다. 이호극과 왔을 때처럼 음식을 싹쓸이 하진 않았다. 자칭 ‘품격 있는 식사 매너’ 에 적혀 있는 대로 소량의 데커레이션을 포함했다 하의를 짧게 개량한 메이드복을 옷을
입은 여인들이 와인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타이트한 검은색 스타킹이 인상적 이다.
정우는 2잔을 가지고 와서 1잔을 하라 의 앞에 놓아주었다.
“한잔할까’?”
“그래.”
건배를 하고 기분 좋게 한 모금하고, 가 져온 음식을 맛보았다. 의심스럽기는 한 데, 인정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브진 않 았다. 그럼에도 위화감이 계속 들어서 데 프콘 3단계를 유지했다. 정우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 록 느슨해지고는 있었다. 연인 간의 지극 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정상이 아니었 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스친다.
“요번 드라마에서 선보인 액션은 나름 완벽했어.”
“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면 시청자들한 테는 환상적이겠네.”
하라는 정우의 안목은 인정했다. 지적 한 부분을 고쳤더니, 이전과는 액션의 질 이 달라졌다.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감독 의 칭찬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축의 이동만 보완하면 더 괜찮을 거
야”
“고마워.”
“고맙긴 우리 사이에. 그간 신경 쓰지 못해서 미안해.”
“아냐”
정우는 하라의 얼굴과 귀밑머리를 부드 럽게 매만지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하 라는 다른 때와 달리 꿀 떨어지는 정우의 눈빛에 얼굴을 붉혔다. 이렇게까지 매너 있는 남친이었나 싶었다
‘속지 마 이건 정우가 아니야!’
평소의 정우와 너무 달라서 하라는 어 느새 경직되었다. 뭔가 터질 것 같은 오묘 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안이 강해 지면서 예지력 비슷한 능력이 생긴다. 방 심하고 있다가 뒤통수 맞을 수도 있었다
‘불안하게 왜이래?’
언제 어디서든 핵폭탄 투척을 거리끼지 않은 정우다. 그러나 도무지 뭘 의도하는 건지 눈치채지 못했다.
“수상해.”
“여자로 대해 달라며, 노력 중인데 너무
하네.”
“평소의 너로돌아와.”
“원한다면, 사실은불편했거든.”
하라는 움찔했다. 아니라고 부정할줄
알았는데, 괜한 소리였음을 실감했다. 한 편으로 노력하고 있는 정우로 닦달하는 꼴이 되었다
“잠깐 내가실수했어.”
“버스 떠난지 오래야”
하라는 깨달았다
남자 친구는 절대 손해 보는 행동을 하 지 않는다. 일부로 위화감을 조성해서 자 신이 먼저 족쇄를 풀도록 유도한 게 분명 하다. 악마적인 두뇌의 지능적인 잔머리였 다. 철저히 계산된 언행에 도둑이 제 발 저 렸다.
‘망할!’
하라는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이었다. 말썽이 벌어질 만한 상황은 사전 에 차단해야 한다. 정우가 나서면 우리나 라 재벌계는 깡그리 다 전멸하는 수가 있 었다. 설마 그렇게 하겠냐고? 수틀리면 충 분히 그리하고도 남는 녀석이다
“내가 더 잘할게.”
“당연히 잘해야지, 못하려고 했어?”
“그런 뜻이 아니잖of
“난그런 뚯인 줄알았는데, 어쩌냐.”
하라의 동공이 파르르 떨린다. 주도권 을 잡기가 무섭게 정우의 태도가 가관이 었다 좀 전의 레이디 퍼스트는 개나 줘 버 렸다. 평소대로 편하게 막대했다. 이런 모 습이 정우라서, 편하기는 한데 위태위태하 다 후르륵!
식사 속도도 평소대로. 이호극과 먹을 때처럼 단숨에 소량의 식사를 흡입했다. 깨작거리듯이 먹는 행윈 정우의 스타일과 는 거리가 멀었다. 자고로 음식이란, 소리 내면서 맛있게 먹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 야 주변 사람들도 밥맛이 산다
“ 맛있네.”
“더 가져다줄■까?”
“네가가려고?”
“ 당연하지.”
하라는 분란의 씨앗을 최대한 배제하기 로 했다. 이 인간이 본색을 드러내면 유혈 사태는 애교가 되는 수가 있었다. 이 안에 있는 재벌 후계들은 다들 제 잘난 맛에 사 는데, 정우를 어떤 식으로 대할지 뻔히 보 인다. 정우의 실체를 정확히 모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건 크나큰 죄악이 될수도 있었다
“와인 좋네.”
“여기요, 와인도좀주세요.”
정우가 시키기도 전에 하라가 다 알아 서 처리를 해주었다. 그러니 아주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럴 때 보면 아주 맹탕이라니까:’
본인 딴에는 사고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애를 쓰지만, 그 모습이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라는 본인의 유명세와 대한그룹의 영애라는 사실에 자각이 있어 야했다.
연회도 사업의 연장선상이다
재벌 간의 피로 맺어진 관계는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매개체이자 수단이 된 지 오래다. 그들의 눈에 하라는 본인들의 입 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 다. 더욱이 사내로서 점령하고 싶은 도전 정신을 불태울 만한 외모를 소유하고 있 었다.
정우와 하라는 교제를 공식적으로 인 정을 받았다. 임자 있는 사람을 건드리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 재벌 후계라고 해서 기본적인 상식을 무시하진 않는다. 그러나 모두가 예의를 지키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합석을 해도되겠습니까?”
의사를 타진한 사내, 재계 서열 4위인 유진그룹의 후계자 유호진이다.
검은색 슬림 핏으로 멋들어지게 차려 입고 있었다 키도 크고, 외모도 연예인 급 이다.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하라에게 의 향을 물었다. 어지간해서는 마다하지 못 할 매력이 철철 넘친다. 여자들이 좋아하 는 얼굴이라고 보면 된다. 사내가 젊고 예 븐 여자를 좋아하듯, 여인도 어리고 잘생 긴 남자를 좋아한다. 물론 현실을 감안하 지않았을때다
“미안하지만 안되겠어요. 단둘이 있고 싶거든요.”
하라는 유호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이 자리에서 빨리 떨어뜨려 놓고 싶을 뿐이다. 합석을 시켰다간 사달이 날 가능성만 높아진다 빠직!
유호진은 시도해보기도 전에 원천봉쇄 를 당하자 승부욕이 발동했다. 어떤 여자 든 원하면 언제든지 소유할 수 있었기에 거절은 고민도 해 보지 않았다. 하라가 비 록 대한그룹의 손녀라 해도, 계집에 불과 했다. 얼마든지 빠져들게 만들 자신이 있 었다. 골키퍼가 있다고 해도 다르지 않았 다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저는 그저 팬으 로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분입니다. 넒은 마음으로 기회를 주셨으면 영광이겠습니 다.”
유호진은 어리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