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91화 (291/500)

현천공은 알면 알수록 그 깊이를 재기 가 어려웠다. 이제 겨우 7단의 초입에 오 른 수연으로서는 까마득한 경지였다. 가 만 보면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오빠는 성취가 빠르다: 제 6장 차도염장지계 (3)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지?’

그는 작금의 현실에 당황했다. 모든 일 을 냉철히 분석해 왔던 그에게 있어 납득 불가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대 가 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건만, 대등해 졌다

“어때요?”

“극한결에도달했구나.”

신룡문주는 무화의 성장에 경악을 금 치 못했다 자신조차도 극한결에 도달히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문파의 모든 정 수를 이어받고 나서야 가능한 경지다. 한 데, 무화는 여자라는 한계를 넘어서 대등 한 자리에 올라섰다

“그럼 다시 해요.”

“그만하면 충분해.”

신룡문주는 무화의 성장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신룡문에 있어서는 경사였다. 다른 문파에 비해 절대고수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자신의 뒤를 이을 무인 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하다. 그간 무 화를 경시했음을 인정했다. 이제는 장로 로서 대접을 해주어야 할 때다. 반백년을 살고도 어리광을 부리고 다니기에 걱정을 했건만, 철이 들었다.

“아직충분하지않아요.”

“증명은 됐으니,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뜻이아니에요.”

“아니라니? 뭘 더 증명하려는 게냐?”

“저와 겨뤄보면 아시게 될 거예요.”

신룡문주는 의아해하면서도 이해는 되 었다. 무화의 경지는 재능만으론 오르기 어렵다. 실력은 물론 운도 따라주어야 한 다. 강해진 만큼 드러내고 싶은 것 또한 무 인의 본능. 하나, 실력의 3할을 숨겨야 하 는 게 무인이다. 다른 장소에서 드러날 바 에는 자신을 상대로 분출하는 것도 나브 지 않았다.

대결은 바로 시작되었다.

신룡무 대 신룡무의 비무였다. 같은 무 공이기에 기본 역량과 초식의 이해도가 승부를 가르는 열쇠로 작용한다 헉!

신룡문주는 3초의 공방만으로 침음을

삼켜야 했다

‘?…어떻게?’

귀신을 곡을 하고도 남을 현실을 맞이 하고 있었다. 매가리 없이 완맥을 잡히고 난 다음부터 신룡무를 펼칠 때마다 맥이 끊어져 버렸다. 다음 수를 예측한 것만으 론 불가능하다. 같은 무공을 펼치고 있는 데, 전혀 다른 무공과 겨루고 있는 그것도 상극의 무공이었다 파파팟!

신룡무의 신룡출격(神龍出擊)과 신룡비 섬(神龍飛閔)이 격돌했다. 중반식과 초반식 의 겨룸이다. 신룡출격이 신룡비섬을 억 눌러야 타당했다. 하나, 신룡문주의 예상 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허공으 로 떠오르면서 무릎을 이용한 타격이 채 위력을 발휘하기 전에 맥이 끊어지며 신룡 비섬이 허점을 파고들었다 재빨리 신룡운 을 펼쳐 피하지 않았다면 허를 제대로 찔 렸을 것이다

‘또‘?’

운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한 번도 아니 고, 매번 이런 식으로 역공을 당한다. 마 치 약점을 찌르고 들어오는 듯하지 않은 가

“어때요‘?”

“대체 어떤 마법을 펼친 것이냐?”

요괴에 홀린 기분인 신룡문주였다. 그 러나 사술로 치부하진 않았다. 무화의 무 공은 분명히 신룡무다. 명색이 문주가 돼 서 본문의 진신무공을 알아보지 못하는 동태눈을 가지진 않았다

“신룡무에 약점이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어요.”

“선대로부터 신룡무는 꾸준히 보완이 되어 극한에 이르렀거늘, 당치도 않은 소 리다:”

“그런데 왜 맥을못추실까요?”

“그건.”

신룡문주는 답하지 못했다 평소의 유

창한 화술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반박을 해 본들 현실을 역행할 따름이다

“약점은 알려지면, 약점이 아니라고 하 지요.”

“무슨 말을하려는 것이냐, 혹시?”

진영화는 은은한 미소를 보였다. 사족 을 붙이지 않아 전과 다른 믿음을 주었다. 반대로 신룡문주의 궁금증을 대폭 유발 했다.

“보여드릴게요.”

말 대신 행동으로, 그녀는좀 전의 비무 를 천천히 복기했다. 단, 신룡문주의 대응 과는 다른 약점이 보완된 상태로.

“?…저럴 수가!”

신룡문주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떨 리고 있었다. 신룡무에 대한 자부심으로 인해 약점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건만, 무화는 보다 완벽해진 신룡무를 펼치고 있었다. 그로서는 층격이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해주었다.

우웅

신룡문주에게는 탈각이 었다

진영화만큼의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 았다. 공력의 증진을 가져온 것도 아니다. 다만, 자연스러워졌다. 그간 느끼고 있었 던 부자연스러웠던 부분을 신룡무로 녹여 내었다.

하아아

깊은 장탄식이 신룡문주의 마음을 대 변해주었다. 그는 무화를 달리 봐야 했다. 단순히 무공을 각성한 것과는 차원이 달 랐다. 그녀의 재능은 진작 알고 있었기에,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충분히 자신과 자 웅을 겨룰 자질을 타고났다

“네가고생이 많았구나.”

“아니에요.”

“이제부터 네게 본문의 미래를 맡기마”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할게요.”

신룡문주는 무화를 그 어느 때보다 대

견하게 바라보았다. 나이가 들어도 철이 들지 않아, 항상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걱정이었건만. 이렇게 잘자라주다니 고마 울 따름이다. 문파에 그 누구보다 큰 공을 세웠다. 본문의 장로로서. 다음 대를 위해 서라도 그녀의 직위를 인정해 주어야 했 다

“네 어깨에 무림대회의 성과가 달렸다.”

신룡문주는 너털웃음을 보이며, 훈련 장에서 벗어났다 훈련장에 남은 진영화는 문주가 사라 지는 걸 확인한 후에 급히 전화를 걸었다.

“정우야!”

-말씀하세요.

“대박! 문주님이 뻑 갔어. 다 네 덕이 야”

-장로님이 잘하셔서 그렇죠. 제가한 게 있나요.

“겸손은, 다음엔 뭘 할까?”

-가르침을 내리세요. 하지만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세요. 아, 어려운 점이 있다면 선검대의 강대주와 상의를 해도 좋을 겁 니다.

“오케이, 접수했어.”

진영화는 더 이상 미심쩍어 하지 않았 다. 정우의 말대로 했더니, 문주님의 보는 눈이 달라졌다. 어렸을 때 보여주었던 그 눈빛을다시 볼수 있어 부듯했다 단, 정우의 아바타가 되었다는 사실 따 위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본인의 결정 이었다. 거부감이 전혀 없다는 점이 무섭 게 다가온다.

무화와 통화를 마친 정우는 회심의 미 소를 지었다. 그녀는 컨트롤하기 쉬운 부 류였다. 금강문주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이호극과 비교를 하 려면 아직 멀었다. 곤조에도 급이 있었다. 뭐랄까? 비슷한 하기는 하나, 살짝 다른.

그럼 완전히 다른 거라고 봐도 무방하다

혼자서 실실 쪼갰었나, 하라가 옆구리 를 찌른다. 반사적으로 팔꿈치가 나가려 고한걸, 참아내야 했다. 여자 친구의 얼 굴은 소중하니까. 이만큼이나 하라를 생 각하고 있었다. 장족의 발전이기에 나름 만족한다. 예전 같았으면 일단 뭉개고, 동 전 몇 개 던져줬을지도 모른다 정우는 타인의 죽음에 신경 쓰며 살지 않았다. 내키는 대로 했으며, 맘에 들지 않 으면 뒤집어엎고 봤다. 사리분별을 하며, 나름 타당성을 따지다니. 격세지감을 여실 히 체감하게 해준다

“이번엔 또 누구야?”

“아는 장로님이야.”

“교회 언니……는 아닐 테고. 연상까지 노리는 거야‘?”

“사업상 파트너니 예의를 지키자:”

“다들 시작은 그렇게 말하지.”

“결혼도 했고.”

“유부녀는 안돼, 가정은소중해!”

“그만해라 맞는다”

여자를 때리는 행위는 비신사적이며, 야만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녀불문 맞 을 짓을 하면 맞아야 한다. 맞을 짓을 했 는데도, 성별을 가린다면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지 못하는 법. 이는 정우의 기본 철 학이었다. 남녀노소, 처 맞을 짓 하면 그 행위만큼 처 맞아야 했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가 실현된다. 물론 억울하면 반항해 도 된다.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인간 은 자율의지를 지녔으니까: 눈치 천단(千段)의 하라다.

분위기와 태세전환이 빨랐다. 더 나가 면 농담이 진담되고, 그땐 되돌리기 어렵 다. 손해를 보고 나서 후회를 하기보다는, 그전에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정우가 굉장히 합리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막나갈 땐 막나갔다.

“내가골라서 그런지 몰라도, 슈트가잘 어울리는거 같아”

하라는 정우의 슈트핏을 보며 본인의 안목을 자화자찬했다. 나 같은 여자 친구 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부언을 더해서.

“우리 정우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다니까”

“꼭 그렇지는 않을걸.”

전생을 알면 그런 말못한다.

정우의 키는 190cm가 넘어간다. 기럭 지는 일단 끝장난다고 보면 된다. 모든 옷 이 그렇듯, 중요한 건 키다. 남자의 얼굴은 기본이면 족하나, 기럭지는 선천적이라 조 절하기 어렵다. 탄탄한 육체가 슈트를 관 통해 핏이 완벽하다. 남자의 매력을 어필 할 어깨가 대문짝이었다.

“너도, 잘어울려.”

드레스를 입은 하라는 여신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굴곡을 자랑했다. 수많은 아 이돌이 난립하는 연예계에서 꾸준히 사랑 을 받고 있을 만한 매력을 어필한다 그녀 를 중심으로 휘광이 반사되어 주변을 밝 히는듯하다.

아이돌이 연기를 하게 되면 화면빨을 잘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 를 여실히 까발려 주는 압도적인 매력이었 다. 나이가들어 성숙해질수록 매력은 점 점 더 강력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여자 로서의 압도적인 무기를 갖추었다 슥

정우가 팔짱을 내밀었다

하라가 손을 내밀어 팔짱을 끼었다.

둘이 나란히 섰다

혼남선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커플 이 있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비율을 완성 했다. 걸음걸이부터 남달랐다. 범인은 다 가가기 힘든 아우라를 풍겼다. 실제로도 하라는 다가오는 족족 쳐내고 있기는 하 다. 조금이라도 구설수가 될 빌미를 만들 지 않으려는 노력했다. 연예가가 겉은 화 려할지 몰라도 내실은 빛 좋은 개살구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속설이 왜 나왔는지, 알면 알수록 좋지 않았다 사교파티 장소는 여의도의 73빌딩이었 다. 일전에 무문연합의 회의가 열리기도 했는데, 연회는 최상층 한강이 내려다보이 는 공간이었다 정우와 하라가 연회장에 들어서자 이 목을 집중시켰다 와

절로 감탄이 나오는 비주얼 끝판왕이었

다. 하라에 비하면 정우가 평범해 보이기 는 해도, 슈트가 이를 커버해 주고 있었다

“실물이 더 낫네.”

으살아 있는 인형이잖아”

하라의 눈부신 외모는 비교대상을 찾 기 어려웠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연회장 의 여자들을 몇 수 아래로 자연스럽게 짓 눌렀다. 부러움과 시기심이 아우러진 복잡 한눈빛이 교차했다 하나, 다들 재계에서 영향력이 있는자 제들이다. 본인들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 른 편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어느 사회든 비슷할수밖에 없다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내가사고치려고 왔겠니.”

하라는 느긋하기만 한 정우가 의심스러 웠다. 표면적으론 화려해 보여도, 실상은 서로를 탐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손을 잡을지, 거리를 둘지 치열함이 엉키고 있 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나, 재벌 간 의 정략적인 결혼이 사교 파티를 통해 종 종 이루지기도 했다. 어른들이 이 자리에 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쪽으로 갈까?”

“그러자”

하라가 가리킨 장소는 연회장의 구석이

었다. 성인이 되고 처음 참석한 사교 파티 인 데다가 기업 간의 약속이었다. 좋은 취 지지만 자기들만의 교류이기에 맘에 들진 않았다. 적당히 시간을 때우고 정우와 나 갈 생각이다 그녀도 소문이 돌고 있는 걸 알고는 있었다. 시답지 않은 일로 말썽을 일으키고 싶진 않다.

‘그런다고 되겠냐’

정우는 하라의 의도대로 순순히 따르면 서도 뜻대로 될 거라고 보진 않았다 자기 딴에는 사각이라고 여기겠으나, 연회장은 어차피 탁 트인 공간이다. 시선이야 언제 든옮겨 다니는생명체와 같다 하라의 비 현실적인 비주얼은 어디에 있든 이목의 집 중시킨다.

전생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남자는 자 존심에 죽고, 자존심으로 사는 족속들이 다. 사내가 자존심을 세우려는 목적은 미 녀를 쟁취하기 위해서다 객잔혈투를 비롯 한 각종 분쟁의 사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 미녀가 끼어 있었다. 이는 시대와 차원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는다.

탁자의 의자를 뺐다

“레이디 퍼스트.”

“왠열!”

오늘따라 유독 과잉친절을 베풀었다.

사람이 한순간에 달라지면 죽는다고 하지 만, 정우는 예외다

“뭐 먹을래?”

“괜찮아 내가가져다 먹을게.”

“아냐 넌 앉아있어.”

“왜 이래, 갑자기?”

“갑자기라니, 내마음알면서.”

하라는 평소와 다르게 상냥한 정우의 태도에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맘 같아서 는 신안을 발동해서 속내를 끄집어내고 싶은데, 그러기엔 주변의 눈이 너무 많았 다. 연회장 안에 상위등급의 유니크가 있 음을느꼈기 때문이다.

“그럼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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