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88화 (288/500)

일방적이긴 했어도, 진영화의 무력은 약하지 않았다. 일부로 그녀의 맥을 끊어 내어, 착시현상을유도했을 분이다 제 5장 낙장불입 (3)

정우는 식사를 마치고, 진영화를 훈련 장으로 데려왔다 훈련장에서 수연과 대련을 하도록 했 다. 그 전에 수연에게 전음을 보내, 지시 사항을 전달해 놓았다. 그대로만 하면 되 는 일이었다. 시키는 것도 제대로 수행 못 하면 그동안 가르침을 내린 스승으로서 사뭇 실망할 것이다 공방은 딱 10수로 정해 놓았다. 그 안 에 어떤 수를 써도 상관은 없지만 더 나가 면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할 수가 있어 제한 했다 물론 실상은 좀 다르다

‘굳이다까발릴 필욘 없지.’

수연의 능력치는 일정 부분 제한했다. 진영화가 보는 선으로 조종을 한 것이다. 지시사항의 첫 번째가 바로 능력의 봉인이 다. 그러나 진영화가 작정을 하면 그때부 터는 수연이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 한반 도 무림에서 그녀를 여유롭게 대적할 상 대는많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야 할거다”

“최선을 다해 배움을 완성할게요.”

진영화는 정우의 의도대로 끌려갈 마 음이 전혀 없었다. 한 번 당했으면 족했다. 두 번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신룡문의 장로로서 마땅해 해 야 할, 씁쓸하지만 체면치레였다.

10초의 공방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르르!

진영화의 두 눈은 불신을 담았다. 수연

의 무력도 나이에 비해서는 놀라웠다. 그

러나 10초의 공방 동안 자신과 합을 나눈 과정을 보면 일방적이지 않았다. 경지의 차이가 아닌, 그야말로 완벽한 상극이었 다. 자신이 익히고 있는 신룡문의 무공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10초의 공방에서 전부를 보이진 않았다 해도, 이겼다고 하 지 못했다

“이제아시겠습니까?”

“너 진짜무서운놈이구나!”

진영화는 오싹했다

신룡무에 약점이 있을 거라고는 단언컨 대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러나 수연과 겨룸으로써 신룡무가 가지는 약점이 고스 란히 드러났다. 경지와 공력의 우위로 수 연의 역공을 막아냈을 뿐이다. 만약동등 한 무력, 아니 한 수 아래의 차이였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자명해진다.

“혹금단주와는 차이가크지 않으니, 의 기소침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걸 위로라고 하는것이냐.”

경지가 한참 낮은 수연이가 이렇다면, 혹금단주가 약점을 알고 있다면 일방적인 패배도 납득이 간다. 동수였을 때의 차이 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가 된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현기증 나게 만드

네.’

진영화에겐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신룡무에 이처럼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게 세간에 알려지면 무문으로서의 지위마 저 혼들리게 된다. 신룡문의 존립을 위해 서라는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다

“수연아 이거 받고 나가서 놀아.”

“고마워, 오빠.”

정우는 수연에게 용돈을 주고 내보냈 다. 수연이가 할 일은 끝이 났다. 푼돈 몇 푼으로 유용하게 사용했으니 괜찮은 거래 였다.

진영화에겐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그 녀 나름대로 감정을 정리하도록 기다렸다.

격동한 상태에서는 어떤 말도 공허한 메 아리일분이다

“약점은 알려지면 약점이 아니라고 하 지요.”

“그걸 누가 몰라? 하지만 하루아침에 익숙한 패턴올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잖 아”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약점을 보 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익숙해 져 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약점을 바꾸 려면 심법을 운용한 초식 전체를 뜯어 고 쳐야 한다. 무공이 하루아침에 뚝딱 완성 되는 패스트푸드도 아니고. 잘못 고쳤다 가는 진기운영에 무리가 올 수도 있었다. 월드컵 본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술을 바꾸기 어려운 것과 같은 맥락이 다. 괜히 익숙한 패턴마저 무너져, 현격한 기량 저하를 가져올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면 어떻습니까?”

“너 설마‘?”

“좀 전에 신룡무적을 펼치실 때 수연의 역공에 방향과 흐름이 엇나갔지요, 이때 공력의 배분을 이런 식으로 변화를 준다 면 수연의 역공을 무리 없이 막아낼 수도 있었겠지요.”

정우는 동작을 천천히 보여줬다. 초식

의 운용흐름을 나타내기 위해서 공력을 일부러 발산시켰다 눈높이 교육이 확실했 다 부릅

진영화의 내부에서 파격이 일어났다.

쿠웅

화산이 폭발하듯, 떨림이 멈춰지지 않 으며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이는 깨달음 이다. 무인에게 있어 깨달음은 중요하다.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된 단계이기는 하나, 한 번 놓치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평생을 깨달음만 기다리다 늙어 죽은 무 인들도 수두룩하다.

진영화는그 즉시 가부좌를 틀어 격변 을 받아들였다. 지금 이 순간이 자신에게 는 벽을 넘어설 기회임을 깨달았다. 명상 과 관조를 통해 깨달음을 받아들이고, 분 석을 통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야한다.

‘신룡진결의 10결을 열수 있겠어.’

그녀는 육신과 떨어져 나와 영혼 상태 가 되었다. 이는 신룡진결의 독특한 특성 이기도 하다. 깨달음이 있을 때마다 관조 를 통해 육신을 제3자의 관점에서 보다 객 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 저놈 뭐야?’

육체이탈을 해 영혼상태인 진영화는 다 가오는 정우를 봤다. 정우가 의아한 시선 으로 가부좌를 튼 자신을 내려다보며 고 민하고 있었다.

“깨워야 하나?”

‘깨우지 마!’

“설마 깨달음은 아니겠지?”

‘깨달음 맞아!’

육신이 깨어나면 탈각을 이룬 깨달음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진영화는 정우가 육신을 깨우지 않고 놔두기를 소망했다. 정우가 손가락을 까 딱거릴 때마다 영혼은 조바심이 나서 안절 부절못했다

진영화의 육신에서 빛이 새어 나오며 기 가 휘몰아쳤다. 신룡진결의 극한결에 도달 하자 빛 무리가 용의 형상을 이루었다.

“ 깨달음이구나.”

‘후우, 간 떨어질 뻔했네.’

정우가 인지를 하자, 진영화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금이 가장중요했다. 빛 무리가 완전히 육신에 갈무리가 되어야 10결의 깨달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 다. 신룡문의 문주만이 가능한 경지다

“깨달음이야 다음에 또 얻으면 되겠지.”

움찔!

진영화의 영혼이 당황했다. 그녀에게는 일생일대의 기연이었다. 그런데 정우는 대 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자기 말이 더 중요하다는 개소리를 덤덤하게 지껄이니 소름이 돋올 수밖에 없었다.

“아니지, 평생 한 번뿐일 수도 있는데.”

‘그렇지.’

“나도 바쁜데.”

‘야 인마!’

내적갈등을 보여주는 정우의 연기가 탁 월했다. 사실은 다 알고 있었다. 현천안은 영혼마저도 읽어낸다. 진영화의 영혼이 가 부좌를 튼 육신의 위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걸 즐겼다. 나이가 들었어도 꽤 귀여 운면이 있었다.

‘놀리기 좋은분이시네.’

건드는 맛이 있달까, 무미건조한 반응 보다는 이처럼 리액션이 좋으면 더 하고 싶 어지기 마련이다. 아줌마의 인생 움짤이 라고 봐도 무방하다. 영혼을 카메라에 담 을 수 있다면 촬영을 해 두고두고 보고 싶 을지경이다

‘사람은 절박해야 강해지는 법이지요.’

재미를 위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정우 의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녀는 다급해질 수록 능력을 발휘하는 타입이다. 보다 더 강해질 수 있도록 한 나름의 배려다. 물론 그녀 입장에선 똥줄이 타들어가겠지만, 별로 신경 쓰이진 않는다. 깨달음만 준다 면 양잿물도 달게 마실 인간들이 무인이 다

5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눈을 뜬 진영화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 는 기분이었다. 흐름이 달라졌다. 호홉, 박 동, 피의 흐름 등등. 이것이 궁극에 이른 신룡진결임을 깨달았다

“감축드립니다”

“고마워.”

일련의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진영 화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사실 돈으로 매 기기 힘든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 상태라면 천억도 갚겠는걸.’

진영화는 신룡진결의 극한결올 개방함 으로써 유니크 등급이 상승했음올 체감 했다. 케이브 등급이 상향되면서 마물을 처리하는 일이 수월치 않았건만, 이젠 달 랐다 어떤 마물이 온다 해도 감당할 자신 이 있었다.

“그럼 하던 얘길 마저 하시죠.”

“그래야겠지.”

진영화는 정우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

다. 한 번의 조언으로 깨달음을 얻게 해주 었다. 기반이 다져진 상태이기는 하나, 조 언의 가치는 태산보다 더 높고 넓었다. 또 한 마법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 게 했다.

‘보통이 아냐.’

마법사란 족속들의 머릿속은 일반적이 지 않았다. 진영화조차도 지금 20세밖에 안 된 애송이와 대화를 하고 있단 생각을 잊고 있었다. 빠져든다고 해야 할까? 더불 어 무공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보다 더 넓은 시야 로 무공을 이해하는 데 기반을 제공했다

‘公영이 익힌 신룡호신공도 신룡진결에 서 파생이 되었겠지요.”

“귀신같은 네가 신룡문을 탈탈 터는구 나? 정작도둑은 내가아니라너다!”

“뒤끝 있으시네요/

“없게 생겼냐!”

대화가 진행될수록 진영화는 놀람이 더 해졌다. 타 문파의 진신절기를 까발리는 짓은 위험하다. 어떤 식으로 무공이 유출 되었는지를 파헤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 우를 탓하지는 못했다. 신룡호신공이 신 룡진결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았기 때문이 다. 무공이 변하는 과정엔 반드시 초식을 이어주는 구결이 있어야 한다. 왜 그런 변 화가 일어나는지를,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제가 연구한 성과인데, 어 떻습니까‘?”

“굉장하구나. 하지만 너의 이런 능력올 다른 문파에서 안다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거다?”

“혹금단주도 그 말을 하더군요. 한데, 과연 신룡문뿐일까요?”

정우의 의미심장한 물음에 진영화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신룡문만 연구했을 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른 문파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 다. 어쩌면 무림대회도 연구를 위한 연장 선상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만능은 아닙니다. 약점을 알 아도 무용지물일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무서운 말올 대수롭지 않게 하는구 나:’

“중요한 건 신룡문의 무공을 보완하는 작업입니다. 이 상태로 대회를 나간다 한 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겁니다”

“부정하고 싶지만 네 말대로야.”

진영화는 의심을 내려놓았다. 눈으로 본 이상 믿을 수밖에. 약점이 확인이 되었 고, 고칠 방도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잘 잘못을 따져봤자 신룡문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

“제가 알아낸 약점을 알려드리지요.”

“정말?”

“혹금단주가 또 이런 말올 했습니다 본 문은 남의 약점을 가지고 승리하는 걸 원 치 않는다고요.”

“?…난놈이네.”

다른 문파였다면 헛소리 지껄이지 말라 고 한바탕 쏘아붙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금 강문은 미련할 정도로 우직하다.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려고 해서 주변 사람들 을 열 받게 만든다. 신뢰라는측면만 놓고 본다면 금강문한 문파도 없다고 자부한 다. 이래서 선입견이 무섭다는 말이 나온 거다

‘자신이 있다는소리겠지.’

알아낸 약점올 활용했다면 신룡문은 조기 탈락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혹금 단주는 정정당당을 거론했다. 왜 그랬을 까? 약점을 몰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혹 금단주의 전투력은 약점만으로 설명이 되 지 않는다. 약점을 알아도 그 약점을 공략 할능력이 되어야 한다. 저 나이 또래에 진 영화를 일방적으로 두드려 팰 후기지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선택은 장로님의 몫입니다.”

“이게 무슨 선택이야? 강요지.”

선택은 경우의 수가 있어야 하는 법이 다. 그러나 진영화에겐 다른 선택사항이 없다. 조건올 수용하지 않으면 결과는 불 을 보둣 자명하다.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맛을 봐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진영화의 속내를 간파하고 있는 정우는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으로 혹금단주는 약속을 지키

지 않아도 강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재주도 가지 각색이구나/

진영화는 신룡무의 결점을 극복했으며, 깨달음을 얻어 탈각을 이루었다. 그녀로서 는 거래를 지켜야만 했다. 평생 신뢰 하나 만을 보고 살아온 인생이다. 삶올 부정하 고 싶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 할 낙장불입의 족쇄였다.

“본문에서 나의 영향력은 미미해. 이래 라 저래라 하기는 힘들어.”

인정하기 싫지만, 진영화는 터놓고 말 했다

이렇게 된 마당에 속여 봤자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다. 문파에서 가장 촉망받 는 무인으론 인정을 받고 있으나, 실무에 는 끼지 못했다. 제안을 내놓은 족족 휴지 통으로 직행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문주 에게 남의 성의를 무시해도 되는 거냐고 따지면, 그래도 된다는 타박만 들었었다 피식!

설마 그런 것도 모르고 무화를 선택했 을까.

“앞으론다르지요”

“탈각을 통해 무공이 강해졌으니 대우 는 달라지겠지. 한데, 그것만으로 될까?”

“아니오, 충분합니다”

“어째서?”

“장로님은 신룡문의 누구도 알지 못했 던 약점과 해결방안을 스스로 알아낸 겁 니다”

“?■…그렇구나.”

누가 찾아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 우는 저작권을 과감히 진영화에게 양도했 다 그녀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모르는 일 이다.

“신룡문주께서도 무림대회에 기대가 큰 걸로 압니다. 문파의 사활이 걸려 있는 시 점에 진 장로님이 가르침을 내려준다면 어 떻게 될까요?”

“너 대체 머리가 어떻게 된 놈이야?”

“저는 그저 흑금단주의 말을 그대로 전 해드렸을 뿐입니다.”

진영화는 문주가 했던 말을 상기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너한테 맡기느냐, 내가 직접 가르치고 말겠다.

장로들도 한목소리로 문주를 지지했었 다

그 앞에서 신룡문의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게 해준다면? 문주 는 무릎을 꿇고서라도 애걸복걸할 게 분 명하다. 그동안 ‘무공만 강하면 다냐’라고 핀잔을 주었던 장로들의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이 상기되었다.

‘문주도 나를 인정할수밖에 없겠지, 호 호호.’

정우는 그녀의 속내를 투명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올지 뻔히 보인다. 감정올 자제하 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자주 발생할 듯싶 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다, 흐fl! 하고 말고. 이제부터 난 뭘 하면되는 거야?”

“제가 말한대로만 하시면 됩니다. 단!”

“뭐?”

“표정 관리를 하시고, 말수를 줄이십시 오. 그러면 신룡문주께서도 장로님을 어 려워하실겁니다”

“그럴까‘?”

“아니면 제 손에 장을 지지셔도 됩니 다”

지질수 있으면.

진영화의 귀는 벌써부터 팔랑거리고 있 었다. 이쯤 되니 정우의 말은 팥으로 메주 를 써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영이 친구의 오빠이기도 하니, 완벽하다

‘ 탐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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