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무화(武花) (1)
무림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무문연 합에 소속된 문파는 참가할 후기지수들 을 단련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문파의 명운이 걸려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해야만 했다. 참여할 무인들 역시도 성과 를 내어 명성을 날리기 위해 애를 썼다.
신룡문도 다르지 않았다.
도해문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후기지수 의 역량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비록 타 문파에 비해서 무력이 낮다는 평판을 받고 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인식의 변화를 모색했다 신룡문의 문주와 장로가 심혈을 기울 여 키우고 있는 5명의 신진무인을 신룡오 걸(神龍五傑)이라부른다. 평균 나이 25살, 잠재등급 5급 이상의 유니크다 무공도 장 로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문파 에 보관하고 있는 비급과 신외지물, 각종 영약을 쏟아부었다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신룡문의 핵심수뇌부가 시간을 쪼개가 며 바쁜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유독 한가 한 장로가 있었다. 문파에서 개인수련올 하거나 남은 시간은 카페에 앉아 멀뚱히 앉아 있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 렇다고 문파의 각종 복잡한 업무를 처리 할 역량이 되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선 신 선놀음하는줄안다 그럼 무공이 없어서냐? 그렇진 않다.
그녀의 무력은 신룡문 내에서 3손가락
안에든다
무화(武花), 진영화.
무공을 위해 태어난 꽃. 비유가 지나치 게 직선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으나, 정확 한표현이다 20년 전부터 젊은무인들중 에서 손에 꼽히는 무력올 선보였으며, 나 날이 성장해 한국을 대표하는 절대고수 에 꼽히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문파에서 제일 한가하다는 사실이 언뜻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었다.
무화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뚜벅, 뚜벅!
진영화는 문파의 귀중한 인재이자 장로 를 방치한 문주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집 무실을 찾았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 하는 것이 문주의 역할 고급인력을 내버 려 두는 일은 커다란 낭비였다
“문주님, 너무하는 거아니에요?”
“다짜고짜 뭐가 너무하다는 거냐?”
“제가오걸 중에 1명올맡겠다니까요.”
“절대 안돼.”
문주는 고민해볼 가치도 없다는 둣, 일 언반구에 거절했다.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거절하자 진영화는 살짝 뻘쭘해졌다 바늘 도 찌를 틈이 있어야 찌르지, 첩첩산중의 방어력이었다
“왜요?”
“그걸 몰라서 묻는게냐.”
“몰라서 묻지, 알면서 묻는 병신도 있나 요?”
“그간오냐, 오냐 했더니 함부로 말하는 구나. 장로면 장로답게 좀 품위를 지켜라. 바브니까 어서 가서 네 일이나 해.”
신룡문주는 평소 온화한 성격이기는 해도 강단이 있었다. 화가 나면 감당하기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말발로 조지는 데 특화되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쳇, 씨알도 안 먹히네.’
진영화는 문주의 완고한 결단에 더 나 아가진 못하고 집무실을 나와야 했다. 한 마디 더 했다가 융단 폭격을 당하고 돌아 서고 말았다
‘할일이 있어야하지.’
나가면서 구시렁거리는 건 잊지 않았다.
그녀 나름의 반항이다.
쯧쯧!
신룡문주는 진영화의 툴툴거림을 보면 서 혀를 찼다. 문파 내에서 가장 강한 무 인을 꼽으라면 그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더 흐른다면 자신보다 위에 있으리라 확신한다. 자질만 놓고 보면 그 녀에 비견되는 자는 신룡문에 없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었다
‘20년전이었다면 좋았을것을:
신룡오걸도 뛰어난 자질을 갖춘 젊은 무인이기는 하나, 진영화와 비교하면 손색 이 있었다. 그만큼 진영화는 발군의 실력 을 가진 무인이다. 20년 전에 대회가 있었 다면 우승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문파에 서 최연소 장로직올 받을 만한 실력을 보 유하고 있었다.
문파에서 할 게 없어진 진영화는 기분 도 전환할 겸, 아들을 데리고 언니 집으로 향했다. 그나마 대화를 나눌 만한 상대가 언니였다. 무인의 집안에서 태어나서 평범 한 집에 시집을 간 것도 특이하고.
“내가 이번에는 잘 키워보겠다고 자존 심을 구겨가며 사정을 하는데, 너무 매정 한거아냐?”
“엄마는 안돼.”
“아들, 너까지 그러면 안 되지. 팔은 안 으로 굽어야 하는 거야 너를 그리 매정하 게 가르치지 않았거늘”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엄마는 가르치 는 체질이 아니야”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진영화의 아들, 조동민은 고개를 절레 절레 혼들었다. 엄마는 분명 뛰어난 무인 이다. 실력만 놓고 보면 자타공인 최강의 실력자다. 하지만 가르치는 능력은 지닌 무력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딱히 못하지 는 않지만,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웠다. 지 극히 평범한 스승이며, 약간의 똘끼가 추 가되었다고 보면 된다.
통상적인 가르침을 넘어서지 못했다. 일 례로 엄마에게서 배운 제자들 2명이 그저 그런 무인으로 남게 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들이 평범한 자질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재능이 나쁘지 않았다. 잘만 가르치면 원석이 보석으로 탈바꿈될 수도 있었는데, 원석 그대로 성장하고 말 았다
‘형들도 재수가 없었지.’
엄마의 제자들과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서, 솔직히 불쌍했다. 자질에 비해서 무공 이 성장하지 않은 케이스였다 다행이라면 이제라도 다른 장로님 밑에서 수련하게 돼 서 무력이 상승 중이라는 점이다. 엄마 품 만 벗어나면 다들 성공한다는 소문이 문 파 내에서 떠돌았다.
“무공은 원래 그 정도만 가르치면 알아 서 쑥쑥크게 되어 있어.”
“다들 엄마 기준으로 보지 마. 이런 말 못 들어 봤어? 눈높이 교육이라고. 배움 을 청하는 사람에 맞게 가르쳐야지. 자기 입맛에만 맞게 가르치는 법이 어디 있어!”
“너 지금 엄마를가르치려는 거니?”
“……내가 뭘? 그저 사실대로 말 … 아 니야 엄마! 미안해! 내가잘못했어!”
동민은 입올 다물었다. 엄마와 실랑이 를 해 봤자 본전도 못 ■뽑는다. 괜히 맘 상 하면 일상이 피곤해진다. 진짜로 화가 나 면 엄마는 아무도 못 말린다. 그때는 문주 님도 공무를 본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피한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소영이 봐라. 얼 마나 잘하냐. 진신제자도 아닌데 이만큼 성장시킨 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소영이 엄마 나름의 자부심이다. 그나마 낫다.
“맞지, 다들 엄마의 진면목을 몰라서 그 런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제야 내아들다워졌구나:
“나야뭐 언제나 엄마 편이지.”
다른 편하면 제 명에 못 죽지, 엄마가 날 살려주지 않을 테고.
‘그리고소영이는 아냐.’
동민이 보기에 소영이는 엄마의 가르침 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얻어 걸린 케이스라 고 봐야 했다. 스타일상 엄마의 가르침에 부합이 되었고, 자질도 나쁘지 않아서 신 룡문의 진신무공이 아님에도 기본은 되었 다
‘진신제자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또래보다는 뛰어나다. 유니크 전문학교 에 들어가게 되면 서열 안에 들수는 있올 거다. 하지만 탑 급에 속하는 애들과 비교 하면 부족함이 있다. 일례로 자신과 1살 텀임에도 차이가 꽤 있었다
“너 지금소영이를얕봤지?”
“내가 언제! 생사람잡지 좀마!”
“요즘들어 소영이가 많이 강해졌어. 붙
어보면 쉽지 않을걸.”
“엄마, 내가이래 봬도 문파에서 재능이 넘친다고 소문이 난 인재라고. 나이만 더 먹었으면 오걸에도 꼽혔을걸.”
“그래서 내가 가르쳐 준다고 했잖아 널 최고의 고수로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잘하라고 고사를 지내도 부족할 판국 에, 이 엄마가 자식 앞길 막을 일 있나? 동 민은 식겁했다. 그러나 솔직하겐 말 못 한 다
“?…문주님이 결정하신사안인데, 내가 감히 어떻게 토를 달아 나는 그저 문파의 규율을 따를 분이라고.”
참고로 동민의 전담 스승은 진영화가
아닌, 다른 장로가 맡아서 하고 있었다 인 재가 또 다시 범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주의 강압이 작용했다.
“아들, 말돌리는재주가남다르네.”
“……사실이잖아. 따지려면 문주님에게 따져”
결과만 놓고 보면 동민의 실력은 뛰어 났다. 문주의 선택이 옳았던 터라, 진영화 도 딴말 못하기는 했다.
‘나 닮아서 그런지, 잘하기는 해.’
진영화는 아들의 실력에 부둣함을 느 끼고 있었다. 또래를 비교하면 단연 발군 이다. 물론 동 나이대의 자신과 비교하면 부족함은 있었다
‘난천재 중에 천재니까:’
‘이럴수가?’
진영화는 언니와 대화를 나누는 와중 이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온 소 영올 보고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다. 보름 전 에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 었다 속가제자치고는 괜찮은 성취를 보이고 있기는 했어도, 지금처럼 기운이 잘 갈무 리되어 있진 않았었다. 호홉은 물론, 자세 도 틀이 완전히 잡혀 허점이 없다시피 하 다
“소영아 동민이하고 겨뤄 봐라”
“예, 이모.”
동민도 딱히 거부하진 않았다. 올 때마 다 소영과는 무공올 겨루면서 보완점올 찾아주곤 했었다. 오늘도 여타의 다른 날 과 다르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촌수는 위 라 해도 오빠로서 한 수 가르침을 내려줄 요량이었다.
한데 웬걸!
대련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동민의 표정은 넋이 나갔다. 두 눈엔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불신이 가득했다. 일전에 겨루었던 소영 과, 현재의 소영은 다른 사람이었다. 소영 의 인피면구(얼굴가죽)를 뒤집어쓴 다른 사 람 같았다.
“이럴수가!”
엄마와다르지 않은 아들의 반응이다.
공방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결과가 나오 고 말았다. 그렇다면 경지의 차이가 크다 는 의미가 되는데, 진영화가 보기엔 그렇 지 않았다 파파파팟!
휘청!
대결이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가는 내
내 동민이 밀리고 있었다. 마치 맥을 끊어 내고 있는 것처럼, 그럼에도 공방이 꽤나 안정적이다. 반격할 타이밍을 미연에 차단 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은 동민이 공력 의 우위를 바탕으로 힘 대결올 펼치려고 하자, 소영이 간파하고 허를 찔렀다.
‘반선경?’
신룡문의 진신절기인 신룡무(神龍武)의 중반 초식 반선경(反仙境)은 이화접목의 수 법이 가미된 초상승의 수법이었다. 본문에 서도 익히고 있는 이가 많지 않으며, 함부 로 가르침을 내리지도 않는다. 잘못 익히 면 오히려 익히지 않느니만 못 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투 중에 상대방의 힘 을 되돌린다는 게 말처럼 간단하진 않았 다. 반선경의 요체를 터득하고, 상대의 역 량을 파악할 안목이 있어야 한다
‘아냐 달라’
미묘하게 다르다. 반성경의 묘리를 제대 로 알지 못했다면 오인할 수 있었다. 용형 권의 되치기 초식인 용회(龍回)가분명하 다. 문제는 비슷한 초식이기는 하나, 공력 의 배분과 강약이 달랐다. 그 미모함으로 인해 반선경과 같은 효과를 창출해 내었 다
‘신룡유운, 신룡파천까지!’
진영화의 놀람은 더더욱 가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진 동민이 문 파의 절기를 펼쳐내지만, 소영의 대응이 완벽에 가까웠다. 그것도 본문의 신룡무 에 근접해 가고 있었다. 진신절기가 아닌 용형권이 진화하여 신룡무가 되어가는 과 정을 지켜봐야 했다.
털썩!
최강의 초식을 펼치고도 역공을 당한 동민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 다.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최소한 동수라도 이루었다면 이해라도 흐}지, 일방 적이었다. 차이가 크지 않은데, 공수가 제 멋대로 엇갈렸다.
동민은 허탈했다
“어디서 배운 거니‘?”
진영화의 두 눈이 매섭게 변했다. 아들 올 이겨서가 아니다. 조카에게 졌다고 분 풀이를 할 만큼 속이 좁진 않았다. 문제는 소영의 무공에 있었다. 용형권을 바탕으 로 두고는 있지만, 신룡무에 가까웠다. 자 신이야 신룡무를 완벽하게 익히고 있어서 차이를 구분하겠지만, 모두를 납득시키기 는 어렵다. 자칫 임의대로 문파의 절기를 소영에게 전수해줬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 었다. 그러나 다그친다고 될 일은 아니라 고 봤다.
“왜요?”
“왜긴, 몰라보게 성장해서 그렇지. 솔직 히 궁금하구나?그 비결이?”
“비결은 없어요, 열심히 갈고닦았올 분 이에요.”
“부단히 노력했나 보구나.”
소영은 사실대로 고하지 않았다. 가르 침을 받기로 한 조건으로 오빠에 대해선 함구하기로 약속했다. 전문학교 마법학과 에 다니고 있는데, 무공을 가르쳤다고 하 면 믿지도 않을 테고. 무인과 마법사의 영 역은 엄연히 달랐다.
“오빠들도 많이도와줬어요.”
“명이와 천이도 철이 들었네.”
소영에게는 두 명의 오빠가 있다. 하나, 신룡문의 무공을 익히지는 않았다. 두 사 람의 실력으로 용형권을 이렇게까지 완벽 하게 보완하지 못한다 무공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심결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설령 구결을 알고 있어도, 경지에 이르지 않은 자는고칠 엄 두를 내지 못한다.
‘내 조카를 꼬드겨서 신룡문을 우롱했
겠다’
본질을 따지면 신룡문의 무공을 다른 누군가가 보완해주었다는 뜻이 된다. 역 으로 신룡문엔 그만한 자질을 갖춘 자가 없다는 비아냥거림이나 다름이 없다. 한 데, 조카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있었다.
‘방법이 없는것도아니지.’
그녀는 언니와 마저 대화를 나눈 후 신 룡문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