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81화 (281/500)

아들은 불도저가 따로 없었다. 본인은 할 거 다하면서 윤철의 일거리만 지속적 으로 늘려준다. 그럼에도 몸이 건강해서 짜증이 날 때도 있었다. 아들이 만져 준 이후로, 그 혼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 다. 독감예방접종도 하지 않았는데, 면역 체계가 완벽하다. 친구들이 농담을 섞어 신수가 좋아졌다며, 우화등선(?)할지도 모 른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악담 같았다 제 3장 인연을 낚다 (4)

“재단은 금강문과 함께 진행할 겁니다.”

“처음부터 꿍꿍이는 재단이었구나”

“문주님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사회사 업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금 강문의 대외적인 위상도 공고히 할 필요 가 있고요. 특히 케이브 오픈으로 인해 피 해를 입은 사람들을 중점적으로 관리하 는 피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요.”

케이브가 오픈하고 유니크가 해결을 하 면 끝나는 게 아니다. 양산된 피해를 복구 하는 데 비용이 많이 소모된다 이를 국가 에서 어느 정도는 보전을 해 주지만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부족할 따름 이다.

케이브를 자연재앙으로 치부하기에 벌 어지는 현상이다. 당장은 인천을 중심으 로 재단을 운용하면서 전국으로 인프라를 늘릴 계획이다. 하나, 걸림돌이 존재한다.

금강문을 앞에 내세우기에 다른 무문이나 길드에서 반발할 공산이 크다

‘그것도 무림대회가 끝나고 나면 달라지 겠지.’

정우는 무림대회를 단순히 무인간의 대 결로만 치부하지 않았다. 이 안에는 무수 히 많은 이해관계가 뒤섞여 있었다. 무림 대회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얻 어내야 할 이권이 더 크다. 그것이 아니었 다면 문주의 삼형제를 닦달하지 않았다.

‘우리나란 혈통을 중시하니까’

정우가 직접 나서지 않은 이유 중에 하

나다.

삼형제는 어찌 되었든 금강문주의 피를 이어받은 직계다. 그에 반에 자신은 금강 문에 소속된 무력단의 단주다. 금강문주 의 입지에 힘을 실어 주려면, 호랑이의 자 식임올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자식은 부 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금강문의 위상 을 높이는 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다.

“인수합병도 검토를 해 보고 계세요.”

“아비를 말려 죽일 심산이더냐 하나씩 만하자구나.”

“규모가 커질수록 품질검사도 확실히

해야하고요.”

면벽 수련하는 고승도 아니고.

윤철은 답답했다.

“아비 말을 귓등으루-두 안 듣는 게냐!”

“다듣고 있습니다.”

“듣기만하면 뭐하느냐!”

“앙탈부리지 마세요.”

“? …이 녀석이 할 말이 따로 있지!”

윤철은 엄살이 통하지 않음을 재차 실 감했다. 아들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냉혈한이었다. 아비를 부려 먹으면서도 죄책감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아들이 되었는지. 너무나 잘난 아들을 둔, 평범한 아버지의 비애였다.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 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만해라, 이놈아!”

윤철에게 있어 아들은 주변의 부러움 을사는 존재다.

친구들도 정우 같은 아들이 있으면 소 원이 없다고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아 버지로서 뿌듯함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도 잠시다. 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 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주객이 전도되어 도 한참 역전된 상황이다.

“하기 싫으세요?”

“누가 싫다고 했느냐?”

“회장한번해 봐야죠;

“어련하시겠냐.”

윤철의 결정적 고민은 일이 너무 잘되 고 있다는 점이다.

규모를 늘리고, 여러 분야에 발을 뻗고 있음에도 회사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이 원활하게 운용되었다. 하는 일마다 성 공가도를 달리고 있으니 무서울 지경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 될 수도 있었다

“오래 앉아 있었네요. 시간 많이 뺏어서

죄송해요, 아버지.”

“업무 시간도 아주 칼이구나?”

“투정이 더 심해지셔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따라 귀여우신데요.”

“이 녀석이! 너 좀 맞아볼래?”

“때릴 자신은 있고요?”

“그게 아비한테 할소리냐!”

“저 갈게요.”

정우가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고 나섰 다. 배웅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못 다 한 얘기는 집에서 하면 된다 공과 사를 구분할 필요는 있으나, 부자관계이기에 담 론은 언제든 가능했다.

‘커도 너무 컸어!’

윤철은 돌아선 아들을 보면 감회가 새 로웠다. 그래 봤자 20살에 불과했다. 자신 이 저 나이 때에는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 고, 친구들과 술 퍼마시는 데 시간을 보냈 었다. 반면에 아들은 자기 일도 척척 해내 면서 회사까지 건실하게 키워냈다.

‘그리고 보니 말썽 한 번 안 피웠네.’

정우가 사고를 쳐서 곤란한 적이 없었 다. 모든 일이 무난하게 홀러왔다는 생각 마저 든다. 동생까지 건사하는걸 보고 있 자니, 대견하기까지 하다.

‘내 아들이지만 인생이 참 쉽구나.’

저리 잘 살아도 되나 싶을 만큼, 탄탄대

로다. 삶에 역경이나 고난이 없을 듯싶다. 설령 있다고 해도 과연 막을 수나 있을까? 가로 막는 족족 부리까지 봅■아버리고도 남을 성격이다.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 니다 건들면 정말 핵폭탄이다.

정우는 집에 있는 훈련장을 사용했다.

소영과 함께하기로 한 이상, 케이브 이 용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까지는 케이브를 사용하려면 그만한 지위 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문학교 학생이 케이브를 마음대로 운용하는 게 밝혀지면 곤란하다.

집의 지하 훈련장은 정우가 특별히 신 경을 썼다. 단조로운 형태지만, 강화마법 과 결계를 사용해 어지간한 충격으론 홈 집도 나지 않는다. 이분이랴 공간 확장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훈련장을 확대중이다. 확대면적올 단번에 크게 늘리지 않아, 문 을 열어 본다고 해도 간파하기는 어렵다.

‘아공간 마법과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다르군.,

아공간은 다른 차원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전혀 다른 차원에 물건을 놓고, 필요할 때 빼서 쓴다는 개념이다. 반면에 공간 확장은 현세의 차원이 가지고 있는 고정된 흐름을 비틀어야 한다. 8레벨에 오 르고 나서야 가능했다. 단순히 공간을 확 장하는 개념이 아닌,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데 중점을 두 었다.

‘잘만 활용하면 괜찮은 기술이 나오겠 어.’

현천공을 사용하면 또 달라지겠지만. 무공과 마법을 따로 구분하지 않으려고 노 력 중이다. 경계를 두지 않고 무공과 마법 을 융합하여 하나로써 완벽해지도록 했 다. 권능을 운용할 경지가 되면 활용수단 으로는 마법이 무공보다 효과적이었다

“ 힘드니?”

“전혀요!”

“쉬엄쉬엄하렴.”

“괜찮아요, 더 할수 있어요.”

“씩씩하구나:’

쓰담쓰담

정우는 소영의 무공을 지도하고 있었 다. 무공의 틀은 어느 정도 잡혀 있지만. 공수의 집중도가 수연에 비해서 많이 부 족하다. 홀로 수련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미흡하긴 했다. 온실 속의 화초와 비견되 었다. 반면에 수연은 잡초처럼 길러서 그런 지 몰라도, 아주 튼실하게 성장하고 있었 다

‘자고로 동생은 밟아줘야 한다고 했지.’ 자립심을 키워주려면 가슴이 아프지만, 강하게 키워야 했다. 세상은 험난하다. 살 아남아서 성공하려면 강력한 정신력과 육 체를 지녀야 한다. 무엇보다 여동생은 오 빠를 항시 우러러 보아야 했다. 두 눈똑바 로 뜨고, 제 할 말 다하도록 내버려 두면 어른 공경할 줄 모르는 양아치가 될 수 있 었다. 항시 경계하도록, 오빠의 무서움 새 겨주어야 했다.

“공력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집중해

서 전신 세맥의 흐름을 읽어내도록 해.”

“ 명심할게요.”

정우의 나긋나긋하고 차분한 설명에 이를 가는 소^가 있었다 빠H득!

수연은 치가 떨렸다

‘나한테는주먹부터 썼으면서!’

오빠란 작자의 이중성 쩌는 위선에 수 연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었다. 같은 공간 에 있음에도 훈련은 극과 극을 달렸다. 소 영은 오빠의 차분한 가르침을 받고 있는 반면, 자신은 쉴드와 치열한 난전을 펼치 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허를 찔 려 낭패를 낭하기 일쑤였다. 일전의 수를 재차 사용해봤자, 쉴드는 방어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누군 무릉도원이고, 누군 염마지옥이었 다

‘사람을 차별해도 유분수지!’

소영의 지도와 훈련이 훈훈할수록 수연 은 약이 올랐다. 매번 훈련을 빙자하여 구 타를 한 오빠의 만행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훈련 중엔 오빠가 아닌 악마에 비견되었다. 그런 오빠가 소영에게는 대자 대비한 부처님이 따로 없었다

‘저 봐, 저 봐.’

하나하나 세세하게 잘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일단두드리고 난후, 스스로 자각 하도록 만들었던 자신과는 하나부터 열까 지 정반대였다 부글부글!

속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쉴드의 방해까지 받으니 수연은 열이 받을 대로 받아 버리고 말았 다. 반드시 오빠의 애완용품인 쉴드를 망 가뜨려 버리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화르르르!

수연의 육신에서 가공할 기세가 발출되 었다.

‘후후.’

동생의 활활 타오르는 분노에도 정우 는 눈빛 한 번 주지 않았다. 완벽한 개무 시, 네가 뭘 해도 안 된다는 뉘앙스까지 풍 긴다.

“자세가 지나치게 딱딱해, 그래서는 반 격에 대비를 하기가 어려웠다. 신룡문의 무공이 파괴력을 중시한다면 모를까, 신룡 호신공의 의미를 되새겨 보도록 해.”

“ 알았어요.”

소영은 군말하지 않았다.

정우는 그런 소영을 보며 수연과 다르 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수연은 반발심리가 강한 반면, 소영은 새침한 외모와 달리 우 직하다. 가르침을 고분고분 받아들여 흡 수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 도, 지적하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어떤 물을 흡수하느냐에 따라 서 색깔이 달라지는스펀지와 같았다.

‘가르치는 맛은 있네.’

가르친 그대로 받아들이며, 나름대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기연을 얻어 단번에 성장하진 않아도, 꾸준히 쌓아나가면서 틀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렇다 해 서 속도가 느리진 않았다. 소영의 자질도 수연에 비견될 만큼 뛰어났다. 또래에서 적수를 찾기란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확실히 라이벌이 있어야 강해지긴 하 지.’

정우도 진강백이 있어서 끊임없이 강해 졌었다. 재수 없는 놈이기는 해도 실력만 큼은 진짜배기였다. 지략도 뛰어나서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했었다 라이벌은 안주하 지 못하도록 하는 발판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오빠는 정말로대단해!’

훈련을 하는 동안 소영은 진심으로 감 탄했다. 그간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막힘 없이 술술 풀어냈다. 고민할 필요조차 없 었던 것처럼 명쾌하기까지 하다 어렵게 가 르치는 건 배우면 한다. 반면에 어려운 걸 간단히 풀어내기란 대단히 어렵다. 완벽하 게 체득하고 이해하여 자신의 것으로 소 화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정우 오빠의 수준이 범상치 않음을 체감했다.

“공력의 흐름이 반 박자 빨라 빠르다고 좋은 게 아니니, 좀 더 느리게 해.”

“예, 오빠”

신룡호신공이 신룡문을 대표하진 않더 라도, 상승의 무리가 담긴 심공이다. 또한 구결이 복잡한 축에 속했다. 한 번 봐서는 구결의 한 줄조차 이해하기가 버겁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정우 오빠의 지적은 정 확하다

‘오빠는 천재가분명해!’

심공분이 아니었다

소영은 이모에게서 배운 신룡문의 무 공올 오빠 앞에서 펼쳐 보였었다. 오빠는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 다 지적한 부분올 고치고 나면 무공이 이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젠 좀 쉴까‘?”

“아니에요, 더 할수 있어요.”

“무리하진 말거라”

“버틸수 있어요.”

소영은 쉬지 않았다. 경쟁자인 수연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과 비교하면 월등히 강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 지고 있는 친구가 옆에 있었다. 부단히 노 력하지 않으면 따라가지 못한다

‘부족함올 인정하고 나아가는 건 좋은 장점이지.’

정우가 소영을 훈련에 참여시킨 이유 중에 하나다. 아직 어리지만 강단이 있고, 나름의 독자적인 개성을 갖추었다. 승부 욕이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해도, 그 점은 무인에게 플러스 요인이었다

‘물론그게 전부는아니지만’

정우의 꼼꼼함은 의외이기는 하다. 소

영이 비록 수연의 친구라고는 해도, 어차 피 남남이다 팬심은 언제 어느 때 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기도 하고. 그런 소영 을 왜 이토록 세심하게 가르쳐 주는 걸까?

정우는 신룡문의 무공이 가지는 특징 올 정확하게 짚어 내어, 본질에 다가서도 록 했다. 그래서 그런가, 소영이 익히고 있 는 용형권(龍形호)이 점차 변질되어가고 있 기는 했다. 마치 원류를 찾아가고 있는 연 어처럼.

“속성이 파동이라고 했지?”

“예, 오빠:’

소영의 속성은 파동이다 한데, 펼쳐보

니 문제가 많았다. 속성을 각성하고서 무 공과 연계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허술했다. 용형권만 펼쳤을 때는 완벽했던 권공이 속성을 운용하자, 자세부터 흐트 러진다?

파아아앙!

용형권의 기본 용격(龍擊)를 시전 했다. 위력은 상당하다 어리다고 얕보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가 흐트러지 면서 목표지점과 오차가 발생했다.

‘파동을 극대화할 수법을 알려줘야겠 다’

정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 파동만 연구한 미친놈이 있었 다. 용을 죽이겠다고 날뛰던 놈이라, 별호 가 참룡衝龍)이었다. 같은 공력을 사용하 고도 효과는 굉장히 뛰어났다. 파동과 공 력의 이상적인 형태를 완성했다고 봐도 무 방하다.

‘겸사겸사 집의 경호 시스템도 점검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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