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인연을 낚다 (3)
“직원들의 복리후생에 관해 말이 나오 지 않도록 해 주세요.”
“말이 나오다니요. 우리 회사만큼 복리 후생이 좋은 회사는 세계에도 없다고 단 언합니다”
하이퍼 팩토리는 철저한 성과제다.
능력이 있으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선 진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단 노력하지 않으면 위로 올라가기 어렵다. 그로 인한 불만이 나올 수 있기에 복리후생과 업무 시간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 놓았다. 규정 된 시간 안에 능률을 최대한으로 높이고, 쉴때는쉴수 있도록
“불법노조는 안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은 노조 결성이 자유롭다. 이 를 강제로 통제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된 다. 하나, 하이퍼 팩토리는 최대한 사원들 의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특별한 사유도 없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접을 해 줄 것이다 지나치게 강경한 면이 없지 않아, 앙심 을 품은 직원이 회사에 대한 험담을 하기 도 했다. 물론 험담 즉시 혹금단과의 개인 면담올 통해서 무탈하게 넘어는 갔다. 미 안하게도 사적인 부분에 관해서 자유롭 진 않다. 혹금단이 작정하면 태어날 때부 터 현재까지의 신상을 탈탈 터는 건 일도 아니다.
‘이만한 복지시스템을 갖추어 주었는데 도 불만이면 욕심이지.’
정우는 회사 내 직급에 유동성을 두었
다
경험과 연륜에만 기댄 무능력한 직원은 직급을 높이지 않았다. 생계유지를 위해 서 자르지는 않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직 급올 내려서 유동성올 확보했다. 사람올 자르지 않는 대신에 성과를 중요시했다. 물론 내려간 자리에서 와신상담한다면 다 시 올려줄 있었다. 직급에 안주하는 자는 강등시키고, 노력하는 자는 대접을 해주 었다. 어제의 상관이 오늘의 부하직원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했 다. 자기하기에 따라서 직급과 월급이 유 동적으로 변한다. 물론 기본적인 보장금 액은 변하지 않는다.
“사원 간 강압적인 말투는 자제하도록 주의를 하세요.”
“우선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지속 적으로 교육 중입니다.”
직급이 높다고 해서 아랫사람올 함부 로 다루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도록 사칙(社則)으로 정해 놓 았다. 사적인 자리에서야 상관없지만, 공 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조심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모든 인사 시스템은 개별 적으로 관리를 해서, 직접 보고 받도록 해 놓았다. 실상 회사에 정우의 손이 닿지 않 은부분이 없기는 했다
‘꼼수 부리는 놈들은 가만 둘 수 없지.’
직장마다 꼭 있는 부류가 있었다. 권위 적인 직원들로 인해 그간 잡아놓은 회사 의 기강과 분위기를 해칠 수는 없었다. 애 초에 싹이 자라지 못하도록 단도리를 했 다 정우가 지나가자 자기들끼리 소곤거렸 다
‘하 이사님이시잖아’
‘어쩜, 저리 늠름하실까.’
‘우리보다 어린데.’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다 가졌네.’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대부분이 부러워하는 반면 부정적인 이들도 있었다. 직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다. 개인마다 의견이 다를 수 가있었다.
정우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개인적 으로 품고만 있으면 항상 존중한다. 하지 만 그런 사적인 감정이 회사의 업무에 지 장을 초래한다면 답은 명확하다
‘딱내 스타일인데.’
‘꿈 깨셔, 국민여동생이 너랑 상대가 되
냐?’
‘ 내가 어때서?’
‘나이도 많잖아!’
‘나이제막 25살이라고!’
‘ 많아!’
여사원에게 정우는 선망의 대상이다.
방송에서 굴욕적인 장면올 보여주기는 했어도,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회사에서 의 정우는 카리스마 넘치고, 능력도 뛰어 났다. 나이도 젊은데다가 재벌 후계를 예 약해 놓았다. 이보다 더 훌륭한 1등 신랑 감이 어디 있단말인가.
여사원에게는 한 번에 팔자를 피게 해 줄 백마탄 왕자다. 그러나 상대가 대한그 룹의 금지옥엽 유하라임을 알기에 군침만 흘릴 분이다. 어서 깨지라는 악담도 서슴 지 않은 여사원도 있었다. 그런다고 선택 할 것도 아닌데, 못 먹는 감을 잘도 찔러본 다
‘남이 해 주기를바라선 발전이 없지.’
여자든, 남자든 자기 능력으로 일생을 완성해야 의미가 있었다 남이 해 준 걸 받 아서 자신의 인생이 필 거란 계산은 어리 석은 생각이다.
정우는 사장실로 들어섰다
사장실은 많이 달라졌다. 외부에서 비 서를 따로 두어 시간 관리까지 철저히 받 고 있었다. 실상은 아버지의 일거수일투 족을 보고 받기 편하도록 만든 시스템이 지만. 참고로 김 여사에게도 보고가 실시 간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생활 을 지켜달라고 요구하지만, 김 여사의 파 워가 워낙 막강했다.
“너 정말이럴 거냐?”
“뭐가요‘?”
“친구들 만나 술 마신 것까지 보고하는 법이 어디 있어."
날을 잡아 달리자고 약속을 했건만, 8 시부터 휴대전화에 불이 난 윤철이었다.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 좀 세우려다가 애 처가란 핀잔만 들어야 했다. 한 친구는 마 나님이 부르시는데 어서 가라고 등까지 떠 밀었다 딴에는 잡혀 사는 게 가정의 평화 를 위해서라고 변명했지만 속이 쓰리다.
“어머니가 요구하셔서 저로서는 불가항 력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순 없 잖0}요.”
“망할 녀석!”
사원들 보는 앞에서는 근엄한 척하는 윤철은 아들하고 있을 때면 180도 달라 졌다. 부자 관계가 역전되었다고 봐도 무 방한 상황을 자주 연출했다. 아버지가 투 정하고, 아들이 달랜다고 해야 하나. 사실 달랜다기보다는 염장을 더 질렀다.
“또 웬일로 행차한 거냐?”
“제가오는게 싫으세요?”
“너만 오면 일거리가 배로 느니까 그렇 지.”
“수익은 몇 배로 늘잖아요?”
정우는 회사에 등기된 이사이기는 해 도, 출근은 자율적으로 해왔다. 필요할 때 만 회사에 방문해서 일거리를 늘려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딴에는 영업이 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물며 지분까지 가장 높아서 하이퍼 팩토리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 꼭 행차를 한다 아버지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한 편이 라 공적인 다툼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사적으로는 부자관계라서 티격태격 회사 생활을 즐겁게 영위하고 있다. 회사의 모 든 내역은 흑막을 통해 전해 받고 있기도 하고. 흑막에 소속된 인원이 회사의 직원 으로 일하고 있었다
“자회사 설립은 얼마나 진행 중이죠?”
“서류준비는 끝냈는데, 이래도 되나 싶 다”
“뭐가요?”
“본사는 여기에 두고, 자회사를 설립해 서 거머리처럼 피 빨아 먹는 것 같아서. 본 래 하던 일도 아니고.”
“남의 나라 걱정해줄 때는 아니죠.”
하북성 석가장에 세울 공장은 자회사 설립을 위한 미끼다. 표면적으론 공장을 짓고, 고용을 창출하는 척하면서. 대한그 룹과 합작해서 생필품을 파는 회사로 만 들 생각이다. 팔릴 만한 회사를 만들어 서 중국의 내수시장을 잡아먹은 후, 지주 회사가 되는 하이퍼 팩토리로 합법적으로 수익을 들여오는 방식이다.
중국 회사로 등록은 되어 있고, 하북팽 가가 지원을 하니 우리나라 회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일본에서 본 사를 두고 국내의 유통과 물류 생필품을 독식하는 유진그룹을 본받았다. 국내의 노하우를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그쪽분 야를 흡수할 필요성은 있었다. 그래서 조 사중이고, 고대했다.
“되놈들은 선진국으로 대우를 해선 안 되는 족속들입니다. 지들이 세계의 중심 인 줄 알고 사는 놈이라 정상적인 방법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그래서 같은 부류가 되자는 거냐?”
“중국이 흔히 말하는 이이제이를 역으 로 사용했다고 보면 되지요.”
“사업도 전쟁처럼 하는구나.”
“꼭 피가 튀겨야 전쟁인가요. 사업도 여 러 사람의 목숨이 걸린 전쟁이나 마찬가 지죠. 살아남으려면 수단 방법을 가려선 안됩니다”
“정도란 게 있는 거다 그러다가 된통 걸 린다.”
“제가 그런 것도 감안하지 않았올 것 같습니까, 잘못되면 하북팽가가 막아줄 겁니다”
정우는 하북팽가를 앞장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할 계획이다. 하북팽가에서도 용인 한 범위이기에 법적으론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질타가 쏟아진다면 하 북팽가가 알아서 잘 막아줄 것이다. 무문 의 특성상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에 관해 서는 절대 간과하지 않는다. 정부에 압력 을 넣으면 해결이 된다. 중국정부의 관행 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돈만 찔러주면 충 분하다
“여론이 가만있을까?”
“중국은 우리나라처럼 여론이 통하지 않는 나랍니다. 정부에서 까라면 까는 족 속들이고요. 말도 아주 잘듣습니다”
중국은 공산당이 원하는 방향에서 벗 어나면 살아남기 어렵다. 당에서 개인의 사생활까지 통제를 하고,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연 예인도 정부에서 압력을 가해 정책을 지 지하라고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를 거절 하면 중국에서 활동 자체를 하지 못한다. 땅덩이만 크지, 속은 밴댕이 소갈보다 작 다. 그래서 더더욱 맘에 들기도 한다. 지배 하는 입장에서는
“중국은 일단 이 정도로 하고요. 일본 은어때요?”
“발주를 하기는 하는데, 제안이 까다롭 기는 하더구나. 반한감정도 생각보다 크고 말이야.”
“무리한 요구를 하면 물량을 제한하세
요.”
“그래도 최대 고객 중에 하나인데, 괜찮 을까?”
“일본이 아니더라도 수출할 데는 많습 니다. 꿇리고 들어갈 필요 없습니다. 수틀 리면 발주 물량을 전부 끊어 버리세요.”
정우는 단호했지만, 일본올 간과하지는 않았다
일본이 비록 과거에 비해 경제적인 영 향력이 줄어들기는 했어도 여전히 강대국 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국가 중에 하 나다. 도교만 해도 우리나라 예산에 버금 가는 자금을 융통한다. 우리나라가 발전 했다고 해서 일본을 가벼이 여긴다면 과거 를 되풀이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 지지 않도록 방심하지 않고, 경계를 해야 한다. 지금 일본은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되었다. 우리로서는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일본의 동향을 빠짐없이 살필 필요가 있 다
“저축은행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은행은 또 왜?”
“대부업의 대부분이 일본자금입니다. 이것부터 끊어내야죠.”
“쉽지 않은데.”
“어렵진 않을 겁니다 이 분야에선 유능
한편이거든요.”
정우가 수집한 혹금단의 모태가 사채업 자다?
이 분야에 관해서는 해박했다. 인천의 대부업체 대부분이 정리가 되었고, 자신이 운영하는 대부업체만 남았다. 당장은 많 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정한 업체로 소 문이 나고 있었다. 최대 이율을 10%로 제 한하는 대신, 빌려 가는 사람들에게 대한 신상내역을 완벽히 파악해서 악질 연체자 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
“돈에서 자유로워야 간섭하지 않을 테
니까요. 곳곳에 아직도 부역자들이 설치 고 있어 곤란하거든요. 곧 이를 척결할 방 법을 마련할 겁니다.”
이호극이 그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를 하고 있다. 눈꼴 시린 자들을 그대로 두어 서는 발전하지 못하는 법이다. 불합리함 올 개선하기 위해서는 토대부터 깨끗하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재단도 함께 만들 생각입니다.”
“문어발도 아니고.”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선 사회복지
재단만큼 좋은 사업도 없습니다”
“숨은 쉬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