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79화 (279/500)

제 3장 인연을 낚다 ⑵

수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 헐!’

이걸 대체 어쩌라는 거지? 소영이 비록 절친은 아니더라도, 애가 아주 못되지는 않았다 꽉 막혀서 가끔 속을 뒤집어 놓을 때가 있기는 해도, 천성은 괜찮은 애다. 그 래도 그렇지, 제 스스로 지옥불로 뛰어들 어서야 쓰나.

‘오빠, 대체 어떻게 구워 삼은 거야?’

수연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애를 꼬드기고 있는 악마를 보고 있는 기분이 었다 미용시술을 하다 약올 잘못 처 맞은 것도 아니고. 뜬금포 작렬이었다.

‘어쩌지?’

수연은 사실대로 오빠의 실체에 대해서 까발리고 싶었다. 오빠의 성향을 안다면 절대 그런 무모하고 경솔한 부탁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소영 앞에서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는 오빠를 두고서 사실대로 고백 할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 오빠지만, 지옥에서 올라온 마왕 같 아!’

소영은 집으로 가면 그만이나, 자신은 오빠와 함께 동고동락올 해야 한다. 결혼 해서 분가하면 또 모를까? 사실 분가하고 도 오빠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래의 남편은 오빠의 마음에 도 들어야 한다는 가정이 성립했다. 솔직 히 결혼을 할 수 있을지 심히 의구심이 들 었다.

‘나의 이 단단하고 굵직해진 팔다리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왜 제 발로 지 옥구덩이로 찾아가지 못해서 안달인지 도 통 모르겠네.’

수연의 육체는 많이 단단해졌다

팔뚝에 근육이 빼곡하게 들어차서 밀 도를 높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여성 보디 빌더 세계 대회에 나가 우승할지도 모른 다. 다행이라면 금강문의 강천 오빠처럼 무식하게 큰 근육은 아니라 살짝 마른 압 축형이라는 점이다.

여하튼 여성성이 사라지고 있어 서글픈 수연이다.

꽃미남 아이돌과 사귀고 싶은 사춘기 소녀의 꿈이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한 데, 소영이도 여성성을 포기하려고 제 발 로 걸어 들어왔다. 불행은 나누라는 말이 있기는 하나, 그래도 되나 싶은. 빌어먹을 양심이 걸린다.

2소영이의 결심이 가상하지 않니?”

“뭐‘?”

정우의 선수에 수연은 움찔했다.

사실을 토설해야 한다는 수연의 양심이 쏙 들어갔다. 오빠는 하라 언니의 신안으 로도 관통하지 못할 극강의 방어력과 공 격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인드컨트롤을 사 용하지 않아도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독심술의 대가이기도 하다. 물론 본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귀머거리인 척, 장님 인 척을 대수롭지 않게 한다.

‘나부터 죽을 뻔했네.’

그 말은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하겠다 는 의미다. 그럼에도 아무도 오빠를 거론 하지 못한다. 왜냐고? 오빠는 대의명분이 완벽하다. 집 안에서의 주도권자는 김 여 사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걸 장악한 실세 는 오빠다. 아빠도 오빠의 회사를 잠시 맡 아서 경영하는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슬 픈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빠의 눈 밖 에 나는 순간용돈이 마르면서, 재정 경직 을 각오해야 했다. 가뜩이나 추경이 필요 한 시기였다. 오빠는 돈 없다면서 정원에 뱃길을 만들어 배를 띄우려는 만행을 벌 이고 있었다 운송로가 필요하다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부탁이 쉬운 게 아니잖아. 오빠는 그런 가벼운 사람하 고는 차원이 다른 묵직함이 있어.”

“과연 내 동생이야. 하지만 너무 솔직하 게 말해서 부담스럽구나.”

솔직하다고!

어디가?

수연은 오빠의 뻔뻔함에 혀를 내둘렀 다. 자신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은 철가면 인데, 오빠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티도 안 내고 거짓말을 술술 불어 대며, 자기 얼굴 에 금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승낙한 거야?”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소득 없이 돌아 가게 하는 건 오빠로서 할 짓이 아니니 않 니. 소영이의 지극정성올 감안해 어렵지만 함께하기로 결단을 내렸단다.”

수연은 최소한의 면죄부를 만들어야겠 다고 생각했다. 오빠가 승낙한 이상 되돌 리기는 어렵다. 소영이 스스로 선택을 하 지 않는한.

“훈련이만만치 않을텐데.”

“기량을 올릴 수 있다면 어떤 혹독한

훈련도 버틸 수 있어.”

수연의 근심이 소영의 자존심을 자극 한 꼴이 되었다. 훈련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리고 느끼고 있 었다. 지쳐 있는 수연이지만, 은연중 풍기 는 기도가 또 달라졌다 그새 더 강해진 것 이다. 수연이 한다면 자신도 할 수 있었다.

‘방학하고 보름밖에 안 지났는데.’

소영의 무공도 일정 성취에 올라섰고, 이모와 같은 고수를 접해 봐서 느낌이 왔 다. 수연은 보름 전과는 전혀 다른 경지에 올라선 게 분명하다. 단시일 내에 저처럼 분위기가 달라지다니. 분명히 정우 오빠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오빠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요.’

정우는 소영의 활활 타오르는 의욕을 대견해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요즘 애들답지 않게 끈기가 있었다. 외모도 나 날이 발전해서 제법 여인의 티가 났다. 이 대로만 큰다면 여러 사내를 울릴 게 분명 하다 쓰담쓰담

소영은 새끼 고양이마냥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손가락이 닿기만 했는데도 짜릿짜 릿했다. 이제 막 남녀의 감정에 눈을 뜬 소 녀로서 꿈을 키웠다.

“오늘은 준비가 안 됐으니까, 내일 다시 오겠니?”

“알았어요, 오빠.”

소영이 돌아갔다.

수연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빛올 지우지 못했다. 오빠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다. 그 런데도 혼쾌히 허락을 하다니, 순순히 납 득하기 어려웠다.

“어째서야?"

“어째서라니, 방금들었잖아”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믿어야지, 오빠 말인데.”

“안 믿으면?”

“너만손해겠지.”

정우는 강요하지 않았지만 수연은 강요 받아야 했다. 불신을 해봤자 수연은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불쌍한 동생은 강압 적인 오빠에게 구속되어 평생 오늘과 다르 지 않올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나로 부족해서 소영이의 미래까지 건 드리는 거야‘?”

“단어 선택에 감정이 실리는구나, 하물 며 나는 강요한 적이 없다.”

수연은 가증스러운 위선자라고 소리치

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발설 하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몸은 고생길 이 훤하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더 힘들어지고 싶지 않아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다.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임이 여실 이 증명되었다. 본인의 편함이 타인의 고 생보다 소중했다

‘두고 봐, 오빠도 곤란할 때가 올 테니 까’

정우는 히죽였다.

‘그런 날은 없다.’

정우는 검은색 유광의 대형 세단을 몰

았다

딱히 차를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나, 동선 노출을 위해서는 필요했다. 공간이 동 마법을 자주 사용하면 동선이 읽히지 않아 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간이동 마법은 최소 6레벨에 올라야 가능한 수법이었다. 필요할 때가 아니면,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가급적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편이 나았다

‘시험 상태는 나쁘지 않군.’

대형 세단의 에너지원은 화석연료가 아 닌, 마물에게서 뽑아낸 에너지 스톤을 활 용했다 하이퍼 팩토리에서 정제한 에너지 스톤 배터리로 운행 중이다. 이 분야는 미국이 나 여러 선진국에 비해서는 시작이 늦었 다. 정부에서도 자동차 회사와 정유 회사 의 로비가 있어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다. 선진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를 하자 그때 서야 부랴부랴 서두르고 있는 현실이었다 당분간은 관세라는 무역 장벽을 두어 막 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수출 로 먹고 살기에 보호무역은 가당치도 않 은조치다 우웅!

세단은 부드러우면서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소리를 완전히 차단할 수도 있으 나, 그리 되면 사고의 위험성이 있기에 운 행 소리를 임의적으로 만들었다.

‘과연 리차드 교수님이야 훌륭해.’

기존의 에너지 스톤 배터리와는 차별화 되었다

일반적인 자동차 배터리는 에너지 스톤 을 주기적으로 갈아 주어야 하며, 마력을 충전해야 하기에 교체의 어려움이 존재했 다. 이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차 라리 휘발유 자동차가 낫다는 말까지 돌 았었다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 하고, 시설을 확충해야 하기에 더더욱 그 렇다.

리차드 교수는 에너지 스톤에 새로운 형식의 마나회로를 새겨 넣어 전기로 운 용이 가능하게 했다. 가정용 전기로써 1분 안에 충전이 되어 편의성에서 타의 추종 올 불허한다. 특히 태양빛올 이용한 자동 충전 시스템이 갖추어져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운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자율주행모드로 운행 변경합니다

사람이 직접 운행을 해도 되지만 자동 차에도 AI가 장착되어 자동주행이 가능 했다. 일단 인간이 가지는 불완전성과 변 칙적인 변수를 AI가 예측을 하면서 교통 사고는 인간이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거 의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하나, 그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도 많이 나오고는 있었다.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나타나서 지배하게 될지도모른다는.

물론 현실적으론 불가능했다

설령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한다고 해도, 속성까지 능가하진 못한다. 격변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유니크가 탄생하고, AI 가 넘보기 어려운 영역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AI는 발전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넘어서게 되고, 자율적인 사고가 가능하 게 된다면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 다

‘멍청하면 당해도 싸겠지.’

정우는 딱히 AI의 위험성에 대해서 인 식하진 않았다. 기계에게 지배당할 인류라 면, 순리에 따를 수밖에. 또한 그런 가능 성올 알고도 만들었다면 응당 받아야 할 고통이기도 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하이퍼 팩토리의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건물도 새로 지 어야 했다. 특이하게도 하이퍼 팩토리의 본사 건물은 크기가 작은 반면, 에워싸고 있는 건물은 컸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건물과 건물 사이에 지하통로와 다리를 연결해 언제든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했 다 꾸벅!

정우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사원들 이 고개를 숙였다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부담스러우니까, 허리는 숙이지 마세 요.”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입

니다.”

“직원들이 절욕합니다.”

“그럴 리가요, 누가 감히 이사님에게 그 런 불경한 마음을 가지겠습니까. 행여 그 런 자가 있다면 제가 용납하지 못합니다?”

“아부가 과하시네요.

“아부라니요, 진실을 말했을뿐입니다” 지 부장의 눈빛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사장의 아들이라서 어쩔 수 없이 따르 는 게 절대 아니다. 솔직히 회사에서 가 장 중요한 인물은 단연 하 이사님이다. 작 금의 하이퍼 팩토리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아버지의 후광만 믿고 설친다고 흉보는 직 원은 없었다. 무엇보다 하 이사님은 공정 했다. 공과사가 분명하며, 일 처리에 관해 서는 누구보다 뛰어났다 현재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직원들은 전부 하 이사님이 뽑아 온 인재 였다. 회사에서 공채로 봅은 인원과는 직 무능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인재를 보는 눈 또한 남달랐다. 향후 하이퍼 팩토 리의 미래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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