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버스 빌런-278화 (278/500)

제 3장 인연을 낚다 (1)

소영은 유니크 전문입학을 대비해 이모 에게 지도교육을 받는다 그녀의 이모, 진영화는 신룡문의 최연 소 장로다. 일찍이 무공에 눈을 떠, 신룡 문의 정수를 이어 받았다. 선검대의 대주 강선일과 더불어 신룡문을 이끌어갈 무인 으로 평가되었다.

신룡문이 다른 문파에 비해서 무력이 약하다는 세간의 평판을 받지만, 실제적 으로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뿐이랴 숨 겨 놓은 전력을 감안하면 어느 무문도 신 룡문올 가볍게 여기지 못한다.

-일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늘었네, 공력 도 정순해지고. 무공의 틀이 잡혔어. 많이 노력했구나. 본문에서도 네 나이에 이런 성취는 찾아보기 힘들어. 언니가 많이 좋 아하겠다 호호호.

소영은 이모의 칭찬에도 도취되거나 자 만하지 않았다.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 문이다. 또래에 적수를 찾기 어렵기는커녕 바로 옆에 있었다. 언제나 자신보다 한발 앞서 가는 라이벌이. 중학교 내내 한 번도 능가하지 못했다.

‘오빠의 한 수 지도만으로 그간의 잘못 된 점올 바로잡았어.’

소영은 일전에 정우 오빠에게 지도를 받은 후, 숱하게 지적을 받아왔던 버릇을 완벽히 고쳤다. 솔직히 고치고 나서는 별 로 대단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그 작은 차 이를 정확히 짚어내고, 방법을 제시하기란 간단하지 않았다. 이모조차도 습관처럼 새겨진 버릇을 고치기까지 꽤나 많은 시 간을 소비했다고 한다. 이른바 재능을 가 진 무인이 겪는 일종의 성장통과 같았다

‘이모도 긴 시간을 고생했다고 했는데.’

이모는 신룡문을 상징하는 무화(武花) 다. 최연소 장로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무는 이미 문주에 비견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데도 시간이 걸렸 다. 가르침에 있어서는 정우 오빠가 한 수 위일수도 있었다 무공이 강하다고 해서, 가르치는 것까 지 뛰어나란 법은 없었다. 배움과 가르침 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영역이기도 하다. 이른바 천재가 범하는 오류 중에 하나로, 모든 이들을 자신과 비 슷한 잣대로 재는 버릇이 있었다. 그로 인 해 이모의 자식들이 고생하는 중이다. 이 모의 눈높이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난더 강해지고 싶어.’

지금도 나름 뛰어난 성취라 하나. 따지 고 보면 자신은 신룡문의 속가제자나 다 름없다 그런 상황에서 진신제자와 비견해 도 부족하지 않은 성취를 이루었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서 전교 2등을 했다. 그러나 비교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 다. 바로 옆에 있는 수연이 항상 전교 1등 을 도맡아하고, 무공도 자신보다 강했다.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어 조바심이 났다

결심을 굳힌 직후 수연의 집을 찾았다.

수연의 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 다. 근처에 가서 물어보면 찾는 게 가능할 만큼 유명했다. 그 일대의 명소로 손꼽혔 다

“크다”

수연의 집을 본 소영은 한동안 멍하니 감상해야 했다. 가정집이 맞나 싶다. 규모 가 상상을 초월했다. 인천이 서울에 비해 서 부동산이 싸다고는 해도, 저만한 규모 를 지으려면 막대한 자금을 소모해야 한 다

“우리 집보다크잖아”

소영의 집도 중산층이라기보다는 재벌 에 가까웠다.

영진약품하면 중견 기업 중에서도 이름 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신 약의 성공으로 대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아 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수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하이퍼 팩토리는 대기업이나 마 찬가지였다. 배터리 사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배터리 수주 물량이 엄청났다. 아빠도 수연하고는 친하게 지내라는 눈치 를 종종 보낸다. 그 집 오빠가 있으면 노력 해도 된다는 뉘앙스까지 풍긴다.

‘집에선 반대하지 않으실 테니, 나야 좋 지.’

소영은 부러워할 뿐, 시기하진 않았다.

후일 저 집에서 같이 살 기회가 생길 수 도 있었다. 자신도 나름 괜찮은 스타일이 라고 생각했다. 정우 오빠의 여친이 하라 언니지만, 훗날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남녀불문이라고 해도, 여자에게 있어 가 장큰 무기는 나이다. 성의 차별이라는 고 정관념일진 몰라도, 세상이 그리 생각하 는데 본인만 아니라고 해봤자 입바른 지적 에 불과했다

-딩동

정문에 서서 벨을 눌렀다

-소영이구나,

“안녕하세요.”

-수연이 보러 왔니?

“?…그게 아니라 정우 오빠 있나요?”

-있기는한데, 아! 일단들어와.

“고마워요.”

정문이 열렸다

두웅

문이 열리기 전에 자동 스캔이 되었다. 현관 옆 화면에 소영에 대한 정보가 일목 요연하게 나오고 있었다. 이 일대에 거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신상명세가 낱낱이 파악되어, 방문 판매 전략은 통하지 않는 다. 낯선 사람이 온다 해도, 2시간 안에 모 든 정보가 집 안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다. 그러니 설령 소영의 얼굴올 까먹고 있 다 해도 김 여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김 여사의 안면등록기능(안면인식장 애)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정우 나름의 배 려였다.

소영은 내부의 전경에 감탄을 터뜨렸다 저택과 정원의 주변은 높은 담벼락으 로 둘러싸여 있어 내부를 보기 어렵다 담 벼락에 설치된 각종 장치로 인해서 침입도 불가능하다 철컹, 철컹!

쇠고랑 차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철괴?”

마물등록사전에 적혀 있는 괴수였다. 물리적 수치와 함께 자기장을 형성할 수 있다. 마물 중에서도 진화력을 가지고 있 어 중급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한데, 이상 하다. 직립보행을 한다고 알려져 있건만 특이하게도 네 다리로 걷고 있었다

‘오빠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집 안에 마물을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 다니, 상식적인 선을 벗어났다. 어중간한 실력으로 담을 넘었다가는 쥐도 새도 모 르게 철괴의 밥이 될 수도 있었다. 한데, 포악한 마물답지 않게 순한 양처럼 애처 롭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마치 즐겁게 뛰 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관념이 전해진다.

‘이럴 때가아니지.’

애완 철괴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가 아 니다.

집으로 들어와 김 여사에게 인사를 한 후, 정우 오빠를 만났다. 오빠에게선 은연 중 풍겨 나오는 자연스러운 위압감이 있었 다. 만사를 초연한 듯, 권태로운 두 눈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한 번 빠져 보고 싶 게만들었다.

“원한다면 같이 훈련해도 돼.”

“알고계셨어요?”

“전에도 말했을 텐데. 너에 대해서 모르 는게 없다고.”

“오빠도, 참”

묻지 않아도 마음을 간파하는 정우의 화술에 소영은 살포시 붉혔다. 스토킹이 라는 생각은 해 보지도 않는다. 매일 스토 킹 해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역시내 우상이야.’

소영에게 있어 정우는 담고 싶은 동경 의 대상이다. 자신을 알아봐준 것만으로 도 너무나 기쁘고 설랬다. 두근거리는 심 장박동을 감추려고 해도 무용지물이다. 만날 때마다 벅찬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이런 오빠와 매일 보고, 만지고, 비비 고 불공평해.’

소영은 정우 오빠에게 지도를 받는 수 연이 부러웠다. 자신도 정우 오빠에게 수 업을 받으면 소원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 어떤 시련도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

“한데 신룡문엔 허락을 받고온 거니?”

“전 속가제자라서 제지를 받진 않아요.”

“그래도 서운할텐데.”

“이해해주실거예요.”

소영은 뜨끔했다

속가제자이기는 해도 혈연이 이어져 있 었다. 다른 문파도 아니고 한국의 6대 무 문중에 하나인 신룡문의 무공올전수받 았다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건 신 룡문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위가 될 수 도 있었다. 소속무인이 아니라서 그런지, 소속감이 없는모양이다

‘모르게 하면되지.’

소녀다운 발상이다

소영은 이모가 걱정이 되기는 해도, 매

일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나는 대 로 가르침을 조금 받는 건 괜찮다고 봤다. 무엇보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오빠와 함께 훈련할 시간은.

‘주목적은 아니지만’

정우는 소영의 참여에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소영의 신상 조사를 하면서 신룡문과의 연관성을 알아냈다. 일전에 가르침을 내려준 것도 이때를 위해서다. 사실 찾아올 줄 알았다. 소영이는 연결고 리를 만들기 위한 매개체였다.

‘나의 가르침을 받고 안 올순 없지, 여

하튼.’

며칠 동안 쉴드를 이용해서 수연의 실 력 상승을 노렸지만, 몇 번 써먹었더니 이 제는 약발이 다 되고 말았다 내 동생이지 만 적응력 하나는 바퀴벌레보다 뛰어나다. 어지간한 염장질로는 수연의 단련된 심기 를 건드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작정 갈 궈 봤자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단계를 높이기에 이만한 촉매제도 없 지.’

사람에게는 그 쓰임새가 따로 있으며, 재능을 다스리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혹 금단이나 쉴드에겐 쉴 틈을 주지 않고 밀 어붙이는 방식이 효과적일지 몰라도, 수 연이는 방식을 달리 해야 했다. 스스로 하 려고 해도 열의가 있어야 보다 효과적이었 다

‘소영에게도 자극을 좀 줘볼까’

수연과 소영의 자질만 놓고 본다면 큰 차이는 없으나, 오빠의 존재가 갭올 벌려 놓았다. 이토록 훌륭한 오빠가 있다는 사 실을 수연은 자각해야 하며, 항상 존경하 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처벅, 처벅!

훈련을 끝내고, 샤워를 마친 수연이 나 오고 있었다. 발걸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발바닥이 대리석 바닥에 착착 감긴다. 훈 련의 혹독함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소영 을 보고서도 시큰둥했다. 제 코가 석자인 현실, 소영의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빠에 대한 존경심으로 똘똘 뭉 쳐 있어서 그런지 거부감마저 생긴다. 팬 심도 적당히 해야지, 도저히 정상으로 보 이지 않았다. 그 앞에서 가식과 위선올 떠 는 오빠도 마음에 들지 않기는 매한가지지 만 씨익!

수연은 봤다

소영은 간과해도 되나, 오빠의 저 미소 는간과해선안된다 저 인간이 저렇게웃 고 난 후에는 꼭 개고생을 한다. 벌써부터 오금이 저려오고 있었다. 심장이 벌렁거리 면서도 혈류가 과도하게 흐른다.

‘또 무슨 꿍꿍이야‘?’

수연은 애써 담담한 척했다.

오빠의 페이스에 휘말리면 절대 빠져나 오지 못한다. 그러나 당최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 오빠의 머리를 열어 볼 수만 있 다면 좋으련만, 하라 언니처럼 신안을 가 지고 있지 않았다 정령에게 물어 본들, 무 의미하다. 애나도 오빠 앞에선 벌벌 떨었 다. 정령왕쯤 소환해야 되지 않을까, 조심 스럽게 예측해 본다

‘기우여야 하는데.’

오빠는 천재지변이다.

수연은 오빠가 아닌 소영을 공략했다. 오빠를 통해서 비밀을 알아내기란, 프라 이 된 계란으로 부화되기를 바라는 격이 다. 오빠라면 프라이로 병아리를 생산하 는 황당무계도 현실로 구현할지 모르지 만

“연락도 없이 우리 집엔 어쩐 일이야?”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 오빠한테 부 탁할게 있어서.”

친동생의 부탁도 단칼에 거절하는 오 빠의 매정함이었다. 그런 냉혈한에게 부탁 을 하러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다 니, 소영의 처지가 딱했다

‘쯧쯧쯧’

수연은 혀를 찼다

소영이 오빠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 었다. 그러니 오빠의 위선에 속아 팬 카페 까지 만들었겠지. 물론 카페 인원은 반 친 구들을 합해 30명 내외다. 카페에 들어 가 보면 오빠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상상 을 초월한다. 카페 안에서 오빠는 이미 신 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물론 능력만 놓 고 보면 신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지경 이지만. 강화도에서도 바다를 가를 때부 터 오빠는 인간적인 부분이 없음을 확신 했다.

“부탁이 뭔데‘?”

“나도 너처럼 오빠한테 훈련받고 싶다 고했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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