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남매의 일상 (2)
부글부글!
수연은 억장이 무너졌다. 이 인간의 꼼 수를 눈치채고 있었건만, 또 당하고 말았 다. 오빠라고 해서 팔이 안으로 굽을 거란 안이한 생각이 화근이었다.
“변수가 있다면 또 모를까?”
“ 변수라고?”
수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으면서, 변 수를 내 놓으라니. 사람환장하게 만드는 데는 천부적이다 못해, 재앙이었다- 저 실 체를 애들이 알아야 하는데, 여전히 소영 은 우상숭배에 가까웠다. 이중성의 갭이 지나치게 컸다
-소영아, 오빠는 네가 아는 그런 사람 이 아니라니까!
-오바를 모독하지 마 네가 함부로 입에 올릴 분이 아니야! 너는 오빠의 동생으로 서 자각을 가지고 살아야 해.
충고했다가 훈계만 들었다
그날부터 수연은 소영과 가까이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딱 봐도 정상적인 반응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오빠의 다단계 전략에 넘어가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중증단계에 돌입했다.
‘뇌물에다들 넘어가서.’
오빠의 마수에 걸려든 불쌍한 중생들 은 또 있었다. 같이 다니는 애들 모두 오빠 의 뇌물에 포로가 되어 스파이를 자처했 다 친구보다 뇌물이라니, 서글픈 현실이었 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여실히 느낀다
‘한방 먹이고 만다, 내 기어코!’
오빠의 당황하는 얼굴을 1번이라도 보 는 게 수연의 소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하라 언니는 인정해 줄 만했다. 방송이라는 핸디캡이 있다 해 도 오빠는 그날 당황했었다. 그런 얼굴올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아빠와 엄마도 그 날은 배꼽을 잡으면서 웃으셨다. 오빠의 완벽함을 깨트린 일생일대의 명장면이었 다. 두고두고 보기 위해서 핸드폰에 다운 받아서 저장해 놓았었다.
파
고민하는 척하다가 기습적으로 공격을 해 본 수연은 툴툴거렸다. 예상은 하고 있 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손가락이 옆구리를 찔러 헛바람만 잔뜩 마셔야 했 다
“방심은 금물이지.”
“동생인데 빈틈도 보여주고 그래야 하 는 거 아냐? 어떻게 한 번을 안 당해 주 냐.”
찌른 손가락을 빙글 돌리고 있는 오빠 를 보고 있자니, 수연은 울화가 치밀었다. 저 능글맞은 오빠의 안면에 스크래치를 만들어 주고 싶으나 함량 미달을 인정해 야 할 팔자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만큼 나약하진 않다. 오빠로 인해 단련되었다.
끈기 하나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접근해 오는 방식이 진부해, 그런 식은 통하지 않는다. 설마 그 앞에서 회전해서 압축된 공력올 발출시켜 현혹시킬 셈은 아니었겠지‘?”
“?…당연하지.”
“아니면 무형공력을 흘려 놓고 연계를 한후, 장막을 만들어 제공권을 파고들려 는건가‘?”
“……무슨소리야!”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정우의 설명에 동생은 움찔움찔했다. 딱 봐도 정곡을 찔 렸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애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 모양새가 애처롭기는 한데, 오빠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여동생이라서 그런가, 감정이 풍부하다. 놀리는 재미도 쏠쏠하고. 하지만 만족하 면 곤란하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안주하게 되는 법이다. 더 나아가도록 발 판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오빠의 도리다.
‘쉴드.’
‘예, 주군.’
‘계획대로 해라’
‘그래도 동생인데요?’
‘두번 말하게 하는군.’
‘명을 따릅니다;
정우는 완벽함을 추구한다. 오빠로서 완벽한 동생올 만들기 위해서 항상 노력 올 멈추지 않올 것이다. 쉴드와 수연의 대 결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으며, 연이은 패 배에도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때 오빠로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넌열 받을수록 더 잘하거든.’
지금의 수연을 만든 장본인은 다른 누 구도 아닌, 정우다. 동생의 성격을 모르고 있다면 거짓말이다. 부모님보다 더 잘 알 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린 시절 똥 귀 저기를 갈아 주었던 동생이 어느덧 과년한 소녀가 되어 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이 쯤 되면 보모를 해도 성공할 듯싶기는 하 다
“오늘은끝나고뭐 먹을까?”
“맛나는 녀석들에서 봤는데, 특수부위 맛있게 하는 집이 있더라”
“여기서 가까워?”
“멀지 않아 50킬로 밖에 안돼.”
멀지 않다니, 서울에서 인천 거린데.
쉴드는한수 더 떴다 혹금단과대우는
다르지만 마인드는 비슷했다.
“걸어서 갈만하네.”
“이번에 받은 포상금도 두둑하고, 오랜 만에 포식해보자”
수연이 고민올 하는 사이 귓구멍올 파 고들어오는 쉴드 오빠들의 잡담이 굉장히 거슬렸다 일 끝나고 뭘 하든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만, 오빠에게서 받은 포상 금을 거론했다는 점이 심히 불쾌하다. 오 빠는 대결을 할 때마다 포상금을 걸어 승 자에게 막대한 혜택을 준다. 그것이 대결 의 동기부여가 되었지만, 연달아 패하는 바람에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날 무시해도 유분수지!’
수연은 위장이 부글부글 끓었다. 염산 의 과다분비로 식도가 타는 기분이다. 불 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지고 놀았던 오 빠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해 보나 마나 한 게임으로 여겼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 말이다.
다른 사람은 다 무시해도 저 오빠들은 저래선 안 되었다. 그간의 실력 향상에 자 신도 꽤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 큰 오 빠들이 울먹이며, 강해지고 싶다고 한 게 엊그제였건만. 이제는 스승까지 몰라보고 있었다
‘청출어람은 개나 주라고 그래!’
끌어 오르는 수연의 분노는 현천공을 활성시키며 강렬한 기세를 발산했다.
고기를 먹는 건 좋다 이거야
‘나도고기 좋아한단 말이야!’
쉴드는 자기들끼리만 처먹올 궁리를 하 고 있었다. 분노에 기름을 부어주는 만행 이었다. 어여쁘고, 가녀린 여동생을 짓밟 고 자기들만 포식하려고 하다니, 기필코 찬물을 끼얹어 주리라. 삼겹살에 버터를, 소고기는 바싹 태워라
‘먹다 토하게 해줄 테다!’
사춘기 소녀의 분노는 크고도 창대하
다
화르르르!
7단에 이르고도 완벽하게 컨트롤되지 않았던 공력이 융화되어 마치 제 옷올 입 은 듯 활성되었다. 오빠의 말대로 그간 공 력의 운용이 매끄럽지 않았음을 깨달았 다 수연의 분노가 현천살형기에 녹아들어 쉴드를 긴장시켰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열 받을 줄은 몰랐다. 주군의 혜안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도 그렇지 고기 좀 먹겠다는데 저 토로 강렬한 분노라니, 여자는 정말 알다 가도 모를 존재였다. 그러니 여태 여자를 못 사귀고 있는 거겠지만. 설마 고기 때문 에 그러겠냐
‘진짜로 열 받았네.’
‘우리도 긴장 타야겠다?’
‘방심하면 위험해.’
‘탄고기는 암걸리는데.’
거들먹거리는 척했으나, 방어진형을 완 성했다. 쉴드의 무서운 점이다. 연전연승 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나태해지기 마련인데, 초심을 유지했다. 강해지기 위 해서 매순간 노력하기에 작금의 성취에 이 룰수 있었다.
‘망할놈의 오빠들!’
수연은 쉴드의 방어진형에서 막막함을 느꼈다. 방심은 터럭조차 하지 않아 속올 뒤집어 놓는다. 자칫 역공을 당할 위험성 이 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쉴드의 방어진형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동시에 권공을 뻗어 10번을 두드렸다.
퍼퍼퍼퍼펑!
공력이 실린 권공이 공간을 혼들어 놓 으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흙먼지가 시 야를 어지럽히는 찰나, 귄공을 부리는 척 했던 수연의 손에 칼이 잡힌다
착
그립감 좋다
수연의 팔찌는。공간 아이템으로, 칼 올 저장해 놓은 공간으로 사용했다. 필요 할때봅아쓰라는의미다
-현천삼도 일식, 일보전광
거리를 좁히고, 시야를 가린 직후 현천 삼도의 일보전광이 불을 붐는다. 정우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그 성취가 또래는 물론 나이가 찬 무인일지라도 경시하기 어 려운 속도와 위력을 지녔다 처어어엉!
위력적인 공격임에도 충돌의 파장이 예 상보다 크지 않았다 수연의 칼끝이 쉴드의 정면을 파고들 자, 개개인의 전력이 융합되어 막아선다. 단순히 막는 걸로 끝나지 않고, 흐름을 이 어나가며 수연의 도공올 흐트러뜨렸다. 분 산되어 퍼져 나간 파괴력이 쉴드 내부에서 원을 그리며 합일을 이룬다 그 순간
푸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수연이 거칠게 튕겨져 나갔다. 완벽에 가까운 쉴드의 방어력이었다. 일촉즉발, 공력을 흩어내고, 흡입하여 되돌렸다. 무 당의 태극권이 상대방의 공력을 이용한다 고 하나, 실전에서 선보일 수 있는 무인은 많지 않았다. 더더구나 수연의 공부는 쉴 드에 비해서 낮은수준이 아니다
“애나, 지금이야!”
-나선의 역풍 칼바람!
수연의 수는 끝나지 않았었다
파상공세를 펼치며 회심의 수로 꺼내들 었던 현천삼도의 일보전광은, 애나를 쉴 드의 내부에 심어 놓기 위한 위장계로. 일 보전광은 쉴드의 전형, 그 안으로 파고들 기 위한 수다. 속성은 현천공으로 감싸 쉴 드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쉴 드의 방어전형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수 다
“호오, 제법인데.”
쉴드는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그 말 은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된다. 받아들이 고, 되돌리는 과정에서 속성을 공력이란 장포로 가린 후, 내부에 침투시켰다. 일종 의 침투경을 활용한 수법이었다 후아아아앙!
2급 정령, 애나가 쉴드의 중심에서 맹 렬히 회전하며 역풍을 일으킨다. 쉴드의 유기적이며 견고한 방어력은 외부는 물론 내부도 단단한 편이다. 어지간해서는 흔들 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애나는 모든 전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수연의 속 성이 발전하면서 애나의 정령력도 1급수 준에도달했다 슈아아앙!
쉴드가 애나의 역풍을 잠재우는 찰나.
수연이 극한에 도달한 현현보를 밟으 며, 현천삼도의 2식, 흉포무한(凶暴無限)을 발출했다.
꽈。]아앙
일보전광이 극한쾌도를 지향한다면 흉 포무한은 파괴력을 극대화한 대인살상용 이다. 쉴드의 방어전형은 유기적이며, 1명 이 공격당하면 자동반사적으로 4명이 공 력과 속성의 전이를 이룬다. 어지간해서는 깨지지 않은 조합이다. 해서 내부를 흔들 어 놓은 후, 5명을 한꺼번에 공격한 것이 다. 서로의 힘이 합일되지 않도록, 분산시 키는 용도다.
후아아앙!
전력을 쏟아낸 공간은 황폐했다. 반경 30m 내외가 파장에 휩쓸려 거죽이 벗겨 져 나가며 속살을 드러냈다.
하아, 하아
수연의 호홉이 거칠었다. 막대한 공력을
단숨에 토해냈으니. 현천공이 손실된 공력 을 회복시키고 있지만, 시간은 필요했다 착
연이은 공격을 받은 쉴드는 낭패한 흔 적이 역력했다. 수연의 연계는 효과가 있 었다. 그들 역시도 상처를 회복하고는 있 으나, 근래에 벌인 대련에서 오늘처럼 타격 을 입은 적은 처음이었다.
‘지나치게 정공법을썼어.’
‘방어전형에 익숙해진 게 도리어 독이 됐어.’
‘나태해진 거야.’
쉴드는 패배를 받아들였다. 쓰러지진
않았더라도, 이번에는 졌다. 물론 끝까지 간다면 결과는 어찌 될지 장담하기는 어 렵다. 쉴드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살아 있 는한회복력 하나만큼타의 추종을불 허한다. 장기전으로 몰고 간다면 수연에게 매우 불리했다.
“흥나도한다면 한다이거야”
수연은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해도 만 족했다. 쉴드의 방어력을 혼드는 게 목적 이었고, 재차 공격할 기회가 있었다. 이제 오빠에게 인정을 받을 일만 남았다 휙!
수연은 고개를 돌려 오빠를 응시했다.
이제는 여동생을 인정하고, 용돈도 두둑 이 챙겨 줘야할 차례다. 비어 있는 지갑이 신사임당을 영접할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내차롄가?”
“.2”
산 넘어 산도 아니고.
정우의 한마디에 수연은 멘붕이 왔다.
더더욱 가관은 쉴드가 다가와 인사를 올리고 퇴근했다는 점이다. 정우와 수연 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케이브를 나가기 전에 오빠와 쉴드의 대화에 수연 은 낚였음을 깨달았다.
“이 망할놈의 오빠가!”
“어허, 내 널 그렇게 가르쳤더냐.”
“어디서 개수작이야!”
“개수작이라니, 무에 끝이 없음을 깨우 쳐 주기 위한 오빠의 큰마음이니라.”
수연은들리지 않았다.
고스톱에서 탄 맞은 기분이었다. 저 망 할 놈의 오빠는 동생을 괴롭히는 게 인생 의 낙이 분명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복 장을 엎어 놓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지금 도 봐라 쉴드와 짜고 성질을 일부로 돋은 거다. 하긴, 쉴드 오빠들이 빈정거릴 위인 들이던가. 양아치 설정하고는 거리가 멀었 다. 오빠의 부축임이 없지 않고서는. 한데, 반성은커녕 오빠는 언제나 적반하장을 대 수롭지 않게 한다
“하물며 실력이 늘었잖아”
“하정우우우우우우우웅!”
수연의 억장 무너지는 포효가 케이브를 진동한다. 어지간한 간담을 지니고 있지 않고서는 버텨내기 힘든 흉포한 기세를 내 포했다
“어쭈. 뵈는 게 없냐?”
“ 없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싸우는 보통의 남 매였다.
스케일이 남다를 분이지.
물론 결과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동 생의 분노를 고분고분 받아줄 오빠는 세 상 천지에 많지 않음을 실감해야 했다. 하 물며 동생이 잘되기를 바라는 오빠라면.
으아아아아앙
곧 고통에 몸부림치는 가녀린 소녀의 아련한 비명이 케이브를 울렸다. 하나, 살 려달라고 아우성을 친들 부질없는 고성에 불과했다.
후후후후후.
다 너를 위해서란다